송현 시인의 하루(9)
저울 위에서 두 가지 확인
1.
소변도 보고 대변도 보았으니, 이제 몸무게를 확인할 차례이다. 나는 몸무게를 네가지 방법으로 확인한다. 첫째는 저울로 확인하고 둘째는 걸어다니면서 손목시계로 확인하고 셋째는 출퇴근 무렵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릴 때 발목과 무릎의 관절에 오는 느낌으로 확인하고 넷째는 내가 허리에 차고 다니는 혁대로 확인한다. 이 네 가지 방법은 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내 나름으로는 거의 정확하다.
저울은 바닥에 있고, 그 오른쪽 벽에는 걸린 작품은 운보 김기창 화백의 싸인이 있는 작품이다.
문 앞에 항상 저울이 있다. 매일 아침 화장실에 다녀온 후 반드시 저울에 올라서서 두 가지를 확인한다. 하나는 정면에 있는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확인하는 것이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유심히 보면서 얼굴에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얼굴은 그 사람의 이력서나 다름 없다고 할 수 있다. 또 사십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도 있다. 이처럼 얼굴은 그 사람에게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나는 관상에 대한 전문지식은 쥐뿔만큼도 없다. 이날까지 살아오면서 보고 들은 것만 해도 사람의 얼굴을 보면 관상 전문가 수준에 가깝게 그 사람에 대한 수많은 정보가 내눈에 보인다. 물론 흉악범도 외형은 아주 선하게 보이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래서 얼굴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대단히 위험한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얼굴이 그 사람의 이력서라고 할 있을 정도로 얼굴에는 그 사람의 살아온 과거가 드러나 있다. "생긴대로 논다" 혹은 "꼴값 한다"는 말대로 그 사람의 얼굴에 그 사사람의 이력이 훤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나는 어떤 날은 얼굴이 밝을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우중충 할 때도 있다. 우중충해 보일 때는 내 마음을 다잡는다.
--오늘 남에게 우중충한 인상을 보이지 않아야지! 그러자면 되도록 더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 더 밝은 목소리로 말해야지!
2.
거울 위에서 확인하는 다른 하나는 몸무게를 확인하는 것이다. 내 몸무게는 한 때 85KG까지 나갔는데 요즘은 75KG으로 줄였다. 요즘은 거의 75KG을 기준으로 1-2KG 왔다 갔다 한다. 나는 그날 몸무게에 따라서 그날 먹을 양을 나름대로 조절을 한다. 무게가 75킬로그램을 넘으면 아예 한끼를 굶거나 군것질을 하지 않거나 해서 몸무게를 75킬로그램에 맞추려고 애를 쓴다.
몸무게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를 간과하고 지낸다. 대부분 사람들은 몸무게를 단순히 외모의 측면에서 생각들 한다. 그러나 건강의 측면에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모르거나 예사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 싶다.
나는 아직도 방송 하고 강연하러 갈 경우가 있기에 외모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너무 뚱뚱하면 돼지처럼 보인다. 돼지처럼 보이는 자가 남 앞에서 진리가 어쩌고 진실이 어쩌고 깨달음이 어쩌고 하면서 떠드는 것이 좀 거시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따금 나는 불교 방송을 보는데 거기에 거의 멧돼지 수준의 사람들이 나와서 진리가 어쩌고 깨달음이 어쩌고 무슨 경전이 어쩌고 하는 것을 보면 영 아니올씨다로 보인다. 그런 멧돼지 수준의 사람이 하는 말에는 진정성이 의심스러워 보인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하는 말에 잘못이 있거나 틀린 데가 있어서가 아니라 돼지 이미지가 내 눈에는 별로 좋아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멧돼지 같은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몸무게를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몸무게에 신경 쓰는 것은 외형적인 이미지 때문이 아니고 또 다른 까닭이 있다. 즉 건강의 측면이다. 나는 몸무게가 1-2킬로가 더 나가면 당장 무릎과 발목에 무리가 온다.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릴 때나 건물의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무리가 오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그리고 계단을 오를 때 한 계단 한 계단 발자국을 내 디디딜 때 무게가 너무 많이 실려서 발자국 소리가 옆 사람에게 들릴 정도로 커진다. 그럴 때는 내 스스로 부끄럽고 창피하다. 더러 나이든 사람들 중에서 무릎 관절에 이상이 있어서 지하철 층계를 오르내릴 때 애를 먹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만약 살을 10킬로만 빼면 그 통증들은 다 사라지고 아마 날아다닐 것이라 생각한다.
3.
살과의 전쟁이란 말이 있다. 살을 빼는 것을 전쟁으로 비유한 말은 그만큼 살을 빼는 일이 중요하고 어렵다는 것을 뜻하지 싶다. 누가 한 말인지 아주 적절한 말이라 생각한다. 내가 길가나 사무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약 5-10KG은 살을 빼는 것이 좋을 정도로 비만으로 보인다. 살이 찐 채로 다닌다는 것은 자동차 트렁크에 무거운 짐을 항상 싣고 다니는 것과 같다. 쓸데없이 무거운 짐을 싣고 다니면 그만큼 자동차에 무리가 갈 것은 뻔하고 자동차의 기름 소모도 그만큼 더 많을 것이다.
살이 쪘다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제마다 사정이 다를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많이 먹기 때문이지 싶다. 운동을 많이 하여 살을 빼려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나는 생각이 아주 다르다. 많이 먹어 살이 찌면 운동을 많이해서 살을 빼는 쪽보다 처음부터 적게 먹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다 아다시피 적게 먹고 살이 찌지 않게 하는 것이 여러가지 이유에서 바람직하다. 이 지구상에서는 매일 굵어 배가 고파서 죽는 사람보다 살이 쪄 고생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4.
나는 젊었을 때는 살이 찐 적도 없고, 살에 대해서 그리 신경을 써 본적이 없다.그리고 살에 대해서 무지했다. 그런데 이 나이가 되니까 살에 대해서 아는 것도 많아졌고, 살찐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았다. 그래서 지금은 살에 대해서 아주 엄격한 생각을 하고 있다. 살을 빼는 것은 의지력의 시험이기도 하다. 미국의 군대에서는 살이 찌면 진급에 지장이 있다고 들었다. 이딴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는 아주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주 타당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살을 빼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의지가 약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가령, 자영업을 하는 사람은 아무리 비만이거나 말거나 다른 사람이 참견할 바가 아니다. 제밥 먹고 살찐 것에 누구도 시비를 해서 안된다. 그러나 공무원이나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비만을 그냥 방치해서는 안된다! 뚱뚱한 고양이들은 쥐를 제대로 잡을 수가 없다! 뚱뚱한 사냥개는 사냥을 재대로 할 수가 없다! 그러니 비만인 공무원이나 비만인 직장인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조직의 능률을 떨어트리는 것은 물론이고, 시스템에 부하를 주어 그 시스템이 원활하게 굴러가는 것을 방해하는 꼴이 된다. 그러니공무원, 군인, 직장인 중에 비만인 자에게는 반드시 불이익을 주어야 하고, 그래도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조직에서 영원히 퇴출 시켜야 한다.
요즘 우리나라에는 초등학교 어린이 중에 비만인 애가 많다고 한다. 초등학교 어린이가 비만인 경우에는 그 부모와 학교 선생님에게도 일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부모에게 약 80%책임을 물리고 선생님에게 약 20%의 책임을 물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초등학교 어린이를 비만으로 방치하는 부모와 선생님은 일종의 공범이다. 어릴 때부터 비만이면 걔가 어른이 되어도 비만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비만의 후유증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비만을 방치하면 여러 가지 합병증이 오고, 여러가지 합병증이 오면 그사람은 건강은 완전히 망가지고 만다. 그 사람의 건강이 망가치는데 그치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비만으로 망가진 사람들에게도 국가가 의료혜택을 지원할 경우 그 부담은 비만이 아닌 다른 국민에게까지 돌아간다. 그 사람의 비만과 아무 관련이 없는 내가 의료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불행한 사고나 억울한 사고를 당한 사람을 돕는다는 것은 그리 억울할 것이 없다. 그런데 자기 절제력이 부족한 비만인의 의료비까지 내가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참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5.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이따금 고향에 가서 어머니를 만나거나 어머니가 서울에 와서 나를 보면 제일 먼저 손짓으로 가까이 오라고 하셨다. 내가 어머니쪽으로 한발 다가서면 어머니는 손을 내밀어서 내 뱃가죽을 잡았다. 만약 뱃가죽에 살이 좀 집히면 어머니 표정을 밝았고, 뱃가죽에 살이 좀 안집히면 "아들 녀석이 객지에서 고생이 심해서 밥도 재대로 목 먹고 다니나" 싶어서 금세 눈물으 글썽글썽하셨다. 그래서 나는 오랫만에 어머니를 만나러 갈 때는 며칠 동안 왕창 왕창 많이 먹고 살을 찌워서 가곤 했다. 내 살찐 뱃가죽을 잡고 흐뭇해 하고 안도하는 어미니의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6.
그런데 내가 만약 다시 회사를 운영할 일이 있어서 사람을 뽑을 경우가 있다면 살이 찐 사람은 단 한명도 채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여기서 말하는 살이 쪘다는 정도는 평균 체중보다 10킬로 그램 이상 살찐 사람을 말한다. 그 정도 살찐 사람들과 차 마시고 밥 먹고 친교를 나누는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중요한 일을 함께 도모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 중요한 일을 맡길 생각은 추호도 없다. 자기 관리에 엄격하지 않은 사람과 중요한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직원 채용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설령 식모를 채용해도 뚱뚱한 식모는 채용하지 않을 것이고, 사랑을 할 일이 있어도 뚱뚱한 언니와는 사랑을 하지 않을 것이다!
7.
삶에는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자기 절제를 해야할 것들도 많다. 그리고 남에게는 관대하더라도 자기에는 엄격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 의지가 약한 사람은 이를 제대로 처리할 수가 없을 것이 뻔하다. 동물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가령 사자가 너무 많이 먹어 살이 쪘다면 사냥을 제래로 할 수가 없을 것이 뻔하다. 살이 디룩디룩 쪄 토끼 새끼 한마리도 사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자가 있다면 이런 사자는 사자가 아닌 것이다!
도심에 사는 길양이 중에서도 살이 디룩디룩찐 놈들이 더러 있다. 그런 놈들은 도심의 쓰레기 봉지를 뒤져서 이것 저것 많이 먹어서 살이 디룩디룩 찐 것이다. 이런 놈들은 쥐새까 한 마리 사냥할 수 없다! 살이 디룩디룩찐 길양이들은 몸이 무거워서 날렵하게 질주할 수가 없다! 이런 놈들은 정말 한심한 놈들이다. 이런 놈들은 무늬만 고양이지 고양이를 욕되게 하는 꿀꿀이다! 꿀꿀이와 고양이는 전혀 다르다.
8.
함량미달 정치가들은 담배를 공공장소에서 태우면 연기가 옆사람에게 지장을 주는 정도밖에 생각하지 못한다. 머리 나쁜 정치가들이 정치를 하는 한 담배를 태우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중 삼중의 부담을 주고 고통을 줄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태우는 것은 담배 연기만이 문제가 아니다! 함량미달 흡연자들이 아무 데나 버리는 담배꽁초 문제는 연기 문제보다 더 심각하다.
그 인간들이 아무 데나 버린 담배꽁초를 치우는 비용을 담배 패우지 않는 사람들이 함께 물어야 하는 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담배값을 지금 보다 열배나 스무배 이상 올려 담배 꽁초 청소비는 전적으로 그들이 물게 하고, 담배를 태우지 않은 사람이 그 동안 억울하게 부담했던 담배꽁초 청소비는 꼼꼼하게 계산해서 환불해주어야 한다.
도심 곳곳에 있는 쓰레기통에 담배꽁초를 버리지 못하게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 쓰레기 분리 수거를 하듯이 쓰레기 중에서 담배 꽁초는 별도 쓰레기로 규정해야 한다. 흡연자들은 담배꽁초 개인 쓰레기통을 소지하게 하고, 꽁초는 개인 쓰레기통에 모아서 각자의 집으로 가져 가게 해야 한다. 그리고 담배 꽁초를 함부로 버리는 자에게는 혹독한 벌금을 물리게 해야 한다. 두번 세번 반복할 때는 가중 처벌을 해야 한다.
비만도 흡연처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데 문제의 심각함이 있다. 비만인구가 늘면 그만큼 사회 간접 자본이 많이 들게 된다. 가령 비만인 사람이 지하철 의자에 앉으면 비만 아닌 사람에게 지장을 준다. 비만인 사람이 지하철 에스칼레이터를 타면 그만큼 기계에 무리를 많이 주어 기계의 고장이나 수명 단축에 영향을 미친다. 비만인 사람이 식당에 와서 의자에 앉아서 뭉게고 있으면 의자의 고장 원인을 가중시키거나 수명을 단축 시킬 가능성이 많다. 뚱보가 가까이 다가오면 마치 승용차 옆으로 트럭이 다가오는 것 같은 부담을 주기도 한다......
흡연이 공공 생활에 완전히 추방해야 할 공공의 적인 것처럼 비만도 이제 공공의 적으로 간주해야 할 때가 왔다고 할 수 있다. 한 나라가 망하는 것은 외침에 의해서 아니라 내부의 분열로 시작되듯이 개인의 건강이 무너지는 첫걸음은 큰 사고나 질병에 의해서 아니라 작은 비만에 의해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비만은 건강의 최대 적일 뿐 아니라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인 동시에 공공의 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비만인 자는 자기 절제력을 상실한 장애인이 때문에 불치병 환자로 간주하고 그에 적합한 대우와 그들 만의 대책을 별도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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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다음은 "아침 식사"가 이어집니다.
첫댓글 오늘부터 5키로 빼려고 노력 하겠습니다.
선생님의 글은 전부 다 보약 같습니다.
ㅎㅎㅎㅎ....짝짝짝...^^*
송현 선생님 회원을 위해 너무 벗으신 것 같습니다. 속옷 정도는 입으셔야지요.소변도 대변도 몸무게까지 나와 알몸이 되시면 선생님의 체면이 말이 아니십니다.사생활 공개는 누구에게나 쉬운일이 아니십니다요.살을 빼는 것은 암 고치기보다 힘든다는 것인데 살을 빼실 분 들에게 많는 도움이 되겠습니다.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수행중에 제일 힘든 수행이 먹는것 자제 하는 것이란 말씀이 잇는되 수행 (1) 호가 먹는것 자제 람니다,
오욕락 중에 (1) 호가 먹는락 자제 라고 합니다,선생님 건강 강의 고맙습니다,_()()()_
살을 빼는건 의지력의 시험이라고요 맞습니다 저는 빼본 적이 없었습니다 ㅋㅋㅋ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하하하하
선생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저도 5kg 더 줄이도록 노력하렵니다.
살아 있는 글 고맙습니다
원래 일이 잘 풀리지 않을때는 음식을 검소하게 취하라는 말이 있지요.그리고 배나온 사람은 성공할 수
없는 기운을 배에 채우고 있다.는 말씀도 들었습니다. 그럼 너는 어떠냐? 저는 잠시 힘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지금 회복 단계에 있구요. 의식주를 다 줄이고 체중은 항상 같습니다만 가끔 뱃살이
쬐끔 찔때가 있습니다. 1Kg정도 늘겠죠? 오징어에 마요네즈가 요즘은 주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