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제Ⅱ. 독서이력철과 우리 회의 대응 과정 ․ 14
∙이명욱(어린이도서연구회 정책국장)
▣ 책 토론회(《만국기 소년》유은실 | 창비) ․ 24
∙박선희(강원지부 강릉지회) ‘만국기 소년’을 읽고 ․ 24
∙김연희(경기북부지부 김포지회) 만국기 소년과 희미한 기억들 ․ 26
∙서미영(경남지부 진주지회) 만국기 소년 ․ 28
∙우윤희(경북지부) 단편동화 속의 아홉 친구들 ․ 31
∙최경숙(인천지부 남동지회) 굳이 선택하라면 ․ 33
∙위창휘(전남지부 여수지회) 만국기 소년 ․ 35
∙이복희(전북지부 군산지회) "마음의 상처" ․ 37
∙이미경(제주지부 서귀포지회) 만국기 소년 ․ 38
∙김경자(충남지부 아산지회) <만국기 소년>을 읽고 ․ 39
∙오세란(충북지부 대전지회) 《만국기 소년》, ‘나’와 ‘어른’의 발견 ․ 40
▣ 조직표 ․ 43
▣ 발제Ⅰ. 독서교육의 현실 (사례발표 1)
아침 독서 10분 운동과 e-독서친구
문희정(경북지부 정책부장)
경북지부에서는 경북교육청과 대구교육청이 실시하고 있는 ‘아침 독서 10분 운동’과 ‘e-독서친구’에 대한 자료를 조사했습니다.
경북교육청은 각 지역 교육청으로 도내 초등학교 학교장이 아침 독서 10분 운동과 e-독서운동이 시행할 수 있도록 공문서를 발송했습니다.
하지만 경북내 초등학교에서도 집중적으로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학교가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의 재량에 맞춰 이 운동이 이뤄지고 있으며, 학부모들의 대다수는 정확한 명칭도 파악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1. 경북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아침 독서 운동에 대한 내용
수업 시작 전 아침자습시간(오전 8시40분 - 9시까지)을 이용해 학생과 교사가 함께 책을 읽는 '아침독서운동'이 2005년부터 일선 학교에서 활발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대구에서는 대부분 학교에서 아침독서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대구시교육청이 역점을 들여 추진한 `독서10분읽기 운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성과를 거두기 시작, 현재는 지역 201개 초등학교와 118개 중학교 모두가 독서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성과를 거두기까지 대구시교육청은 유치원 원감 및 초, 중, 고등학교 학교장에게 `아침독서 10분 운동이 기적을 만든다’는 책을 구입해 제공하면서 까지 독서의 중요성을 홍보해 나갔습니다.
또 지난해 3월말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한국 아침독서 운동본부의 한상수 소장을 초청해 학교장, 독서교육 담당교사, 학부모 등 1천361명을 대상으로 특강을 실시하는 등 아침독서운동의 분위기 조성에도 주력했습니다.
2006년 가을 대구시는 대구시 교육청에서 실시한 ‘아침독서 10분 운동’이 대구 초중고학생 독서량을 전국 평균 2배로 올려놓았다고 보도하며 이것은 아침독서 10분운동의 실시로 독서습관이 형성되었다고 본다고 보도했습니다.
2. 실례
교육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책읽기 3S 운동(Same Book, Same People, Same Mind Movement)도 성과를 보여 직원들은 매달 1권씩 필독 후 책을 서로 교환해 보고 있습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독서 10분 읽기 운동과 3S운동으로 대구시가 명실상부한 독서운동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다” 며 “처음에는 일부에서 반발 및 효과에 의문을 제시했지만 지금은 모두 자발적으로 나서 독서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구시 교육청에서 실시한 아침독서10분은 학교에 따라 10분, 15분, 20분의 형태로 초중고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생, 교사’가 함께하는 시간이 아닌 교사는 개인의 업무를 보고 아이들은 각자가 집에서 가져오거나 도서실에서 빌린 책을 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보는 책은 대부분 학습만화이며, 대부분 책상위에 올려놓고 있을 뿐 장난을 치거나 다른 숙제를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교사는 독서기록장에 그 날 읽은 책을 기록하게 하고, 이 독서록으로 후에 다독상을 주는 학교도 있습니다. 교사는 아이들이 그 시간에 책을 펴고 있다는 확인정도만 할 뿐 어떤 책을 읽는 지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만화의 경우는 학습만화는 허용하고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가끔 문학에 관심이 있는 몇몇 교사의 경우 책을 읽어주거나 아이들에게 도서목록을 정해 돌려 읽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즐겨있는 초등자료를 보면 동화(27.6%),만화(23.2%),역사위인전(17.2%),과학(12.2%)등 순이고, 가장 기억에 남는 책으로 해리포터, 노빈손슨리즈, 삼국지, 이순신, 마시멜로이야기, 로빈슨 크루소 순이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이 운동을 시작하기전이나 2년 후인 현재나 별로 자신의 독서력이나 독서량에 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학교 교사입장에서도 눈에 보여지는 부분은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중고교생을 위한 ‘아침독서 10분 운동’을 펼쳐 성과를 거둔 대구시 교육당국이 학생들의 글쓰기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삶 쓰기 100자 운동’에 나섰다.
이것은 현재는 교육(연수)단계에 있으며 대구지회에서 학교별 도서실 사서도우미 교육을 통해 작년까지도 ‘학교에 책읽어주기’를 하고 있던 초등학교에서 올해는 100자 운동으로 책읽어주기를 그만하기를 원한다고 했다고 합니다.
대구시교육청은 ‘삶 쓰기 100자 노트’ 3만6000부를 만들어 3월 초 초중고교 희망 학생들에게 무료로 나눠 주기로 했다고 19일 밝혔습니다.
이 노트는 학생들이 생활하며 겪은 일이나 현상과 사안들에 대한 느낌, 생각 등을 간략하게 적을 수 있는 400쪽 분량으로 3년치 달력과 3년간 글을 기입할 수 있는 빈 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3. 학부모가 생각하는 아침 10분 독서 운동 그리고 앞으로의 대안
“우리 애는 책을 안 읽어요, 숙제로 나온 책도 대충대충 봐요. 속상해 죽겠어요.”
대다수 부모는 이런 경험을 해 봤을 겁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책장에서 책을 꺼내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대견스러워 하실 겁니다.
“시험을 쳐서라도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나는 아침 10분 독서운동 대 찬성이예요.‘
“아침 일찍 가서 뭐해요, 놀기만 하고 딴 짓 하지, 공부도 안 하는 데, 짧은 시간에 책이라도 읽으면 좋지.”
무엇이 문제인지 아시겠죠.
책을 안 읽으니깐 학교에서 지시하면 읽는 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읽는 책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읽는 것이라고는 유행하는 만화시리즈입니다.
아니면, 학급문고로 비치된 아주 오래된 전집, 집에서도 안 읽는 낡은 명작들입니다. 대부분의 문학책도 요즘은 만화로 나올 정도입니다.
책이 재미있고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학급 내에서도 독서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거나,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활용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책을 읽지 않으니, 아침 10분이라도 모두가 책을 읽게 된다면 조금씩 책과 가까워 질수도 있을 겁니다. 담임선생님과 반 아이들이 함께 책을 읽는 모습은 보기가 좋을 것 같습니다.
보이기 위한 방편이라면 시행하지 않는 게 나을 것임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습니다.
교육당국과 학교, 그리고 학부모의 바른 관심을 우리 아이들에게 쏟아 부어야 할 것입니다
4. 경북교육청이 추진하는 또 다른 책 읽기 운동인 e-독서친구란 무엇인가?
먼저, 경북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내용입니다.
< 어린이 책 가운데 우리 어린이들의 삶에 도움을 주는 책이 참 많습니다. e-독서친구는 어린이 책 가운데서도 어린이들의 성장과 학습에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을 뽑아 학년 성격에 맞게 매뉴얼하여 계획적인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어린이들의 독서 의욕을 높여주고, 올바른 독서습관을 형성하게 해 줌으로써, 글쓰기 능력의 신장은 물론, 스스로 공부하는 학습능력까지 키워 주려는 데 뜻을 두고 있는 독서 나누기 운동입니다.>
5. 교육청이 제시한 e-독서친구 활용방법
e-독서친구 홈페이지는 e-독서친구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한 후, 독후감 작성, 독후감 일기, 독서 릴레이, 자료 평가인증, 우리 학교 독서왕, 독서 퀴즈 골든벨 같은 다양한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인증제는 각 학년별로 인증도서의 개수에 따라 학년별 단계진급을 통해 별(★)점이 주어집니다. 별점이 주어질 때마다 한 단계씩 진급을 하게 되는 데, 진급을 할 경우 인증서를 출력할 수 있게 됩니다.
인증서란 e-독서친구가 제공하는 학년별 독서과제를 충실히 수행하였다는 자격증과 같습니다.
진급은 각 학년별로 정해진 권수의 책을 읽고 e-독서친구가 제공하는 인증과정을 통과하게 되면 자동으로 진급됩니다.
진급이 되면 별점이 하나씩 부과되어 아바타 아래에 표시가 됩니다.
진급을 위한 각 학년별 권장도서의 권수는 아래의 표와 같습니다.
학년1학년2학년3학년4학년5학년6학년권수7권10권12권20권20권22권
진급 후에는 아바타 아래에 별표 레벨이 표시됩니다.
6. e-독서친구의 현황 및 평가 방법
현재 경북교육청은 경북에 있는 모든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e-독서친구 회원가입을 위한 공문서를 발송했습니다. 공문서를 받은 학교는 학부모에게 알림장을 통해서 회원 가입 요청을 했으며, 대다수 학생들은 회원가입을 했습니다.
학교마다 담임 재량에 의해 활동이 이뤄지고 있으며, 각 시도별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학교는 전체의 10%내외입니다.
많은 학부모들은 책을 잃지 않는 아이들이 이런 식으로 해야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다는 기대로 e-독서친구를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아이들은 e-독서친구의 프로그램이 충실한 활동하면 진급이 올라가며 독서인증을 받을 수 있으며 진급이 올라가고(e-독서프로그램 內에서) 다양한 성과물의 발표(독후감 쓰기, 독서 신문 만들기, 독서통장 기록하기, 독서 나무 만들기, 등)로 다독상, 책 읽기의 본보기가 된 상, 등 학교 자체에서 만든 다양한 상을 수여하게 됩니다.
e-독서친구에서 자율평가인증제를 받을 수 있는 평가문제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2학년 학생들이 치러야 할 도서 중에 한권을 선택 했습니다.
제목 : 황소와 도깨비 (글 : 이상 그림 : 한병호 다림, 2학년 듣기 교과서에 수록)
총 6문제가 제시되며, 4문제를 맞아야 다음 단계인 독후감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4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그 책을 선택해서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1. 살찐 새끼 도깨비가 소의 뱃속에서 나올 수 있었던 방법은 무엇입니까?
① 소가 하품할 때 ② 소의 뱃가죽을 뚫고서 ③ 약을 써서
2. 힘이 세진 황소는 하루에 장터까지 몇 번을 왕복하였습니까?
① 1번 ② 2번 ③ 3번
3. 꼬마 도깨비가 꼬리를 아물 동안 있었던 기간은 얼마나 됩니까?
① 1달 ② 2달 ③ 3달
4. 돌쇠가 만난 도깨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① 산오뚝이 ② 혹부리 ③ 황소
5,6번 생략
(그림을 보여주고 문제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었음.)
자율인증제에 올라와 있는 도서는 주로 교과서에 수록된 책을 기준으로 선정되어 있습니다.
1학년 : 40권, 2학년 : 60권, 3학년 : 70권, 4학년 : 100권, 5학년 : 110권, 6학년 : 120권
대부분 2005년 10월, 11월에 교육청 e-독서친구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이것 또한 학부모들을 관심을 솔깃하게 만드는 방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즐거운 책을 읽으면 웃음을 나올 것이고, 슬픈 책을 읽으면 눈물을 흘릴 것이고, 짜증이 나고 분노가 있는 책을 읽으면 소리를 지를 수도 있을 것이며, 아픈 친구의 이야기를 읽으면 가슴이 아파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객관적인 문제를 제시하여 아이가 바르게 책을 읽었다, 책을 잘 읽었다 잘못 읽었다라고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요?
참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속상합니다. 이에 우리 회는 터무니없는 교육당국이 제시하는 e-독서친구의 폐지를 당당하게 내세워야 할 것입니다.
7. e-독서친구의 문제점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빌리거나, 학급에 비치된 독서통장을 통해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다독상’으로 인해 도서관에서는 한 아이가 하루에도 몇 번씩 도서를 대출, 반납하는 행동이 빈번하다고 합니다. 책을 읽고 싶어서 읽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상’을 받기 위한 잔머리를 굴리는 행동까지 일삼고 있다면 정말로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까?
e-독서친구 사이트에 독후감을 올리면 교육청 담당자가 확인한 후, 잘 쓰여진 글이라고 심사 평가되어지면 우수독후감으로 한 단계 올라가게 됩니다.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적었지만, 기술적인 부분이 부족하여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점점 책 읽는 게 곤욕스러워 질 것입니다.
8. 앞으로의 계획
세상에는 나와 똑같은 모습의 사람은 없을 겁니다.
쌍둥이들조차 똑같은 모습은 아닐 겁니다. 이렇듯, 모습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취향이 다른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이치일 것입니다.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있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있고, 책을 좋아하지만 글을 잘 쓰는 재주가 부족한 사람이 있고, 글쓰기보다는 말로 풀어서 이야기를 잘 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책을 읽어서 똑같은 방법으로 책을 읽은 후의 감상을 평가되어 지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의 나라들에 비해 1년에 책을 읽는 정도가 아주 낮다고 합니다. 명문대학에 수석으로 입학한 이들은 대개가 책을 많이 읽었다는 성공담이 여기저기서 들려왔습니다. 결국은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자질이 갖춰진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21세기는 창의력이 높은 아이가 성공을 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도 합니다.
아이들이 책만 많이 읽을 수 있다면 하는 기대로 교육당국은 독서 운동을 펼치게 되었고, 여기에 발맞춰 사교육도 함께 술렁거리게 된 것 같습니다.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다면 하는 기대 심리는 결국 아이들을 독서 시험에까지 끌어 들이게 되었습니다.
책은 즐거운 맘으로, 읽고 싶을 때,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책을 읽는 일에 준비되어야 할 사항이 있어야 하나요?
우리 회는 e-독서운동이 활성화되지 않도록 관계기관들과의 잦은 소통이 있었으면 합니다.
교육청관계자와 학교 독서 담당 선생님과의 연계를 통해, 우리 아이들의 바른 독서문화형성을 위한 길잡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 발제Ⅰ. 독서교육의 현실 (사례발표 2)
독서 논술 교육의 현황과 실태
송경아(제주지부 정책부장)
1. 들어가는 말
어린이 책을 읽은 지 8년째다. 처음엔 그림책만 즐겨보다가 우리나라 창작동화를 공부하며 그 매력에 한껏 빠져들었다.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아 비명을 지르긴 하지만 여전히 책읽기의 즐거움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살고 있다.
나에게는 즐거운 책읽기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있는지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독서 논술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자율적인 선택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강요된 책읽기를 하고 있다. 독서퀴즈대회나 독서인증제에서 좋은 성적과 높은 급수를 받기 위해서 말이다.
몇 년 전부터 불어 닥친 독서열풍이 독서 논술 광풍으로 몰아치고 있는 지금, 지역 현장에서는 독서 논술이 어떻게 계획되고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2. 독서 논술 활성화 시행 계획
도교육청과 시교육청의 3대 중점 추진 과제 중 하나인 ‘독서 논술 교육 강화’ 의 성공적 실현을 위하여 중등교육과 장학사가 기본 계획을 발표하였다.
# 중점 추진계획
(1) 초 중 고 단계별 체계적 독서 논술교육 실시
♢ 교육과정과 독서 논술교육의 체계적 추진 계획 수립 운영
초등학교 단계부터 체계적 독서 논술 지도를 확대하기 위하여 교육계획서에 ‘독서교육 활성화 추진계획’을 포함시킨다. 재량활동 및 특별활동 시간을 활용한 독서교육을 전개하고 자율독서시간 운영, 독서 목표량제 운영, 방학 중 독서 논술 교실을 운영한다. 교과별, 단원별 독서 논술 과제를 부여하여 수행평가에 반영한다.
♢ 사이버 독서 논술교육 전개
학교 홈페이지 및 DLS(Digital Library System)를 활용한 사이버 독서 논술마당과 사이버문학관을 운영한다.
활용방법 : 학생 개인 독서홈페이지 만들기 및 독서활동 - 독후감 탑재 - 독후감에 답글 달기 - 교사평 달기 - 독후감 출력 전시 - 독서토론 전개
♢ 논술교육전문지원단 구성 운영
대학교수, 교육전문직, 논술전문강사, 교원 등으로 구성하고 단위학교의 논술 교육과정 및 지도 프로그램을 컨설팅하고 각급학교 논술자율연수 지원으로 논술지도능력을 강화한다.
(2) 독서 논술 여건 조성
♢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 추진
♢ 학부모 명예사서 교사제 운영
♢ 논술교육연구회 및 논술교육동아리 구성 운영
♢ 논술교육 담당교사 직무연수 및 연찬회 개최
(3) 학생의 요구와 수준에 맞는 독서 논술 프로그램 운영
♢ 학교급별 다양한 독서 논술 행사 개최 : 지역별 , 학기별, 학교급별 논술왕 선발 대회 및 우수 논술자료집 개발 보급, 초 중 고별 독서 논술기록장 및 논술관련 읽기자료 개발 보급, 독서교육 - 독서토론 - 논술문 연습 학습모형 개발 보급
♢ ‘톡톡 튀는 논술학교’ 운영 : 매주 토요일 초중고별 운영, 논술특강, 논술쓰기, 첨삭지도, 선배와의 대화
♢ 대학진학 수험생을 위한 특화된 프로그램 운영 : 대학진학 계열별 도내 외 대학교수 등 전문가 초청특강 및 질의응답
(4) 독서교육 관련 프로그램 예시
♢ 보물찾기 프로그램
학생들이 각자 일주일 동안 읽은 책 속에서 발견한 인상적인 문구를 한 부분씩 기록하고 주기적으로 ‘보물함’ 안에 수합한다. 그 후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놀이방법으로 일주일에 한 사례를 무작위 추출하여 그 문구가 어떠한 맥락에서 적합한 문구인지 반의 모든 구성원에게 책의 내용을 상상하여 재구성할 기회를 제공한 후 역시 놀이방법을 동원하여 몇 명에게 발표할 기회를 제공한다. 마지막에 실제 보물함에 문구를 기록하여 넣은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전체 줄거리와 함께 특히 그 문구가 왜 감동적이었는지를 듣는다. 이 일련의 과정 수행을 통해 학생 개개인에게 잠재된 풍부한 보물(내 안의 보물 : 상상력, 독창성)의 가능성을 학생 스스로가 체감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며 해당 책을 비롯한 독서 자체에 대한 흥미 및 동기가 고양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 독서엽서 보내기
♢ 책 만들며 놀자
♢ 릴레이 30자평
♢ 책 제목으로 다행시 짓기
♢ 독후화 그리기
♢ 독서 골든벨
♢ 독서 노래방
(5) 학교별 독서 논술교육 및 학교도서관 활성화 실적 제출(독서 논술 우수사례 포함)
책읽기는 결코 독후감을 쓰기 위한 것이거나 어떤 활동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책을 읽고 감동을 느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마음 깊은 곳에 그 감동을 간직하고 혼자서 즐길 수도 있고 간혹 꺼내서 음미하듯 맛볼 수도 있을 것이다. 독후감을 쓰지 않는다고 책에 대한 감동이 줄어들거나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책을 즐겁게 읽고 바르게 이해했다면 우리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좋다. 가령 아이들과 함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토론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책읽기, 그대로 놓아두자.
3. 논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드림논술지원단’ 운영 계획
(1) 목적
단위학교의 논술교육 프로그램을 컨설팅하고 학교 자체연수 지원을 통한 학교 논술교육 지도역량을 제고한다. 그리고 논술교육에 대한 심층 토론 및 아이디어 제공, 학교현장의 의견수렴 등을 통한 학교 논술교육 활성화 및 교육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2) 방침
♢ 교육청 논술교육에 대한 정책 및 학교 현장의 논술교육을 지원한다.
♢ 논술교육에 대한 분석, 의견수렴, 우수사례 발굴, 모니터링 등을 통하여 학교 논술교육을 활성화시킨다.
♢ 지원단 구성은 대학교수(5명), 초 중등교원(15명), 교육전문직(2명) 등 다양한 계층의 전문가를 위촉한다.
♢ ‘드림논술지원단’ 운영을 활성화시키기 위하여 학교급별 또는 사업별 별도 지도운영팀을 구성하여 운영한다.
(3) 위원 역할
♢ 논술교육 현안에 대한 심층 토론에 참여하는 ‘논술전문가’
♢ 논술교육 정책에 대한 사전 검토 및 모니터링 역할을 수행하는 ‘정책모니터’
♢ 논술교육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아이디어 뱅크’
(4) 처우
♢ 교육청 논술교육 자료 개발 및 검토위원으로 활동
♢ 각종 논술연수 및 연찬회에 초빙강사로 활동
♢ 우수활동 위원 교육감 표창패(또는 감사패) 수여
거창한 계획과 목표를 갖고 출발한 지원단이 지금은 소강상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같이 참여했던 한 교수가 초등학교에서의 논술은 무리라는 주장을 폈고 그것을 받아들였는지 학교에는 지침서만 내려올 뿐 아직 별다른 행동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독서실천사례를 수집하는 것을 보면 자료집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학교현장에서는 정책을 입안한 장학사(비전문가)에 의해 독서 논술 교육이 진행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뚜렷한 대안도 없고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허한 메아리가 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4. 나오는 말
우리가 좋은 책을 읽어주는 동안 교육 현장에서는 그들의 실적과 영리를 위해 아이들을 이용하고 있었다. 교육청에서는 선택된 소수의 아이들에게 논술 교육을 시키며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었다고 자평하며 2007년을 독서 논술 활성화의 해로 삼고 있다. 독서 논술이 곧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고 대학입시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기준이 되면서 지겹고 힘든 책읽기가 되고 있고 또 하나의 교과서가 되어가는 실정이다.
독서 논술 교육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획일화된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교사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독서와 다양한 활동들이 그들에게서 나오면 좋지 않을까?
나에게 행복한 책읽기가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 발제Ⅰ. 독서교육의 현실 (사례발표 3)
독서연구학교와 독서시범학교의 문제점
김영주(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 대전동화읽는교사모임 ‘동화지기’)
1. 독서연구학교선정절차와 과정
각 교육청에서 모든 학교에 신청 공문을 내리면 그것에 의거하여 계획서를 제출하고, 이를 선정위원회에서 지정하여 결정한다. 선정위원회 구성은 당연히 교육청에 협조적인 인물로 구성이 되고 교육청 직원이 반 정도 참여하게 되어 있어서 대부분은 교육청이 뜻한 대로 학교가 지정이 된다. 여기에도 여러 가지 연줄이 작용을 한다. 해서 대부분은 교육청에 근무하다가 학교장으로 나가는 사람들의 학교가 더 쉽게 지정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문제는 연구학교는 승진 가산 점수를 주기 때문에 승진을 하고자 하는 교사들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이 사람들은 독서교육에 대한 이해나 관심보다는 오로지 형식만 갖춘 독서교육만 하는 것이다. 내용이 채워지지 않고, 다른 학교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내용의 반복이나 아이들 입장은 전혀 고려가 되지 않은 채 실적 중심의 행사 위주로 진행이 되는 점이다.
2. 독서연구학교의 운영
1) 목적
독서연구학교는 다른 학교와는 달리 학교의 모든 행사를 독서 교육 쪽으로 최대한 이끌어서 아이들의 독서능력 향상과 학교 독서 문화를 쇄신하고 이의 운영을 통해서 추출된 성과를 모든 학교에 보급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2) 운영 내용
대부분은 독후 활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최근 들어 논술이 가미된 형태로 그 내용이 채워지고 있다. 다양한 독후활동과 이벤트 행사를 위주로 아이들의 독서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시키기 위하여 여러 가지를 투여하고 있다. 도서관 활용수업을 통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고 독서 동아리 활동이나 교사들의 자율적인 독서 모임 등을 권장하고 있다.
3) 교사들의 입장
도서관을 담당한 교사의 고통은 더 크다. 사서가 아니기 때문에 도서 분류 일반 기준부터 배워나가야 할 형편인데, 이러한 것을 교육청에서 연수를 통해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알아서 각자 개인연수를 통해서 익혀서 도서실을 운영을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도서실을 어떻게 리모델링 해야 하는지, 도서구입은 어떤 절차로 어떻게 목록을 뽑아서 선정하고 구입은 어떤 방법으로 하는지,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능력이 필요한 부분이기에 개인 연수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러한 것들에 대해 기본적인 프로그램을 배치하여 실시하도록 하고, 연수를 통해서 독서교육의 기본을 익히도록 해주어야 한다.
학교장들의 독서에 대한 생각 자체가 반공에 대한 이념 교육 속에서 성장한 영향으로 도서실 장서들을 그런 수준에서 계속 간섭하려고 하는 부분과, 업체 선정 등 실질적인 공급처까지 재단하고 권한을 행사해서 질 좋은 책을 구입하려고 하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모든 교사들은 독서운동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하지만 실제 운영에 있어서 눈에 보이는 성과 위주로 진행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결과물로 만들어 내야 한다. 책을 읽은 것이 계량화 될 수 있는 것은 책을 읽은 권수이고 이것을 정리하기 위해서 갖가지 방법의 계획서와 방법을 고안해야 하고 적용시켜야 한다. 그 결과 또한 집적을 해둬야 함으로써 실제로 아이들과 책을 읽고 나눈 교감보다는 일방적인 지시를 통한 성과물 모아놓기에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독서교육을 빙자로 해서 도서관 활용수업안을 작성하도록 하는 부분들이 쉽지 않다. 학교에 아이들 공부에 필요로 하는 온갖 종류의 책이 도서관에 담보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연구학교라고 운영비가 내려오면 책 구입을 위해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모두 행사 치루기 위한 비용으로 지출되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 개선을 위해서 쓰여지는 것은 미미하다. 그러한 가운데 수업안이 만들어져야 하고 실제로 적용도 해보지 않은 것들이 만들어 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러한 수업안을 모든 학교에 보급을 시킨들 그 수업안을 만족시키기 위한 장서가 준비 되어 있는지부터 챙겨볼 때 그리 쉽게 보급화 될 수 없다.
즉 독서교육이 수업으로 대체되는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독서가 즐거운 놀이가 아니라 공부이고, 그를 확인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독서록부터 시작하는 각종 결과물을 쥐어짜내야 하는 어려움이 교사들을 지치게 하는 요인 중 가장 큰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4) 아이들 입장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실험실의 생쥐와 같습니다. 프로젝트해서 철저하게 운영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교마다 보여주기 위해서 행사를 그 중심에 두고 있는 점입니다. 교사들에게 쏟아지는 각종 독서활동 결과를 과제물처럼 끊임없이 만들어서 제출해야 한다. 독서록, 북아트, 독서시화, 독서 골든벨 문제 만들기, 독서화, 독서 삼행시, 등등 모든 행사에 독서라는 글자를 붙여서 이뤄져야 하며 이에 대한 모든 것에 참여해야 하고 그 결과물 작성에 동참해야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학교 발표 일정에 맞춰서 한꺼번에 제작해야 하는 일을 아이들이 담당해야 하고 이를 완성시켜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정작 책을 찬찬하게 읽고 감동을 얻기보다는 독서는 또 하나의 골치 아프고 성가신 과제에 지나지 않고 그러하기 때문에 독서의 진정한 목적인 아이들 인성을 함양시키는 일과는 무관하게 되는 결과물 제작을 위한 도구로서 존재할 뿐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강제적이고 일방적인 지시 일변도에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크게 희생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 독서연구학교 운영의 문제점
도서관에 좋은 도서보다는 전집류가 아직도 많이 차지하고 있으며, 사서를 확보해서 고정적인 운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부분 운영을 하는 점이다.
또한 각종 독후활동 행사를 요구하여 그것을 채워나가는 교사나 아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보다는 지겨움을 안겨주고 있으며,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그러한 것들이 자발성에 기초하지 않고 강제적으로 전체에게 획일적으로 진행이 되는 점이다.
학년별 필독도서나 권장도서에 대한 적절한 안내가 필요함에도 도서목록을 결정하는 부분도 개인차를 고려하여 진행을 할 수 없고, 목록 선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책에 대해 알지 못하는 분들이 결정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도서관에 책을 구비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심각하다. 학교장의 결재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업체 선정을 도서선정위원회에서 할 수 없다. 그곳에서는 책 목록만 선정을 해놓으면 공급은 따로 결정이 되기 때문에 좋은 출판사나 서점은 점점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사실이다. 이윤을 창출하고자 하는 곳에서 덤핑에 가까운 수준에서 공급을 하기 때문에 질 좋은 책의 공급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구나 시범학교일 경우 도서관 시설 투자가 우선이어서 알맹이 없는 껍데기만 번지르하다는 점이다. 시설투자비와 도서구입비의 엄격한 구분이 세워지지 않는 한 영원히 시설투자에만 머물 수밖에 없고, 연구학교가 끝나면 또 다시 운영이 되지 않은 채로 남게 될 수밖에 없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으로서 연구학교의 몫을 다한 셈이다. 발굴된 수업안이나 각종 자료들이 그대로 사장되는 현실은 참으로 낭비이다.
4. 독서연구학교의 운영의 문제점에 대한 극복 방안
1) 독서연구학교의 가산점 없애기
가산점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학교 단위에서 교사들의 진실된 마음으로 형성된 계획과 실천이 종류는 다양하지 않더라도 소박하게 투여한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성과물과 행사 위주가 아니라 아이들 하나하나 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차분한 계획과 실천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2) 사서 배치
연구학교를 운영함에 있어서 사서는 필수 사항이다. 그 이전에 모든 학교 도서관에는 사서가 배치되어야 한다. 교사들에게 사서 업무까지 떠맡긴지 50년 동안 도서관은 제자리에 멈춰 있을 수밖에 없다. 전공과목으로 수업하기에도 지치고 힘 드는데 비전공이고 도서 확보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도서관을 맡아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영역에 던져졌기 때문이다. 적어도 독서교육의 기본이라도 제대로 해보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사서는 우선배치 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서의 역할 가운데에서 도서관 운영하는 것과 함께 도서관에 비치된 책에 대해 이해하고 도서관이용자에게 적극으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초등학교에 있는 도서관이라면 주이용자인 어린이와 어린이 책에 대한 이해가 꼭 필요하다
3) 운영비 중 도서구입의 목적 경비화
도서관 운영비는 법적으로 보장이 되어 있다. 학교 전체 예산의 3%를 넘어야 한다. 그 중에서 도서구입을 목적경비화 시켜서 전체 금액에 대한 일정부분을 의무화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도서관 운영비가 대부분 시설투자비나 행사 운영비로 지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가장 기본인 양서 확충에 중요 기재로 작용할 것이다. 새 책이 늘어날수록 아이들이 더 관심 있게 도서관에 스스로 찾아오는 것을 볼 수 있다.
4) 도서선정위원회 운영 활성화
도서선정위원회 구성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책을 선정하는 부분에서 학부모 입장을 반영할 수 있도록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다. 더불어 도서선정위원회 자체 연수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도서선정위원회에서 책 목록 선정뿐만 아니라 공급 업체까지 선정하는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5) 독서교육의 목표 설정의 방향 전환
즐거운 책읽기를 할 수 있도록 여타의 행사위주의 독서활동을 줄이는 것이고, 도서구입비를 확충하여서 새 책으로의 교체가 원할 해야 하고, 사서교사를 꼭 두어서 질 높은 학교 교육이 이뤄질 수 있고, 교과서에 문학성 높은 작품들을 수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고, 보여주기 행사 위주의 독후활동에 치우치는 독서교육은 반드시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 발제Ⅱ.
독서이력철과 우리 회의 대응 과정
이명욱(어린이도서연구회 정책국장)
1. 들어가며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가 2004년에 내놓은 대입 제도 개선안에 따르면, 2007년인 올해는 중·고 1학년과 초등 1·2학년의 일상적인 독서활동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첫 해가 된다. 2004년에 교육부가 이러한 대입 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뒤로 최근까지 교육부는 독서매뉴얼 개발과 시범운영을 거치고, 학교생활기록부 비교과영역 신뢰제고 방안 들을 연구하여 왔다.
그런데 최근 일부 사립대에서는 내신 1〜4등급에 만점을 부여함으로써, 공교육 정상화를 목적에 두고 추진한 학생부 중심의 2008학년도 대학입시안을 무시하는 발표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러자 그동안(사립대 발표 이전에 서울대는 이미 지난 4월 6일에 내신 1〜2등급에 만점을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이 제도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내신 명목반영률을 묵인해온 교육부가 학생부실질반영비율 50퍼센트를 요구하고, 대학에 재정지원 중단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대학과 교육부 간의 팽팽한 기 싸움(?)에서 죽어나는 것은 ‘저주받은 89년생’으로 일컬어지는 올해 대학입시를 앞둔 고3 학생들일 것이다.
대학은 학교·지역 간 학력 차이를 내세우면서 학생 선발에서 내신과 수능의 비율을 교육부에서 정하는 것은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을 침해하는 일이며, 대학 경쟁력을 목 죄는 일이라고 교육부를 비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교육부는 이 개선안의 본래 취지가 중·고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교육 경쟁력을 높이며,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는 데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그러면서 대학이 이미 2004년에 발표한 2008대입 제도 개선안을 젖혀두고 내신 무시 입시안을 내놓는 것은 교육부의 교육정책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라고 비난한다.
대학입시가 대단하기는 대단한가 보다. 대학입시에 온 나라가 이렇게 떠들썩한 걸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가끔 이런 회의에 빠진다. 우리나라 교육의 목표는 대학 합격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교육부가 공교육 정상화를 내세우고, 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데 취지를 두었다고 하면서, 학생들의 독서활동을 비교과영역으로 내신에 반영하여 입시선발에 반영하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독서까지도) 입시 선발의 수단으로 삼은 것에 대해 슬픔을 넘어 분노했다.
학생선발에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일정한 틀에 맞춰 교육하고, 또 교육한 것을 모두 다 평가할 수는 없다고 본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고 본다. 모든 아이들이 다 대학에 가는 것은 아니다. 그런가 하면 지금의 학생 선발 기준으로는 대학생이 되는 것을 꿈도 꿀 수 없는 아이들도 많다. 그런데 고교교육이 아니 초중고 전학년을 포함한 우리의 공교육이 오로지 대학 합격을 목표에 두고 달려가고 있으니. 그리고 책을 읽는 것도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서 하게 하니. 마땅히 좀 더 자유롭고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아이들까지도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책읽기를 강요당하고 있으니. 우리의 공교육은 몇몇 뛰어난 인재들만을 위한 것이고, 대학에 못 들어가거나 안 들어가는 더 많은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불친절해도 되는 것인지.
학생들의 독서활동을 기록하고, 이 기록을 대입선발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하는 독서이력철 제도가 올해 시행에 들어간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독서이력철 제도가 그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 실행단계에까지 올 수 있었는지를 알아보고, 이 제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고, 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 시간에 이어지는 토론 시간에는 우리가 왜 책을 읽는지, 올바른 독서교육을 위해 우리가 합의해야 할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아울러 우리 교육의 진정한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들을 폭넓게 고민하고 찾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2. 독서이력철
(1) 배경
가. 교육과정과 입시제도의 변화
➀ 1994년부터 수학능력시험이 이전의 학력평가 제도를 대신하여 대학입시제도에 도입되었다. 이와 더불어 논술고사가 시행되었다. 입시제도의 이런 변화는 독서와 폭넓은 사고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려는 교육부의 지침에서 나온 것이다. 곧 이때부터 폭넓은 독서가 입시 전략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② 그 뒤 1997년에 제 7차 교육과정이 개정되었다.
이 무렵, 교육부의 이런 방침에 발맞추어서 시도교육청도 여러 가지 계획들을 세우고 추진하였다.
시교육청은 신학기 전에 학년별로 수준에 따른 권장도서목록을 작성하는 한편 학교별로 학교실정에 맞는 독서교육활성화 계획을 짜도록 할 방침이다. 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장학사는 “올해부터 제7차 교육과정이 실시되면서 독서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어린이들이 좋은 책 읽기를 생활화할 수 있도록 양서발굴과 도서보급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참조-국민일보. 2000. 2. 7)
③ 그리고 2002년에 교육부에서는 7차 교육과정 개편을 반영하여「학교도서관 활성화 종합방안」 5개년(2003년~2007년) 계획을 발표하였다.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학교도서관 신설·리모델링 같은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에 총 3천억 원의 돈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나. 2008학년도 이후 대입 제도 개선안
교육인적자원부는 2004년 10월 28일에「2008학년도 이후 대입 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2) 독서이력철이란?
-독서에 관한 개인 기록부이다.
즉, 학생 개인의 교과별 독서 활동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하자는 것이다.
-읽은 책의 권수와 목록, 독서행사에서의 수상경력, 각종 독서시험에서 받은 점수, 독서인증제를 통한 인증등급 들이 모두 기록된다. 내신, 입시, 취업 등 평생 따라 다니게 된다.
가. 2008년도 이후 대입안에 포함된 독서이력철 관련 내용
➀ 학생들의 독서를 활성화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2007년 고교 신입생부터 교과별 독서활동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독서이력철 제도를 시행하고, 이를 위해 독서매뉴얼을 개발하겠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➁ 교육인적자원부는 ‘학생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을 마련하고, 2007년부터 단계별로 적용하여 2009년에는 전학년에 적용하겠다고 발표하였다.
➂ 서류평가와 면접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교과영역(학습활동, 성적, 특기, 성과, 태도 등 교과 활동)과 비교과영역(봉사활동, 특별활동, 독서활동)을 충실히 기록하여 대입전형의 주요 전형자료로 활용하겠다.
➃ 교과 영역과 비교과영역이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유도.
⑤ 독서매뉴얼 개발과 시범운영(2005년~2006년)을 통해 학교에서 독서지도를 강화하고 각종 특별활동의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겠다.
나. 경과
① 부산시교육청-2004년 3월부터 강원대학교와 연계하여 독서인증시스템(독서교육지원시스템) 제도 실시하기 시작함. (독서인증 쿠폰을 국어 수행평가에 반영)
② 교육발전협의회 학생부평가개선 분과위원회 구성․운영(2004.12 15~)
- 학생부 교과 및 비교과 영역에 대한 신뢰제고 방안 연구
③ 서울시교육청-2005년 3월 각 학년별로 ‘독서지도자료’를 발간하고,
두 달 남짓 시범 실시를 한 다음, 교육청 산하의 모든 학교에서 실행함.
이것은 정규 교과과정과 접목해서 학습도서와 권장도서를 선정하고 구체적인 지도방법과 평가방법까지 제시한 독서교육지침서라 할 수 있다.
④ 독서매뉴얼 개발 및 시범운영(2005.9~2007.2)
-「학생부 기재 매뉴얼」개발․보급(2005.9~2005.10.30)
-전국 16개 독서이력철 시범학교 운영(2006~2007.2)
16개 시도에서 고등학교 하나씩을 뽑아 독서이력철 연구학교로 정하고, 2006년 한 해 동안 운영함.
⑥ KEDI(한국교육개발원)와 부산시교육청에서 비교과영역 등 학생부 개선방안 공동(2005.8〜2005.12)
- 연구 책임자 : 한국교육개발원 김홍원
⑦ 전국 시도 교육청 독서교육 계획 발표 (2006)
⑧ 전국 시도 교육청별 독서교육 실천 사례 연구 발표 대회(2006)
다. 2007년 2월 28일 현재
개인별·교과별 독서활동을 학기말에 학생부에 기록하고,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단계적으로 초·중·고에 적용시킨다.
3. 독서이력철 시행으로 야기되는 문제점
(1) 개인의 지적 자유를 침해받는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기록·관리한다.
(2) 독서를 학습과 평가의 도구로 전락시켜 독서의 본질인 즐거움을 빼앗는다.
-독서이력철을 대입의 주요 전형자료로 활용함으로써, 독서를 학습과 평가의 도구로 전락시켜 책 읽는 즐거움을 빼앗기게 된다.
(3) 개인마다 다르게 겪는 다양한 독서경험이 방해 받게 되며,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독서가 오히려 걸림돌 노릇을 하게 된다.
-개인의 기호와 수준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필독도서·권장도서는 똑같이 읽게 함으로써 개인마다 다르게 겪는 독서경험과 독서활동을 방해하게 된다.
(4) 학년별·단원별로 권장도서를 정하여 평가를 위한 필독서를 만드는 것은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할 출판시장을 왜곡시키게 된다.
-아이들에게 과제물로 부담을 지우는 결과
(5) 독서교육의 상업화를 부추겨서 사교육비 부담을 높이게 된다.
4. 달라진 독서환경
(1) 독서관련 사교육업체를 통한 사교육이 확산되고 있다.
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독서·논술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2006년 5월 현재 초등생 독서·논술 부문의 시장규모는 방문 도서대여 1100억원, 북클럽 1500억원, 학원 3200억원 등 5800여억 원으로 발표되었다. 2005년에 견주어 10%포인트 정도 늘었다.
② 독서관련 사교육업계의 유형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된다. 가정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아이들에게 맞는 도서를 대여하고 독서지도를 해주는 아동도서대여업과 독서지도학원과 같은 가맹점사업이다.
-대표적인 책 방문대여업체로는 아이북랜드를 들 수 있다.
그런데 2007년에 들어서서 웅진그룹 계열사인 웅진싱크빅(대표 김준희)이 도서대여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웅진은 학습지와 아동도서를 내는 웅진싱크빅을 비롯해 출판사 브랜드 11개를 거느리고 있고, 국내 최대 도서 유통업체인 북센 대주주이기도 하다. 거기다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전국적인 조직망까지 감안하면 최근 웅진 움직임은 출판계 지각 변동을 가져올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참조-인터넷 기사)
-독서지도학원과 같은 가맹점사업의 대표적인 기관으로는 한우리독서운동본부를 들 수 있다. 이 기관은 현재 독서교육을 담당할 인력 양성 학원과 한우리독서문화원·어린이독서클럽 같은 독서지도학원 둘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2007년 현재 독서논술클럽 수는 350여 곳이고 6만여 명이 수강한 것으로 되어 있다.
➂ 사교육업체별 독서논술 형태
-대교, 솔루니 독서·논술포럼
-한솔교육의 주니어 플라톤
-글사임당의 트인 세상
-한우리 독서논술클럽
(2) 일부 언론에서는 독서논술대회를 열어 전국의 학생들을 불필요한 독서 경쟁에 내몰고 독서인증제 등을 빌미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독서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
-한경독서논술경시대회(한국경제신문사)
-각종 독서논술경시대회 후원
(3) 독서지도사 자격증(사설)을 내세운 독서지도사 교육과정이 대학의 평생교육대학원을 중심으로 개설되고 있다.
①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독서지도사의 자격을 국가에서 부여하고 관리하는 국가자격이 아니라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부여하는 민간자격에 두고 있다. 지난 1992년 한우리독서운동본부에서 민간자격 시험을 실시한 이후 2003년 현재 2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② 현재 독서지도사를 양성하는 기관으로는 대학교 부속기관인 사회교육원과 평생교육원과 언론사나 백화점 부설 문화센터, 민간단체, 민간단체 들이 있다.
(4) 교보문고 독서진단 READ지수와 독서코칭
미국은 개인의 독서수준에 맞는 책읽기를 위해 책의 난이도를 나타내는 ‘렉사일(Lexile Score)를 부여하고 있다. 교보문고에서 지난 2004년부터 도입하여 추진하고 있는 READ지수가 바로 ’한국판 렉사일 지수‘이다. 각 개인의 독서 수준에 맞는 책들을 읽을 수 있도록 책의 어휘 난이도와 빈도 등을 고려해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참조-시민의 독서권과 독서진흥정책. 2007 서울국제도서전 전문인의 날 세미나 자료집)
-교보문고에서 시행하는 독서검사 시스템에는 독서력 검사, 어휘력 검사, 독서행동검사가 있다.
READ지수는 주어진 텍스트의 읽기 능력을 표시하는 특정 숫자로 READ 분석기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수치를 계산한다.
문장길이, 어휘력의 난이도를 이용해서 텍스트의 성격을 측정한다.(0~1850 최저 단계인 7단계부터 1단계까지 )
하지만 READ지수를 살펴보면 책 목록과 단계(연령)가 서로 맞지 않고, 단계가 올라갈수록 문학 장르는 줄고, 처세술서·경제서·전략서 등 자기계발서의 비중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교보의 read지수 분석 사업은 2007년 5월부터 회사 전체의 통합 마케팅 차원에서 접근하여 지원 및 마케팅 판촉효과를 극대화 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교보문고는 책읽기 지원 사업의 핵심인 독서검사 및 READ지수분석과 더불어 독서코치 양성과정 및 독서력 향상 프로그램 등 독서교육 분야로도 진출하려고 하고 있다.
(5) 출판과 유통 시장에서는 독서논술을 내세워 새로운 형태의 전집을 만들어 팔고 있다.(기존에 있던 책을 여러 권 한 데 모아서 전집 형대로 재구성하여 출판하기도 하고, 새로 논술용으로 저급하게 만들기도 함.)
(6) 독서문화진흥법 제정·시행
도서관법 개정 과정에서 분리 제정이 추진되어 오던 『독서문화진흥법안』이 문화관광위원회 대안으로 정리되어 2006년 12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2007년 4월 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5. 교육인적자원부의 독서이력철 계획에 대한 우리 회의 대응 과정
(1) 연대
가. 바람직한독서문화를위한시민연대를 꾸림.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에서 4월 17일 독서능력검정시험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에 맞서서 2004년 3월 31일 17개 단체가 모여서 꾸림.
바. 세미나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위한 시민연대 세미나(2007. 4. 27. 이명욱 정책국장이 발제 : 독서 문화 현실과 독서 진흥 방향)
-서울국제도서전 전문인의 날 세미나 (2007. 6. 1. 시민의 독서권과 독서진흥정책
:여을환 이사가 패널로 참석)
사. 연대 회의
아. 서울시교육청 장학관 면담(2005. 5. 30)
(2) 중앙
가. 거리서명운동(2004. 4. 1~2004. 4. 20까지 6차례)
-약 1만 5천 명의 서명을 받음.
나. 독서인증제반대대책위원회를 꾸림.(2005. 3.)
다. 성명서 발표
-내용 : 서울시교육청의 독서지도자료집 발간에 맞서 ‘독서를 학습과 평가의 도구로 활용하지 말라.’(2005. 3. 27)
-우리 회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독서이력철 계획에 맞서 ‘독서를 평가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독서이력철 시행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함.(2005. 6. 27)
라. 월례강연(2005. 6. 24)
- ‘우리 회 책 읽어주기 운동의 성과와 의미’를 짚고, 독서인증제에 맞서는 우리 회의 대안으로 책 읽어주기를 강조함. 독서문화위원회 주최
(3) 지역
가. 거리서명, 집회
➀ 경북권
-2005년 9월 8일 대구교육청 앞에서 MBC존관까지 보도 행진.
➁ 전북권
-2005년 9월 8일 전라북도교육청 앞과 전주 코아백화점 앞에서 80여 명
③ 전남권
-2005년 9월 8일 광주시 서구 광천동터미널 만남의 광장에서 회원 150여 명
④ 경남권
-2005년 9월 8일 부산 서면 롯데 백화점 앞
⑤ 제주권
-2005년 9월 8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회원 80여명
나. 연수
-우리 회 경남권협의회와 경기북부협의회는 책 읽어주기 활동가를 위한 연수를 열고 책 읽어 주기의 중요성을 강조함.
다. 부산 모임, 독서인증제 대응을 위해 부산독서인증제대책위원회 꾸림.(2005. 7. 4)
(4) 중앙과 지역이 함께
가. 반대 집회
-서울 영풍문고 앞에서 중앙과 서울권, 경기남․북 협의회 회원 150여 명이 모여 독서이력철 반대 집회를 가졌다.(2005. 6. 30)
-독서이력철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전국 회원이 함께 집회를 가졌다.(2005. 9. 8)
나. 연수(2005. 7. 4)
-전국협의회 임원과 독서인증제대책위원, 중앙집행부가 참여한 ‘전국협의회 독서인증제 대책연수’를 열었다.
6. 나오며
독서이력철과 이 제도에 반대해서 우리가 그동안 해온 활동들을 살펴보았다. 우리가 지역에서, 중앙에서, 지역과 중앙이 함께 해서, 그리고 다른 단체와 연대해서 이 같은 일들을 펼쳐온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 회가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가져온 ‘겨레의 희망, 어린이에게 좋은 책을’ 이라는 신념 때문이 아닐까.
우리 회원 모두는 어린이 책을 읽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어린이를 발견한다. 또한 우리는 즐겁게 책을 읽고, 그 즐거움 속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안 것, 이 모든 게 우리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데서 오는 즐거움, 그 깊은 즐거움을 안다.
우리는 처음에 저마다의 동기를 갖고 책 읽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모두에게 분명한 것은 강제로 읽지 않고, 스스로 읽었고, 기꺼이 즐겁게 읽었다는 게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우리 아이들도 우리처럼 책을 읽기를 바란다. 우리 아이들이 책 읽기의 즐거움을 깨달아 ‘자발적인 생애의 독자’로(*독서문화 개선을 위한 3차 세미나 자료집에서 인용) 자라나도록 우리는 기꺼이 우리 아이들의 책동무가 되어줄 마음이 있다.
▣ 책 토론회《만국기 소년》(유은실 | 창비)
‘만국기 소년’을 읽고
박선희(강원지부 강릉지회)
친구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세련된 샤프 펜슬이 갖고 싶어 육성회비 낼 삼백 원으로 용감하게 사 버리고는 며칠을 고민하다 엄마 지갑에서 슬쩍 꺼내 학교에 낸 적이 있습니다. 삼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완전 범죄라고 할 수 있지만 가끔씩 느닷없이 그 일이 머릿속을, 가슴 속을 휑하니 지나갈 때가 있습니다. 그건 아마도 그 일 자체보다는 세상에서 가장 대견한 막내딸로 믿고 계시는 팔순 엄마께 미안한 마음이라서 일 것입니다.
작가가 우습고도 안쓰러워하는 어린 시절이 나에게도 수없이 많이 있었음을 떠올리며 부끄럽고, 슬프고, 화나고, 나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아직도 말하지는 못하지만 작가처럼 환하고도 어두운 어린이로 사는 것에는 공감이 갑니다.
<내 이름은 백석>의 아빠는 비록 무식하지만 양심을 팔아서 장사를 하거나 자녀 교육을 시키지 않는 생각이 탄탄한 이 시대의 일하는 사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들인 ‘나’는 그런 아빠를 자랑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용기를 못 내고 있습니다.
<만국기 소년>의 진수는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끊임없이 각 나라와 수도를 욀 수 있다는 것은 아빠가 얻어다 준 국기 책을 얼마나 많이 봤다는 것인지를 말하는 것이고, 그만큼 책읽기를 좋아하는데 그 책 하나 맘 놓고 사 줄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이 진수의 마음에 겹쳐져 더욱 그러합니다. 그런데 진수는 혹시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아이는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요즘 주변을 돌아보면 겉으로는 멀쩡한 것 같지만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참 많은데 진수의 무표정이 그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입니다. 전학 온 첫날부터 잘 하는 것을 해 보라고 주문하는 무심한 선생님이 이 선생님 한 분만 계실 것 같지는 않아서 답답해지기도 합니다.
<맘대로 천 원>은 앞에서 말한 내 유년 시절의 기억과 닮은 점이 있어서 더욱 눈이 갔습니다. 이렇게 어른 아이 시절을 보낸 ‘나’는 자라서 어른이 되어서도 그 마음이 자유롭지 못할 것 같아 또 걱정입니다. 작가처럼 환하고도 어두운 삶을 온전히 살아낼 것이라 믿어야겠습니다.
<선아의 쟁반>에서 선아는 참 복이 많기도 하고 그래서 슬프기도 합니다. 부모가 모두 일터로 나가야 하는 오늘날의 사회가 되었는데, 그 자녀들을 책임지는 사회는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으니 내 자식에게만 온갖 정성을 다 기울이는 모습이 텔레비전 방송의 한 프로그램처럼 느껴집니다. 억지로 웃게 만드는 사회 그런 것들 말입니다.
<어떤 이모부>가 말하고자 하는 건 ‘어떤 이모부’보다는 ‘작은 이모’를 말하고 싶은 것이겠지요? 홈쇼핑 중독이라고 할 만큼 물건을 사들이고, 뒷생각 없이 카드를 긁어대는 ‘작은 이모’를 통하여 생각을 할 줄 아는 어린이로 자라야한다고 야단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씩 초등학교 1학년인 우리 둘째 아이가 하는 말, “은행에 돈 있잖아.”가 떠오릅니다.
<손님>이 정말 누굴까요? 가장 섬세한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참 오랜만에 맞이하는 손님에 대한 느낌이 세세하게 묘사되었습니다. 끝까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어렸을 적 산골에서 살 때 우리 집에 오는 손님들이 가져다 준 들뜬 마음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보리 방구 조수택> ‘친구야 반갑다’ 하면서 찾을 것 같습니다. 소주 한잔 기울이며 이제는 반갑고 고맙게 온전한 친구로 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에게도 이런 친구 한 명 있었을까 생각해 보니 떠올리는 데도 용기가 필요합니다.(친구에 대한 그저 복잡한 내 심정)
<상장> 상을 받아 본 일이 드문 나와 아주 비슷한 마음입니다. 상을 못 받는 사람은 관심이 없어서인 것은 아닙니다. 잘 하고 싶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아서이지요. 최고상을 받는 사람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나(은지)’처럼 남들이 별로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 상장이라도 소중하답니다. [맘대로 천 원]에서처럼 심리 묘사가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엄마 없는 날> 어린 시절 학교에서 막 돌아왔는데 엄마가 없을 때의 그 막막함을 내 자식에게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아이를 일 학년 때부터 몇 군데 학원으로 내돌렸습니다. 그게 옳은 방법인지 아닌지는 아직도 판단이 서질 않지만 그만큼 겪고 싶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막막함 대신 치매 걸린 할머니를 내세웠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를 씻기기도 하고 놀아주기도 하는 요즘 보기 드문 착한 손녀딸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결국 마음의 주춧돌인 엄마 없는 허전함은 채워질 수 없나 봅니다. 내 아이들에게 한번 더 눈 맞추고 사랑하는 마음을 말로 표현하라는 뜻으로 지금은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작가처럼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심리적으로 조금 안정되어 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요즘 아이들도 이런 마음이 들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끼며 읽었을까 하는 궁금한 마음이 가장 큽니다.
만국기 소년과 희미한 기억들
김연희(경기북부지부 김포지회)
오래된 기억일수록 단편적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자는 내내 꿈을 꾸었건만 깨고 나면 일부분만 기억나거나 또 어떤 때는 끝이 잘 생각나지 않아 생각을 모으려 애썼던 그런 희미한 기억의 끝자락을 건드리듯 《만국기 소년》을 읽었다. 그러면서 답답했다. 책 속 어린 주인공들이 목구멍 속 가득 담고 있는 그 답답함이 고스란히 내 몫이 되었다. 책을 읽고 글을 써야 함이 더욱 그랬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자꾸 헛갈렸다. 아이의 시선에 키를 낮추었지만 어른처럼 생각하는 어색함이 더러 불편했다. 또한 독자의 몫으로 남겨지는 결말부분은 기존의 소설들과는 많이 달라 당혹스러웠다. 물론 잘 먹고 잘 살았다는 행복한 결말이나 어찌어찌되리라는 일말의 암시를 기대하진 않는다. 그런데 읽고 난 단편마다 가슴이 휭 하니 빈듯했다. 어린 주인공들이 착하고 소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잘 내지 못하는 사회적 어린 약자여서 그랬을까.
유은실의 《만국기 소년》 속 단편들은 추억이 된 아련한 기억들이 모여 이루어진 짧은 이야기들이다. 이 이야기들 속엔 내 어릴 적 기억들을 들춰보는 듯 한 가슴 짠한 슬픔들이 잔잔히 흐른다. 하고 싶고 해야 할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 시절 나는 똑똑하고 예쁘고 음악, 체육, 미술 등 두루두루 못하는 것이 없는 팔방미인인 언니의 수많은 상장들과 늘 비교되었다. 자신감을 잃고 우울함과 친구가 되었다. 열등감은 한참동안 나를 따라다녔고 대인관계도 힘들게 했다. 어른이 되고 비로소 어눌하게 말문이 트이며 나를 위한 변명들을 준비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내 아이들은 비교하지 말아야지’, ‘존재만으로 충분히 사랑하고 인정해 주어야지’. 내 아이인 것만으로도 모든 신께 감사하고 행복했다. 그러나 아이가 경쟁의 대열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욕심을 부리고 무리하게 요구했다. 난 어느새 친정엄마를 닮아가고 있었다.
엄마의 욕심과 아이의 힘에 부치는 최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장>은 유년의 나 그리고 지금 우리아이들의 그 고달픈 속내가 잘 드러나 있다. 엄마에게 내미는 순간 당당해지고 요구가 먹혀지고 편안해질 수 있는 상장. 은지는 상장을 탔다. 사람 많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상장을 조심스럽게 들고 가지만 넘어지면서 상장은 흙탕물에 더럽혀진다.
그래, 아무것도 아니다. 껍데기도 없고, 테두리도 칙칙하고 마크도 촌스럽고, 종이도 얇은 상장이다. 나는 울지 않을 거다. 나는 뛰지도 않을 거다. 엄마한테 빨리 보여주려고 뛰어가는 건 어린애들이나 하는 유치한 짓이다. (158쪽)
<상장>에서 묘사되는 은지의 심정에 우리아이도 크게 공감하는 눈치다. 한 장 종이에 불과한 상장 하나에 희비를 드러내는 부모의 욕심을 아닌 척 했건만 들켜버렸다. 아이들은 벌써 알고 있었다. 은지엄마처럼 나도 우리아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야기 하고 싶어 하는 아이를 성가시게 여기거나 용서해줄 듯 고백하게 해놓곤 호되게 야단쳤다. 잘 들어주지 않은 말들, 다하지 못한 말들이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여 기억 속 언어가 되겠지…….
<어떤 이모부>를 우리 아이들은 재미있어 했다. 주인공 명우의 동생이며 초등학교 2학년인 막내 성우에게까지 인생이 무엇인지 전화로 붙들고 이야기 하게 될 어떤 이모부의 넷째 주 금요일 전화내용을 자기들끼리 만들어 붙이며 키득거렸다.
“성우야, 너 인생을 아니?”
아이들은 우리들처럼 심각하게 세세하게 무엇을 찾아내야 할까 고민하지 않고 읽는다. 우리가 지향하는 즐거운 책읽기가 가만히 내버려둔 아이들에게는 그대로 실천되고 있는 것이다. 나로선 작품의 완성도를 가지고 운운할 형편이 못된다. 문제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고민하는 것이다. 자꾸 생각하다보니 책이 버거워진다. 아이다운 단순함을 책읽기에 적용시켜 보자. 작가들이 던지는 난해함이, 이해 안 되는 갑갑함이 즐거움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우리아동문학의 짧은 역사 속에서 현대 아동문학 작가들의 다양한 시도는 새로운 기대감을 안겨주어 즐겁다.
만국기 소년
서미영(경남지부 진주지회)
유은실 작가는 나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다. 작년 진주지회 총회에서 회장이 되면 이러한 사람이 되겠다는 의견을 말 할 때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을 인용했다.
대표자연수에 관한 공지사항을 보고
‘또 책을 냈네!’
반가웠다.
‘마을 도서관에 주문해서 내가 먼저 봐야지’
마을도서관에서 도서선정위원회에 들어 있는 나는 주문을 했고 여유롭게 책을 읽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책에 대한 발제문을 쓰라고 하니 마음이 답답하다. 그 답답함은 나를 더 성숙시켜주는 답답함이기에 마음을 다잡는다. 그리고 이렇게 유은실씨와 난 다시 한 번 인연을 맺는다.
<내 이름은 백석>에서는 천재시인 백석하고 이름이 같은데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왜 내 이름을 석이라고 지었느냐는 물음에 아버지는 이름 쓰느라고 고생할 일을 생각해서 한 글자로 지었다는 대답을 한다. 특별한 뜻이 없는 이름이 백석 시인을 좋아하는 담임을 만나서 특별한 사람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나타샤가 미국 사람인지 소련사람인지에 대한 이견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다툼까지 하게 되고 끝내는 동네사람으로부터 핀잔을 당하게 된다. 백석은 천재시인이고, 아버지는 닭에 대해 천재다. 목이 긴 닭이 신선하고, 목이 길게 달린 닭만 판다. 백석은 글로 사람들을 건강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면 아버지는 먹을거리로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준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사회를 움직이는 건 모든 부분에서 약속을 지키면서 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동화 속에 나오는 나는 백석 시집을 들고 아버지에게 환하게 웃어주지 못한다. 그저 시집을 손에 땀이 나도록 쥐고 있을 뿐이다. 아빠를 이해했지만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아이의 마음을 잘 그려내고 있다.
<만국기 소년>은 컨테이너 박스라고 부르는 곳에 사는 진수와 같은 반이 되면서 8일 전에 이사 온 진수를 떠올리면서 겪게 되는 마음의 변화를 그려낸 동화이다.
나는 6학년 여학생을 둔 엄마다. 동화 속에서 그려내고 있는 모습은 내 딸아이의 모습이다. 요즘 부쩍 다른 집과 우리 집을 비교하면서 자기가 원하는 걸 이루어 내려고 한다. 하지만 몇 번하다가 안 될 거 같으니까 슬퍼하고 괴로워한다. 조금 있으면 기말고사다. 학원에 보내지 않는 나로서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아직도 동화공부와 삶을 실천으로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혼자서도 잘 하는 아이라 작은 애가 부족한 부분을 봐주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그저께 저녁에 우연히 딸애 책상에 펼쳐진 문제집을 보는 순간 ‘아차 내가 실수 했구나’ 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왜 아직 문제집이 이 모양이니?”
“엄마는 관심도 없으면서 뭐.”
“네가 몇 학년인데? 아직도 엄마가 참견을 해야 하나?”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한참 시간이 흐른 후, 내 읽을 책을 들고 딸이 공부하고 있는 방으로 슬쩍 들어가서 곁에 있어 준 일이 있었다. 책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사춘기는 이유 없이 반항 하는 게 아니라 작은 것에 상처받고 그것을 풀어내기가 어려워서 겪게 되는 과정인 거 같다. 싱크대 구멍만 쳐다보는 엄마와 집에 있으면 스포츠만 보는 아버지를 둔 아이는 내 얼굴을 쳐다보고 관심을 가져주기를 진실로 원하고 있다. 형제가 많고 얼굴에 표정이라고는 읽을 수 없는 진수도 말이다.
<맘대로 천 원>은 이혼한 엄마, 나, 동생 세 명이 산다. 엄마가 이혼을 하면서 양육비를 지원받을 수 없어 공사장에서 일을 하지만, 어깨를 다친 후 길거리에서 나물 파는 일을 한다. 월세내고 먹고 살려면 천원도 아쉬울 텐데 딸의 일기장을 보고 천원을 주신 모양이다. 자 이제 맘대로 천원을 쓰러 간다. 동생은 진짜 마음대로 돈을 쓴다. 그러나 나는 꼭 갖고 싶은 속 비치는 샤프가 비싸 사지 못한다. 맵고 짠 떡꼬치를 사먹는 걸로 끝나서 억울하다. 내가 어려움을 겪은 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아이엠에프 때다. 지난 화요일 책읽어주기 활동을 하러 초등학교 쪽으로 걸어가다가 같이 간 사람이랑 이야기 끝에 반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엠프 때 패물을 팔았다고 한다.
‘어 나 말고도 판 사람이 있었네?’
‘그 때는 다들 어려운 생활을 했구나.’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은 이혼으로 겪는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서로 아이를 맡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도 있지 싶다. 그래서 가장 고통을 당하는 건 아이들이 아닐까 싶다. ‘과연 천원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빈부의 격차는 더 심해지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모습들은 더 많아진다. 슬픈 현실이다. 그렇지만 작가는 이러한 가족의 형태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나를 힘들게 하는 동생을 선물이라고 표현한데서 가족의 끈을 놓지 않는다. 힘들 때 가족들을 선물이라고 느낀다면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들었다. 그리고 이 부분은 나 또한 가져야 할 마음 자세이기도 하다.
<선아의 쟁반>을 읽으면서 현재의 나를 돌아보게 했고, 내 아이를 말 잘 듣는 아이로 키우면 안 되겠구나 라는 걸 느낀 동화이다. 선아는 월요일부터 수요일은 외할머니 댁에서 목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친할머니 댁에서 일요일은 엄마와 아빠와 함께. 그러면서 선아는 살아남기 위해 터득한 게 있다. 그건 눈치이다. 흔히 “눈치가 없는 게 인간인가?” 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아이가 눈치 보는 건 어른들 잘못이다. 말 잘 듣는 엄마 아빠의 모습과는 달리 선아는 쟁반이랑 접시를 옥상 구석에 처박고 널어놓은 이불 위에서 봄볕을 받으며 낮잠을 잔다. 어릴 때 내 모습과는 다르다. 요즘 난 어린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거나 희망을 가진다. 어릴 때 내가 해결하지 못한 슬픔과 분노를 지금 씻어내고 있는 모양이다. 책을 통해서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을 이해하고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역할이다. 그래서 “이렇게 하는 것이 답이다”라고 작가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우리와 우리 아이들과 함께 고민을 하면서 풀어야 할 과제라고 넌지시 던져 주고 있다.
<어떤 이모부> 좋은 말도 두 번 이상 들으면 지겨운 법인데 전화를 들어주는 사람이 자기 가족을 욕할 때는 더욱 듣기 싫은 법이다. 여느 가정과 마찬가지로 친정에 한 번씩 들르게 되면 이야기꽃이 핀다. 그 동안 전화로 하기 힘든 일이나, 살아가는 이야기 하다가 남편이 내 흉을 볼 때가 더러 있다. 나도 기분이 나쁜데 그 말을 듣고 있는 어머니나 아버지를 생각하면 속상하다. 그래서 남편에게 핀잔을 준다.
“나는 시댁에 가면 당신이 잘하는 부분을 이야기 하려고 노력한다. 당신도 남이 내 자식이 잘하는 것보다 못하는 것을 이야기 할 때 기분이 어떠냐?”
고.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앞으로는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도록 노력 할 거라고 믿는다. 이런 일 몇 번에 좋은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서로 노력하는데, 왜 작가는 계속 들어주는 것으로 이야기를 설정했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어떤 이모부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우리 모습을 돌아보게 하려고? 고자질이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려고?
어떤 이모부에게는 우리가 의논을 한 뒤 “이것이 인생이다”라고 가르쳐 줘야 할 거 같다.
<손님>은 빚을 갚느라고 작은 집으로 이사 오고 난 뒤 석 달 만에 처음으로 손님이 오신다고 한다. 손님이 찾아온다고 하면 집을 깨끗하게 치우고 먹을 음식에도 신경을 쓴다. 그러나 동화 속에서는 심하다 할 정도로 신경을 쓴다.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일부러 연필을 한 번 더 부러뜨려 깎는 아이, 이사하고 처음으로 튀김을 튀기는 엄마, 망가진 부분을 처음으로 손질하는 아빠. 손님이 오기 전까지는 가족 모두가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이 집에 찾아오는 손님은 그냥 손님이 아니고 희망을 이야기 하고 싶은 그런 손님이다. 충분히 고민하고 아파했으니까 다시 시작하라고.
<보리 방구 조수택>에서의 수택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신문배달을 한다. 도시락으로 싸오는 반찬은 고춧가루도 별로 없는 깍두기와 쌀보다는 보리가 많은 밥이다. 이번에 짝지가 된 사람은 착한 어린이상을 받은 구윤희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구성에 조금 의문이 가는 게 있었는데 수택이와 윤희가 짝지가 되고 밥을 같이 먹다가 깍두기를 나누어 먹었다고 윤희 책상에 신문을 넣을 용기가 수택이에게 있었을까? 다른 아이랑 짝지가 되고 얼마 안 있어 뒷자리로 옮기는 수택이다. 도시락을 먹을 때에도 숨기면서 먹는 수택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착한 어린이상을 받은 윤희가 신문을 난로 속에 넣어버리는 설정도 마찬가지다. 신문을 되돌려 주는 것도 윤희에게는 용기가 필요했고 충분히 수택이는 상처를 받았다. 착한 아이는 착한 아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다른 계기로 갈등을 일으키고 아이의 본성에서 벗어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더 좋았을 거 같다.
<상장>을 읽으면서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있다. 그래서 회 활동을 같이 하는 회원과 내 아이가 같은 학교에 다닌다. 우연히 상장이야기가 나와서 내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 학교는 상장을 너무 남발하는 거 같다. 상장의 종류가 너무 많다.”
그런데 상대방 회원 말이
“어? 그런데 와 우리 아는 이 학교로 와서 한 번도 못타 올까?”
그리고 얼마 뒤 작은 아이를 데리고 학교에 들어갔더니 상장 받을 명단을 불렀다고 한다. 혹시 우리 아들 이름이 나오는지 말이다. 말로는 책을 가까이 하고 열심히 뛰어 놀면 된다고 하면서 마음으로는 우리 아이가 상장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을 반성한 글을 인터넷에서 읽고, ‘아! 순간 ‘내가 잘 못 말했구나, 우리아이가 한 번씩 받아온다고 다들 받는다고 착각을 했으니 상대방이 그 소리를 듣고 속으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내가 부끄러웠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욱 조심해야 된다는 걸. 그리고 모든 학교가 모든 어린이들에게 상을 남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는 걸 알았다.
<엄마 없는 날>을 읽으면서 집안에 누군가 치매를 앓고 있는 가정은 모두가 힘들겠구나를 다시 한 번 느꼈다. 엄마가 하루 집에 없다고 어떤 모습으로 나갔는지 무엇을 들고 나갔는지를 생각해 내는 아이는 없다. 삼년동안 치매에 걸린 가족을 보살피면서 이 가정은 화목했을까? 진짜로 힘이 든다는 걸 말하면서 이런 모습도 가족이라는 걸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엄마가 없을 때 동생이랑 할머니는 소꿉놀이를 할 수 있고 아기 놀이도 할 수 있다. 그러나 13살의 나는 어느 곳에도 마음 둘 곳이 없다. 그런 걸 가장 잘 표현한 부분이 있다. -오늘은 심한 장난을 당하는 거 같다- 나도 한번 씩 힘들거나 지칠 때 바깥으로 외출을 한다. 딱히 갈 곳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아줌마들이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곳이 찜질방이라고 하니) 아이들은 그 상황을 심한 장난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 했을 성 싶다. 그러나 힘들거나 괴로울 때 멀리 떨어져 있다 보면 힘이 날 때가 더러 있다. 그리고 엄마가 빨리 돌아 왔으면 싶다. 심한 장난은 빨리 끝내야 뒤탈이 없는 법이니까.
우와! 드디어 발제를 끝냈다. 여러 편의 글이 실린 동화집의 발제는 내게는 너무 어려웠다. 우리가 항상 하는 발제지만 발제를 맡지 않았을 때 책 읽기는 즐겁다. 그래서 우리는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 독서 이력철의 모든 형태들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에서.
단편동화 속의 아홉 친구들
우윤희(경북지부 포항지회)
작가 유은실의 단편동화집 《만국기 소년》에는 아홉 명의 친구가 있다.
천재시인 백석과 이름이 같은 석이. 아시아 국가의 이름과 수도를 열심히 외우며 다니는 진수.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천 원이 생긴 소영이 언니. 아랫집 윗집 할머니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선아. 금요일 저녁이면 전화를 거는 어떤 이모부를 둔 명우. 누군지 모를 손님을 기다리며 준비를 하는 준이. 보리 방구 수택이와의 관계를 되돌아본 어린 날의 윤희. 어린이 기자교실에서 장려상을 받고 돌아오는 은지.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지켜보는 연이.
아홉 명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애가 타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책을 읽었다.
<내 이름은 백석>외자 이름을 가진 석. 이름을 ‘석’이라고 지은 이유가 쉽게 쓰기 위해서였다니. 나 역시 어렸을 때 이름에 좋은 의미를 담고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그래서였을까? 아이 셋의 이름을 지을 땐 아주 생각을 많이 했다. 이름에, 평생을 부를 그 이름에 좋은 의미를 싣고 싶었다.
석이는 ‘백석’을 아는 선생님을 만나서 이름에 좋은 사연을 하나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아빠는 백석도 모르고, 나타샤가 미국이름인지 러시아 이름인지는 모르지만 어떤 닭이 좋은 닭인지는 너무나 잘 알고, 좋은 닭을 골라서 파는 좋은 닭집 주인이라는 걸 알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 이 책의 제목으로 <내 이름은 백석>을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만국기 소년> 나라이름에 수도까지 외우는 재주를 가진 진수네 집에 관심을 가지게 된 ‘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이사이 툭툭 튀어드는 나라이름과 수도들이 이야기를 듣는 나를 방해한다. 하지만 친구를 관심있게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따뜻하고 진정 친구를 위하는 마음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맘대로 천 원>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다. 이혼 후 연락도 없는 아빠와 나물 장사를 하는 노점으로 생계를 힘들게 꾸리는 엄마. 한 푼이 아쉬운 엄마에게서 받은 천원. 동생 소영이와 천원씩 받은 나는 오늘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천원을 가지고 거리로 나간다. 너무나도 쓸 데가 많은 동생은 그때그때 사고 싶은 것을 사 내지만, 이렇게 저렇게 궁리만 하던 나는 결국 매워서 억지로 먹을 수밖에 없었던 왕꼬치 두 개를 사느라 허무하게 천원을 써 버린다. 아이를 따라가며 긴장감마저 생기는 이야기였다.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천원이 주는 크기가 아이마다 너무 다르지 않을까? 황당하게 끝나버리긴 했지만 ‘나’의 천원짜리 한 장에서 엄마를 생각할 줄 아는 어른스러움이 믿음직하다.
<선아의 쟁반> 삶의 방식이 너무나 다른 할머니와 외할머니. 아이들은 가치관이 너무나 정반대인 어른들 속에서 나름대로 대처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것 같다. 가끔은 그것이 너무 힘들어 옥상으로 도망가 버리기도 하겠지만, 우리는 또 아이를 품을 수 있는 어른일 것이다. 취미도 취향도 생각을 풀어내는 코드도 전혀 다른 엄마와 아빠 아래서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날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는 이야기였다.
<어떤 이모부> 의사소통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이야기다. 나는 내 이야기를 들어 줄 준비가 된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나는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손님>, <엄마 없는 날> 앞도 뒤도 없다. 순간 캡쳐라는 말이 생각나는 이야기다. 집안 형편이 힘들어져 이사를 가고 처음인 듯한 준이네 집과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둘이 남겨진 연이의 느낌이 비슷하다.
준이네 손님은 누구일까? 연이 엄마는 어디 갔을까? 이야기의 구조를 기승전결로 생각해 오던 방식대로 읽는 어른이라서 그럴까? 아이들은 어떻게 읽을까 궁금하다.
<보리 방구 조수택> 작가의 어린 시절 한 부분을 보는 듯하다.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법한 이야기.
아홉 편의 동화를 보면서 요즘 출간되고 있는 동화의 형식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지난해부터인가 형식과 내용에서 파격적인 변신을 하고 있는 동화들이 있다. 단편영화가 그렇듯이 단편동화 역시도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하면 이런 변화가 긍정적이다.
아이들도 이런 색다른 이야기에 낯설어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회원들은 ‘겨레아동문학선집’을 몇 번씩 읽어도 그 맛이 새롭다고 한다. 요즘의 맛있는 이야기들이 그 맛만큼이나 영양도 풍부한지 생각해 볼 대목인 것 같다.
굳이 선택하라면
최경숙(인천지부 남동지회)
6학년인 우리아들이 책을 다 읽고 나에게 책을 건네며 하는 말이다. 여기에 나오는 아이들이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그냥 그래. 그래도 엄마가 굳이 선택 하라면 ‘선아의 쟁반’이야 라고 말한다. 나는 왜? 라고 나도 모르게. 나야 말로 선아의 쟁반은 아이들 말처럼 그냥 그래서인지 왜라고 물었다. 우리아들 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선아가 너무 불쌍해. 왜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지? 엄마는 생각해 보셨어요? 라고 묻는다. ‘심부름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선아가 쟁반을 들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면서 나도 모르게 화도 나고 부침개가 세상에서 없었으면 이런 심부름은 안 할 거 아냐? 야! 그걸 말이라고 하냐! 나도 모르게 큰소리를 낸다. 선아도 얼마나 화가 나면 일주일 동안 부침개 먹는 벌을 생각했을까? 나는 엄마가 선생님 드시라고 타주는 커피 잔을 들고 내 방까지 오는데도 쏟아질까 손에 땀이 나도록 꽉 쥐고 한 걸음 한 걸음 걷는데도 내 방까지 가는데 참 멀게 느껴지거든’ 꽉 쥔 손이 떨려 딸그락딸그락 잔과 잔 받침 부딪히는 소리가 나면 더 떨리잖아. 아무리 조심을 해도 조금씩 흘리잖아. 겨우 2학년 밖에 안 된 아이가 2층에서 4층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선아를 한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상한 부침개 자랑을 하지는 말아야 하는 거 아니야. 두 할머니 사이에서 고민하고 말을 전하며 눈치를 살펴야 하는 선아가 불쌍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금쪽같은 손녀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세상을 많이 사신 할머니들 눈에는 왜 보이지 않는 걸까요? 나 같이 둔하고 눈치 없는 내 눈에도 보이는데…….
그런데 어른들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게 이상해. 엄마! 엄마는 나 같은 애들이 어른 눈치 보면서 거짓말 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 말을 할 때는 언제나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거짓말 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왜 선아가 거짓말하게 만드는 어른들은 혼이 나지 않는 거야. 선아는 두 할머니의 눈치도 보고 먹기 싫은 음식도 먹어야 하고 할머니의 기분에 맞게 대답도 해야 하는 거 나는 부당하다고 생각해! 왜 어른들은 아이들의 말이나 기분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거야. 그리고 마지막에 선아가 갈 수 있는 곳은 아파트 옥상이잖아. 얼마나 답답하면 제일 높은 곳으로 가서 잠이 들었을까? 높은 곳에 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 그래도 조금은 시원해지잖아. 내 친구들도 부모님 때문에 힘들면 가끔은 가출을 하고 싶대. 많이 화가 나면 집을 잠깐 나오지만 돈이 없어서 갈 곳이 없대. 우리들은 힘들 때 편안하게 쉴 곳이 없어. 그치 엄마. 어른들은 술도 마시고 여행도 가잖아. 우리 같은 애들만 불쌍해. 그리고 시키는대로 해야만 훌륭하고 착한 사람이 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어. 훌륭한 사람은 다 행복해! 엄마.
왜 선아 엄마. 아빠는 할머니에게 말을 하지 못하고 선아를 힘들게 하고 힘들다고 말하는 선아에게 엄마는 ‘착하지’라는 말로 아이에게 참으라고 강요해. 이런 엄마를 아이는 이해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이렇게 말하는 우리아이를 보며 나도 선아의 엄마처럼 말한다. ‘세상에는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이 무지무지 많거든’ 나도 엄마가 되어서야 살짝 느끼는 이 마음을. 선아의 엄마 아빠도 선아의 할머니가 살아오신 삶의 고단함을 알기에 차마 말 못 하는 것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사랑이라는 멋진 이름으로 우리를 가두는 것이 어디 이것 뿐 일까? 나도 내 아이에게 튼튼하게 쌓아올린 내 성안에서 나만의 잣대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착한 아이가 되라고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에 잠시 큰 숨을 쉰다.
4학년인 우리 딸은 ‘엄마 나도 선아처럼 살아 봤으면 좋겠다.’ ‘왜?’
‘재미있을 것 같애.’ 삼일은 공주처럼 삼일은 촌스럽게 사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그런데 너무 촌스럽게는 말고. 이 책에서 나오는 두 할머니들 우리 피아노 선생님이랑 똑 같다 그치 오빠? 피아노 학원에 처음 오는 애들한테는 얼마나 친절하고 상냥하게 가르쳐 주시는데 오래된 애들한테는 말 안 듣는다고 소리치고 신경질도 부린다. 그러면 엄마 나는 얼른 피아노 열심히 치는 척 한다는 말에 씁쓸해 진다. 말끝을 흐리며 제 방으로 들어간다. 우리 딸은 현실 적응력이 좋은 것 같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를 몸으로 실천하며 사는 우리 딸이다. 작은 것에 행복해 하고 재미있는 꺼리가 있으면 친구들과 나누려 하는 아이에게 이 책은 버거운가 보다. 뒤편은 읽다 슬쩍 덮는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친구에게 읽고 느낌을 말해달라고 했다. 세편 정도 읽더니 ‘아줌마’ 하며 내게 책을 내민다. ‘어때?’ 입을 굳게 다물고 제 엄마 눈치를 본다. ‘아줌마는 답을 묻는 게 아니니까 네 느낌만 말해줄래?’ 라고 나도 모르게 강요하게 되었다. 어렵사리 입을 열며 ‘잘 모르겠어요. 어려운거 같아요’ 라고 힘들게 답한다. ‘그랬구나! 아줌마도 잘 모르겠어? 그래서 물어 본 거야 아줌마도 그런 느낌이었거든’하니 아이는 마음이 가벼워지나 보다. 히쭉 웃으며 ‘아줌마! 저 다른 책 봐도 되죠?’ ‘그래’ 아이는 책이 꽂힌 곳으로 제 얼굴을 들이댄다. 작가는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정말 아이의 눈으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일까? 등장인물이 모두 초등학교 4~5학년 정도의 나이다. 정말 이 나이에 이런 생각을 할까? 작가의 생각을 아이의 입을 통해 쏟아 놓은 말이 과연 아이의 생각일까?
이 책은 청소년 정도에 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그것도 많이 생각하는 청소년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어린이 책이라면 아이가 책을 읽고 세상을 헤쳐 나아가는 힘이 되고 성장하고 살아가는데 위안이 되고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생기고 나 아닌 남을 생각하는 그런 힘을 실어주는 책 이였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어른인 나도 뭔가 2% 부족한 듯. 젊은 작가여서 일까? 작가의 삶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닌 작가가 사회를 바라보는 머리에서 나온 이야기인가?
만국기 소년
위창희(전남지부 여수지회)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으로 먼저 만났던 작가의 작품이라 기대감을 가지고 대했다. 그때 만난 비읍이란 아이가 삐삐작가선생님의 다른 작품에서 가졌던 설레임과 기대감이 나에게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후 두 번째로 만난 《만국기 소년》. 제목이 참 낯설다. 우리가 일상에서 평소에는 잘 쓰지 않는 말 이여서 그런 듯싶다.
<만국기>하면 학교운동회가 떠오른다. 또 굵직한 행사라도 할라치면 어김없이 머리위에서 펄럭거리며 행사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설치물이라는 것도. 일단 표지에서 보이는 그림도 심상치 않다. 아이가 거미줄에서 실 빼듯이 입에서 줄줄 빼내는 만국기그림이 말이다. 그런데 그것과 아이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건지 궁금했다.
관찰자 입장에서 줄곧 만국기 소년인 진수를 얘기하는 이는 바로 주인공 아이이다. 주인공(나)아이를 통해 보이는 진수의 일상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온전히 이해하기엔 부족했다. 전학 온 첫 날 선생님이 시킨 자기소개시간에 진수가 잘하는 건 노래보다도, 다른 나라 수도 이름 외우는 것이라는 걸 친구들에게 보여준다. 별로 눈에 뛸만한 특별할 게 없는 평범한 친구인 진수와 그 가족의 등장으로 인해 주인공 아이는 온통 관심이 그쪽으로 향해있다.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은 좁아터진 상자 집 속에 자그마치 6명의 식구가 살을 부비며 산다는 걸 본 순간 캠핑카가 아니라 생활하는 집이라는 걸 확인하면서 그 아이에 대해 관심은 더해만 간다. 사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그 아이 둘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진수가 단지 다른 나라 이름을 외우고 다니는 것 말고는 또 다른 특이사항이 있는 건지 그렇지 않은지는 얼른 이해가지 않고 그렇다고 그 뒤를 캐는 듯한 인상을 주는 상황이 말이다. 주인공 아이가 6학년 아이답지 않은 점이 거슬렸다. 전학 오면서부터 갖게 된 진수에 대한 관심들이 따뜻한 관심이라기보다 왠지 쓸데없는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내가 그 아이들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
나는 상자로 만든 집으로 다가갔다. 모자를 벗는 아저씨의 실루엣이 보였다. 순간, 모자 속에서 무언가 푸드덕 날아오는 걸 본 듯도 했다. 모자를 벗으면 새가 날아오르고, 입에서는 꽃송이가 피어나고, 번쩍이는 마술 도구들을 가방 속에 넣고 다니는 마술사가 떠올랐다. 아이 하나가 창으로 다가와 창문을 닫았다. 나는 움찔 몸을 숙였다. 아이는 어둠 때문에 나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상자로 만든 집에서 조용히 뒷걸음질을 쳤다. 창문에 커튼이 쳐졌다. 나는 주차장을 가로질러 우리 집 쪽 골목으로 뛰었다.
“인도네시아,수도 자카르타, 일본, 수도 도쿄.”(28〜29쪽)
그러면서 작품 내내 읊고 있는 진수의 끝나지 않는 나라수도 이름대기는 오히려 안쓰럽기까지 했다. 진수란 아이가 과연 어떤 기분으로 수도이름을 대는 지에 대해 명확하게 아이 마음을 들여다보이지도 않고 또 그런 진수를 대하는 주인공 아이마음이 오롯이 전해 지지 않아서 나도 답답하다. 그리고 선생님이 무심코 던진 마지막 질문은 의도가 더 모호하다.
“네가 외운 나라 중에서, 너는 어느 나라에 제일 가 보고 싶니?”(32쪽)
독자입장에서 당연히 선생님으로서 할 수 있는 질문이라 생각했는데
진수는 대답이 없다. 그 대신 진수 얼굴에 표정이라는 게 생겼다. 슬프고 겁에 질린 표정. 나는 선생님이 그걸 묻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진수 표정을 본 순간, 나는 선생님과 마주 보기 싫어졌다. 진수 얼굴도 더는 보고 싶지 않다.(32쪽)
대답 없는 진수에 표정이 슬프고 겁에 질린 얼굴로 읽은 주인공아이는 어떤 마음에서 그렇게 진수마음을 읽었을까? 사실 아무리 해외여행이 자유로운 시대에 살고는 있다고 하지만 진수뿐만 아니라 나라밖을 나가는 일은 보통 아이라면 힘들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데 그 질문이 그렇게 모멸감을 느낄 만큼의 잔인한 질문 이였다고 표현한 마지막 마음이 제대로 읽혀지지가 않는다.
그리고 진수가 하고 있는 나름의 장기가 다른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고 또 따뜻한 시각으로 읽었을지 모를 다른 분의 생각과 함께 불편하게 읽혀진 나의 책읽기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이야기하고 싶다.
"마음의 상처"
이복희(전북지부 군산지회)
사람들은 무심히 많은 말들을 내뱉는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자기와 같은 생각을 하며 살 거라는 생각도 한다. 그러다 보니 무심결에 많은 말들을 내뱉고 또한 그 말 속에 많은 상처들을 주게 된다. 단지 그 말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로 다가왔는지도 모른 채.
<만국기 소년>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그다지 편치만은 않았다. 아이의 시점에서 본 진수의 형편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고, 그런 진수의 가정을 사회적인 편견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게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큰 주차장에 아주 좁은 컨테이너박스 상자 같은 집에 있다. 그 안에서 여섯 식구가 살고 있다. 내가 보기엔 그 집은 정말 작고 그 안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을까 하는 집이다. 그러나 그 안엔 분명히 여섯 식구가 함께 하고 있다. 또한 내가 들여다본 그 집 아이들은 왠지 지처보이는 얼굴에 그다지 밝지 않은 얼굴이다.
씽크대 하수구가 막혔다며 엄마의 정신은 온통 거기에만 쏠려 있다. 그런데 오늘 그 상자 같은 집에 사는 아저씨가 와서 막힌 하수구를 뚫어주었다. 간단한 일이므로 많은 돈을 받지 않겠지만 못 쓰는 옷이나 책이 있으면 달라고 한다. 얼마 전에 얻은 국기책을 큰아이가 줄줄 외우고 다닌다면서.
엄마는 물어본다. 애들이 몇이냐고. 넷이라는 대답에 애들을 너무나 많이 낳았다고 엄마는 말한다. 그 말에 아저씨는 고개를 숙이고 난감해 한다. 그 말이 갖고 있는 의미가 뭘까? 난 생각한다. 엄마가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며칠 전 진수가 전학을 왔다. 진수는 상자 같은 집에 사는 그 아이다. 선생님은 진수에게 잘 하는 것을 앞에 나와 해 보라고 한다. 진수는 나라이름과 수도를 줄줄이 외워본다. 아이들은 모두들 그런 진수를 신기해하며 보고 있다. 그런 진수를 선생님은 걸어 다니는 만국기라고 칭찬을 해준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지 않고 다시 일어서라고 말하면서 진수에게 가고 싶은 나라가 어느 나라인지 물어본다.
대답이 없는 진수. 그 순간 진수는 슬프고 겁에 질린 표정이다. 난 생각한다. 선생님이 진수에게 그 질문은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하지만 진수에게 희망이 전혀 없는 건 아닐거다. 작은 집이지만 그 안엔 형제가 있고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가 있다. 걸어 다니는 만국기 진수. 지금의 모습은 무척 왜소해 보이고 겁에 질린 표정이지만, 분명히 진수는 커서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자기가 살고자 하는 삶을 이루며 사는 아이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 우리는 너무나 물질의 풍요 속에 놓여있다. 그러다 보니 가치관이 흔들리고 남을 바라보는 눈도 잘 사는 눈높이에만 맞혀있다. 만국기 소년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고 말 한마디에도 온정을 쏟으며 따뜻하게 말할 줄 아는 내가 되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본다. 모두 함께 사는 세상을 다시 한 번 꿈꿔본다.
만국기 소년
이미경(제주지부 서귀포지회)
요즘 부쩍 감정이 메말라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내 마음이 좀 순수해졌으면 좋겠다. 소녀처럼 여리고 작은 일에 기뻐하며 슬프거나 아픈 일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책 뒤표지에 나와 있는 글처럼 슬프고도 환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작은 나의 바람에 희망을 갖게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우리는 새로 집을 지어 이사를 했다. 새 집에 이사를 하는 우리들의 마음이야 커다란 행복과 새로운 변화에 대해 들떠 있었다. 하지만 이사한 동네가 5일마다 장이 열리는 오일장 맨 끝자락이었고 더군다나 근처에는 대충 뚝딱해서 지은 하꼬방들이 적잖은 곳이었다. 늘 아침이면 공동화장실, 공동수도를 쓰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술에 취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사람, 서로 뒤엉켜 싸우는 사람들로 나는 은근히 동네 사람들을 피해 다녔고 관심조차 가지려 하지 않았다.
자식들을 많이 낳아주신 부모님 덕에 굳이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아도 우리 자매들만 있으면 웬만한 놀이는 다 할 수 있었다. 동네에 별 관심 없이 지내던 어느 날 한 하꼬방에 불이 났다. 미처 피하지 못 한 어린 여자애가 불에 타 죽은 것이다. 동네가 난리가 났다. 아이의 죽음으로 인해 나는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어른들의 현실이 싫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진수의 모습을 통해 내 어릴 적 동네를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 너무나 가난하여 읽을 책이 없어서 국기 책을 본 덕에(?) 나라와 수도이름을 줄줄 외우는 모습이 왜 그리 마음이 아픈지……. 진수가 평범한 가정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아이였다면 자랑스럽게 보였을지 모른다. 늘 어른들의 잣대가 문제가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엄마나 선생님도 결국은 상처를 하나씩 심어준다. 진수의 행동을 관찰하는 ‘나’를 통해 진수를 더욱더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상자로 만든 집에 사는 사람들을 현실과는 동떨어진 환타지 세계에 살지는 않을까 궁금해 하는 ‘나’의 상상력이 행복감을 더해 준다.
‘나’의 생각과 행동 앞에서 나는 부끄럽다. 진수를 진정으로 생각해주면서도 슬프고 겁에 질린 진수 모습을 외면하는 모습이 아이라기보다는 애어른 같다. 나도 이제 어른이 되었고 거기에다 엄마까지 되었다. 어른의 잣대와 엄마의 잣대로 아이들의 세상에 함부로 들어가 휘젓지 말아야지…….
우리 아이가 이 책을 읽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이들의 책을 읽으며 아이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우리 회원들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만국기 소년>을 읽고
김경자(충남지부 아산지회)
책을 처음 받아들고 책 제목에 오랫동안 시선이 머물렀다. ‘만국기’라는 말에서 생각이 떠날 줄 몰랐다. 왜, 무엇 때문일까? 행사 때나 뭔가 특별한 날에 볼 수 있는 만국기. 그 특별한 날이 행복의 기억을 찾을 수도 있지만 때로는 아픔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편 한 편 읽어가며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어른들의 환경이 아이들을 슬프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도 내 아이에게 나의 기준을 강요하고 아이들의 세계를 나의 세계에 포함해서 생각을 하고 있지나 않나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독립된 인격체로서 얼마나 많은 감정에 귀기울여주고 얘기를 들어주었는지 의문이 생긴다. 어린이들이 나름대로 자기를 표현하고 알아달라고 신호를 보내지만 때때로 어른인 우리들은 그 신호를 무시하거나 망각해 버리기 일쑤다.
어른인 우리들이 하찮은 것이라고 무시해 버리기 쉬운 것들도 그들에게는 중요한 삶의 일부분인 것을 우리들이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함과 특이함이 만국기 속에 있듯이 우리도 다양함과 특이함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찾아가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만국기가 펄럭이는 운동장에서 우리는 그 날의 즐거움과 행복을 더 많이 기억하듯이 만국기가 있어서 그 자리가 더욱 빛남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표지의 답답함이 마지막 장을 덮으며 따뜻하고 잔잔한 행복이 나의 가슴을 찾아왔다.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성장해 보렵니다. 나에게는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가족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모두 다 행복의 문을 밀고 아직도 세상은 착한 사람이 더 많고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더 많음을 기억하며 힘차게 세상을 껴안으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세상은 움직이는 사람의 것입니다.
《만국기 소년》, ‘나’와 ‘어른’의 발견
오세란(충북지부 대전지회)
1. 들어가며
《만국기 소년》은 최근에 출간된 단편동화집이다. 최근 출간된 단편동화집들에게 대해서는 새롭다는 의견도 있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부정적 의견은 대체로 동화 양식을 일탈하는 것에 대한 고민과 작품의 서사 기법에 대한 낯설음이 어린이 독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 질런지에 대한 염려로 나누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 장르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장르가 고정되어 있다면 우리는 늘 동일한 패턴의 작품들만을 읽고 소비할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의 문학사는 너무나 빈약해졌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이런 규범은 새로운 창작의 압력으로 변화한다. 또한 이러한 일탈과 도전의 진폭은 기존의 규칙으로 충분히 포섭 가능한 일탈의 양상이 있는가 하면, 기존의 세계나 규칙으로 포섭할 수 없을 정도까지 그 경계 지점을 최대화하는 일탈 양상까지 변화의 진폭은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어린이문학 혹은 동화 또한 계속 변화하는 유기체로 볼 수 있다.
《만국기 소년》만이 아니라 최근에 출간되는 고학년 단편 동화집을 살펴보면 단편소설화 경향, 플롯의 와해, 1인칭 시점을 활용한 독백체,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도리어 어른들의 세계를 풍자하는 방식 등 새롭게 분석해 봐야 할 기법들이 많다. 나는 이러한 새로운 방식에 손을 들어주는 편이다. 이러한 작품들을 기본의 규범과 양식으로 재단하기 보다는 새로운 분석틀로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어린이 문학의 주제는 보다 넓어져야 하고 창작 방법은 더욱 다양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이러한 기법들은 고도 자본주의 사회로 접어든 현재, 어린이 문학 또한 더 이상 리얼리즘적이고 고전적인 문학 양식만을 고집할 수 없는 세계에 이르렀다는 세계관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최근 나온 단편집들은 작품 속의 새로운 기법들이 전략적인 차원에서 어떤 효과를 염두에 두고 창작되었는지, 그 효과를 충분히 거두고 있는지, 이러한 방식이 변화된 당대 어린이의 세계를 효과적으로 반영하고 있는지의 측면에서 수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을 염두에 두면서 《만국기 소년》에 나타난 몇 가지 창작기법을 분석해보려고 한다.
2-1. ‘나’ 1인칭 시점의 활용
유은실은 1인칭 시점을 매우 잘 활용하는 작가다. 이전 작품 《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는 판타지 동화지만 어떻게 보면, 주인공 ‘나’의 시점 때문에 도우미 할머니가 마고할미로 보이는 1인칭 시점을 활용한 판타지이다.
《만국기 소년》에 실린 많은 작품들은 ‘나’가 관찰하거나 서술하는 이야기들이다.<만국기 소년>은 나가 새로 전학 온 ‘진수’를 관찰하는 이야기이고, <내 이름은 백석> 역시 나가 아버지의 모습을 관찰하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관찰의 시선은 「손님」이라는 작품에서 극대화되어 표현된다. 1인칭 관찰자의 시선의 가장 큰 장점은 주관적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고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기법을 쓰면 작품에서 작가의 목소리를 낮출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이렇게 관찰자가 되어 서술되는 사건들을 통해 어린이 독자들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상자를 쫓게 된다. 그리고 떨어져서 진수의 상황이나 손님에 등장하는 ‘나’의 상황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사실 이렇게 거리를 두고 낯설게 바라보는 방식은 기존의 어린이의 시선은 아니다. 기존에 생각하는 어린이란 뛰어드는 존재, 함께 하는 존재다. 그런 점에서 유은실의 ‘나’는 관찰하는 어린이, 생각하는 어린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1인칭 서술이더라도 <상장>같은 작품은 ‘독백체’를 통해 줄거리는 거의 없이 아이의 내면을 고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아이가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가는 동안 거리의 풍경을 보며 한편으로 속생각을 토로하는 작품은 그야말로 어린이의 ‘내면’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어린이 문학에서 도입되고 있는 모더니즘적 방식이다.
<맘대로 천원>의 ‘나’는 유은실의 작품 중에서 가장 행동하는 나에 가깝다. 이 작품에서 ‘나’는 동생과는 달리 천 원이 생겨도 맘대로 쓸 수 없는 아이다. 이러한 ‘나’는 생각 없는 동생과는 달리 ‘애 어른’의 모습으로 비춰지면서 동생의 행동과 대비를 이루고 있다. ‘나’가 ‘애 어른’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연민을 만들어 내는 작품이다.
2-2.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른의 세계
<내 이름은 백석>이 그렇고 <선아의 쟁반>이 그렇다. <어떤 이모부>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의 눈으로 본 어른의 세계다. 이렇게 어린이의 눈으로 본 어른의 세계는 물론 행복하지 않은 연민의 세계다. <내 이름의 백석>의 아버지는 평소에는 장사도 잘 하고 마음도 넉넉한 어른이었지만 시인 ‘백석’의 시집을 알 지 못하고 자신이 많이 배우지 못했다는 점을 의식한 순간 당당할 수 없는 힘없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선아의 쟁반」은 아이를 가운데 두고 벌이는 어른들을 풍자한 것이고 <어떤 이모부>는 특이한 성격 때문에 집안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이모부에 대처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관찰한 것이다.
작가가 이렇게 어린이의 눈으로 어른들의 세계를 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어린이의 세계가 바로 이러한 어른들의 세계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세계를 관찰하며 해석하며 살아간다. 어른이 어린이를 관찰하듯 어린이 또한 어른들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내 이름의 백석>의 아버지를 보며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어떤 이모부’의 말을 전화로 들어주는 척 하면서 귀찮아하는 엄마와 아빠의 위선을 풍자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부모의 행동은 어떤 이모부에 대한 ‘나’의 태도로 고스란히 계승된다. 또한 어린이는 <선아의 쟁반>에서처럼 어른의 생각에 따라 휘둘리는 존재다. 두 할머니의 생각에 따라 행동과 몸짓과 말투까지 달라지는 선아를 보며 사회에 살고 있는 어른과 아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2-3. 플롯의 변화
단편 소설적 경향을 가진 동화들의 특징 중에 하나는 기승전결의 플롯이 와해되며 사건이 모두 완결되지 않은 부분에서 결말을 맺는 동화가 많다는 것이다. <손님>은 집에 손님을 맞기 위한 짧은 시간 동안 아이와 가족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이 가족이 처해있는 상황을 서술해 줄 뿐이다. 사실 이 작품에서 손님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건의 일면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상장>은 줄거리는 거의 없이 ‘나’의 독백만으로 작품이 서술된다. <상장>의 나가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사회가 바뀌는 방법밖에는 없는데 우리의 어린이문학은 지금 그것을 제시하기 힘들다. 현재 우리 사회는 성적 위주의 가치관이 더욱 더 고착되고 있는 사회이다. 물론 이러한 가치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하는 형태의 동화도 나와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현재 사회를 적나라하게 반영한 동화 역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약하자면 기존 동화보다는 일반 문학의 단편에 가까운 이러한 형식은 우리 시대의 어린이가 살고 있는 사회가 일정한 결말로 완결 지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반영한다. 전지적 시점의 동화들이 기승전결의 형태를 두고 완전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끝맺었던 것에 비해 최근의 동화들은 작품의 결말을 작가가 끝맺지 않은 채 독자에게 결말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도록 펜을 넘긴다. 이러한 작품의 경향은 작가가 어린이 독자에게 안전하고도 확정된 결말을 제시해줄 수 없는 사회임을 반영한다. 이러한 열린 결말은 이제 작품의 결말과 이어지는 현실을 어린이 독자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함을 뜻한다.
3. 마치며
이러한 새로운 기법이 어린이 독자에게 어떻게 다가갈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어린이 독자를 중심에 둔 작품의 평가는 매우 중요하고 꼭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국기 소년>을 읽어주었다. <만국기 소년>에서 진수의 ‘나라의 수도’를 외우는 문장은 작품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이것이 바로 작가의 전략이다. 그러나 어린이 독자들은 이러한 몰입의 방해를 통해 감상주의에서 벗어나 진수와 ‘나’의 심정에 보다 가깝게 가려는 작가의 전략을 따르지는 않았다. 어린이 독자는 도리어 ‘몰입’의 독자, ‘동일시’의 독자라고 생각되었다. 또한 <어떤 이모부>에서 역시 아이들은 이모부의 전화 대화의 내용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이모부가 하소연하는 이모가 카드로 산 물건 목록이나 이모부의 고민이 아이들에게는 다가오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어떤 이모부>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어린이 독자가 정확하게 이해했다고 보기는 힘들 듯하다.
어른 독자들도 대부분 분위기나 기법으로 독자에게 여운을 남기는 단편소설보다 서사의 힘으로 끌고 가는 장편소설을 좋아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단편 소설적 경향의 단편 동화가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좀 더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 내가 경험한 바로는 어린이들은 어른보다 훨씬 유연한 독자이다. 어릴 때부터 리얼리즘적 독법에만 익숙한 학부모 독자에 비해 우리 아이들은 훨씬 다양한 방식의 독법을 쉽게 받아들인다. 그 점은 앞으로도 계속 우리 회원들이 아이들과 책읽기를 하며 살펴 볼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문학 교육의 입장에서도 기존의 익숙한 방식의 동화뿐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문학을 접하게 해줌으로써 문학이 그려내고 만들어 낼 수 있는 다양한 빛깔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