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 효과의 구성 요소
제품을 만들어놓고 시장에 내놓으면서 많은 회사들은 효과적인 홍보와 마케팅 수단을 고민하게 된다. 광고가 넘쳐나지만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은 소비자의 ‘사용 후기’다. 동일한 사용자 입장에서 “사용해보니 괜찮더라” 하는 평가가 한 번 돌기 시작하면 이는 제2, 제3의 다른 소비자들에게로 확산된다. 이러한 ‘구전’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는 방법과 시나리오를 알아보자.
A라는 제품을 공들여 만든 M사는 A를 어떻게 퍼블리싱(publishing)하고 적극적으로 PR하고 브랜드 마케팅을 할 것인지, 그리고 광고는 언제쯤 어떤 방법으로 취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한다. 회사의 CEO를 비롯해 각 팀원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취합한 결과 다음과 같은 전략을 순차적인 단계로 설정해놓았다.
1단계 _ A제품을 주로 애용할 타깃층을 미리 구상해본다. 연령, 계층, 지역, 인맥, 취향 등을 세분화(segmen-tation)해서 이들을 어떤 방법으로 공략할지 밑그림을 그린다. 전형적인 오프라인에서의 수다를 통하거나 온라인 게시판이나 전자우편, 커뮤니티 등을 뚫어보는 것도 한 전략이다.
2단계 _ 어느 정도 입소문이 났다고 판단되면 타깃층의 수장격인 사람과 그 주변인들(쉽게 말하면 동호회의 운영진과 열성 회원들)을 회사로 불러들이거나 이들과 접선해서 제품의 구체적인 장단점, 개선점 등을 허심탄회하게 듣는다.
3단계 _ 1단계와 2단계 사이 혹은 2단계와 함께, 아니면 2단계가 어느 정도 종료된 후, 적극적인 PR 활동에 들어간다. 마치 제품 소개서나 매뉴얼 하나를 들이미는 듯한 딱딱한 보도 자료보다는 1, 2단계에서 발생한 에피소드나 또 다른 스토리를 엮어서 역동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한 보도자료를 꾸며본다.
4단계 _ 제품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확신이 들면 신문, TV,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에 광고를 한다. 단 광고는 선택일 뿐 필수는 아니다.
M사가 위와 같은 4단계 프로세스를 통해서 성공을 거뒀는지는 일단 접어두자. 만약 M사가 성공적으로 제품을 런칭했다면 ‘구전(口傳) 마케팅’ 혹은 ‘입소문 마케팅’을 제대로 활용한 경우다.
이렇듯 구전 마케팅이란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상품이 화젯거리로 자연스럽게 부상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전염성이 강한 입소문을 무기로 해서 사전에 특별한 홍보나 광고 없이도 상품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과연 커뮤니케이션의 하나인 입소문은 무엇일까?
전염성 강한 입소문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 미국의 뉴스위크지는 입소문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전염성이 있는 수다이다. 즉 강렬하고 새로운 사람, 장소 혹은 물건에 관한 사람들의 현실적인 흥분.”
입소문의 본질은 기업이 먼저 부추기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상품을 전파한다는 점이다. 광고나 기타 판촉 활동에 비해 그 효과는 훨씬 크면서도 비용은 거의 안 든다는 매력이 있으니 이를 마다할 기업은 없다.
그렇다면 구전 마케팅의 본질은 무엇일까. 두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하나는 엄밀히 말하면 구전 마케팅은 어떠한 이론으로 구축된 것이 아니다. 마케팅 기법의 하나로 정리가 잘 돼 있거나 PR 입문서처럼 일목요연한 목차가 정해져 있지도 않다. 또 그다지 과학적이지도 않고 그 효과에 대한 측정 기법이 정확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구전 마케팅은 결코 짧지 않은 역사를 갖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배영일 연구원은 엠마뉴엘 로젠의 ‘입소문으로 팔아라(The Anatomy of Buzz)’의 서평을 쓰면서 다음과 같은 서두를 풀어냈다.
“구전(word of mouth)은 자연스런 사회적 현상인데 그것이 물건 판매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것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을‘입소문 마케팅’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인류가 물건을 상업적으로 팔기 시작할 때부터 사용한 최초의 마케팅 수단이다. 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입소문 마케팅에 관해 연구해 왔으나 대부분은 사례 중심의 부분적 연구에 그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침서를 만들지는 못했다.”
아마 이런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당시에는 구전 마케팅인지도 모르고 사람들의 입소문을 신기해하고, 그것을 거들거나 부추겼는지에 대해서도 모호한 판단을 하는 경우. 이는 입소문을 입증하는 사례가 될 수 는 있을지언정 구전 마케팅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구전 마케팅은 제품의 생산부터 출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 있는 현상이긴 하지만 분명 그 자연적인 현상에도 법칙과 전략은 있기 마련이다.
두 번째, 입소문이 제품 출시 전에 형성되느냐 후에 형성되느냐는 구전 마케팅의 본질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다. 엄밀히 따지면 전파력이 강한 입소문이 제품 출시 후에 일어난다면 완벽한 구전 마케팅으로 말하기 어렵다.‘완벽한 구전 마케팅’이란 용어 자체가 혼란스럽지만 어찌됐든 일종의 해프닝처럼 일어나는 입소문 현상만으로 구전 마케팅을 설명한다는 것은 무리다.
완벽한 구전 마케팅에는 신비감을 깔고 들어가는 사전의 시나리오도 필요하고 입소문 이후에 어느 정도 인위적인 후속타나 배경 형성, 바람잡이, 길라잡이 등이 필수적이다. 제품 출시 후 이미 PR과 광고가 동시다발적으로 들어가는 시점에서 생성되는 입소문이란 그 효과는 있을지언정 냉정하게 말하면 구전 마케팅으로서의 큰 의미는 없다.
구전 마케팅이 제대로 성공하려면 기자들조차도 도대체 어떤 상품일까 궁금해 할 만큼의 매력적인 요인을 듬뿍 가지고 있어야 하며, 상품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부터 타깃층을 중심으로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한다. 마케팅이 어우러지면서 사람들은 종교나 정치적 견해·가치관 등이 아니라 사용하는 제품의 브랜드로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
입소문 효과의 구성 요소
입소문도 시대를 거스를 수는 없다. 나름대로 트렌드를 형성하고 시대적인 감각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이다. 구전 마케팅의 지형도를 살펴보다 보면 재미있는 용어의 변이 현상을 보게 된다.
① Word of Mouth
② Word of Mouse
①은 루머, 입소문 등을 일컫는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단위다. 학창시절 귀에 박히도록 배웠던 수많은 구전 가요들을 떠올린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런데 ②에서는 ‘mouth’를 교묘하게 ‘mouse’로 바꿔놓았다.
②를 일명 ‘웹소문’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물론 공식적인 명칭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이 보편화되면서 시공을 초월하는 네트워킹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Word of Mouse’라 할 수 있다.
최근 이러한 웹소문이 급부상하면서 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들이 주목받고 있다. 모바일, 전자우편, 인스턴트 메신저 등 디지털 패러다임을 대변하는 이 도구들의 등장은 광고의 영향력을 위협할 만큼의 매우 효과적인 입소문의 진원지로 등극했다.
그렇다면 디지털 입소문을 근간으로 하는 구전 마케팅의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 여기서는 다섯 가지 핵심 키워드를 분석해본다.
예시된 다섯 가지는 PPL컴퍼니의 정재윤 이사가 쓴 리포트 ‘입소문 마케팅의 가능성과 전략적 접근 방안’에서 가져왔다.
◈ 커뮤니케이터 _ 의견 선도자(Opinion Leader), 조기 수용자 등을 통해 입소문은 강한 전파력을 발휘하게 된다. 가령 한 회사가 제품 출시를 앞에 두고 그 제품의 성격에 맞는 타깃층을 선발, 그 중에서도 핵심 인물을 지목해 그에게 입소문을 마음껏 낼 수 있는 전권을 쥐어준다면 어떨까. 영향력 있는 그 한 사람에 의해서 주변의 많은 사람들까지 그 흐름에 동화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
◈ 메시지 _ 메시지는 상품에 대한 다양한 의견, 언급 등의 총체를 말한다. 전파되는 메시지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입소문의 영향력, 속도가 판가름난다고 할 수 있다. 가령 평범한 품평보다는 이를 각색해 감동스럽거나 유머가 깃든 메시지로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린다면 좀더 강력한 전파력을 갖게 될 것이다.
◈ 미디어 _ 입소문은 단순히 구전만을 뜻하지 않는다. 전자우편, 메신저, 모바일 등도 확장된 입소문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TV 등의 매스미디어는 입소문의 촉발제인 동시에 굳히기로 작용하게 된다. 즉 이 모든 통합적인 환경 하에서 입소문은 시작되고 전염성을 갖는다.
◈ 잡음 _ 잡음은 구전 마케팅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항목 중 하나다. 긍정적인 기류에 따라 퍼져 나가는 입소문이 아니라 부정적인 악성루머가 바로 잡음의 요체이다. 가령 소비자들의 기호에 따라 그 경쟁력이 좌우되는 제품군의 경우 사실에 근거하지도 않은 루머가 바이러스처럼 번지게 되면 이를 제어할 방법을 찾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따라서 구전 마케팅을 염두에 두었다면 이러한 위기관리 방안까지 마련하는 건 필수다.
◈ 경험의 장 _ 마케팅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입소문을 형성하려면 그에 적합한 구전 집단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흔히 말하는 타깃층을 설정한다는 것으로 신뢰할만한 사람이 전하는 의견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가올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적확한 인맥을 확보하고 정보 유통의 최전선에 있는 이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특히 문화·언어·관심·경험에 있어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운집하고 있는 커뮤니티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드라마 ‘다모’도 구전 마케팅의 산물
얼마 전 종영한 MBC 드라마 ‘다모’는 다모폐인(다모를 열성적으로 시청하는 매니아)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소위 대박 드라마처럼 시청률 40∼50%를 넘나 들었냐면 그것도 아니다. 최고 20%를 넘는 수준이었으니까 어쩌면 그렇게 호들갑(?) 떨 일도 아닌 셈이다.
그런데 이 상품 하나가 최고의 상종가를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모는 시청자들의 입소문 효과를 제대로 활용한 방송가‘구전 마케팅의 바이블’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지상파에서는 유례없이 전체 분량의 80% 정도를 미리 찍어둔 사전 제작 시스템, 이미 만들어 놓은 드라마에 대한 소문을 조금씩 흘린 제작진, 그리고 방영 전부터 다모폐인 카페를 만들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네티즌 등 삼박자가 고루 들어맞아 히트상품 ‘다모’가 탄생한 것이다. 여기에 앞다퉈 언론매체까지 연일 기사를 써댔다. 이 정도면 구전 마케팅의 모범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김치까지 나눠준 만도 김치냉장고
만도공조의 김치냉장고 딤채는 흔히 국내의 구전 마케팅을 논할 때 자주 거론된다. 자동차 에어컨을 주로 만들었던 만도공조는 처음 김치냉장고라는 생소한 제품을 내놓기 전부터 이를 테스트해 볼 타깃층을 설정하게 됐다. 이 회사가 정한 곳은 강남, 그리고 부촌 아파트에 사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해서 김치냉장고는 물론 김치까지 나눠주며 직접 써보도록 권유했다.
소문은 놀랄 만큼 빠르게 전파되면서 최근 100만대 이상의 거대 시장을 형성하게 됐다. 처음에는 부촌이 진원지였지만 김치냉장고의 효능이 주부들에게 설득력을 가지면서 다양한 계층을 포섭하는 개가를 이뤘다.
이와 비슷한 체험 마케팅 사례로 파스퇴르 우유를 들 수 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우유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방법으로 구전 마케팅을 시도한 것.
파스퇴르는 주부 시찰단을 모집해 공장을 견학시키고 위생적으로 처리되는 우유 생산의 공정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며 시음하게 했다. 마치 소독약 같은 용기에 든 낯선 우유는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고, 아줌마들의 입소문 유포는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가까운 일본으로 건너가 보자. 일본의 틴즈네트워크라는 마케팅 회사는 2000명이 넘는 여고생들을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다.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왜 철없는 애들을 그렇게 많이 회원으로 데리고 있냐고 의문을 가질 건 뻔하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구전 마케팅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기본 전략이다.
틴즈네트워크에 홍보를 의뢰한 회사의 제품이 도착하게 되면 이미 확보하고 있는 구전 단원들을 풀어서 공짜로 제품을 써보도록 한다.
일당백이라고 새로운 제품에 열광하는 여고생 한 명만 제대로 잡아도 이들이 쏟아내는 전파력은 실로 대단하다. 2000명이 떠들고 다니는 효과는 곧 30만명 정도에게 알려지는 효과를 내고 곧 하나의 트렌드로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매스컴에 주목을 받게 된다.
여론을 선도하는 이들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구전 마케팅의 정착은 미국 역시 예외일 수 없다.
포드는 지난 2000년 일본의 혼다에서 출시한 씨빅이 미국 소형차 시장 자리를 차지하게 되자 즉각 포커스라는 소형차로 맞대응하게 된다. 그러나 단순히 맞불 작전으로 나선 것만은 아니다. 5개 주요 시장인 뉴욕·마이애미·LA·시카고·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여론을 선도할 만한 120명의 젊은이들을 뽑았다. 이들의 대활약에 힘입어 포드는 전미 소형차 판매 부분 선두를 탈환하게 됐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제품을 마음껏 입소문 내줄 구전단을 통해 제품은 날개를 달게 된다. 물론 구전의 전파력은 천차만별이다.
그러니 입소문의 징후에 대해 너무 초조해하거나 또 과신하는 것도 금물이다. 앨 리스와 잭 트라우트가 쓴 ‘마케팅 전쟁’에서는 광고나 PR, 판촉 활동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광고에 대한 반응이 느리게 나타나는 분야는 맥주나 담배, 콜라와 같은 개인 소비 성향의 제품이다.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맥주를 마실 때 이것은 단순히 갈증을 해소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자신을 표현하려면 그 전에 어떤 상표에 대해서 편안하고 익숙해져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된다.”
아이러브스쿨과 한메일의 성공 사례
몇 년 전 동창회 열풍을 주도했던 아이러브스쿨(www.iloveschool.co.kr)이란 사이트를 기억할 것이다. 잊혀진 동창들을 찾아 과거의 교실을 사이버상에 재건한다는 아주 간단한 컨셉이었는데 이 동창회 사이트가 네티즌들 사이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아이러브스쿨의 약진은 순전히 네티즌들의 입소문으로 이뤄졌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복고 열풍은 오프라인까지 번져 이 사이트의 인기가 최절정이던 해의 연말에는 각종 동창회 모임으로 술집이나 식당의 예약률 또한 어마어마했다.
전략적인 이메일 마케팅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핫메일은 발신자가 이메일을 수신자에게 보내게 되면 항상 하단 태그에 ‘Get your private free email at http//www.hotmail.com’이라는 메시지를 자동으로 첨부하게 해 약 1년 사이에 14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의 경우 미개척 시장을 돌파해 막대한 비용없이 고지를 점령한 다음의 한메일을 예로 들 수 있다. 전자우편을 쓰는 네티즌이라면 거의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정도로 대중화된 한메일은 커뮤니티인 카페를 덧붙여 자생적인 온라인 그룹을 형성하게 했다.
역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받는 ‘P2P (Person to Person, Peer to Peer)’역시 효과적인 입소문 마케팅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음반사와의 저작권 분쟁으로 홍역을 치른 냅스터(Napster)나 소리바다는 이러한 사례로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온라인 게임에서 입소문은 가공할만한 위력을 가진다. 최근의 많은 게임들이 입소문 전략을 하나의 마케팅 단계로 수혈하고 있는 추세인데, 입소문으로 열성 회원들을 많이 확보한 경우 이를 보도자료로 작성해 적극적인 PR에 나서게 된다.
게임을 런칭하는 데는 세 가지 단계를 밟는 게 보통인데, 알파테스트, 클로즈베타, 오픈베타 등이 그것이다.
알파테스트는 게임 공개에 앞서 사내의 직원들이 먼저 테스트를 해보는 것을 말하며 클로즈 베타는 소수의 베타 테스터를 선정해서 이들에게 최종 테스트를 맡기는 단계다. 이 과정에서 오류도 잡고 보완 개선점을 발견하는데 게임에 대한 비밀스런 구전 효과는 이 시기부터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테스터들은 해당 게임을 즐기면서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게임의 매력에 젖어들게 되면 자발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내게 된다. 게임이 정식 발표가 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입소문만으로 궁금증을 유발시키면서 일반적인 게임유저들 뿐 아니라 업계 관계자들에게도 관심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클로즈 베타 시기를 성공적으로 거치게 되면 비로소 유료화의 전 단계이자 정식 공개 서비스를 시작하는 오픈 베타로 접어들게 된다. 이와 함께 효과적인 구전 마케팅을 발판 삼아 PR도 하고 다양한 이벤트도 펼쳐나간다.
만약 게임에 대해 긍정적인 입소문이 형성돼 있었다면 게임은 탄탄대로를 거치며 유료화에 안착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클로즈베타에서 오픈베타 사이의 간격이 아주 넓어지거나 심한 경우 정식 오픈을 못하는 수도 생긴다.
한편으론 마케팅 담당자들조차 모르는 사이에 입소문이 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도 구전 마케팅의 범주이기는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의 경향은 아니다. 여하튼 구전 마케팅에도 전략과 원칙이 미리 세워지는 추세기 때문이다.
우리와 친근한 소주 얘기를 한번 해보자. 술자리에 몇 번이라도 있어본 사람이라면 오십세주를 마셔봤거나 최소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오십세주는 애주가라면 다 알다시피 ‘참이슬+백세주’를 혼합한 소주를 말한다. 식당에 가서 “오십세주 주세요”하면 보통 주전자나 입이 큰 술병을 백세주, 참이슬과 함께 준다.
백세주 제조업체인 국순당이나 참이슬 제조업체인 진로나 서로 나쁠 건 없다. 이것을 두고 상생(相生)의 코피티션(coopetition협력과 경쟁)이라고 하면 과장이겠지만, 어찌됐든 두 회사의 술이 하나의 브랜드로 탄생하는 기막힌 과정을 관계자들이 지켜본다면 굳이 기분이 나쁠 리는 없을 것이다.
오십세주와 백두산주 이야기
문제 아닌 문제는 이 오십세주가 탄생하게 된 기원(?)이 불분명하다는 게 업계의 미스테리다. 회사 담당자들조차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호에 맞는 순도를 찾고자 하는 애주가들이 빚어낸 작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여기서만 그치는 게 아니다. 최근에는 백두산주라는 브랜드가 소주 애호가들에 의해 새롭게 태어났다. 백두산주는 백세주에 두산에서 제조하는 산(山) 소주 두 병을 섞은 것을 말한다고 한다. 오십세주보다는 도수가 높은 대신 여럿이 어울려 마실 때 적합하다는 게 소비자들의 설명이다.
이것 역시 대체 누가 먼저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해당 업체에서 비밀스런 구전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면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지만, 업계 담당자들조차도 새로운 소주의 탄생에 고개를 갸웃하고 있으니 여전히 미스테리인 셈이다.
입소문의 부정적 요인을 간파하라
구전 마케팅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위에서 살펴본 구전 마케팅의 핵심 요소 중 ‘잡음’처럼 부정적인 요인을 주의해야한다.
먼저 입소문이 일어날 만한 환경에 대한 정교한 분석이 선행되지 않으면 말이 변형되고 왜곡돼 전파될 소지가 높다. 만약 지나치게 축소 과장되거나 악성 루머로 번지면 종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오히려 판매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에 따라 수많은 마케팅 전문가들이 구전 마케팅에서 강조하는 것은 바로 제품 그 자체다. 너무도 당연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제품의 질이 우수하지 않으면 구전 마케팅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제품 자체에 전염성이 강하게 내재돼 있는, 다시 말해 제품 자체만으로 스스로 양성 바이러스를 품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기업은 처음부터 거창하게 떠들기보다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감정적인 반응을 유발시키면서, 조금은 느긋하고 겸손하게 고객들에게 다가서야 한다는 것이 구전 마케팅의 요체로 설명된다.
결과적으로 구전 마케팅은 고객과의 신뢰 구축을 핵심으로 한다. 직접 소비자(고객)가 제품을 평가하고, 심지어는 제품의 골격부터 마지막 출시까지를 감시하고 눈여겨보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조류 속에서 구전 마케팅은 더없이 훌륭한 전략적 방법이라고 할만하다.
마지막으로 구전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전략을 짚어본다.
◈ 구전단의 상호 작용을 분석 활용하라
먼저 화제를 불러일으킬 만한 주도적인 여론 선도자들이 필요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물론 여기서만 그치면 안 된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품평하고 이것을 화제로 삼아 서로 정보를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구전단을 논할 때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보통 가족, 친한 친구로 맺어져 유대감이 강한 집단끼리 전파력이 강할 것이라는 선입관이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일면식도 없었거나 아니면 사무적, 공식적인 관계로만 맺어진 네트워크에서 강한 전파력이 발휘되기도 한다.
◈ 제품 특성과 전략을 동일 궤도에 올려놓는다
제품 특성에 맞게 구전 목표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의 이상규 연구원은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저관여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구매 결정 프로세스는 매우 압축적이다. 제품의 특성이나 기능의 차별화가 사실상 어렵고,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고객은 제품 구매 결정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반대로 고관여 제품은 가격이 비싸고 상당 부분 차별화가 이뤄졌기 때문에 고객의 구매 결정 프로세스가 비교적 명확히 구분된다.”
입소문의 응집력이나 전파 속도, 그리고 그것의 영향력 등은 제품마다 천차만별이라는 뜻이다. 제품의 특성, 구전단의 특성, 이 두 가지를 제대로 융합해 내는 혜안이 요구된다.
◈ 커뮤니케이션에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라
입소문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전파되는 징후가 보이기 시작하면 기업은 장전해 두었던 비장의 카드를 하나 둘씩 꺼내 들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해서 제품 구매까지 깔끔한 마침표를 찍어내는 게 구전 마케팅의 최종 목표이기 때문이다. 자연적인 전염을 가속화하기 위한 인위적인 방책을 풀어놓아야 한다는 것.
엠마뉴엘 로젠은 “마케팅의 출발은 좋은 제품의 개발이며, 그리고 나서 제품을 써본 고객이 자발적으로 그것을 소재로 이야기할 때 비로소 입소문이 퍼져나갈 수 있다. 다만 마케터들은 이런 입소문이 왜곡되지 않고 보다 쉽게 퍼져나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활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입소문을 자극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대표적으로 광고와 인쇄매체 인터넷 등을 들 수 있다. 양분해보면 매체를 통한 홍보이며 또 하나는 웹상에서 커뮤니티의 폭발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과다한 판촉 활동보다는 점진적인 PR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효과적이다.
물론 입소문이 부정적으로 전파됐을 때를 대비한 위기관리 방안도 필수적이다. CEO부터 중간관리자, 평사원까지, 그리고 내근직이건 외근부서이건 전직원이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구전 마케팅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CEO Re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