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3 배선생은 최초의 결혼 생활이 실패로 돌아간 뒤 그것을 새 남편에게서 보상받고 싶어 했으니, 아버지는 기대에 부응해주지 않았다. 그럴 만도 하지. 아버지는 단지 '남는 장사'를 위해 결혼한 거였으니까. 따로 사는 친할머니를 챙겨주고 살림을 도맡아해주며 사회적 지위까지 괜찮은 여자를 억기 위해 결혼 시장에 목돈을 지불했는걸.
1. 이 책에서 배선생은 '실패'한 결혼을 딛고 일어서 '성공'적인 결혼, 이상적인 가족을 꾸려나가기를 원합니다. 아버지는 따뜻한 아침밥을 차려주고 집안 살림에 노모를 보살필 무보수의 '우렁이 강시'를 얻기 위해 결혼합니다. 우리 사회는 왜 결혼이라는 '소단위의 그룹화'를 당연하고 정상적인 것으로 여기는 걸까요? 그리고 결혼이라는 제도에 있어 성공과 실패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리는 왜 결혼을 선택했으며, 지금의 결혼 생활이 예전에 꿈꿨던 생활과 얼마나 비슷하거나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p. 37 공간 확보에 대한 배 선생의 욕망은 점차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내 사람이라 생각되지 않을 때, 자리가 내 자리 아닌 것만 같을 때 더욱 증폭되는 공간에의 욕구. 배 선생의 과장된 손짓 한 번, 누추한 몸짓 한 번마다 "여긴 내 집이고 여기 안주인은 나야!"라는 비명이 들려왔다.
2. 작가는 타인에 대한 지배력, 권력에 대한 욕망을 공간에 대한 집착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공간 확보에 대한 욕심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공간 확보의 욕망이 어떻게 권력과 타인에 대한 지배력이 될 수 있는지 토론해 봅시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도 공간확보 욕망으로 표현되는 지배력, 권력이 어디에 드러나고 있는지 이야기해봅시다.
3. 위저드 베이커리 웹사이트에는 정체불명의 빵들을 별도로 택배 판매합니다. 악마의 시나몬 쿠키(p.53)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에게 먹이면 약 2시간 동안 뇌신경세포를 교란시켜 실수를 하게 만들어 줌), 마인드 커스터드 푸딩(p.31 시험, 출장 등 중요한 일을 앞두고 마인드 컨트롤), 메이킹 피스 건포도 쿠키(100%화해), 브로큰 하트 파인애플 마들렌(실연상처 잊음), 노때큐 사브레 쇼콜라(거절할때), 비즈니스 에그 머핀(장사에 있어 소소한 행운), 메모리얼 아몬드 스틱(잊었던 기억 되돌림), 에버 앤 에버 모카 만주(매순간 당신을 기억), 도플갱어 피낭씨에(또다른 나), 체인 월넛 프레첼(짝사랑하는 사람의 호감을 얻음) 그리고 걸작품인 타임리와인더(원하는 시간으로 돌려줌) 등이 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여러분의 인생 중 위에서 한 가지 빵을 선택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순간에 어떤 빵을 고르시겠습니다. 그 이유는?
p. 134 "언제나 옳은 답지만 고르면서 살아온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당신은 인생에서 한 번도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없나요?"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야.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그 선택의 결과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너의 선택은 더욱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말을 하는거야...."
4. 이 책은 선택을 남발하고, 그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악마의 시나몬 쿠키로 반친구를 죽게한 여고생과 체인 월넛 프레첼로 자신에게 호감을 갖게 한 남자를 3개월 뒤 부두인형으로 눈 멀게 하고자 한 20대 여성이 그 예입니다. 우리는 수 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그 선택에 따른 결과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에 가끔은 만족도 하지만 또 많은 좌절과 아픔, 고통의 결과를 얻기도 합니다. 후회하지 않을 혹은 후회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우리가 한 선택이 의도치 않은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그 결과에 대처하시겠습니까?
p.162 순간의 긴장이 풀리자 뜻밖의 눈물이 찔끔 제멋대로 새어나왔다. 학교 선생이, 또는 배선생이 내게 똑같은 일을 했을 때 나는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던가. 회피나 분노, 억울함 아니면 냉소, 나의 마음은 그런 것들로 채워져 지금과 같은 감정에 자리를 내줄 틈이 없지 않았던가. 누군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데에서 오는 아픔에.
p. 164 ...문득 아래로 떨어뜨린 시선에 적당한 간격을 두고 나란히 놓은 그의 슬리퍼 한 쌍이 보였다. 나는 이렇게 고개를 숙인 채 얼마나 오랜 시간을, 내 눈앞에서 배 선생의 슬리퍼가 말없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던가.
그러나 이번에는 슬리퍼가 돌아서서 사라지는 대신 천천히, 조금 더 눈앞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5. 배선생의 슬리퍼가 말없이 사라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여러분의 슬리퍼는 여러분 아이(들)의 시선 앞에서 소리없이 사라지고 있나요? 아니면 천천히 아이에게 다가가고 있나요? 여러분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나요? 여러분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누군가가 여러분 곁에 있나요?
6. 이 책에는 두 가지 결말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두 가지 결말 중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선택의 이유는 무엇입니까? 만일 여러분이 결말을 창작할 수 있다면, 여러분이 원하는 결말은 어떤 것입니까? (타임 리와인더 쿠키를 사용하면 그로 인한 '균열'과 '타격'은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나누어 책임을 지게 됨을 명심하세요! p.211)
p. 36 나는 단지 거기 존재했을 뿐이데
p. 40 나는 단지 이 자리에 있었을 뿐인데
p. 121 나는 단지 거기 있었을 뿐인데
p. 63 '긍정이나 부정, 자기가 바라던 어느 쪽의 변화든 간에 이것은 물질계와 눈에 보이지 않는 비물질계의 질서에 변화를 일으키는 일입니다. 따라서 모든 마법의 이용 시 그 힘이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하십시오.
p.137 나는 꿈을 꾸지 못하는 그가 조금은 마음 아팠다. 그는 어쩌면, 인간들이 꾸는 꿈이란 그들만의 불필요한 환각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냉소적으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타인의 꿈속에서 어떤 상징과 배열을 읽어내는 능력이 있으나, 그 꿈을 자기 것으로 할 수 없는 사람, 우리가 꿈이나 환상이라고 치부하는 것들이 그에게는 모두 명백한 현실일터이니.
p.139 옛 이야기에서와 달리 지금 사람들이 마법의 과자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건 당장의 물리적이고 물질적인 필요보다는 대체로 추상적이고 감정적인 문제 때문. 과열된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수소를 가득 담은 풍선만큼이나 끝없이 상승할 수 있다. 감정과 풍선의 공통점은 비가시권의 높이에서 제풀에 폭발해버린다는 것.
그에 비하면 현실이란 그넷줄이나 위로 튀어오르는 공과 같이 얼마나 건조하고 절망적인지. 언제나 눈에 보이는 곳까지밖에 오르지 못하며, 땅이 잡아당기는힘을 뿌리치지 못하고 다시 내려오니까.
p. 185 ...무엇보다도 사람의 감정은 어째서, 뜨거운 물에 닿은 소금처럼 녹아 사라질 수 없는 걸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참치 통조림만도 못한 주제에. 그러자 문득 소금이란 다만 녹을 뿐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떤 강제와 분리가 없다면 언제고 언제까지 그 안에서.
p.242 지금껏 잘 견뎌왔다. 앞으로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타임 리와인더를 쓰지 못하게 한 불의의 사고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걸 안다. 누군가각 씹다 뱉어버린 껌같은 삶이라도 나는 그걸 견디어 그 속에 얼마 남지 않은 단물까지 집요하게 뽑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