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있는 지역먹을거리
생산자와 소비자가 행복한 밥상
로컬푸드와 ‘우리집 밥상’
오늘 아침 밥상에 올라온 식품의 이동 거리는 얼마나 될까? 중국산 양파, 당근, 마늘, 숙주나물, 생강은 910km, 일본산 명태는 1160km, 필리핀 파인애플은 2610km…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조차 모르는 식품으로 하루 식사량을 채우고 지구 한 바퀴 거리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런 사이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셈이다. 용인시 역시 2010년도 경기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이산화탄소 기준 배출량이 6240톤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가정 적게 배출되는 여주군(773톤) 보다 무려 9배나 높은 수치다. 지구가 힘들어하고 있다.
농가는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대형마트가 점령한 유통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 농가들이 아무리 좋은 먹을거리를 내놓아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는 현실. 비단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농촌 얘기만은 아니다.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용인에서도 이러한 상황은 나타난다.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방사 유정란을 폐기해 버리기도 한다. 이러한 농가들의 신음과 함께 소비자 역시 믿을만한 먹거리를 찾기 위해 이런 저런 묘안을 찾아보지만 녹록치 않다. 효율성을 앞세워 만들어진 광역 식품유통체계가 환경과 사람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로컬푸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농민 소득 안정을 목적으로 시작됐지만 복잡한 광역식량체계(마트, 백화점, 일반대형유통점)를 지역식량체계(생산->유통->소비)로 전환시킨다. 또한 어디서 어떻게 생산했는지 이력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안전한 식품을 먹을 수 있으며 일반 농산물의 유기농 전환, 양극화 해소, 소득증대,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으로 연결된다. 식품 이동경로 단축을 통한 경비절감과 환경보호 효과 역시 탁월하다.
어떻게 먹을 수 있을까?
많은 국가들이 반경 50Km이내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로 로컬푸드를 정의하거나 정책적 편의를 위해 지자체의 행정단위로 설정한다. 하지만 단순한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거리만을 따져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서울 가락동 시장을 거쳐 다시 소비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산물이 실제 이동한 거리’를 기준으로 로컬푸드를 판단한다.
또한 로컬푸드가 농민들의 안정적 소득을 가져다주고 식품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사회적 거리로 말하기도 한다. 중간 유통 단계가 없어지고 직접적 신뢰가 형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측면에서는 생산자를 알고 있고 생산방법을 알 수 있고 궁금한 것은 직접 물어볼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로컬푸드의 본래 취지다.
이러한 로컬푸드는 생산자 직판장(Farmer"s Market) 형태로 외국에서는 자주 볼 수 있다. 또 공동체가 지원하는 농업, 공동체 텃밭, 도시농업, 협동조합, 동네주방, 지역 레스토랑 등에서 실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북 완주의 ‘로컬푸드 약속 프로젝트’, 순천나주의 학교급식 운동, 평택의 ‘평생평소’운동, 강원도 원주 새벽시장, 강화도 콩세알나눔센터, 서천지역먹거리생산자조합 ‘얼굴있는 밥상’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외국의 CSA(지역사회가 지원하는 농업)는 미국, 영국, 유럽 등에서 로컬푸드로서 유기 농산물을 거래하는 일반적인 방식이다. 한 명의 농부가 다수의 도시 소비자의 식량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소비자는 농산물의 개별가격이 아니라 이 방식에 비용을 지불한다. 실제적으로는 지역 내에서 농민조직이 소비자 조직과 일주일에 1~2회씩 농산물을 담은 상자(vegetable box)를 공급하고 소비자는 매월 회비를 내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이를 통해 농민은 계획생산에 의해 생산한 거의 모든 생산물을 판매할 수 있고 시장에서 거래하기 힘든 농산물까지 판매하기 때문에 저렴하게 공급 가능하며 안정된 소득을 보장한다. 또한 소비자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믿을 수 있는 농민으로 부터 안전한 농산물을 보다 저렴하게 구매 가능하다.
사회적기업 내리사랑
로컬푸드 사업 ‘보람찬 바구니’ 운영
처인구 이동면 김춘식씨 농가에서 재래식으로 만든 유기농 손두부가 밥상에 올라오기까지 이동한 거리는 얼마나 될까? 이동 거리 19km, 시간은 40여 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소형차 기준 평균 3.2(kgCO2)다. 대형매장에서 사는 것이 간편하다고 반문 할 수 있지만 물류센터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실제 이동거리는 상당하다. 이러한 대안 운동으로 사회적 기업 내리사랑에서는 얼굴 있는 지역 먹을거리 ‘로컬푸드’ 운동 ‘보람찬 바구니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미 유기농 빵을 생산하는 흔치 않은 로컬푸드형 사회적 기업으로 출발한 내리사랑에서는 로컬푸드 운동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타 지자체에서 정책을 세워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도 있지만 용인에서는 처음이다. 대부분 로컬푸드 사업이 학교 급식, 도농 직거래 장터, 새벽시장 등에서 진행된다면 용인 로컬푸드 운동 ‘보람찬 바구니’는 지역 소농의 경제적 기반 구축과 사회적 기업을 통한 고용 창출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그동안 내리사랑 친환경 매장에서 농촌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소량으로 판매하며 직거래를 해 왔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좀 더 적극적으로 연결해, 안전한 먹을거리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러한 운동은 지역에서 지속가능하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며 특히 취약계층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내리사랑베이커리 이도건 대표는 “ ‘보람찬 바구니’는 도농복합도시인 용인시의 소비자와 소규모 생산자가 상생하는 친환경식량자급, 녹색발전, 취약계층의 고용 등 다양한 지역 사회적가치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보람찬 바구니에 들어가는 지역 먹을거리는 제철에 나는 용인지역 생산품을 기본으로 하며 가급적 소비자는 그대로 먹어주는 것이 원칙이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농법 또는 자연농으로 재배한 지역의 제철 농산물을 공급하되 다른 지역에서 이러한 원칙으로 생산되는 것이 있다면 그 생산자의 이력을 공개하고 보급할 방침이다. 특히 지역에서 친환경재료로 가공식품을 만드는 영세한 농민의 생산품을 우선적으로 공급한다.
이 대표는 “현재 용인에는 수많은 개인 친환경 농가들이 있으며 이미 내리사랑베이커리에서는 다양한 작물을 취급하는 10여 곳의 친환경 농가와 교류를 통해 본 사업에 대한 취지를 공감하여 함께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소비층 역시 현재 운영 중인 친환경매장의 고정 고객과 지역 단체 활동가 등을 통해 회원들을 모집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7월부터 선보이게 될 보람찬 바구니에는 방사 유정란, 유기농두부, 무농약콩나물, 친환경 밑반찬, 부식류 등이 들어갈 예정이다. 또 수시로 먹을거리 체험행사와 공동구매를 진행하게 된다.
이 대표는 “영세한 농가가 많지만 그들이 판로를 개척해 친환경 농가로 자리잡을 수 있게 하는 것 또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이라며 “신뢰와 시간을 갖고 로컬푸드 운동에 동참한다면 건강한 먹을거리 보장은 물론 고용문제가 해결되고 또 매출의 3%가 공익기금으로 쓰이기 때문에 모두가 행복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로컬푸드 꾸러미 ‘보람찬 바구니’ 카페는 6월 중순경 문을 열며 각종 먹을거리를 바구니에 담아 각 가정으로 직접 배달해 준다. 자세한 문의는 284-8244로 하면 된다.
출처:용인시민신문(6월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