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재난고 [이제현 1288-1367년] 제2권 - 시(詩) 33편
시(詩) 33편
1 눈[雪]
2 망고탑(忙古塔) 만산령(萬山嶺)의 별칭이다.
3 눈이 내릴 때 앞의 운을 따라 짓다.
4 상서(尙書) 백문거(白文擧)가 보낸 시에 차운하다.
5 감회(感懷)
6 동지(冬至)
7 십일월 십오일
8 바다를 바라보면서
9 황토점(黃土店) 이때 상왕께서 참소를 만나 스스로 변명할 수 없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10 명이행(明夷行)
11 오두백(烏頭白)으로 박인간(朴仁幹)을 전송하다
12 상도(上都)에서 유 정승(柳政丞) 청신(淸臣) 과 오 찬성(吳贊成) 잠(潛) 에게 바치다
13 지치(至治) 계해(癸亥) 사월 이십사일에 경사(京師)를 떠나면서 이때 상왕께서 서번(西蕃)에 계셨으므로 가서 뵈려고 해서다.
14 탁군(涿郡)
15 백구(白溝)
16 마상(馬上)에서
17 상주(相州)에서 밤에 떠나다
18 업성(鄴城)
19 또
20 단오(端午)
21 담회(覃懷)
22 맹진(孟津)에서 본 일을 기록하다
23 왕상비(王祥碑) 이 비는 낙양 남쪽 삼십 리 거리에 있다.
24 신안참(新安站) 어떤 중이 이 신안참 아전을 때려 죽인 일이 있었다.
25 효릉행(崤陵行)
26 함관행(函關行)
27 화주(華州)의 여관에 쓰다
28 장안(長安)의 여관에 쓰다
29 정장공(鄭莊公)의 무덤에서
30 허 문정공(許文正公)의 무덤에서
31 도중에서 월지국(月支國) 사자(使者)가 말을 바치고 돌아가는 것을 보다
32 관룡방(關龍逄) 무덤에서
33 한 무제(漢武帝)의 망사대(望思臺)에서
[1]雪(설)
눈[雪]
朔風卷地暗河津(삭풍권지암하진) / 휘몰아치는 북풍에 하수(河水) 나루 깜깜하더니,
塞雲作雪愁行人(새운작설수행인) / 갑자기 눈 내리자 길 가는 나그네 걱정하네.
兩儀洪荒盪元氣(양의홍황탕원기) / 크고 넓은 천지에 원기가 움직이는 듯하고,
萬物陸離含古春(만물육리함고춘) / 눈부신 온갖 물건 태고 시대 돌아온 듯하구나.
初疑倒瀉銀河空(초의도사은하공) / 처음에는 은하수가 쏟아지는가 의심했고,
轉恐壓折靑山峯(전공압절청산봉) / 나중에는 산봉우리가 무너질까 두려워했네.
天女霓衣戲鸞鳳(천여예의희난봉) / 천상 선녀가 난봉타고 날 듯,
海仙貝闕翻魚龍(해선패궐번어용) / 바다 어룡이 패궐에서 번득이듯
馬蹄凌競鞭不動(마제능경편부동) / 벌벌 떠는 말굽 채찍질해도 움직이지 않고,
身上氈裘百斤重(신상전구백근중) / 몸에 입은 털옷도 왜 그리 무거운지
令人却憶孟襄陽(령인각억맹양양) / 마치 옛날에 맹 양양처럼,
驢背呤詩忍飢凍(려배령시인기동) / 나귀 등에 앉아서 시나 읊어야겠네.
逆旅主人眞可人(역여주인진가인) / 여관 주인 참으로 좋은 사람이어서,
爲我一發浮蛆甕(위아일발부저옹) / 나를 위해 술 한 잔 가득 부어주네.
誰能興盡到門廻(수능흥진도문회) / 누가 흥이 끝나자 그만 되돌아왔느뇨,
席暖且與程奴共(석난차여정노공) / 자리가 따뜻하니 종과 함께 마셔야겠다.
君不見吳中朱生畫稱絶(군불견오중주생화칭절) / 그대는 못 보았나 오중에 주생 뛰어난 그림으로,
※고소(姑蘇) 주택민(朱澤民)이 산수화를 잘 그리는데 전에 나를 위해 연산효설도(燕山曉雪圖)를 그렸었다.
短幅曾掃燕山雪(단폭증소연산설) / 일찍이 그렸던 이 연산효설도를
河橋老柳不棲鳩(하교노유불서구) / 하교에 늙은 버들 까마귀도 깃들이지 않고,
小店閉門煙火滅(소점폐문연화멸) / 자그마한 여관에는 저녁 연기 끊어졌는데,
客子驅車欲安適(객자구차욕안적) / 빨리 달리는 나그네 어디를 가려는지,
應被名韁牽鼻裂(응피명강견비열) / 공명(功名)의 굴레에 얽매여 코가 찢기도록 끌려가는 것이리라.
豈知瓦油衣下黑甛鄕(기지와유의하흑첨향) / 어찌 알까 이불을 두르고 흑첨향으로 들어가면,
一天歲月無炎涼(일천세월무염량) / 한 하늘 세월에 더위도 추위도 없는 것을,
畫中之境今自蹈(화중지경금자도) / 그림 속의 경지를 지금 밟으니,
畫中之意不可忘(화중지의불가망) / 그림 속의 뜻 잊을 수 없구나.
白頭更有相逢日(백두갱유상봉일) / 늙어서 다시 서로 만나게 되면 ,
握手披圖感嘆長(악수피도감탄장) / 이 그림 펴놓고 한없이 감탄할 거요.
[주D-001]패궐(貝闕) : 자색(紫色)의 조개껍질로 장식한 궁궐. 수신(水神) 하백(河伯)이 산다는 곳으로, 속칭 용궁(龍宮)을 말한다.
[주D-002]맹 양양(孟襄陽)처럼 …… 읊어야겠네 : 맹 양양은 당(唐) 나라 때 시인 맹호연(孟浩然)을 가리키는데, 소식(蘇軾)이 하수재
(何秀才)에게 보낸 시에 “그대는 눈 속에 나귀 탄 맹호연을 보지 못했는가. 눈썹 찌푸리고 시 읊으니 어깨가 산처럼 솟았네[君
不見雪中騎驢孟浩然皺眉吟詩肩聳山]”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흥(興)이 …… 되돌아왔느뇨 : 진(晉) 나라 때 왕휘지(王徽之)가, 밤눈[夜雪]이 막 개고 달빛이 청명하자 갑자기 섬계(剡溪)에
있는 친구 대규(戴逵)가 문득 생각나서, 배를 타고 밤새도록 갔다가 막상 대규의 집앞에 당도해서는 들어가지 않고 그냥 되돌아
왔는데, 누가 그 이유를 묻자 “내가 흥이 나서 갔다가 흥이 다해서 되돌아온 것이니, 꼭 안도(安道 대규(戴逵)의 자)를 볼 필요
가 있는가.”고 답한 고사에서 온 말이다.《晉書 卷80 王徽之傳》
[주D-004]흑첨향(黑甛鄕) : 낮잠 자는 데에 비유한 말이다.《西淸詩話》에 “남쪽 사람은 술마시는 것을 연포(軟飽)라 하고, 북쪽 사람은
낮잠 자는 것을 흑첨(黑甛)이라 한다.” 하였다.
[2]망고탑(忙古塔)
만산령(萬山嶺)의 별칭이다.
密雪壓空谷(밀설압공곡) / 쌓인 눈 빈 골에 가득한데,
萬木寒無聲(만복한무성) / 온갖 나무 소리없이 얼어붙었네.
征人戒長道(정인계장도) / 길가는 나그네 떠나려 하니,
迨此東方明(태차동방명) / 이때 바로 동이 텄다.
襟袖生鐵甲(금수생철갑) / 옷자락은 철갑처럼 뻣뻣해지고,
鬑鬢絡珠纓(빈수낙주앵) / 수염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리네.
路窮馬蹄澁(노궁마제삽) / 막다른 길이라 가던 말이 걸음 멈추고,
却立心爲驚(각립심위경) / 문득 섰노라니 겁이 나누나.
棲禽亦安往(서금역안왕) / 깃들이던 새는 어디로 가려고,
拂翼時一鳴(불익시일명) / 날개를 치면서 가끔 울음만 운다.
[3]雪用前韻(설용전운)
눈이 내릴 때, 앞의 운을 따라 짓다.
去年此日揚子津(거년차일양자진) / 지난해 이날 양자강 가에서,
雪華濛濛愁殺人(설화몽몽수살인) / 휘몰아치는 눈보라에 온갖 걱정하였었지,
浮玉山前駐歸楫(부옥산전주귀즙) / 부옥산 밑에 돌아가던 배 멈추고,
百錢徑買金陵春(백전경매금능춘) / 있는 돈 다 털어 술 마셔버렸다.
酒酣豪氣薄雲空(주감호기박운공) / 술에 취한 호기를 금할 수 없어,
走尋北固登翠峯(주심북고등취봉) / 북고산 꼭대기까지 올라갔었네.
海天上下同一色(해천상하동일색) / 바다와 하늘은 한 빛깔인데,
日月東西迷六龍(일월동서미육용) / 해와 달 동쪽 서쪽에 육룡이 아득하였지,
長風掉鞅欲驚動(장풍도앙욕경동) / 긴 바람이 안장을 흔드니 말이 놀라고,
萬木含枚若持重(만목함매약지중) / 온갖 나무 재갈 문 것처럼 고요하네.
冥搜興逸太素前(명수흥일태소전) / 태고 시대 생각하여 명상하다가.
援筆題詩愁硯凍(원필제시수연동) / 붓 잡고 시 쓰려 하니 벼루가 얼었구나.
擁褐南窓夜色明(옹갈남창야색명) / 남쪽 창 환한 곳에 고요히 앉았으니,
半輸霽月暉鐵甕(반수제월휘철옹) / 갠 밤 반달이 철옹성에 비쳤었지,
神淸宛在廣寒宮(신청완재광한궁) / 깨끗한 정신 광한궁에 있는 듯하건만,
勝賞只恨無人共(승상지한무인공) / 좋은 구경 함께 할 사람 없어 한스럽네.
今年此日太愁絶(금년차일태수절) / 금년 이날에는 너무도 쓸쓸하게,
匹馬關河三尺雪(필마관하삼척설) / 눈 쌓인 관하에서 필마를 달리는구나.
室韋草木冷蕭條(실위초목냉소조) / 실위에 나뭇잎 다 떨어지고,
碣石雲煙杳明滅(갈석운연묘명멸) / 갈석산 구금포 잘 보이지 않네.
向夕前程問幾何(향석전정문기하) / 앞으로 가야 할 길 얼마나 남았는지,
酸風如刀面欲裂(산풍여도면욕열) / 칼날 같은 찬바람에 얼굴이 찢어지는 듯하네.
君不見百年身在夢魂場(군불견백년신재몽혼장) / 그대는 못 보았나 백 년 동안이 꿈결 같아서,
一年年去增悲澸(일년년거증비담) / 한 해가 갈수록 슬픔만 더해지는 것을,
亦知銷金帳下淺斟低唱有餘樂(역지소금장하천짐저창유여락) / 저 소금장 밑에 주연(酒宴) 베풀고 노래 부르는 것이 낙이라는 것을 알았
었고
亦知淮西夜半提軍縛賊功難忘(역지회서야반제군박적공난망) / 또 회서에서 밤중에 군사를 이끌고 역접 잡은 공도 잊기 어렵다는 것 알았
지만,
日高閉門臥不起(일고폐문와불기) / 아침 늦도록 문닫고 누워서 일어나지 않았던,
最有袁安興味長(최유원안흥미장) / 원안에서의 흥취가 가장 좋았다네.
[주D-001]광한궁(廣寒宮) : 달 가운데 있다는 궁전(宮殿) 이름. 월궁전(月宮殿)을 말한다.
[주D-002]실위(室韋) : 종족(宗族)의 이름. 몽고(蒙古)의 동쪽, 만주(滿洲) 흑룡강(黑龍江) 북쪽 지대에 사는 거란(契丹)의 이름인데, 여
기서는 그들이 사는 지역을 말한다.
[주D-003]소금장(銷金帳) …… 노래 부르는 것 : 아주 호사(豪奢)하는 것을 말한다. 소금장은 금박(金箔)으로 장식한 장막, 즉 아름다운
장막이라는 뜻이다. 송(宋) 나라 때 학사(學士) 도곡(陶穀)은 첩(妾)이 있었는데, 이 첩이 본래는 태위(太尉) 당진(黨進)의 가
희(家姬)였었다.
하루는 눈이 내리자 도곡이 설수(雪水)를 가져다가 차(茶)를 끓이면서 첩을 돌아보고 “당씨(黨氏) 집에도 이런 운치가 있는
가?” 하니 첩이 “저 추한 사람이 이런 운치야 어떻게 알겠습니까만 소금장 밑에서 주연(酒宴) 베풀고 노래 부르며 양고기 안주
에 좋은 술 마시는 것뿐이랍니다.” 하자 도곡이 부끄러움을 참지 못했다는 고사가 있다.《書言故事 豪奢類》
[주D-004]회서(淮西)에서 …… 잡은 공(功) : 당(唐) 나라 때 장군 이소(李愬)가, 한밤중에 군사를 인솔하고 큰눈을 맞으며 70여 리를 달
려 채(蔡)에 당도해서 반적(叛賊) 오원제(吳元濟)를 사로잡아, 회서를 평정하고 큰 공을 세웠던 일을 말한다.《唐書 133 李愬
傳》
[주D-005]아침 …… 흥미(興味) : 원안(袁安)은 후한(後漢) 때 여남(汝南) 사람으로 자는 소공(邵公)이다.《淸異錄》에 “한 길이 넘는 큰
눈이 내려 낙양영(洛陽令)이 친히 나가 민가(民家)를 순시했는데, 이때 다른 집은 다 눈을 쳤으나, 원안의 집앞은 눈을 치지 않
았으므로, 원안이 죽었다고 여기고 사람을 시켜 눈을 치고 들어가 보니, 원안이 방에 들어누워 있기에 “왜 나오지 않고 누워 있
는냐?” 묻자, 원안이 “큰눈이 내려 사람이 다 굶어 죽게 되었으니 남에게 요구하는 것이 옳지 않다.” 한 고사가 있다.
[4]상서(尙書)
백문거(白文擧)가 보낸 시(詩)에 차운하다.
交友誰如子(교우수여자) / 친구 중에 누가 자네와 같으랴.
通家匪自今(통가비자금) / 옛날부터 내려오는 통가였네.
同眠直廬雪(동면직녀설) / 눈 내리던 밤에 같은 직장에서 숙직했고,
共飯旅床霖(공반려상림) / 장마철 여관에서 밥도 함께 먹었었지,
弟畜工畫宋(제축공화송) / 그림 잘 그리는 송 송한(宋翰) 을 아우같이 여겼고,
朋從嗜酒金(붕종기주금) / 술 좋아하는 김 광수(光秀) 을 친구로 따른다네.
芝泥分日掌(지니분일장) / 지니는 하루 걸러서 맡게 되고,
桂醞趁宵斟(계온진소짐) / 계피로 담근 술 밤마다 마셨지,
意外高遊散(의외고유산) / 뜻밖에 서로 헤어지게 되니,
胸中往事森(흉중왕사삼) / 지나간 일 역력히 생각난다.
關山尤杳杳(관산우묘묘) / 관산이 더 한층 까마득한데,
歲月苦駸駸(세월고침침) / 세월은 왜 이렇게 빨리 가는가.
謫遠非其罪(적원비기죄) / 멀리 귀양간 건 제 죄가 아니었고,
貧榮豈此心(빈영기차심) / 영화를 탐내는 마음 본래부터 없었네.
每懷知我鮑(매회지아포) / 늘 생각하나니 포숙아(鮑叔牙)처럼 나를 알아주었고,
見許齒諸任(견허치제임) / 임방(任昉)과 같이 나를 대우한 것을,
伐木義何改(벌목의하개) / 벌목에 전한 뜻을 어찌 고치랴.
拔茅情更深(발모정경심) / 발모에 대한 마음 더한층 깊었었지.
撫箏悲謝傅(무쟁비사부) / 쟁을 어루만질 때는 사부가 슬퍼했고,
投杼惜曾參(투저석증참) / 베짜던 북 던질 땐 증삼(曾參)을 애석히 여겼다.
邂逅顔初破(해후안초파) / 우연히 만나니 웃음이 절로 난다.
綢繆膝並侵(주무슬병침) / 속마음 털어 놓자 무릎이 함께 닿았네.
興隨雲北去(흥수운북거) / 솟는 흥 구름 따라 북으로 가는데,
話到日西沈(화도일서침) / 한없는 이야기에 해가 서편으로 기우네.
爲命推東里(수명추동리) / 사명(辭命)을 짓는 데는 동리처럼 추대할 만하고,
論才敵上林(론재적상림) / 재주로 말하자면 상림부도 당할 수 있을 거야.
安能久高臥(안능구고와) / 어찌 오래도록 누워만 있도록 하랴.
早晩拜論音(조만배론음) / 조만간에 윤음을 받게 되리.
[주D-001]통가(通家) : 조상 때부터 대대로 사귀어 친히 지내는 집을 말한다.《後漢書》 孔融傳에 공융(孔融)이 이응(李膺)에게 말하기
를 “나는 이군과 통가(通家)의 자제입니다.” 하자 이응이 무슨 말이냐고 물으니, 대답하기를 “그대의 조상 공자(孔子)와 우리
조상 노자(老子)가 서로 사우(師友)간이었으니, 나와 그대는 누세(累世)의 통가입니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지니(芝泥) : 인주(印朱)를 가리키는 말인데, 또는 자분(紫粉)이라고도 한다.
[주D-003]포숙아(鮑叔牙)처럼 …… 알아주었고 : 서로 지기지우(知己之友)라는 뜻이다. 포숙아는 춘추 시대 제(齊) 나라 대부(大夫)로
관중(管仲)과 교의(交誼)가 두텁기로 유명하다.《列子》力命에 “관중이 일찍이 탄식하기를 ‘ ……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이고,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아이다.’고 했다.” 하였다.
[주D-004]임방(任昉)과 …… 대우한 것을 : 아주 훌륭한 대우를 받은 데에 비유한 말이다. 양(梁) 나라 때 태수(太守) 임방이 문장과 재주
가 뛰어나고 성품이 고매하여 당시 이름난 사우(士友)들이 즐겨 따랐으며, 그때 왕검(王儉)ㆍ심약(沈約) 같은 이들에게도 크게
추중(推重)되었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梁書 卷14 任昉傳》
[주D-005]벌목(伐木)에 …… 깊었었지 : 친구간에 교의(交誼)가 깊고 또 어진 친구가 있으면 서로 벼슬에 진출시켰다는 뜻이다. 벌목은
《시경(詩經)》의 편명인데,《詩經》 小雅 伐木序에 의하면, 벌목편은 친구간에 연락(燕樂)하는 노래로서 사람은 누구나 친구가
없이는 성공할 수 없으므로 서로 친목하며 저버리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하였다.
발모(拔茅)는 즉 어진 사람이 어진 친구를 뽑아 천거한다는 뜻인데,《周易》 泰卦에 “띠를 뽑아 연해서 함께 간다.[拔茅茹 以其
彙征]”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6]쟁(箏)을 …… 슬퍼했고 : 사부(謝傅)는 진(晉) 나라 때 태부(太傅) 사안(謝安)을 말한다. 진 효무제(晉孝武帝)가 일찍이 도독
(都督) 환이(桓伊)를 불러 놓고 주연(酒宴)을 베풀 때 사안도 함께 있었는데, 환이가 쟁을 어루만지며 원망을 노래한 시(詩)에
“임금되기도 쉽지 않거니와 신하되기는 진실로 어렵구나.
충(忠)과 신(信)은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의심만 받았네. 주공(周公)은 문왕(文王)ㆍ무왕(武王)을 도왔으나 금등(金縢)의 공이
새겨지지 않았고, 마음을 다해 왕정(王政)을 도왔건만 관숙(管叔)ㆍ채숙(蔡叔)이 유언비어를 퍼뜨렸네.” 하자, 사안이 그 노래
소리를 듣고 눈물을 흘려 옷깃을 적셨다는 고사에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억울하게 모함받은 것을 비유한 말이다.
[주D-007]베짜던 …… 여겼다 : 아무리 마음이 철석같이 굳은 사람도 남 비방하는 말을 누차에 걸쳐 들으면 그 말을 끝내는 믿게 된다는 뜻
이다. 춘추 시대 노(魯) 나라에 증삼(曾參 증자(曾子))과 똑같은 성명을 가진 자가 사람을 죽였는데, 어떤 사람이 증삼의 어머니
에게 고하기를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 하자, 증삼의 어머니가 “내 아들은 사람을 죽이지 않을 것이다.” 하고 짜던 베를 여전
히 짰다. 조금 있다가 또 누가 와서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 하였으나 그래도 여전히 베만 짜고 의심하지 않았는데, 또 누가 와
서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 하자 증삼의 어머니가 그제는 두려워서 베짜던 북을 던지고 담을 넘어 달아났다는 고사에서 온 말
이다.《戰國策 秦策》 《史記 甘茂傳》
[주D-008]사명(辭命) …… 추대할 만하고 : 외교 문사(外交文辭)에 능했다는 뜻이다. 동리(東里)는 춘추 시대 정(鄭) 나라 자산(子産)이
살았던 지명으로 곧 자산을 지칭하는 말인데,《論語》 憲問에 “사명(辭命)을 짓는 데는 비심(裨諶)이 초(草)하고, 세숙(世叔)이
토론하고, 자우(子羽)가 수식(修飾)하고, 동리가 윤색(潤色)한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사명은 춘추 시대 제후들간에 왕래하던
외교 문서이다.
[주D-009]재주로 …… 있을 거야 : 재주가 뛰어나 사부(辭賦)가 매우 훌륭함을 칭찬한 말이다. 상림(上林)은 곧 한(漢) 나라 때 문장가 사
마상여(司馬相如)가 상림원(上林苑)에서 지은 상림부(上林賦)를 가리키는 말인데, 이 상림부가 문장이 훌륭하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주D-010]오래도록 …… 받게 되리 : 곧 다시 벼슬길에 서용될 것이라는 뜻이다. 윤음(綸音)은 조칙(詔勅)ㆍ조서(詔書)와 같은 말로 즉
임금의 소명(召命)을 의미한다.
[5]감회(感懷)
(第1首)
旅枕鷄號夢易廻(여침계호몽역회) / 나그네 꿈 닭소리에 갑자기 깨어,
征鞍欲拂思悠哉(정안욕불사유재) / 말에 앉아 달리려 하니 생각이 아득하다.
霜風淅瀝貂裘弊(상풍석력초구폐) / 쓸쓸한 찬바람에 갖옷은 해졌고,
星月闌干畵角哀(성월란간화각애) / 희미한 달빛에 피리 소리 애절하구나.
淸渭却思浮葉去(청위각사부엽거) / 맑은 위수에 배 띄워 가겠다는 생각이고,
玄都非爲看花來(현도비위간화래) / 현도관(玄都觀)에 꽃구경하러 온 것은 아니라오.
孟嘗賓客皆珠履(맹상빈객개주리) / 맹상군의 문객(門客)은 모두 구슬 신을 신었지만,
豈必三千摠俊才(기필삼천총준재) / 삼천명이 다 뛰어난 재주였으랴.
(第2首)
枕肱茅店夜三更(침굉모점야삼경) / 밤새도록 여관에서 팔을 베고 누었으니,
矯首金臺路幾程(교수금대로기정) / 금대를 바라보매 길이 몇 리더냐.
苦節頗同彈鋏客(고절파동탄협객) / 괴로운 이 신세 탄협객과 비슷한데,
芳年己過棄繻生(방연기과기수생) / 나이는 벌써 기유생 시절 지났네.
窮通有命悲親老(궁통유명비친노) / 궁달이 명이지만 늙은 부모 불쌍하고,
緩急非才愧主明(완급비재괴주명) / 방어할 재주 없어 임금님께도 부끄럽네
畢竟行藏誰與問(필경행장수여문) / 결국 나의 행장 누구에게 물어볼까.
滿窓霜月獨鍾情(만창상월독종정) / 창에 가득한 달빛만이 정이 있듯 비춰주네.
(第3首)
半世雕虫恥壯夫(반세조충치장부) / 반평생 조충에 장부가 부끄럽고,
中年跨馬倦征途(중년과마권정도) / 몇 해 동안 달리는 길 싫증이 난다.
杯盤草草燈花落(배반초초등화락) / 주안상 대할 때마다 등불을 켜야 하고,
關塞迢迢曉月孤(관새초초효월고) / 머나먼 관새에 새벽 달빛도 외로워라.
華表未歸千載鶴(화표미귀천재학) / 학은 화표에 천 년 동안 돌아오지 못하고,
上林誰借一枝烏(상림수차일지오) / 까마귀에게 누가 상림원의 한 가지를 빌려줄까.
有錢徑買澆腸酒(유전경매요장주) / 있는 돈 다 털어 술이나 사서 마시고,
莫使詩班入鬢鬚(막사시반입빈수) / 수염이 세도록 시 지으려고 애쓰지 말라.
(第4首)
長卿去蜀曾題柱(장경거촉증제주) / 장경은 촉 나라 떠날 때 기둥에 써 붙이고,
鄒子遊梁得曳裾(추자유량득예거) / 추자도 양 나라에 벼슬할 때 예거를 하게 되었네.
奔走無功合投劾(분주무공합투핵) / 성공없이 다니는 이 길 버려야겠는데,
交遊似夢惜離居(교유사몽석리거) / 옛날에 사귀던 친구 모두 어디 있는지,
未拚蓑笠盟鷗鳥(미변사립맹구조) / 도롱이 쓰고 한가로운 갈매기 친할 수 없고,
已分圖書養蠹魚(이분도서양두어) / 서적에는 벌써 좀벌레 기르기로 했네.
一望鄕關時自笑(일망향관시자소) / 고향산천 바라보고 스스로 웃으니,
百年天地亦蘧廬(백년천지역거려) / 백 년 동안 천지도 한 여사(旅舍)와 같구나.
[주D-001]현도관(玄都觀)에 …… 아니라오 : 즉 국사(國事)에 분주할 뿐, 한가하게 꽃구경이나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당(唐)
나라 때 유우석(劉禹錫)이 맨 처음 둔전원외랑(屯田員外郞)으로 있다가 낭주 사마(朗州司馬)로 좌천되어 있은 지 10년 만에 풀려나서 다시 서울에 돌아와, 현도관(玄都觀 장안(長安) 안에 있는 관(觀) 이름)에서 꽃구경하는 제군(諸君)에게 희증(戲贈)
한 시에 “현도관 안에 1천 그루 복숭아나무, 모두 내가 떠난 뒤에 심은 거라네.[玄都觀裏桃千樹 盡是劉郞去後栽]”라고 한 데
서 온 말이다.《唐書 劉禹錫傳》
[주D-002]맹상군(孟嘗君)의 …… 재주였으랴 : 인재(人材)가 귀하다는 뜻이다.《史記》 春申君傳에 “조(趙) 나라 평원군(平原君)이 초
(楚) 나라 춘신군(春申君)에게 자기 문객(門客)을 보내자, 춘신군이 그를 아주 좋은 관사(館舍)에 묵게 하였다.
그러자 평원군 문객이 춘신군에게 호사(豪奢)한 것을 과시하기 위하여, 대모잠(瑇瑁簪 바다거북 등껍데기로 장식한 비녀)을 꽂
고 구슬로 장식한 칼집을 차고는 춘신군의 문객에게 인사를 청하니, 춘신군의 문객이 3천여 명이나 되는데 상객(上客)은 모두
구슬로 만든 신을 신었으므로, 평원군의 문객이 매우 부끄럽게 여겼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사기》에 의하면, 이 사실이 분명히
초 나라 춘신군의 일인데, 여기 원문에서는 맹상군(孟嘗君)이라고 하였으니 잘못된 것인 듯하다.
[주D-003]탄협객(彈鋏客) : 칼자루를 치는 객, 즉 제(齊) 나라 맹상군(孟嘗君)의 문객인 풍환(馮驩)을 가리킨다. 풍환이 일찍이, 맹상군
이 자기를 후하게 대접하지 않은 데에 불평을 품고 칼자루를 치면서 노래하기를 “돌아가자, 밥을 먹으려도 고기가 없구나. 돌아
가자, 밖엘 나가려도 수레가 없구나.”라고 한 데서 온 말로, 곧 현달하지 못한 것을 비유한 말이다.《史記 卷75 孟嘗君傳》
[주D-004]나이는 …… 지났네 : 몸이 이미 늙었다는 뜻이다. 기유생(棄繻生)은 유(繻 지금의 증명과 같다)를 버린 선비라는 뜻으로 즉 한
(漢) 나라 종군(終軍)을 가리킨다. 종군이 약관(弱冠)에 제남(濟南)으로부터 박사관(博士館)으로 갈 적에 걸어서 관문(關門)에
들어서자 관리(關吏)가 종군에게 유를 주었다.
종군이 “이것이 무어냐?” 하고 묻자 관리가 “돌아올 때에 이것을 반납하여 부절에 맞추어 확인하기 위함이다.” 하니, 종군이
“대장부가 서쪽에 나왔다가 출세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갈 수 없다.” 하고는 그 유를 버리고 갔는데, 뒤에 종군이 알자(謁者 관
명)가 되어 사행(使行) 자격으로 다시 이 관문으로 나가게 되자 관리가 말하기를 “이 사자(使者)가 바로 옛날에 유를 버리고 간
그 선비이다.” 하였다는 고사이다.《漢書 卷64 終軍傳》
[주D-005]조충(雕虫) : 조충소기(雕虫小技)의 준말로, 벌레 모양이나 전서(篆書)를 조각하듯이 미사여구(美詞麗句)로 문장을 꾸미는 조
그마한 기교라는 뜻인데, 즉 자기의 문장이 하찮다는 겸사이다.
[주D-006]학(鶴)은 …… 돌아오지 못하고 : 화표(華表)는 성문(城門)에 세운 기둥. 한(漢) 나라 정령위(丁令威)가 죽어서 학으로 화하여
고향에 돌아와 성문의 화표에 날아 앉았다는 고사이다.《搜神後記》에 “정령위는 본디 요동(遼東) 사람인데, 영허산(靈虛山)에
서 도를 닦다가 뒤에 학으로 화하여 고향에 돌아와 성문의 화표에 날아앉자 어떤 소년이 활로 쏘려 하니, 학이 공중을 배회하면
서 말하기를, ‘정령위가 새가 되어 집 떠난 천 년 만에 처음으로 돌아오니, 성곽(城郭)은 여전하건만 사람은 간 데 없네. 어이해
신선은 배우지 않고 묘(墓)만 저리 많단 말인가.’ 하고 날아갔다.” 하였다.
[주D-007]누가 …… 빌려줄까 : 상림(上林)은 상림원(上林苑)의 준말. 당 태종(唐太宗)이 이의보(李義父)를 처음으로 불러들여 영오시
(詠烏詩)를 짓게 하자, 이의보가 읊기를 “태양은 아침에 나부끼고 거문고에선 야제곡을 듣네. 상림원의 하많은 나무, 한 가지도
빌려주지 않네[日影颺朝彩 琴中聞夜啼 上林多少樹 不借一枝棲]” 하니, 태종이 “어찌 가지 하나뿐이겠는가, 내가 너에게 나
무 전체를 다 빌려주리라.” 했다는 고사이다.
[주D-008]장경(長卿)은 …… 써 붙이고 : 장경은 한(漢) 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자(字). 사마상여가 일찍이 꼭 출세하겠다는 각오
로, 촉(蜀)의 승선교(昇仙橋)를 지나면서 교주(橋柱)에다 “고거 사마(高車駟馬)를 타지 않고는 내가 이 다리를 다시 지나지 않
으리라.”고 쓰고 갔다는 고사이다.
[주D-009]추자(鄒子)도 …… 되었네 : 출세하여 왕후(王侯)의 문에 출입했다는 뜻이다. 추자는 한 나라 때 유세객(遊說客)인 추양(鄒陽)
을 가리키며, 예거(曳裾)는 긴 옷자락을 늘어뜨린다[曳長裾]의 준말로, 즉 왕후의 문에 출입한다는 뜻이다.
추양이 오(吳)에 벼슬할 적에 오왕(吳王)이 음모(陰謀)를 꾸미자 글을 올려 간하기를 “지금 신(臣)이 만일 간교한 마음을 다한다
면 어느 왕후의 문엔들 긴 옷자락 늘어뜨리지 못하겠습니까.” 하였다.《漢書 卷51 鄒陽傳》뒤에 오를 떠나서 양(梁)에 들어가 벼
슬하였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6]동지(冬至)
昔從燕城向松京(석종연성향송경) / 옛날 연성에서 송경으로 향해 갈 때,
道邊高樹聞蜩鳴(도변고수문조명) / 우거진 길 숲에 매미소리 요란했지.
火雲燒天口生土(화운소천구생토) / 불꽃 같은 더위에 목이 말라서,
空歌滄浪思濯纓(공가창랑사탁영) / 창랑가 부르며 탁영하길 생각했네.
豈料地中陰巳萌(기료지중음사맹) / 땅속에서 음기가 벌써 맹동하여,
轉頭一葉驚秋聲(전두일엽경추성) / 뜰앞에 선 오동나무 가을 소리 전해주네.
拙婦功裘猶未獻(졸부공구유미헌) / 게으른 여자 갖옷 한 벌 채 만들기도 전에,
履霜竟致氷崢嶸(이상경치빙쟁영) / 찬서리 내리고 얼음도 얼었다오.
今從松京向燕城(금종송경향연성) / 오늘은 송경에서 연성으로 향해 가는데,
往來七見月虧盈(왕래칠견월휴영) / 오가는 동안 일곱 달이나 걸렸구려,
律調黃鐘斗揷子(율조황종두삽자) / 십이율(十二律)로는 황종에 닿고 북두(北斗)는 자방에 닿았는데,
短晷南至一陽生(단귀남지일양생) / 일양이 생기는 남지일이 오늘이라네.
最憶吾家弟與兄(최억오가제여형) / 우리집 오늘 아침 형과 아우는,
齊奴豆粥咄嗟烹(제노두죽돌차팽) / 여러 종을 시켜서 팥죽을 끓일거야 우리나라 사람은 동지에 반드시 팥죽을 끓여 먹는다.
舞綵高堂獻壽觥(무채고당헌수굉) / 채색옷 입고 부모님께 헌수할 때,
人間此樂難爲名(인간차락난위명) / 세상에 이런 즐거움 형용하기 어려울 텐데,
願予劫劫欲何營(원여겁겁욕하영) / 아 못생긴 나는 무엇을 해보려고,
此日悠悠獨遠行(차일유유독원행) / 이 좋은 동지철에 먼 길을 걷고 있는지,
安坐無由報知己(안좌무유보지기) / 편하게 앉아서는 나라 은혜 보답할 수 없고,
簡書況復催歸程(간서황복최귀정) / 더구나 내려진 간서 재촉이 심한 때문이네.
群邪詘兮賢彙征(군사굴혜현휘정) / 간사한 자 굴복하자 어진이 등용되고,
衆陰消兮世文明(중음소혜세문명) / 뭇 소인 사라진 후 세상이 문명해져서,
早晩春風遍四瀛(조만춘풍편사영) / 조만간 봄바람이 사해에 고루 퍼지면,
坐看萬物自生成(좌간만물자생성) / 만물이 절로 생성함을 앉아서 볼 거야.
[주D-001]창랑가(滄浪歌) 부르며 …… 생각했네 : 세상일에 얽매이지 않고 한가로이 노닐며 맑은 물에 들어가 시원하게 멱이나 감고 싶었
다는 뜻이다. 탁영(濯纓)은 갓끈을 씻는다는 뜻인데,《孟子》 離婁에 “유자(孺子)가 노래하기를, ‘창랑강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을 것이고, 창랑강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을 것이다.’고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십이율(十二律)로는 …… 닿고 : 황종(黃鐘)은 십이율의 하나로 육률(六律)과 육려(六呂)에 기본이 되는 음(音)인데 1년 12월
로 따지면 11월 즉 동짓달에 해당한다.
[주D-003]북두(北斗)는 …… 닿았는데 : 자방(子方)은 12지(支)의 한 방위로서, 월건(月建)으로 자월(子月)인 음력 동짓달이 되면 북두
성(北斗星) 자루가 자방을 가리키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주D-004]일양(一陽)이 …… 남지일(南至日) : 남지는 동지(冬至)의 별칭. 일양은 양(陽)이 처음 생긴다는 뜻으로, 1년 12월을 양월(陽
月)과 음월(陰月)로 나누어 동짓달은 일양, 섣달은 이양, 정월은 삼양, 2월은 사양, 3월은 오양, 4월은 육양, 5월은 일음(一陰),
6월은 이음, 7월은 삼음, 8월은 사음, 9월은 오음, 10월은 육음월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D-005]간서(簡書) : 임금이 사명(使命)을 다하라고 경계를 내린 편지.《詩經》 小雅 出車에 “어찌 돌아가기를 생각하지 않았으랴만,
이 간서가 엄해서였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7]십일월 십오일
松巒龍盤擁明堂(송만용반옹명당) / 꿈틀거리는 듯한 송악산이 명당을 휩싸고,
威鳳樓前千步場(위봉루전천보장) / 위봉루 앞에는 천보장이로구나.
先王遺風及子孫(선왕유풍급자손) / 선왕들 남긴 풍화 자손에게 미치자.
每年此地宴群臣(매년차지연군신) / 해마다 여기에서 뭇 신하 잔치하네.
蹇予反足蛾眉班(건여반족아미반) / 아 나도 화려한 자리에 한목 끼여서,
天語曾聞咫尺間(천어증문지척간) / 임금님 말씀 지척에서 들었지,
宮花露濕月中廻(궁화로습월중회) / 이슬에 젖은 꽃 달빛 따라 더 예쁘고,
仙樂風飄雲外來(선악풍표운외래) / 신선의 음악 하늘 위에서 내린 듯했는데,
上王垂簾許同覩(상왕수렴허동도) / 상왕께서 주렴 걷고 함께 보자고 하니 충선왕(忠宣王)께서 원자(元子)에게 선위하므로 백성들이 충선
왕을 상왕이라 하였다.
大平盛事無前古(대평성사무전고) / 이 좋은 태평 성사 옛날에도 없었을 거야.
夜深更講家人禮(야심경강가인례) / 가인의 의례 밤이 깊도록 강론하자.
和氣融融仍洩洩(화기융융잉설설) / 화기가 온 좌석에 가득 찼네.
上有好者下卽傚(상유호자하즉효) / 위에 있는 자 좋아하면 밑에서도 본받고,
君子盡孝民與孝(군자진효민여효) / 군자가 효도하면 백성도 절로 따른다네.
此日繁華應似舊(차일번화응사구) / 오늘날 보는 변화 옛날과 흡사한데,
至樂還如舊時否(지락환여구시부) / 마음속에 지닌 낙도 옛날과 같을는지,
遼海燕山路四千(요해연산로사천) / 요해 연산 사천리 길 지금 바로 떠나가면,
奉觴上壽知何年(봉상상수지하년) / 어느 해 돌아와 축수하는 술잔 올릴는지,
陰雲低空集微霰(음운저공집미산) / 나지막이 드리운 구름 싸락눈 퍼붓는데,
獨立蒼茫淚如線(독립창망루여선) / 까마득한 앞길에 눈물만 끝없이 쏟아지네.
[주D-001]명당(明堂) : 임금이 정사를 보는 궁전(宮殿), 즉 대궐을 가리킨다.
[주D-002]천보장(千步場) : 활쏘는 장소를 말한 듯하나, 미상이다.
[주D-003]가인(家人) : 《주역(周易)》육십 사괘(六十四卦)의 한 괘명(卦名). 이 괘상(卦象)은 한 집안의 안과 밖이 모두 바름을 얻는 상
이라 한다.《周易》 家人에 “아버지와 아들, 형과 아우, 남편과 아내가 각기 자기 도리를 다하면 한 집안이 바르게 되고, 한 집안
이 바르면 천하가 안정된다.” 하였다.
[8]望海(망해)
바다를 바라보면서
早聞觀水在觀瀾(조문관수재관란) / 물을 보려면 물결부터 봐야 한다했는데,
測管洪溟得一班(측관홍명득일반) / 대롱 같은 소견으로 넓은 바다 헤아릴 수 있으랴.
白日丸跳呼吸裏(백일환도호흡리) / 밝은 해는 호흡하는 속에 탄자가 뛰는 듯하고,
靑天轂轉激揚間(청천곡전격양간) / 푸른 하늘은 격양하는 사이에 바퀴처럼 도는구나.
不隨鵬翼搏千里(불수붕익박천리) / 붕익 따라 몇천 리 못 솟아 오르면,
誰見鰲頭冠五山(수견오두관오산) / 오두로 오산 인 것을 누가 볼건가.
可惜區區精衛鳥(가석구구정위조) / 애석하다 조그마한 저 정위조는,
一生銜石不如難(일생함석부지난) / 한평생을 돌 물어나르는 일 어려운 줄 모른다네.
[주D-001]물을 …… 봐야 한다 : 《孟子》 盡心上에 “물을 보는 데에 방법이 있으니, 반드시 출렁이는 물결을 보아야 한다.[觀水有術 必觀
其瀾]” 한 데서 온 말로, 즉 도(道)의 근본이 있다는 뜻.
[주D-002]붕익(鵬翼) : 붕새의 날개. 곧 아주 먼 길을 난다는 비유이다.《莊子》 逍遙遊에 “붕새가 날개를 치면 그 날개가 마치 하늘에 드
리운 구름과 같은데, 빙빙 돌며 회오리바람 타고 9만 리나 날아 올라간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오두(鰲頭)로 …… 인 것 : 오두는 큰 바다자라의 머리라는 뜻으로, 바다자라가 오산(五山)을 머리로 이고 있다는 고사.《列
子》 湯問에 “발해(渤海)의 동쪽에 큰 바다가 있고, 그 바다 가운데 오산이 있다. 오산은 밑둥이 어디에 연결된 곳이 없어 항상
파도에 따라 위아래로 왔다갔다하므로 임금이 큰 바다자라 15마리를 시켜 이 산을 이게 하니, 오산이 비로소 우뚝 서있었다.”
하였다.
[주D-004]정위조(精衛鳥)는 …… 모른다네 : 옛날 염제신농씨(炎帝神農氏)의 딸이 동해(東海)에 빠져 죽은 뒤 새로 화하였는데 이 새를
정위조라 한다. 이 새가 항상 서산(西山)에 가서 돌을 물어다가 동해를 메웠다는 고사이다.《山海經》 《太平御覽》사람의 무모
한 것을 비유한 말이다.
[9]황토점(黃土店)
이때 상왕께서 참소를 만나 스스로 변명할 수 없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第1首)
世事悠悠不忍聞(세사유유불인문) / 세상 일 갈수록 차마 들을 수 없어,
荒橋立馬忽忘言(황교입마홀망언) / 다리 위에 말 멈추고 말없이 서 있네.
幾時白日明心曲(기시백일명심곡) / 어느 때 백일이 심정을 비쳐 줄는지,
是處靑山隔淚㾗(시처청산격루흔) / 이곳 청산이 눈물에 가렸네.
燒棧子房寧負信(소잔자방녕부신) / 소잔한 자방이 어찌 신의를 저버렸으랴.
翳桑靈輒早知恩(예상령첩조지은) / 예상의 영첩도 은총을 벌써 알았다오.
傷心無術身生翼(상심무술신생익) / 아아 이 몸이 새처럼 날개가 생겼다면,
飛到雲霄一叫閽(비도운소일규혼) / 구름 위로 날아가 한 번 하소연할 텐데,
(第2首)
咄咄書空但坐愁(돌돌서공단좌수) / 허공에 돌돌이라 쓰며 앉아서 탄식만 하네.
式微何處是菟裘(식미하처시토구) / 식미한 오늘날 어디가 도구인지,
十年艱險魚千里(십년간험어천리) / 십년 동안 험악한 길에 물고기처럼 천 리를 다녔고,
萬古升沈貉一丘(만고승침맥일병) / 만고 흥망은 담비떼가 한 언덕에 몰리는 듯,
白日西飛魂正斷(백일서비혼정단) / 해가 저물 때마다 혼이 바로 끊어져 버리고,
碧江東注淚先流(벽강동주루선류) / 흐르는 강물 따라 눈물이 먼저 쏟아진다.
滿門簪履無鷄狗(만문잠리무계구) / 문하에 가득한 손님 계구와 같은 이 하나 없으니,
飽德如吾死合羞(포덕여오사합수) / 은덕 받은 나 같은 자 죽어야 하리.
(第3首)
寸腸氷炭亂交加(촌장빙탄란교가) / 마음속에 온갖 걱정 뒤섞여 오르자.
一望燕山九起嗟(일망연산구기차) / 연산을 한번 바라볼 때 탄식은 아홉번 하네.
誰謂鱣鯨因螻蟻(수위전경곤루의) / 고래가 개미에게 욕볼 줄 누가 알았으랴.
可憐蟣虱訴蝦蟆(가련기슬소하마) / 하찮은 이가 하마에게 대항하는 것 가련하구나.
才微杜漸顔宣赭(재미두점안의자) / 미리 막는 재주 없으니 얼굴만 붉어지고,
責重扶顚髮已華(책중부전발역화) / 붙드는 책임 중한데 머리칼만 희어지네.
萬古金縢遺冊在(만고금등유책재) / 만고에 금등유책 남아 있으니,
未容群叔誤周家(미용군숙오주가) / 관숙 채숙이 주나라를 그르치지 못하리라.
[주D-001]소잔(燒棧)한 …… 저버렸으랴 : 왕실(王室)에 신의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데 비유한 말이다. 소잔은 잔도(棧道 산골짜기에 사
람이 건너다닐 수 있도록 설치해 놓은 다리)를 끊어버린다는 뜻이고, 자방(子房)은 한 고조(漢高祖)의 신하 장량(張良)의 자이
다.
장량이, 한왕(漢王)이 다시 관중(關中)으로 돌아갈 뜻이 없음을 온 천하에 보여 항왕(項王)으로부터 의심을 받지 않게 하기 위
해, 한왕을 설득하여 잔도를 불태워 끊어버렸던 일을 말한다.《漢書 卷40 張良傳》
[주D-002]예상(翳桑)의 …… 알았다오 : 임금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있다는 데 비유한 말이다. 예상은 무성한 뽕나무라는 뜻인데, 일설에는
지명이라고도 한다. 영첩(靈輒)은 춘추 시대 진(晉) 나라 사람이다. 진 나라 조돈(趙盾)이 예상에서 사냥을 할 적에, 굶주림에
지친 영첩을 보고 먹을 것을 주어 구해주었는데, 뒤에 영공(靈公)이 복병(伏兵)을 시켜 조돈을 죽이려 하자, 영첩이 이때 마침
영공의 무사(武士)가 되어 창뿌리를 거꾸로 돌려서 도리어 영공의 군사를 방어하여 조돈을 죽이지 못하게 하였다.
조돈이 그 이유를 묻자, 말하기를 “나는 예상에서 굶주리던 사람이다.” 하므로, 이름과 주거(住居)를 물으니 대답하지 않고 가버
렸다는 고사이다.《左傳 宣公 2年》
[주D-003]허공(虛空)에 …… 탄식만 하네 : 뜻밖의 일에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는 데에 비유한 말이다. 돌돌(咄咄)은 돌돌괴사(咄咄怪事)
의 준말로 놀랍고 괴이한 일이라는 뜻인데, 진(晉) 나라 때 은호(殷浩)가 임금으로부터 축출된 후, 종일토록 허공에다 ‘돌돌괴
사’ 네 글자만 썼다는 데서 온 말이다.《晉書 卷77 殷浩傳》
[주D-004]식미(式微)한 …… 도구(菟裘)인지 : 왕실(王室)이 쇠미해져서 안정할 곳이 없다는 뜻이다. 식미는 왕실이 쇠미해졌다는 뜻으
로,《詩經》 邶風 式微에 “쇠미해지고 쇠미해졌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으랴.” 한 데서 온 말이고, 도구는 춘추 시대 노 은공(魯
隱公)이 은거하던 지명으로,《左傳》 隱公 11에 “도구를 잘 관리하도록 하라. 내가 거기에 가서 늙으리라.” 한 데서 온 말인데,
즉 안식처를 뜻한다.
[주D-005]물고기처럼 …… 다녔고 : 먼 길을 많이 쏘다녔다는 뜻이다. 춘추 시대 도 주공(陶朱公 범려(范蠡)를 이름)이 못 가운데다 섬 9
개를 만들고 고기를 기르는데, 고기가 하루에 천 리를 다녀서 살이 쪘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6]담비떼가 …… 몰리는 듯 : 고금의 흥망 성쇠가 모두 일반이라는 뜻이다. 전한(前漢) 때 양혼(楊惲)이 “고금의 흥망 성쇠가 마
치 한 언덕에 몰린 담비떼와 같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漢書 卷66 楊惲傳》
[주D-007]문하에 …… 없으니 : 왕실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기지(奇智)를 가진 신하가 없음을 탄식한 말이다. 계구(鷄狗)는 계명구도
(鷄鳴狗盜)의 준말로 닭 울음을 흉내내고 개구멍으로 들어가 도둑질한다는 뜻이다. 진 소왕(秦昭王)이 제(齊) 나라 맹상군(孟
嘗君)을 감옥에 가두고 죽이려 하자, 맹상군이 소왕의 행희(幸姬)에게 사람을 보내어 화를 모면해 줄 것을 요구하니, 행희가 “내
가 군(君)의 호백구(狐白裘)를 갖기가 원입니다.” 하였다.
그러나 앞서 맹상군에게 호백구 한 벌이 있었지만, 이것은 이미 소왕에게 바쳐버린 뒤였으므로, 맹상군이 그를 걱정하며 문객(門
客)에게 묻자, 한 사람이 “신이 그 호백구를 마련해 오겠습니다.” 하고는 개처럼 변장하여 개구멍으로 진(秦)의 궁중(宮中)에 기
어 들어가 앞서 바쳤던 호백구를 다시 훔쳐다가 행희에게 바치니, 행희가 소왕을 설득하여 맹상군을 풀어주게 하였다.
맹상군은 풀려나서 함곡관(函谷關)까지 나왔으나, 관법(關法)에 닭이 울어야 객(客)을 내보내므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데, 이때
문객 중에 닭 울음을 잘 흉내내는 자가 있어 닭 울음을 흉내내니, 모든 닭이 다 따라 울므로 관문을 열어 주어서 나갔다는 고사이
다.《史記 卷75 孟嘗君傳》
[주D-008]고래가 …… 알았으랴 : 하찮은 일로 곤욕을 치르는 데 비유한 말이다. 가의(賈誼)의〈弔屈原賦〉에 “강호의 고래가 진실로 개미
에게 제재를 당한다.[橫江湖之鱣鯨兮 固將制於螻螘]”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9]금등유책(金縢遺冊) …… 못하리라 : 소인(小人)들이 아무리 참소를 하더라도 끝내는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되고 국가가 바르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금등(金縢)은 《서경(書經)》주서(周書)의 편명으로, 금(金)으로 봉인(封印)했다는 뜻인데, 즉 주 무왕(周
武王)이 병들었을 때, 주공(周公)이 단(壇)을 모아 놓고 자신을 대신 죽게 해 달라고 신명께 기도한 사실을 사관(史官)이 기록하
여 금으로 봉인한 궤에 간직하여 둔 것을 말한다.
관숙(管叔)ㆍ채숙(蔡叔)은 다같이 주공의 형으로서, 주공이, ‘유자(孺子 성왕(成王)을 말함)에게 불리할 것이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자, 성왕이 주공을 의심하므로 주공이 스스로 피하여 동도(東都)에 가 있었는데, 어느 날 큰 우레와 바람이 일어나 대목
(大木)이 뽑히고 익은 벼가 다 쓰러지자, 성왕이 놀라 점을 치기 위해 금등의 궤를 열어보다가, 옛날 주공이 무왕을 위해 자신을
대신 죽게 해 달라는 기도문을 발견하고는 드디어 주공에게 의심을 풀었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書經 周書 金縢ㆍ蔡仲之命》
[10]明夷行(명이행)
楊朱曾哭路多岐(양주증곡로다기) / 양주는 일찍이 길이 갈래가 많다고 울었고,
魯叟亦嘆麟非時(노수역탄인비시) / 공자도 기린이 때를 모르고 나왔다 탄식했네.
鷄未鳴夜何其(계미명야하기) / 황계가 아직 울지 않았으니 밤은 어느 땐가.
喪狗獨立迷所之(상구독립미소지) / 초상집 개처럼 혼자 섰으니 갈 곳이 아득하구나.
憶昔吾君初入相(억석오군초입상) / 옛날 우리 임금님 원 나라로 들어갈 때는,
兩扶紅日上咸池(량부홍일상함지) / 두 번이나 붉은 해를 도와 함지(咸池)로 오르게 했지.
功成不退古所誡(공성불퇴고소계) / 성공하면 물러나야 한다는 것은 옛사람의 경계이기에,
坐令西伯玩明夷(좌령서백완명이) / 앉아서 서백을 본받아 명이를 완상하네.
式微胡爲寓旄丘(식미호위우모구) / 왕실이 미약한데도 왜 모구(旄丘)에만 우거해 있고,
已老曷不營菟裘(이로갈불영토구) / 늙었는데도 왜 도구를 경영하지 않겠는가.
古聞驂乘致芒背(고문참승치망배) / 참승이 망배로 되었다는 옛말을 들었더니,
今悟曲突賢焦頭(금오곡돌현초두) / 곡돌이 초두보다 낫다는 것 오늘날 깨달았네.
唐虞揖讓冠千古(당우읍양관천고) / 당우의 읍양은 천고에 으뜸인데,
有城底事名堯囚(유성저사명요수) / 성 이름을 무슨 일로 요수성이라고 했었을까.
滄浪水淸耳不洗(창랑수청이불세) / 창랑 물 맑은데도 귀를 씻지 못했으니,
羞向塵編對許由(수향진편대허유) / 책 속에 허유 대하기가 부끄럽구나.
[주C-001]명이행(明夷行) : 명이(明夷)에 대한 노래. 명이는 《주역(周易)》의 괘명. 이 괘상(卦象)은 어진이가 뜻을 얻지 못하여 참소와
비방을 두려워하는 상이다.
[주D-001]양주(楊朱)는 …… 울었고 : 양주는 전국 시대의 사상가로, 이기주의(利己主義)를 제창하여 겸애주의(兼愛主義)를 제창한 묵
적(墨翟)과 대립한 자인데, 그가 길을 가다가 갈림길에 이르러, 동으로도 갈 수 있고 서로도 갈 수 있어 울었다는 고사이다. 즉
사람도 갈림길에서 갈리듯이 누구나 마음쓰기 여하에 따라, 착한 사람도 될 수 있고 나쁜 사람도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淮南
子 說林訓》
[주D-002]공자도 …… 탄식했네 : 공자가 《춘추(春秋)》를 짓다가, 노 애공(魯哀公) 14년 봄에 기린(麒麟)이 잡히자, 기린은 본디 성왕
(聖王)의 아름다운 상서인데 성왕이 없는 세상인데도 기린이 나온 것을 한탄하고 드디어 “14년 봄에 서쪽으로 사냥 가서 기린
을 잡다.[十四年 春西狩獲麟]”라는 구절로《춘추》를 마감하였던 것을 말한다.
[주D-003]상구(喪狗)처럼 …… 아득하구나 : 어진 사람이 난세를 당하여 뜻을 펴지 못하고 의지할 곳이 없음을 비유한 말이다. 상구는 초
상집 개라는 뜻으로, 초상집은 슬픈 나머지 개에게 먹을 것을 줄 경황이 없어서 개가 파리해지기 때문에, 기운이 없어 축 늘어진
사람에게 비유한 것인데, 춘추 시대 정(鄭) 나라 사람이, 때를 얻지 못하고 방황하는 공자에게 비유했던 말이다.《史記 卷17 孔
子世家》
[주D-004]함지(咸池) : 해가 목욕한다는 하늘에 있는 못. 천지(天池)와 같다.
[주D-005]서백(西伯)을 …… 완상하네 : 스스로 밝은 지혜를 감추고 신명(身命)을 보전한다는 뜻이다. 서백은 곧 문왕(文王)을 가리키
며, 명이(明夷)는 《주역》의 괘명인데, 이 괘상은 어진이가 난세를 극복하기 위해 지혜를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 상이다.《周易》
明夷 彖辭에 “속으로는 밝으면서도 밖으로는 유순하여 큰 어려움을 극복하니, 문왕이 그렇게 하였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6]왕실(王室)이 …… 우거해 있고 : 임금이 나라를 빼앗기고 남의 나라에 가 붙어 있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모구(旄丘)는 《시경
(詩經)》패풍(邶風)의 편명인데, 즉 앞은 높고 뒤가 낮은 언덕이라는 뜻이다. 춘추 시대 여후(黎侯)가 오랑캐로부터 자기 나라에
서 쫓겨나 위(衛) 나라에 붙어 있을 때 여(黎) 나라의 신하들이 “언덕의 칡덩굴은 어찌 그리도 마디가 길게 뻗었느뇨. 위(衛)의
제신(諸臣)은 어찌 그리도 우리를 구하지 않고 늑장만 부리느뇨. [旄丘之葛兮 何誕之節兮 叔兮伯兮 何多日也]”라는 시를 지
어, 위 나라가 자기들을 구해 주지 않는 것을 원망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7]늙었는데도 …… 않겠는가 : 별도로 터를 잡아서 은거(隱居)해야 한다는 뜻으로, 노 은공(魯隱公)이 도구(菟裘)에 가서 은거하
려던 데서 온 말인데, 자세한 것은 주 44)에 참조.
[주D-008]참승(驂乘)이 …… 깨달았네 : 남의 공로를 알아주지 못한 것을 탄식한 말이다. 참승은 임금의 수레에 모시고 타는 것을 말하며,
망배(芒背)는 등에 가시를 진 것처럼 마음이 불안한 것을 말하며, 곡돌(曲突)은 굽은 굴뚝을 말하며, 초두(焦頭)는 불을 끄다가
머리를 태운 것을 말한다. 한 선제(漢宣帝) 때 대장군(大將軍) 곽광(霍光)이 참승을 하자 왕이, 혹시 곽광이 역모나 하지 않을
까 하여 마치 가시를 등에 진 것처럼 몹시 불안해했다.
이때 무릉(茂陵)의 서생(徐生)이, 곽씨(霍氏)가 너무 사치함을 염려하여 상소하기를 “곽씨의 호사가 극도에 달했으니, 폐하께
서 억제하여 그들이 멸망하는 환을 당하지 않게 하소서.” 하였으나 듣지 않았다. 곽광이 죽은 뒤 곽씨들이 과연 역모를 하다가
멸망되고 곽씨의 역모를 고변한 자들은 다 봉작되었으나, 곽씨의 역모에 대한 조짐을 미리 상소했던 서생에게는 아무 보답이 없
자, 어떤 사람이 상소하기를 “신은 듣건대, 어떤 집에 곧게 세워진 굴뚝 옆에 땔나무가 가득 쌓여 있으므로 객(客)이 주인(主人)
에게, ‘굴뚝을 굽게 세우고 땔나무를 멀리 옮겨야지, 그렇지 않으면 화재가 있을 겁니다.’ 하였으나, 주인이 듣지 않다가 끝내 불
이 나자 이웃 사람들이 몰려와 불을 꺼 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주인은 소를 잡고 술을 마련하여 이웃 사람들을 대접하는데, 불을 끄다가 머리와 이마에 화상 입은 사람들을 제일 공로
자로 치고 미리 굴뚝을 굽게 하라는 객에게는 전혀 언급이 없으므로, 어떤 이가 주인에게, ‘먼저 객의 말을 들었더라면 소와 술을
허비하지 않고도 화재가 없었을 것인데, 이제 와서 객의 은공을 아랑곳없이 머리와 이마에 화상 입은 자들만 상객(上客)으로 치
느냐.’ 하니, 주인이 그제야 깨닫고 객을 대접했다고 합니다.
지금 무릉의 서생이 수차에 걸쳐 곽씨의 역모를 미리 방지하라고 상소하였으니, 그 말만 들었더라면 오늘날 고변자들에게 봉작하
느라 국토를 떼어 나누는 허비가 없었을 것입니다. 지난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서생만이 공을 입지 못하고 있으니, 폐하께서는 살
피시어, 굴뚝을 굽게 내고 땔나무를 멀리 옮기라는 객의 계책을 중히 여기셔서 머리와 이마에 화상 입은 사람보다 높이 대우하소
서.”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漢書 卷68 翟光傳》
[주D-009]당우(唐虞)의 읍양(揖讓) : 당우는 요순(堯舜)을 가리키는 말이고, 읍양은 천자(天子)의 지위를 서로 양여(讓與)하는 일을 말한
다. 즉 요와 순이 서로 평화롭게 천자의 자리를 주고받은 것을 뜻하는 말로,《孔穎達》 尙書正義序에 “요순은 읍양하여 전(典 요
전(堯典)ㆍ순전(舜典)과 모(謨 대우모(大禹謨)ㆍ고요모(皐陶謨))가 일어났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10]창랑(滄浪) 물 …… 부끄럽구나 : 청렴하지 못한 것을 탄식한 말이다. 허유(許由)는 요(堯)임금 때의 고사(高士). 요 임금이 허
유에게 천하를 선양(禪讓)하려 하였으나, 허유는 그것을 더럽게 여겨 맑은 못에 가서 귀를 씻었다는 고사이다.《漢書 崔駰傳
注》 《高士傳》
[11]烏頭白送朴仁幹
오두백(烏頭白)으로 박인간(朴仁幹)을 전송하다
烏之生兮黑如漆(오지생혜흑여칠) / 까마귀 생김새 옻칠처럼 검다고,
人之見兮心共嫉(인지견혜심공질) / 사람이 볼 때마다 모두 미워하지만,
可憐解爲燕丹羞(가련해위연단수) / 가련한 연단의 서러움 풀어주려고,
一昔含冤成白頭(일석함원성백두) / 하룻밤을 애쓰고 나니 머리가 희어졌다네
我嘗怪汝日中處(아상괴여일중처) / 나는 일찍이 네가 태양 속에 있다는 것도 괴이하게 생각하고,
又怪金母常使汝(우괴금모상사여) / 또 금모가 너를 부렸다는 말도 허망하게 여겼더니,
今乃知啾蹌萬類中(금내지추창만류중) / 지금에야 비로소 재잘거리는 새들 중에,
一點丹心無汝同(일점단심무여동) / 일편단심 너 같은 새 없다는 것 깨달았네.
啞啞飛來復飛去(아아비래복비거) / 지저귀면서 날아왔다 또 날아가는데,
反哺林間受辛苦(반포림간수신고) / 반포하느라 우거진 숲 속에서 온갖 고생하네.
入爲孝子出忠臣(입위효자출충신) / 들어오면 효자요 나가면 충신이니,
嗟哉汝是禽頭人(차재여시금두인) / 아아 너는 새 모양을 한 사람이네.
世人與汝誰能伍(세인여여수능오) / 세상 사람 누가 너의 행동 따르겠느냐.
願把襟裾換毛羽(원파금거환모우) / 차라리 사람의 옷을 네가 입어라.
[주C-001]오두백(烏頭白) : 까마귀 머리가 희어진다는 뜻. 전국 시대 연 태자 단(燕太子丹)이 진(秦) 나라에 인질로 잡혀가 있을 때, 연단
(燕丹)이 고국에 돌려보내 주기를 요구하자, 진왕(秦王)이 말하기를 “까마귀 머리가 희어지고 말 머리에 뿔이 나면 보내 주겠
다.” 하므로 연단이 하늘을 쳐다보고 탄식하던 끝에, 까마귀 머리가 갑자기 희어지고 말 머리에도 뿔이 생겨나므로 진왕이 어쩔
수 없이 연단을 보냈다는 고사이다.《史記 刺客傳贊注 燕太子》
[주D-001]가련한 …… 희어졌다네 : 연단(燕丹)은 연 태자 단(燕太子丹)을 가리킴. 자세한 것은 주 59-1) 오두백(烏頭白) 참조.
[주D-002]네가 …… 부렸다 : 금모(金母)는 선녀(仙女)인 서왕모(西王母)를 지칭하는 말인데, 태양 속에 있다는 삼족오(三足烏)가 항시
서왕모를 위해 먹을 것을 가져다 준다는 데서 온 말이다.《史記》 司馬相如傳의 “다행히 삼족오가 있어 부리게 되었다.”는 주에
“삼족오는 청오(靑烏)인데, 주로 서왕모를 위해 먹을 것을 가져다 준다.” 하였다.
[주D-003]반포(反哺) : 까마귀 새끼는 자란 뒤에, 어미 까마귀에게서 얻어먹은 만큼의 먹이를 다시 늙은 어미 까마귀에게 물어다 먹인다
하여, 까마귀의 별칭을 반포조(反哺鳥) 또는 효조(孝鳥)라 한 데서 온 말이다.《本草》 慈烏部에 “까마귀가 처음 나면 60일 동
안은 어미가 먹이를 물어다 먹이고, 자라나면 새끼가 어미에게 먹이를 60일 동안 물어다 먹인다.” 하였다.
[12]在上都奉呈柳政丞淸臣吳贊成潛(재상봉정류정승청신오찬스성잠)
상도(上都)에서 유 정승(柳政丞) 청신(淸臣) 과 오 찬성(吳贊成) 잠(潛) 에게 바치다
去年怪事不忍聞(거년괴사불인문) / 작년에 괴상한 일 차마 들을 수 없었고,
稷蜂肆毒蠅止樊(직봉사독승지번) / 직봉이 독을 부리고 청승(靑蠅)이 번에 앉았었네.
一封譴勅下天門(일봉견칙불천문) / 꾸짖는 칙서 한 장 천자에게서 내려오자.
白日洶洶雲雷屯(백일흉흉운뢰둔) / 날씨가 깜깜해지고 우레와 번개도 번쩍였네.
※삼한의 주부는 황제의 외손인데 조 무령왕(趙武靈王)이 그의 아들에게 전위하자 국인들이 무령왕을 주부(主父)라 하였다.
이 말은 《사기》에 보인다.
三韓主父皇外孫淸臣(삼한주부황외손청신) / 삼한의 주부는 황제의 외손인데 조 무령왕(趙武靈王)이 그의 아들에게 전위하자 국인들이 무령왕을 주부(主父)라 하였다. 이 말은 《사기》에 보인다.
一去萬里投西蕃(일거만리투서번) / 한 번 떠나 만리길 서번으로 귀양갔네.
界天雪嶺連崑崙(계천설령련곤륜) / 하늘에 닿은 설령 곤륜산까지 이어졌고,
魍魎晝嘯黃河源(망랑주소황하원) / 온갖 도깨비 황하수 가에서 휘파람부네.
廻頭却望楡塞垣(회두각망유새원) / 머리 돌려 요새의 지대를 바라보니,
痛哭淚盡雙眸昏(통곡루진쌍목혼) / 눈물이 흐르다 지쳐 두 눈이 깜깜해지네.
衣冠縮縮疑排根(의관축축의배근) / 모든 선비 움츠리며 배척받을까 두려워하니,
百鍊繞指愁劉琨(백련요지수유곤) / 유곤의 말처럼 억센 강철이 요지로 변할까 걱정이라오.
孤臣孑立無攀援(고신혈립무반원) / 외로운 이 신하 누구와 서로 손 잡을지,
守柱舊轍瞻歸軒(수주구철첨귀헌) / 우두커니 서서 돌아오는 수레만 기다리네.
信音漸稀空斷魂(신음점희공단혼) / 소식이 끊어지고 넋조차 빠졌는데,
天光那肯照覆盆(천광나긍조복분) / 임금은 언제나 이 억울한 누명 벗겨줄는지,
緹縈獻書悟至尊(제영헌서오지존) / 제형이 바친 편지 임금의 마음 돌린 것처럼,
好生仁化霑無垠(호생인화점무은) / 우로 같은 넓은 혜택 가없이 적시어 줄텐데,
況今嗣王躬朝元(황금사왕궁조원) / 더구나 사왕께서 친히 원 나라에 들어와 조현하면,
一言庶得蠲煩冤(일언서득견번원) / 한 마디 말씀에 억울한 죄 면할 수 있을까 했더니,
豈料下車席未溫(기료하차석미온) / 수레에 내려서 자리도 정하기 전에,
鬩墻謗讟蛙蟈暄(혁장방독와국훤) / 떠들썩한 비방이 왜 한 형제간에서 일어났는가.
葛藟誰令庇本根(갈류수령비본근) / 칡덩굴 처럼 누가 잘 감싸줄는지,
四維蕩若風中幡(사유탕약풍중번) / 사방이 마치 바람에 뒤치는 깃발과 같구나.
緬懷神聖起鐵原(면회신성기철원) / 옛날 신성이 철원에서 일어날 때,
榔沐風雨饑忘飱(랑목풍우기망손) / 갖은 고생 무릅쓰고 배고픔도 잊었었네.
創垂蘿圖裕後昆(창수나도유후곤) / 창업하여 후손을 잘 살게 했기에,
四百餘載流風存(사백여재유풍존) / 사백 년이 넘도록 유풍이 남아있네.
邇來事大義彌敦(이래사대의미돈) / 요즈음은 사대하는 의리가 더욱더 돈독하여,
世承禁臠榮諸藩(세승금련영제번) / 대마다 받는 혜택 모든 번방에 첫째라오.
過如曰眚何足論(과여왈생하족론) / 무심하게 지은 허물이면 논할 게 없고,
有信尙可羞蘋蘩(유신상가수빈번) / 신의만 있으면 빈번도 제사에 쓸 수 있네.
桑穀生朝錫祉繁(상곡생조석지번) / 상곡이 뜰에 나도 복을 많이 받았고,
法星退舍由片言(법성퇴사유편언) / 법성이 물러감도 한 마디 말에 되었다오.
君臣之兮父子息(군신지혜부자식) / 임금과 신하란 아비와 자식 같아.
造次顚沛不可諼(조차전패불가훤) / 잠깐 동안도 서로 잊을 수 없는 것.
至誠若能感乾坤(지성약능감건곤) / 지극한 정성이 천지를 감동시킨다면,
悔禍産祥猶拿翻(회화산상유나번) / 앙화를 상서로 변개하기 쉬우리.
二公德馨逾蘭蓀(이공덕형유난손) / 두 공의 향기로운 덕 난초보다 더하다오.
輔漢盛業推楊袁(보한성업추양원) / 한 나라 돕던 양원 같은 이도 따를 수 있으리.
故投苦語代叫閽(고투고어대규혼) / 이 괴로운 말 적어서 규혼을 대신하니,
勿倚絲竹輕芹暄(물의사죽경근훤) / 근훤을 가볍게 여기지 마오.
[주D-001]직봉(稷蜂)이 …… 앉았었네 : 간신(奸臣)들이 방종했다는 뜻이다. 직봉은 사직단(社稷壇)에 집 짓는 벌이란 뜻으로 곧 간신의
비유이고, 청승(靑蠅)은 쉬파리이며 번(樊)은 울타리를 가리키는데,《詩經》 小雅 靑蠅에 “소리내며 나는 쉬파리 울타리에 앉았
도다. 군자는 참언을 믿지 마오” 한 데서 온 말로, 그 더러운 쉬파리가 앵앵거리며 날아다니는 것을 소인의 참언에 비유한 말이
다.
[주D-002]유곤(劉琨)의 …… 걱정이라오 : 왕을 향한 굳은 결심이 해이해질까 걱정한다는 말이다. 요지(繞指)는 손가락에 감긴다는 뜻으
로 곧 유약(柔弱)함의 비유인데, 진(晉) 나라 유곤의 시(詩)에 “억센 강철이 요지처럼 유약해질 줄이야 어찌 생각이나 했으랴
[何意百鍊鋼 化爲繞指柔]”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제형(緹縈)이 …… 돌린 것처럼 : 죄를 짓고 육형(肉刑)을 당하게 된 아버지를 딸이 구해낸 고사. 한(漢) 나라 때, 제(齊)의 태창
영(太倉令) 순우의(淳于意)가 죄를 지어 형벌을 받게 되었는데, 그의 딸 제형이 상서(上書)하기를 “저의 아버지는 관리로 있는
동안 모든 사람으로부터 청렴하고 공평하다고 일컬어진 분인데, 이제 법에 걸려 형벌을 받게 되니 가슴이 아픕니다.
사람은 한번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없는 것이니, 아무리 개과천선하려 해도 할 길이 있겠습니까. 아버지가 지은 죄의 대가로 제
가 관비(官婢)로 들어가, 아버지에게 개과천선하도록 하고자 합니다.” 하니, 천자가 그의 뜻을 가상히 여겨 그의 아버지에게 육
형을 면해 주었다.《史記 卷10 孝文帝紀》
[주D-004]사왕(嗣王) : 왕위를 이은 임금. 여기서는 충선왕(忠宣王)을 가리킨다.
[주D-005]갈류(葛藟)처럼 …… 감싸줄는지 : 왕실이 서로 화목하도록 감싸줄 사람이 없음을 탄식한 말이다. 갈류는 칡이나 등나무 등 덩
굴 종류의 식물을 가리키는데,《詩經》 周南 樛木의 “남쪽에 교목이 있으니, 갈류가 얽혔도다" 한 데서 온 말로, 후비(后妃)의
덕이 아주 훌륭하여 중첩(衆妾)들을 포용하는 것이 마치 교목에 수많은 갈류가 얽혀 있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주D-006]사유(四維)가 …… 같구나 : 도덕이 말살되었다는 뜻이다. 사유는 국가를 다스리는 네 가지 요령으로, 예(禮)ㆍ의(義)ㆍ염(廉)
ㆍ치(恥)를 가리키는데,《管子》 牧民에 “사유가 퍼지지 않으면 나라가 멸망한다.” 하였다.
[주D-007]신성(神聖) : 존엄하고 거룩하다는 뜻으로, 곧 임금을 지칭하는 말인데 여기서는 고려 태조 왕건(王建)을 가리킨다.
[주D-008]신의만 …… 쓸 수 있네 : 신의만 있다면 볼모로 잡아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빈(蘋)은 개구리밥이고 번(蘩)은 흰 쑥인데 모두
식용(食用)의 채소로서, 전하여 변변치 못한 제수(祭羞)의 뜻으로 쓰인다.《左傳》 隱公 3年에 “신의가 없으면 볼모를 잡아도
아무 이익이 없는 것이니, 예의를 지킨다면 볼모가 없은들 누가 이간하랴. 진실로 신의만 있다면 빈번의 채소와 행료(行潦)의 물
도 귀신에게 올리고 왕공(王公)에게 공궤할 수 있다.” 하였다.
[주D-009]상곡(桑穀)이 …… 받았고 : 아무리 국가가 위급한 때라도 임금이 덕을 닦으면 다시 태평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상과 곡은 다
나무 이름이다. 이것들이 대궐 뜰에 나는 것을 불상(不祥)으로 여겼는데,《史記》 殷紀에 “태무(太戊)가 즉위하고 이척(伊陟)이
정승으로 있을 때, 상곡이 대궐 뜰에 나서 하룻밤 사이에 두 손아귀가 가득 찰 정도로 크자, 임금이 놀라 이척에게 물으니 이척
이, ‘신은 듣건대, 요사함이 덕을 이기지 못한다 하였습니다. 임금께서 덕을 닦으십시오.’ 하므로 태무가 그대로 따르니, 상곡이
말라죽었다.” 하였다.
[주D-010]법성(法星)이 …… 되었다오 : 임금의 덕 있는 말에 재앙이 물러갔다는 뜻이다. 법성은 곧 형혹성(熒惑星)을 가리키는데 이 별
이 형법을 맡았다 하여 법성이라 이른다. 이 별이 나타나면 재앙이 생긴다고 하는데, 춘추 시대 송 경공(宋景公) 때에 형혹성이
나타나자 경공이 자위(子韋)에게 물으니, 자위가 “재앙이 임금에게 내렸습니다.
그러나 재상에게로 옮길 수는 있습니다.” 하였다. 경공이 “재상은 함께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니 안 된다.” 하자, 자위가 “백
성에게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하니, 경공이 “백성이 죽어버리면 내가 누구를 데리고 임금노릇을 하겠는가.” 하였다.
자위가 “해[歲]로도 옮길 수 있습니다.” 하자, 경공이 “흉년이 들면 백성이 굶어죽으리니, 백성 죽인 사람을 누가 임금이라 하
겠는가.” 하였다. 그러자 자위가 “임금께서 덕 있는 말씀을 세 번 하셨으니, 하늘이 반드시 임금에게 세 번 상을 내리시어 형혹
성이 반드시 세 자리[三舍] 옮길 것입니다.” 하였는데, 과연 그렇게 되어 무사했다 한다.《呂氏春秋傳》
[주D-011]양원(楊袁) : 양진(楊震)과 원안(袁安)을 가리키는데, 모두가 후한(後漢) 때의 명신(名臣)이다.
[주D-012]규혼(叫閽) : 억울한 일을 대궐 문앞에 나아가 하소연하는 것을 말한다.
[주D-013]근훤(芹暄) : 임금께 충성을 바친다는 뜻이다. 근(芹)은 야채(野菜)인 미나리이고, 훤(暄)은 등에 쬐는 따뜻한 봄볕을 말하는데,
진(晉) 나라 때 혜강(嵇康)이 산도(山濤)에게 준 편지에 “어떤 야인(野人)이 등에 쬐는 봄볕을 매우 유쾌하게 여기고 미나리 나
물을 매우 아름답게 여겨, 그것을 임금께 바치려 하였다.” 하였는데, 즉 미미한 충성이란 뜻이다.
[13]至治癸亥四月二十日發京師上王時在西蕃將往拜(지치계해사월이십일발경사상왕시재서번장왕배)
지치(至治) 계해(癸亥,1323年) 사월 이십사일에 경사(京師)를 떠나면서 이때 상왕께서 서번(西蕃)에 계셨으므로 가서 뵈려고 해서
다.
主恩曾未答丘山(주은증미답구산) / 태산 같은 임금님 은총 아직 보답하지 못했으니,
萬里驅馳敢道難(만리구치감도난) / 만리 길 달려가기 어렵다 할 수 있으랴.
彈劍不爲兒女別(탄검불위아녀별) / 칼날을 치면서 아녀자의 이별처럼 하지 않고,
引杯聊盡故人歎(인배료진고인환) / 술잔 들고 친구와 마음껏 즐겨야겠네.
五雲廻看籠金闕(오운회수롱금궐) / 바라보니 오색 구름 금궐에 둘러 있는데,
片月夕情照玉關(편월다정조옥관) / 조각달도 정이 있듯 옥관에 비추는구나.
惟念慈親鬢如雪(유념자친빈여설) / 머리 허연 늙은 어머님 생각하니,
數行淸淚洒征鞍(수행청루쇄정안) / 두 줄기 눈물 안장에 흘러내리네.
[14]涿郡(탁군)
탁군(涿郡)에서....
美壤每每接太行(미양매매접태행) / 아름답고 넓은 땅 태항산까지 닿았는데,
東秦右臂北燕吭(동진우비북연항) / 동으론 진 나라 어깨 같고 북으론 연 나라 목구멍 같네.
劉郞却愛蠶叢國(유랑각애잠총국) / 유랑은 이 잠총국 사랑했으니,
故里虛生羽葆桑(고리허생우보상) / 옛마을에 우보상만 헛되이 났네.
[주C-001]탁군(涿郡) : 중국 하북성(河北省)에 있는 지명. 촉한(蜀漢)의 소열황제(昭烈皇帝) 유비(劉備)가 탄생한 곳이다.
[주D-001]유랑(劉郞) : 촉한의 소열황제 유비를 가리킨다.
[주D-002]잠총국(蠶叢國) : 잠총은 옛날 촉왕(蜀王)의 선조 이름. 그가 처음 백성들에게 누에치기를 가르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뒤에 촉 나라의 별칭이 되었다.《蜀王本紀》에 “촉왕의 선조가 잠총이었는데, 후세에 촉 나라의 국호가 되었다.” 하였다.
[주D-003]우보상(羽葆桑) : 우보는 천자가 타는 수레 뚜껑의 가장자리에 다는 새깃의 장식인데, 촉한의 소열황제가 어렸을 때, 무성하게
자란 뽕나무가 집에 있었으므로 아이들과 놀면서 “내가 반드시 황제가 되어 이 뽕나무로 수레 뚜껑을 장식하리라.” 했다.《三國
志 蜀志 劉備傳》
[15]白溝(백구)
백구강(白溝江)에서....
誰將督亢餌强隣(수장독항이강린) / 누가 독항도 가지고 강한 이웃에 이끼로 삼았더냐.
空費金繪歲結親(공비금증세결친) / 헛되이 해마다 화친하느라 애만 썼네.
尺水區區遏南牧(척수구구알남목) / 적은 이 물로 남목을 막았는데,
可能臥榻不容人(가능와탑불용인) / 와탑에 어찌 딴 사람 용납할 수 있으랴.
[주C-001]백구(白溝) : 중국 하북성(河北省)에 있는 백구하(白溝河)를 말한다.
[주D-001]독항도(督亢圖) …… 삼았더냐 : 독항도는 곧 독항구(督亢溝 백구하의 옛 이름)의 지도이고, 강한 이웃이란 곧 진(秦) 나라를
가리킨다. 전국 시대 연 태자 단(燕太子丹)이 자객 형가(荊軻)를 시켜 독항구를 바치겠다 하고 독항도 속에다 비수검을 감추어
가지고 진 나라에 들어가 시황(始皇)을 죽이게 하였으나 실패하였다.《史記 卷86 刺客列傳》
[주D-002]적은 …… 막았는데 : 오랑캐가 넘보지 못하도록 철저히 지킨다는 말이다. 남목(南牧)은 북쪽 오랑캐가 남쪽으로 내려와 말을
먹인다는 뜻인데,《賈誼》 過秦論에 “북쪽으로 장성(長城)을 쌓아 흉노(匈奴)들을 7백여 리 밖으로 물리치니, 오랑캐가 감히 남
으로 내려와 말을 먹이지 못하였다.” 하였다.
[주D-003]와탑(臥榻)에 …… 있으랴 : 타인(他人)이 자기 영역 안에 침범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와탑은 침대, 즉 자기의 영
역 안을 말하는데,《續通鑑長編》 宋太祖紀에 “송(宋)나라가 강남(江南)을 칠 때, 서현(徐鉉)이 상께 아뢰어 원병(援兵)을 청
하자, 상이, ‘강남도 무슨 죄야 있겠는가만 오직 천하가 한집일 뿐인데, 침대 옆에서 타인이 코 골며 자는 꼴을 어찌 용납하랴.’
했다.” 하였다.
[16]馬上(마상)
마상(馬上)에서
騎馬上丘原(기마상구원) / 말을 타고 언덕으로 올라가니,
黃塵滿征鞍(황진만정안) / 누른 티끌 말안장에 가득하구나.
嘉禾槁已盡(가화고이진) / 가문 날씨에 좋은 벼 다 시들었는데,
杲杲升朝暾(고고승조돈) / 불처럼 뜨거운 해가 떠오르네.
豈爲去鄕國((기위거향국) / 어찌 고향 떠나온 회포뿐이랴.
悲歌行路難(비가행로난) / 세상길 험난해 슬픈 노래 절로 나오네.
願言得甘霔(원언득감주) / 이럴때, 단비 한줄기 내렸으면,
維以慰黎元(유이위려원) / 뭇 백성 애타는 마음 위로할 텐데,
隻輪載家具(척륜재가구) / 자그마한 수레에 가구를 싣고,
夫婦相挽推(부부상만추) / 부부가 서로 당기고 미네.
行行日數里(행행일수리) / 날마다 몇 마장씩 가고 또 가서,
就食南州來(취식남주래) / 남쪽 고을로 나아가 살았다오.
民生苦與樂(민생고여락) / 인생살이 고생스럽고 즐거운 것은,
造物已安排(조물이안배) / 조물주가 벌써 정해 놓았지.
願予是何者(원여시하자) / 나는 지금 무엇을 하는 자냐.
對之獨傷懷(대지독상회) / 혼자 앉아 생각하니 마음만 서글프구나.
日午汗如濯(일오한여탁) / 한낮에 흐르는 땀 견딜 수 없어,
小立溪聲中(소립계성중) / 시냇가에 나가서 한참 섰었네.
飛塵攙馬過(비진참마과) / 휘날리는 티끌에 말을 잡고 지나가니,
氣若烈火烘(기약열화홍) / 한여름 더위가 타오르는 불과 같네.
鳴蜩悅義蔭(명조열의음) / 우는 매미 좋은 그늘을 기뻐하고,
倦鳥思深叢(권조사심총) / 게으른 새는 우거진 숲을 생각하네.
何時紫霞洞(하시자하동) / 어느때 나도 자하동(紫霞洞)에 돌아가서,
欹枕聽松風(의침청송풍) / 베개 베고 솔바람 소리 들어 볼는지,
偪僂驛中卒(핍루역중졸) / 허리 구부정한 역졸(驛卒)이,
顚倒身上袍(전도신상포) / 헝클어진 옷섶을 여미지 못하고,
移床拂簞席(이상불단석) / 의자와 대자리를 깨끗이 펴놓고,
巵酒慰我勞(치주위아노) / 술 한 잔 가득 부어 나를 위로하네.
致君媿無術(치군괴무술) / 임금님 잘 섬기려도 계책이 없고,
旅食驚二毛(여식경이모) / 떠도는 나그네 머리만 희어지네.
區區欲何爲(구구욕하위) / 용렬한 내가 무엇을 하려고,
亦來煩爾曹(역래번이조) / 공연스레 또 와서 너희들을 괴롭히는지.
[17]相州夜發(상주야발)
상주(相州)에서 밤에 떠나다.
(第1首)
宵征圖避暑(소정도피서) / 더위를 피하려고 밤에 떠나가니,
淸興亦難窮(청홍역난궁) / 맑은 흥취 한없구나.
星斗蒼茫外(성두창망외) / 하늘엔 별들만 깜박거리고,
山川寂寞中(산천적막중) / 산천도 적막하여라.
滿衣芳草露(만의방초로) / 풀잎에 맺힌 이슬 옷자락을 적시는데,
拂面綠槐風(불면록괴풍) / 푸른 홰나무 바람 얼굴을 스치네.
此夜華堂月(차야화당월) / 이 밤 화려한 마루 달빛 아래,
還應萬夢蓬(환응몽전봉) / 응당 떠도는 내 꿈을 꾸리.
(第2首)
舊遊眞一夢(구유진일몽) / 옛날에 놀던 일은 한바탕 꿈 같고,
浪迹又飄蓬(낭적우표봉) / 허랑한 자취 또 쑥대처럼 되었구나.
故國飛雲下(고국비운하) / 고국은 먼 구름 밑에 있고,
征途畏景中(정도외경중) / 가는 길은 불볕 속에 있구나
野平山隱地(야평산은지) / 들이 넓으니 산은 땅에 숨은 듯.
村遠樹浮空(촌원수부공) / 마을이 멀리 보이니 수목이 공중에 떠 있는 듯,
愧負平生志(괴부평생지) / 평생에 먹은 마음 저버리니,
非求汗馬功(비구한마공) / 한마의 공을 구하려는 게 아니네.
[주C-001]상주(相州) : 후위(後魏) 때 설치한 하남성(河南省)의 한 고을이다.
[주D-001]한마(汗馬)의 공(功) : 말이 땀을 흘리게 한 공로, 즉 전공(戰功)을 말한다.
[18]업성(鄴城)
한 나라 달 제대로 승로반(承露盤)에 비치는데 / 漢月依依照露盤
외로이 서 있는 금인 눈물 흘리네 / 金人獨自淚闌干
알겠네 이 업성 밑에 있던 순문약은 / 須知鄴下荀文若
요동의 관유안에게 부끄러울 거야 / 永愧遼東管幼安
[주C-001]업성(鄴城) : 한(漢) 나라가 설치한 현명(縣名). 삼국 시대에 위(魏) 나라 도읍으로 되었다.
[주D-001]한(漢) 나라 …… 흘리네 : 승로반(承露盤)은 이슬을 받는 소반이고, 금인(金人)은 곧 이슬을 받기 위해 구리로 만들어 세운 선
인(仙人)을 말한다. 한 무제(漢武帝)가 일찍이 신선(神仙)이 되기 위하여 구리로 승로반을 만들었는데, 높이가 20장(丈)이나
되고 크기는 열 아름이나 되었다. 맨 꼭대기에 선인장(仙人掌)이 있어 이것으로 이슬을 받아 마시고 선술(仙術)을 익혔다는 고
사인데, 여기서는 세대가 멀어져서 사람은 간 데 없고 금인만 남아 있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주D-002]업성 밑에 …… 부끄러울 거야 : 문약(文若)은 순욱(荀彧)의 자이고, 유안(幼安)은 관영(管寧)의 자이다. 즉 조조(曹操) 밑에서
벼슬한 순욱이, 지조를 지켜 은거한 관영만 못하다는 말이다. 삼국 시대 순욱은 조조에게서 벼슬하면서 많은 공을 세워 만세정후
(萬歲亭侯)에 봉해지고 벼슬이 시중(侍中)에 이르렀으며, 관영은 요동(遼東)에 은거하여 학문에만 정진했고 위 문제(魏文帝)
로부터 태중대부(太中大夫)의 부름을 받았으나 나아가지 않았다.《三國志 卷10ㆍ11》
[19] 또
성인이란 원래 하는 일이 / 聖人有所爲
백성을 위해서고 자신은 위하지 않네 / 爲民非爲台
그대는 요순(堯舜) 시대의 일을 보라 / 君看唐虞事
하늘을 앞서도 하늘이 어기지 않았던 것을 / 先天天不違
털끝만큼이라도 사욕을 채우면 / 毫釐涉人欲
눈 깜박할 사이에 화액이 닥친다네 / 顧眄生禍機
무슨 일로 저 위공자는 / 如何魏公子
도척을 가리켜 중니와 같다고 했나 / 盜蹠方仲尼
천도가 잘 순환하기에 / 物理喜自反
전오는 이미 서로를 속였었네 / 典午已相欺
뱀도 용이 되면 제 허물을 비웃게 되고 / 爲龍笑蟒蛻
버마제비는 매미를 잡으려다 새가 덮치는 것을 모른다네 / 捕蟬忘雀窺
기산의 영수에 다다르니 / 箕山臨穎水
천재에 남긴 풍도 상상하겠구나 / 千載想風規
우뚝우뚝한 길가의 나무 / 童童路傍樹
푸른 잎에 맑은 바람 일어나네 / 翠葉含淸飆
말에 내려 술 자리 벌였는데 / 下馬成野酌
술이 다해도 머물러 있네 / 酒盡還少留
오는 소와 가는 말들 / 來牛與去馬
누구나 다 살아갈 길 찾는 거지 / 窮達各有求
아 백 년 지나가는 동안에 / 悠哉百年內
누가 죽기 전에 그만두겠나 / 誰肯死前休
[주D-001]전오(典午)는 …… 속였었네 : 전은 사(司)의 뜻이고 오는 마(馬)의 뜻으로, 곧 사마씨(司馬氏)인 진(晉) 나라를 가리킨다. 서로
속였다는 것은 곧 조조(曹操)와 사마의(司馬懿)가 서로 왕위를 찬탈한 것을 말한다.
[주D-002]버마재비는 …… 모른다네 : 남 해칠 줄만 알고 저 죽을 줄은 모른다는 뜻이다. 전국 시대 초 장왕(楚莊王)이 진(晉)을 치려면서
포고하기를 “진을 못 치게 간하는 자는 용서하지 않으리라.” 하자, 손숙오(孫叔敖)가 간하기를 “신의 정원에 서 있는 느티나무
에 매미 한 마리가 있는데, 그 매미는 이슬을 받아먹으려 하여 뒤에 있는 버미재비가 저 잡아먹으러 오는 줄을 모르고, 그 버마재
비는 매미를 잡아먹으려 하여 뒤에 있는 새가 저 쪼아먹으러 오는 줄을 모르더이다.” 하였다.《韓詩外傳》
[주D-003]기산(箕山)의 …… 상상하겠구나 : 고사(高士)의 높은 절개를 기리는 말이다. 요(堯) 임금이 고사 허유(許由)에게 천하를 선양
(禪讓)하려 하자, 허유가 거절하고 기산에 들어가 영수(穎水)에 귀를 씻고 은거하였다 한다.《莊子 逍遙遊》
[20]단오(端午)
경사에서 떠돈 지 십 년이 넘었는데 / 旅食京華十過春
서쪽으로 와서 또 갈 길을 묻는구나 / 西來又作問津人
반평생은 이미 공명으로 그르쳤고 / 半生已被功名誤
오래 떠도니 시절 바뀌는 걸 놀랐네 / 久客偏驚節物新
부평처럼 뜬 자취 청해의 밝은 달 바라보고 / 萍梗羈蹤靑海月
꿈속에선 가끔 태봉 고향으로 돌아가네 / 松楸歸夢泰封塵
주점에서 또 창포주 한 잔 들이키니 / 旗亭且飮菖蒲酒
깨서 읊은 초 나라 신하 배울 필요 없지 / 未用醒吟學楚臣
[주D-001]태봉(泰封) : 신라(新羅) 말엽에 궁예(弓裔)가 송악(松嶽)에 세운 나라. 즉 고국인 고려를 말한다.
[주D-002]깨서 읊은 초 나라 신하[楚臣] : 초 나라 신하는 곧 전국 시대 초 회왕(楚懷王)의 충신 굴원(屈原)을 가리킨다. 굴원이 소인들로
부터 참소를 당하여 소원(疎遠)되므로 임금에게 충간(忠諫)하였으나 용납되지 않자, 시나 읊으면서 강가에 떠돌아다닐 적에 어
부(漁父)가 “왜 세상에 잘 맞추지 않고 이 꼴이 되었느냐?”고 물으니 굴원이 대답하기를 “모든 사람이 다 취하여 있으나 나만이
깨어 있다.” 하여 자신의 결백함을 표명하고 곧장 회사부(懷沙賦)를 짓고 멱라수(汨羅水)에 빠져 죽었는데, 그가 죽은 날이 곧
단오절(端午節)인 5월 5일이었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깨서라는 말은 곧 굴원이 어부에게 답한 말을 뜻한다.《史記 卷84 屈原
傳》
[21]담회(覃懷)
열흘 동안 티끌 속에 앞이 잘 보이지 않더니 / 塵埃十日眼長昏
담회에 들어오자 마음이 조금 위로되네 / 路入覃懷頗慰魂
홰나무의 훈풍 보리밭으로 불어오고 / 槐樹薰風吹麥壟
대나무 밑에 흐르는 물 사립문을 빙 둘렀네 / 竹根流水繞柴門
살기 좋은 부락들 벌집처럼 벌여 있고 / 太平閭井群蜂綴
한없는 산봉우리 말떼가 달리는 듯하네 / 何限峯巒陣馬奔
옛날 이곳을 지난 임금님 자취 남았다고 / 聞說先朝留轍跡
야인들 지금까지 이야기하네 / 野人猶頌感皇恩
[주C-001]담회(覃懷) : 지명. 중국 회주(懷州)의 옛 이름이다.
[22]맹진(孟津)에서 본 일을 기록하다
수레를 달려 하수 가에 다다르니 / 驅車轔轔到河洲
모래 쌓이고 물이 줄어 배 탈 수 없네 / 沙深水落不可舟
서산에 걸린 해 다 넘어가서 / 西山白日落欲盡
검은 기운이 공중에 가득하니 하늘도 걱정인 듯하네 / 黑祲漫空天爲愁
크나큰 우레 소리 담이 무너지는 것 같더니 / 怱驚疾雷如堆墻
번쩍 번개가 또 잇달아 일어나네 / 裂缺亂掣金蛇光
달리는 구름 따라 쏟아지는 소낙비가 / 馳雲攫霧送飛雨
만마와 은창이 낙양에 몰아닥치는 듯 / 萬騎銀槍來洛陽
쏜살같은 회오리바람 또 어디서 불어 오는지 / 大風知從何許來
눈 깜짝할 사이에 온 천지가 뒤흔들리네 / 擺弄乾坤勢莫廻
모래가 휘날리고 기왓장이 흔들릴 뿐 아니라 / 揚沙振瓦豈足道
맹진의 한 모퉁이 잿더미로 변하려 하네 / 欲捲孟津生劫灰
못난 선비 문을 닫고 등불 켜고 앉았으니 / 腐儒閉門對孤燈
등에는 땀이 젖고 마음은 벌벌 떨리네 / 駭汗洽背心氷兢
하늘은 높이 있고 귀신도 싫어하니 / 天公高居鬼神惡
갑작스러운 이 괴변 누구에게 물어볼까 / 怳惚怪事從誰徵
아이 불러 등불 끄고 잠이나 자야겠네 / 呼童吹燈且安眠
세상 화복은 하늘에 달렸을 뿐 / 禍福豈不懸蒼天
밤이 깊자 온갖 바람 다 어디로 갔는지 / 夜深萬竅收怒號
달빛이 깨끗하고 별들도 반짝이네 / 星月炯炯流淸躔
[23]왕상비(王祥碑) 이 비는 낙양 남쪽 삼십 리 거리에 있다.
길가에 세워진 우뚝한 비석 / 有扁路傍石
왕상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네 / 上有王祥字
얼음에 드러누워 잉어를 구해다가 / 臥氷得泉魚
어머니를 공궤하던 데가 여기로구나 / 饋母此其地
아 나는 지금 벼슬살이만 하면서 / 嗟我事宦遊
여러 해 동안 어머님을 못 모셨네 / 連年負慈侍
구름을 바라보는 마음 가끔 있건만 / 區區望雲心
맛있는 음식 멀어서 드릴 수 없네 / 甘旨遠難致
전환하던 은공을 어떻게 갚을지 / 何當報剪鬟
겨우 설비한 맹세와 같을 뿐이네 / 僅足同齧臂
이 효자의 비문 비로소 읽어보니 / 載讀孝子碑
두 눈에서 눈물만 쏟아지네 / 茫然放淸淚
[주D-001]왕상(王祥) : 진(晉) 나라 때 효자(孝子). 계모(繼母)에게 극진히 효도하였는데 추운 겨울날 그 어머니가 물고기를 먹고 싶어하
자 왕상이 냇물에 나가 고기를 잡기 위해 얼음을 깨려 하니, 얼음이 갑자기 저절로 깨지면서 잉어 두 마리가 뛰어나오므로 그것
을 가져다가 어머니를 봉양했다 한다.《晉書 卷33 王祥傳》
[주D-002]얼음에 …… 공궤하던 : 주 90) 참조.
[주D-003]구름을 …… 마음 : 자식이 타향에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 당(唐) 나라 때 적인걸(狄仁傑)이 병주 법조참군(竝
州法曹參軍)에 임명되어 떠난 후, 하양(河陽)에 계신 부모를 생각하여 태항산(太行山)에 올라가 구름을 쳐다보고 말하기를
“저 구름 밑에 우리 부모님이 계신다.” 하며 슬퍼했다 한다.《舊唐書 卷89 狄仁傑傳》
[주D-004]전환(剪鬟)하던 은공 : 어머니의 은혜라는 뜻이다. 전환은 머리털을 자른다는 뜻으로, 진(晉) 나라 때 도간(陶侃)이 현리(縣吏)
로 있을 때 그의 친구 범규(范逵)가 찾아왔는데, 본디 집이 가난한데다가 갑자기라서 대접할 것이 없으므로, 그의 어머니가 머리
를 잘라 팔아서 술과 안주를 사다 주어 즐겁게 마시고 놀았다.《晉書 卷66 陶侃傳》
[주D-005]설비(齧臂)한 맹세 : 꼭 성공하여 고향에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말한다. 설비는 팔뚝을 씹는다는 말로 곧 결심을 뜻하는데, 전국
시대 오기(吳起)가 고향을 떠날 때 자기 어머니와 작별하면서 팔뚝을 씹고 맹세하기를 “제가 경상(卿相)이 되지 않고서는 다시
고향에 돌아오지 않으렵니다.” 하였다. 《史記 卷65 吳起傳》
[24]신안참(新安站) 어떤 중이 이 신안참 아전을 때려 죽인 일이 있었다.
서역의 상문을 세상에서 스승으로 여기게 되자 / 西域桑門世所師
머리에는 고깔 쓰고 이야기는 끊임없네 / 頭戴烈火語嗢咿
북을 둥둥 울리다가 가끔 바릿대도 두들기는데 / 逢逢打鼓雜鉢螺
신비한 술법으로 온갖 마귀 몰아낸다네 / 說有秘術能降魔
수많은 무리들 개미처럼 모여들어 / 有徒寔繁蟻慕膻
맛좋은 고기 술로 복 받으려 하네 / 餧肉嗽醪稱福田
올 때는 돈과 비단 갈 때는 좋은 말로 / 來承金帛去馳傳
열씩 다섯씩 짝을 지어 번개처럼 달리네 / 十十五五如奔電
신안참 아전 한 명 무슨 죄가 있기에 / 新安站吏亦何辜
악독하게 때려서 길가에 자빠뜨렸나 / 毒手一飽僵路隅
햇볕이 쬐고 온갖 쉬파리 모였는데 / 風吹日灸蠅蜹集
아내와 자식 마주보며 눈물만 흘리네 / 妻子相看空雪泣
[주D-001]상문(桑門) : 중의 칭호. 사문(沙門)과 같은 말이다.
[25]효릉행(崤陵行)
진 목공(秦穆公)은 소먹이던 오고(五羖)를 미천하다 해서 버리지 않고 등용하였으며 서융(西戎)의 유여(由余)를 소원하다 해서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뒤에 효산(崤山)에서 패전하자 건숙(蹇叔)을 쓰지 않은 것을 후회하여 황발(黃髮)의 말을 생각하였고, 맹명(孟明)을 바꾸지 않아 마침내 분주(焚舟)한 성공을 얻게 되었으니, 옛말에 이른바, ‘자기의 의견을 버리고 남의 말을 따르며 어진이를 뽑아 쓰되 신분을 따지지 않는다.’는 것을 목공이 실행하였다.
진(秦) 나라가 능히 산동 지방의 여러 나라를 복종시키고 천하에 대적이 없게 된 것은 대개 어진이를 좋아한 여력이었다. 가령 상군(商君)이 법을 고쳐서 이익을 따르지 않게 하였다면 족히 유도(有道)한 나라로 만들어 영원히 향국(享國)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강 땅의 널에서 소 우는 소리 군사 쳐들어옴 알리니 / 牛鳴絳樞師期報
비정의 공은 가죽을 바치고 소 잡아 호군할 때 무너져 버렸네 / 鄙鄭功虧乘韋犒
우뚝한 효산에서 북소리 울릴 때에 / 崤陵山高鼓角悲
만마 동으로 와서 번개같이 쓸어 버렸네 / 萬騎東來如電掃
묵최로 대항한 일은 잘못이었으나 / 墨衰禦敵責有歸
소복으로 군사 맞이한 것은 의리 더욱 높구나 / 素服迎軍義彌邵
원로를 생각하여 전일의 잘못을 사과하고 / 追懷元老謝前非
죄지은 신하 버리지 않아 나중에 공을 거두었네 / 不棄累臣收後效
용 같은 군사 탔던 배 다 불태우니 / 龍驤千艘作飛灰
쥐처럼 도망쳐서 한 지방에 초목도 남지 않았네 / 鼠竄一境無橫草
진 나라가 강하게 됨은 어진이 좋아한 때문이었고 / 秦强知在好賢心
굳고 험한 백이의 산하는 보배로 여기지 않았었지 / 百二山河非我寶
[주C-001]효릉(崤陵) : 하남성(河南省) 낙녕현(洛寧縣) 서북쪽에 있는 효산(崤山)으로 춘추 시대 진(晉) 나라와 진(秦) 나라의 격전지
(激戰地)였다.
[주D-001]진 목공(秦穆公)은 …… 받아들였다 : 진 목공의 이름은 임호(任好)로 오패(五伯)의 하나. 우(虞)의 대부였던 백리해(百里奚)
가 나라를 잃은 후 초(楚) 나라의 포로가 되어 소를 먹이고 있었는데, 목공은 그가 어질다는 소문을 듣고는 5마리의 양가죽을 주
어 속죄(贖罪)시킨 다음에 국정을 맡기니 이 때문에 오고대부(五羖大夫)라 불렀다. 백리해는 다시 건숙(蹇叔)을 추천하여 상대
부(上大夫)로 삼았으며, 진(晉) 나라에서 망명하여 서융(西戎)에 있던 유여(由余)를 항복하게 하여 중용하였다.
[주D-002]효산(崤山)에서 …… 되었으니 : 진 목공은 노 희공(魯僖公) 33년 정(鄭) 나라 사람의 꾐에 빠져 건숙ㆍ백리해의 말을 듣지 않
고 백리해의 아들 맹명(孟明)과 건숙의 아들 서걸술(西乞術)ㆍ백을병(白乙丙)을 시켜 군사를 거느리고 정 나라를 공격하게 하
였다.
이때 진(晉) 나라에서는 문공(文公)의 상(喪)을 당하여 아직 장사지내지 못했었는데, 태자(太子)인 양공(襄公)은 우호국인 정
나라를 공격하는 진(秦) 나라의 처사에 격분하여 마침내 최복(衰服)을 검게 물들여 입고는 군사를 이끌고 효산에서 싸워 크게 이
겨 진(秦)의 세 장수를 모두 사로잡았으나 문공의 부인은 진(秦) 나라 여자였으므로 양공을 설득하여 그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
게 하였다.
이에 목공은 자책하는 뜻에서 소복(素服)을 입고는 패전하고 돌아오는 세 장수와 군사들을 향하여 울면서 사죄하기를 “이번의
패전은 내가 건숙과 백리해의 말을 따르지 않은 때문이니 자네들이야 무슨 죄가 있겠는가.” 하고는 다시 그들을 중용하였다. 그
리하여 목공 36년 맹명은 다시 군사를 거느리고 하수를 건너 진(晉) 나라의 배를 불태우고 크게 이기니 진(晉) 나라에서는 감히
싸우지 못하였다.
목공은 하수를 건너 효산에 있는 전사자들의 무덤을 크게 만들고 군사들에게 맹세하니, 이것이 《서경(書經)》의 진서(秦誓)로,
여기에 “이 황발(黃髮)들에게 물으면 잘못이 적을 것이다.” 하였는데, 황발은 나이 많은 건숙ㆍ백리해를 가리킨 것이다. 이 때문
에 진(秦) 나라는 크게 부흥하여 제후의 패자(霸者)가 되었다.《春秋左傳 僖公 32年ㆍ33年》 《史記 秦本紀》
[주D-003]상군(商君) : 위(衛) 나라의 공자였던 공손앙(公孫鞅)은 진(秦) 나라의 효공(孝公)을 도와 개혁정치를 단행하여, 그 공로로 상
(商) 땅에 봉해졌으므로 상군 또는 상앙(商鞅)이라 불렀는데, 그의 부국 강병(富國强兵) 정책에 힘입어 진 나라는 마침내 산동
(山東)의 제후들을 복종시키고 천하를 통일하였으나 인의(仁義)를 버렸으므로 무도(無道)하기로 유명하여 2대 만에 망하고 말
았다.《史記 秦本紀ㆍ秦始皇本紀》
[주D-004]강(絳) 땅의 …… 알리니 : 진 문공(晉文公)이 죽자, 곡옥(曲沃)에 초빈하기 위하여 강 땅에서 널을 운반하는데 소 우는 소리가
났다. 태복관(太卜官) 언(偃)은 대부로 하여금 절하게 하면서 “이것은 돌아가신 임금께서, 서쪽에 있는 진(秦) 나라의 군대가
장차 우리나라를 쳐들어올 것인데 우리가 공격하면 크게 승리할 것을 예고하시는 것이다.” 하였다.《左傳 僖公 32年》
[주D-005]비정(鄙鄭)의 …… 무너져 버렸네 : 비정은 정 나라를 차지하여 자기의 고을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정 나라 사람의 꾐에 빠진
진 목공은 정 나라를 차지하려고 맹명ㆍ서걸술ㆍ백을병을 시켜 공격하게 하여, 활(滑) 땅에 이르렀는데, 정 나라의 상인(商人)
현고(弦高)가 장사차 주(周) 나라에 가다가 이들을 만나자 4마리의 가죽과 12마리의 소를 바쳐 호군(犒軍)하게 하고는 “우리
나라 임금이 주는 것이다.” 하고 거짓말하였다.
이에 진 나라의 세 장수들은 정 나라에서 이미 자기들이 공격해 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으니 방비가 튼튼할 것이라고 생각한 나
머지 정 나라 공격을 포기하였다.《左傳 僖公 33年》
[주D-006]백이(百二)의 산하(山河) : 진(秦) 나라의 지형은 천연적 요새지(要塞地)여서 2명의 군사가 적병 1백 명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말이다.
[26]함관행(函關行)
부자(夫子 공자(孔子)에 대한 존칭)의 말에, ‘세 사람이 동행하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고, 조그마한 고을에도 반드시 충신(忠信)한 자가 있다.’ 하였는데, 맹상군(孟嘗君)의 객(客)은 대개 3천 명이나 되었는데도 어찌 어질고 지모 있는 선비는 한 명도 없고 오직 닭울음을 흉내내고 좀도둑질을 잘하는 자에게 힘입은 다음에야 억센 진(秦) 나라를 벗어날 수 있었을까?
추측건대, 그의 객을 좋아한 것이 마치 섭공(葉公)이 용을 좋아한 것과 같아서 그 당시 높은 대우를 받던 자들 역시 그림 용과 같았을 뿐이던가? 닭의 울음이나 흉내내고 좀도둑질이나 잘하는 것은 기예 중의 미천한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객(客)은 여러 객의 가운데에 끼었어도 부끄러움이 없었고 성공한 후에도 한 마디 자랑한 말이 없었으니 이들은 진실로 뛰어난 국량이 있어서 세상에 미천한 듯이 보이다가 기회를 만나 지녔던 기예를 잘 써먹은 듯하니 어쩌면 이 하찮은 기예로써 여러 손님들의 뜬 명예를 뽐내는 폐습을 바로잡고 맹상군도 사람을 잘못 알아보면서 많이 불러들인 일이 잘못이었다는 점을 격려시키려고 했던 것일까? 이런 내용은 잘 알 수 없다.
맹상군은 삼천 명 손님도 적게 여겨 / 孟嘗賓客三千少
고삐와 수레 서로 연결하여 임치에서 달렸네 / 連鑣結軌臨淄道
큰 갓 쓰고 칼 앞세우고 / 大冠如箕劍柱頤
서로 좋아 약속하여 태산도 넘어뜨릴 듯했지 / 然諾相傾泰山倒
함양의 티끌 견딜 수 없는데 / 咸陽塵土令人老
나라를 버리고 떠난 신세 꿈조차 아득하였으리 / 天涯去夢迷芳草
새장 속에 갇혀 있는 학처럼 되었으니 / 孤鶴投籠不自由
사나운 범들이 그냥두려고 했겠는가 / 猛虎得肉寧辭飽
풍환은 고기 없다 탄식만 하고 / 馮驩無魚空自嘆
옹문은 거문고 있어도 한 곡조 타지 않았네 / 雍門有琴且勿彈
기궐은 깊고 함곡관은 멀고 먼데 / 冀闕天深函谷遠
누가 나의 수레에 기름칠하여 천산을 넘도록 했었던가 / 誰膏吾車度千山
장진도 양졸의 입에 부끄럼당하였고 / 張陣應慚養卒口
모설도 도아만 못하였네 / 毛薛亦讓屠兒手
대장부가 뜻 있으면 현우가 없나니 / 丈夫有志無賢愚
황금은 아끼지 말고 닭과 개를 만들어라 / 莫惜黃金鑄鷄狗
[주D-001]맹상군(孟嘗君)의 …… 있었을까 : 맹상군은 제 선왕(齊宣王)의 서제(庶弟)인 정곽군(靖郭君) 전영(田嬰)의 아들 전문(田文)
의 봉호. 그는 문객(門客)을 좋아하여 식객(食客)이 3천 명에 이르렀다. 진 소왕(秦昭王)은 그의 어짊을 듣고 데려다가 정승을
삼으려 하였으나 참소하는 자가 있어 도리어 가두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에 소왕의 애희(愛姬)에게 풀어줄 것을 청하니 애희는 맹상군의 호백구(狐白裘)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호백구는 이미 소왕에
게 바친 뒤라서 줄 수가 없었는데, 마침 그의 식객 중에 좀도둑질을 잘하는 자가 있어 소왕의 부고(府庫)에 들어가서 전에 소왕에
게 바쳤던 호백구를 훔쳐다가 바치고는 탈출할 수 있었다.
맹상군은 바삐 도망하여 본국으로 돌아오다가 함곡관(函谷關)에 이르니 관문의 법칙상 닭이 울어야 관문을 열므로 나올 수가 없
었는데, 마침 닭 울음을 잘 흉내내는 문객이 있어 닭 울음소리를 내니 그 소리를 들은 닭들이 모두 울므로 관문을 나와, 허위임을
깨닫고 추격해오는 진 나라를 벗어날 수 있었다.《史記 孟嘗君傳》
[주D-002]섭공(葉公)이 용을 좋아한 것 : 겉으로 좋아하는 체했을 뿐 실제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섭공은 춘추 시대 초(楚) 나
라의 섭자고(葉子高).《新序雜事》에 “섭공 자고가 용을 좋아하여 갈고리에도 용을 그리고 거실에도 모두 용을 조각하였다. 이
에 하늘의 용은 그가 용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내려와 머리를 문에 디밀고 꼬리를 마당에 펼쳤더니 섭공은 그만 진짜 용을 보
고는 놀라 도망쳤다.” 하였다.
[주D-003]임치(臨淄) : 현재의 산동성(山東省) 광요현(廣饒縣) 남쪽에 있는 곳으로 제(齊) 나라의 서울이었다.
[주D-004]함양(咸陽)의 …… 없는데 : 함양은 진(秦) 나라의 서울로 맹상군이 함양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한 말이다.
[주D-005]풍환(馮驩)은 …… 않았네 : 풍환은 맹상군의 문객으로 긴 칼을 두들기며 고기가 없다고 불평하였으며, 옹문(雍門)은 옹문주(雍
門周)로 역시 맹상군의 문객이었는데, 특히 거문고를 잘 타 맹상군을 감동시켰다.《史記 孟嘗君傳, 說苑 善說》
[주D-006]기궐(冀闕) : 궁문 밖에 있는 쌍궐(雙闕).《史記》 商君傳에 “기궐과 궁정(宮庭)을 함양(咸陽)에 세웠다.” 하였다.
[주D-007]장진(張陳)도 …… 못하였네 : 장진은 장이(張耳)ㆍ진여(陳餘)를 가리키며 양졸(養卒)은 나무와 밥의 천역(賤役)을 맡은 시양
졸(廝養卒). 진(秦) 나라 말기 군사를 일으켜 조왕(趙王)을 세웠던 장이ㆍ진여가 연(燕) 나라에 조왕이 잡혀가자 걱정하니, 시
양졸 하나가 나서서 연 나라 장군을 만나 설득하여 돌아오게 하였다.
모설(毛薛)은 전국 시대 위(魏) 나라 신릉군(信陵君)의 문객인 모공(毛公)과 설공(薛公)을 가리키며, 도아(屠兒)는 백정으로
역사(力士) 주해(朱亥)를 가리킨다. 신릉군의 누이는 조(趙) 나라 평원군(平原君)의 부인이었는데, 조 나라가 진(秦) 나라의 침
략을 받자, 구원을 청했으나 위왕(魏王)이 듣지 않으므로 신릉군은 후생(候生)의 계략을 써, 백정이던 주해로 하여금 장군 진비
(晉鄙)를 철퇴로 쳐죽이게 한 다음 그 군사를 빼앗아 거느리고 조 나라를 구원하여 크게 진군(秦軍)을 무찔렀다.《史記 張耳陳
餘傳ㆍ信陵君傳》
[27]화주(華州)의 여관에 쓰다
밝은 햇살 옥녀의 사립문에 떠오르니 / 日脚初昇玉女扉
푸른 아지랭이 신선의 옷 물들이려고 하네 / 嵐光欲染羽人衣
누가 나를 저 단제로 끌고 가서 / 誰能引我丹梯去
연꽃 한 송이 꺾어 쥐고 학 타고 돌아오게 할지 / 手折蓮花駕鶴歸
[주D-001]단제(丹梯) : 선경(仙境)에 오르는 사다리.
[28]장안(長安)의 여관에서 쓰다.
함곡관에 수레와 말 달려 / 車馬函關道
풍진 가득한 계자의 갖옷 / 風塵季子裘
천하를 반 바퀴나 돌아다니니 / 轍環天下半
마음은 물 따라 동으로 흘러가네 / 心逐水東流
만사 귀찮아 오직 술만 부르고 / 萬事唯呼酒
천산 속에서 홀로 누대에 오르네 / 千山獨倚樓
청운은 나를 알아 주리니 / 靑雲有知己
길이 탄식할 필요 없네 / 未用嘆悠悠
떠도는 나그네 다시 오니 나무는 벌써 늙었고 / 倦客重遊秦樹志
미인은 어디 갔는지 구름만 남아 있네 / 佳人一去隴雲賖
두수의 삼년적 시름겹게 들으며 / 愁聽杜叟三年笛
장후의 만리사도 창연히 바라보네 / 悵望張侯萬里槎
꿈에 보이는 고향에는 혜장이 텅 비었고 / 夢裏家山空蕙帳
술에 취했는데 처마 비에 등불 꺼지네 / 酒闌簷雨落燈花
벼슬할 마음이야 가을 구름처럼 얇지만 / 宦情已似秋雲薄
임 향한 일편단심만은 남았네 / 胸次唯餘一寸霞
해상에 있는 기봉 예의국에서 / 海上箕封禮義鄕
조정에 조공 바쳐 은총 입었네 / 曾修職貢荷龍光
만 리나 떨어졌지만 다 같은 맹방이고 / 河山萬世同盟國
세 조정째 내려오면서 뛰어난 은총 받았네 / 雨露三朝異姓王
패금을 누가 시호에게 주려나 이 말은 원(元) 나라 백안두고(伯顔豆古)를 가리킨다. / 貝錦誰將委豺虎
간과는 어쩔 수 없이 삼상에 이르렀네 이 말은 조적(曹頔)이 충숙왕 형제로 하여금 불화하게 만든 것을 가리킨다. / 干戈無奈到參商
조상의 도움 있으니 / 扶持自有宗祧力
송도에 우리 왕업 또다시 창성하리 / 會見松都業更昌
지극한 정성이면 하늘도 감동시킬 수 있다고 믿었는데 / 早信忠誠可動天
천자가 간신의 모함 용납할 줄 알았으랴 / 孰云仁聖竟容奸
계간의 새벽빛 양곡에 나오고 / 鷄竿曙色開暘次
봉궐의 봄빛은 설산에 이르리라 / 鳳闕春光到雪山
비 오려면 연못에는 개구리가 싸움 일으키고 이 말은 간신들이 음모로 공을 노리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 讖雨池蛙喧欲鬪
구름 속에 울던 학은 돌아갈 것 생각하네 민지(閔漬)와 허유전(許有全)이 충선왕 일로 원의 임금에게 상서하였는데 저지시킨 자가 있기 때문에 주 노인이 오래 머무를 수 없어 귀국하려 하므로 비유한 것이다. / 唳雲臯鶴倦思還
구구한 오설은 어떤 자들이기에 / 區區吳薛何爲者
스스로 외쳐 황제의 대궐에 호소했던가 / 自鼓嚨胡徹帝闕
[주D-001]풍진 …… 갖옷 : 계자(季子)는 전국 시대 소진(蘇秦)의 자. 그는 진(秦) 나라에 들어가 혜왕(惠王)을 설득하다 실패하여 여비를
탕진하고 검은 초피(貂皮) 갖옷이 해어져 초라하게 돌아왔으므로, 자신의 나그네 신세에 비유한 것이다.
[주D-002]두수(杜叟)의 …… 바라보네 : 두수는 당(唐) 나라 시인 두보(杜甫)를 가리키며 장후(張侯)는 전한(前漢) 때의 장건(張騫)을
가리킨다. 삼년적(三年笛)은 3년 동안 시끄럽게 들려오는 호적(胡笛) 소리. 두보의 세병마행(洗兵馬行) 시에 “3년 동안 호적
소리에 관산의 달 비치누나[三年笛裏關山月]” 하여 당시의 안록산(安祿山)의 난리를 말하였다.
만리사(萬里槎)는 만리의 먼 거리에 배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서역(西域)에 사신갔던 장건은 배를 타고 황하를 건너 만리의 먼
길을 왕래했었다.《史記 張騫傳》
[주D-003]혜장(蕙帳) : 향초(香草)로 만든 휘장. 공치규(孔稚圭)의 〈북산이문(北山移文)〉에 “혜장이 비어 있으니 밤에 학은 집 떠난 주
인을 원망하네.[蕙帳空兮夜鶴怨]” 하였다.
[주D-004]기봉(箕封) : 기자(箕子)의 봉국(封國)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를 가리킨다.
[주D-005]패금(貝錦)을 …… 주려나 : 충선왕(忠宣王)을 원 나라에 참소한 임 백안독고사(任伯顔禿古思) 등을 누가 이리떼나 범에게 던
져주겠느냐는 뜻. 패금은 비단의 무늬가 자개와 같은 것으로 비슷한 것을 이용하여 남을 모함하는 참언(讒言)을 가리킨다.《詩
經》 小雅 巷伯에 “문채 나는 것으로 이 패금을 이룬다.[萋兮斐兮 成是具錦]” 하였으며, 또 “저 참소하는 사람을 취하여 시호
에게 던져 주리라.[取彼讒人 投畀豺虎]” 하였다.
[주D-006]간과(干戈)는 …… 이르렀네 : 간과는 방패와 창으로 싸움을 말하며, 삼상(參商)은 서쪽에 있는 삼성(參星)과 동쪽에 있는 상성
(商星)으로 불화하는 형제간을 가리킨다.《左傳》 昭公 元年에 “옛날 고신씨(高辛氏)가 두 아들이 있었는데, 형은 알백(閼伯),
아우는 실침(實沈)으로 광림(曠林)에 거하여 서로 우애하지 못하고 날마다 싸움을 벌였다. 이에 상제(上帝)는 괘씸하게 여겨 알
백을 상구(商邱)에 옮기니 이것이 상성이 되었고, 실침을 대하(大夏)에 옮기니 이것이 삼성이 되었다.” 하였다.
[주D-007]계간(鷄竿)의 …… 이르리라 : 원 나라의 사면(赦免)으로 무사히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리라는 뜻. 계간은 사면을 내릴 때 꽂는
기(旗)를 말하며, 양곡(暘谷)은 동쪽에 있는 골짝으로 해가 뜨는 곳이라 한다. 봉궐(鳳闕)은 대궐을 가리키며, 설산(雪山)은 사
철 눈이 쌓여 있다는 대설산(大雪山)이다.
[29]정장공(鄭莊公)의 무덤에서
선왕이 친족 사랑하는 법 세운 것은 / 先王樹懿親
근본을 잘 보호하도록 한 뜻이었지 / 欲使庇本根
경숙이 본래 제 도리 못했지만 / 京叔固違道
장공도 역시 은의가 적었네 / 鄭莊亦少恩
여러 공자도 다 본받아 / 遂令群公子
혼란을 일으키고 백성을 못살게 했네 / 繼亂殘斯民
얼굴을 바꾸면서 세 임금이나 섬겼으니 / 革面事三主
채 봉인도 너무나 비루하구나 / 鄙哉蔡封人
[주D-001]경숙(京叔)이 …… 적었네 : 경숙은 장공(莊公)의 아우로 이름은 단(段). 어머니 무강(武姜)의 사랑을 받아 경읍(京邑)에 거했
기 때문에 경성 태숙(京城太叔)이라 호했는데, 뒤에 고을의 큼을 믿고 반란을 꾀하다가 형 장공에게 패함을 당하여 공(共) 땅으
로 망명했기 때문에 공숙(共叔)이라고도 불렀다. 이 뒤로 정 나라에는 형제간의 불화가 잦았으며 자리다툼이 심하였다.《左傳
隱公 元年》
[주D-002]얼굴을 …… 비루하구나 : 채 봉인(蔡封人)은 장공의 경(卿)으로 이름은 족(足)이며 자(字)는 중(仲). 장공을 위하여 등(鄧) 나
라에 장가들게 하여 소공 홀(昭公忽)을 낳자, 그를 세우려 하였으나, 여공 돌(厲公突)을 세우려는 송(宋) 나라의 압력에 굴복하
여 마침내 여공을 세웠으며, 뒤에 다시 자기를 죽이려는 여공을 몰아내고 소공을 세웠으나 고거미(高渠彌)에게 시해되자, 소공
의 아우 자의(子儀)를 세우는 등, 반복 무상하였다.《左傳 桓公 5年ㆍ11年ㆍ15年ㆍ18年》
[30]허 문정공(許文正公)의 무덤에서
위공처럼 순수한 덕 지녔으니 / 魏公懷粹德
우뚝하게 풍운 시대에 뛰어났네 / 倔起際風雲
강관과 동렬이었으나 / 絳灌雖同列
요순(堯舜) 같은 임금 만들려고 했지 / 唐虞欲致君
벽옹에 공의 초상 그리려 했는데 / 辟雍方繒像
지하로 돌아가 수문랑(修文郞)이 되었으리 / 泉路久修文
인상여(藺相如) 사모하여 늦게 태어남 한하며 / 慕藺嗟生晩
쓸쓸한 무덤 앞에서 탄식만 하네 / 荒涼馬鬣墳
[주C-001]허 문정공(許文正公) : 문정은 원(元) 나라 학자 허형(許衡)의 시호. 자는 중평(仲平)이며, 호는 노재(魯齋). 세조(世祖) 때 국
자 좨주(國子祭酒)가 되어 훌륭한 교육을 시행했으며 정주학(程朱學)에 밝아 많은 저서를 남겼다.《元史 許衡傳》
[주D-001]위공(魏公) : 송(宋) 나라의 명재상 한기(韓琦)의 자. 지식이 풍부하고 천성이 순박하여 나라를 편안히 하였다.《宋史 韓琦傳》
[주D-002]강관(絳灌) : 한 패공(漢沛公)의 신하인 강후(絳侯) 주발(周勃)과 관영(灌嬰)으로 무신(武臣)을 가리킨 것이다.
[주D-003]벽옹(辟雍)에 …… 되었으리 : 벽옹은 주(周) 나라 때 태학(太學)의 별칭이며, 수문랑(修文郞)은 문인(文人)이 죽어 지하(地
下)에서 문장을 손질하는 것을 말한다.《三十國春秋》에 “중모령(中牟令) 소소(蘇韶)가 죽었는데, 그의 종제 소절(蘇節)이 낮
에 소소를 만나 유명(幽冥)의 일을 묻자, 그는, ‘공자(孔子)의 제자인 안회(顔回)ㆍ복상(卜商)은 지하의 수문랑이 되었다.’ 하
였다.”
[주D-004]인상여(藺相如) …… 한하며 : 허형과 동시대에 태어나지 못함을 한한다는 뜻. 인상여는 전국 시대 조(趙) 나라의 현상(賢相)이
었는데, 한(漢) 나라의 사마상여(司馬相如)는 그를 사모하여 자기의 이름을 상여라고 고치고 동시대에 태어나지 못한 것을 한했
으므로 비유한 것이다.
[31]도중에서 월지국(月支國) 사자(使者)가 말을 바치고 돌아가는 것을 보다
서극의 산 높은 곳에 천사가 노니 / 西極山高天駟遊
용매가 요뇨 낳는 것 내려다보이네 / 下顧龍媒生騕褭
산과 들을 뒤덮은 모든 망아지 / 彌山蔽野盡兒孫
연한 풀 깨끗한 물에 탈없이 잘 자라지 / 草軟泉甘無札夭
오추니 낙타니 자류니 하는 종류 / 騅駰驒駱魚騮騵
붉고 희고 검고 또 누르고 푸르기도 하네 / 赭白驪黃騂綠縹
오랑캐가 기르는데 마치 군사 다스리듯 하여 / 胡兒考牧如理軍
유로 나누어 서로 혼란하지 않게 하고 / 類聚群分不相嬈
해치는 자를 살펴서 제거하니 / 視其害者而去之
곡식 가꾸는 농부들이 김매듯 하는구나 / 亦如農夫耨茶蓼
그 중 뛰어난 일족 있어 / 就中一族獨絶倫
골격이 억세고 걸음도 재빠르다 / 骨骼淸雄氣深眇
미끄러운 진흙탕에서만 늘 욕보고 있으랴 / 低徊豈願困泥途
멀고 먼 구름에도 한 번 뛸 생각 가졌었지 / 奮迅應思跨雲杪
붉은 수염 추장들 서로 경계하기를 / 紫髥君長相戒言
우리들은 억센 추계의 조 나라 아니라고 / 倔强吾非魋髻趙
원 나라 훌륭한 덕 백왕에 으뜸이라 / 大元盛德冠百王
모든 혼란 한 칼로 제거시키고 왕업 일으켰네 / 一劍撥亂邦基肇
다시 사황이 보록에 응하여 / 更聞嗣皇膺寶籙
깜깜한 천지를 다시 밝혔네 / 神機整頓乾坤了
월상의 흰 꿩과 황지의 무소로부터 / 越裳白雉黃支犀
현인과 순상 능언조에 이르기까지 / 眩人馴象能言鳥
모두들 공물을 바쳐 문궤를 통일하는데 / 爭來作貢混文軌
우리도 편함만 생각하여 소개를 꺼리랴 / 可獨懷安煩介紹
이런 말 몰고 가 천자의 마구간에 바친다면 / 請持此馬進天閑
여러 나라와 함께 천자의 얼굴 바라볼 수 있을 거야 / 得與多方瞻日表
푸른 실로 꾸민 말을 감히 탈 수 없어 / 靑絲絡頭不敢騎
조용한 걸음으로 국문 밖까지 끌고 나설지 / 牽出國門心悄悄
아침에 저 험한 현도산 넘기도 하고 / 朝經懸度躡嵌空
저물 무렵 멀고먼 유사도 건너왔다오 / 暮過流沙凌浩溔
두 해가 넘어서 조정에 이르렀는데 / 行及兩年方至朝
이야기도 통역을 해서야 겨우 알아들었네 / 語憑重譯粗堪曉
비부에서 내려주는 상패도 받고 / 受金秘府帶圓牌
화려한 집에서 베푸는 잔치 술도 실컷 마셨네 / 錫宴華堂厭淸醥
사람은 의리를 느껴 얼굴에 웃음 피우고 / 人知感義面欲剺
말도 은총을 받자 머리를 자주 치켜드네 / 馬解承恩首頻矯
꽁무니를 늘일 때는 호랑이가 앉은 듯하고 / 尻脽分張怒虎蹲
휘돌리는 눈망울 별처럼 반짝이네 / 目焰逆射流星皎
깊숙한 근원에 바람이 나듯이 들어와서 / 屹立風生禁禦深
길게 우는 것은 하늘 높이 달리려 해서겠지 / 長鳴去在天衢杳
천자께서 태복에게 법가를 대비하도록 / 勅令太僕備法駕
가끔 달리기도 하고 멱도 감긴다 / 習步芳園浴靈沼
방울로 꾸민 고삐 흔드는 대로 찰랑거리고 / 和鸞綴轡搖令令
비단으로 만든 안장 빛나게 드리워졌네 / 罽錦幪鞍垂嫋嫋
가을 변방 갠 날씨에 북쪽의 양주(涼州) 정하(淀河) 에 순시도 하고 / 涼淀北巡秋塞晴
따뜻한 봄 유림에서 사냥도 하였네 / 柳林南獵春原燎
도망가는 토끼와 놀란 기러기처럼 휘몰아 달리면 / 脫兎驚鴻爭後先
위공과 손숙도 너무 빠른 것 염려했으리 / 衛公孫叔愁輕蹻
문제의 구량은 한갓 먹기만 하였고 / 文帝九良徒飫蒭
진 양공(秦襄公)의 사철도 참소와 같네 / 秦襄駟鐵猶驂蓧
한 무제도 좋은 말 얻으려고 점까지 치고 / 因思漢武占發書
포초가 달려온다는 것을 알았었네 / 識得蒲梢來有兆
돈황 변방에서 수레와 군사 정돈하여 / 燉煌塞邊選車徒
이사성 밑에 모든 깃발 휘날렸네 / 貳師城下揚旟旐
비록 궁중의 마구간에는 좋은 말 있었지만 / 縱然內廏致權奇
중원에는 백성들도 많이 굶어 죽었네 / 其柰中原足流莩
오늘날은 바로 순 임금의 의수를 사모하여 / 方今欲慕舜衣垂
먼 나라 복종시키되 무기를 앞세우지 않는다오 / 服遠不貴用干敽
멀리서 자식처럼 오는 마음 고맙게 여길 뿐이었지 / 但嘉絶域子來心
천리마가 천하에 적다고 이를 수 있겠느냐 / 豈謂良駒天下少
온갖 시내 흐르는 물 바다로 들어가듯 / 百川流水注滄溟
우뚝한 소나무에 댕댕이덩굴 매달리듯 / 萬丈孤松掛蘿蔦
크건 작건 모두 돌아갈 곳 아는데 / 物無巨細知所歸
하물며 큰 나라가 작은 나라 사랑함이랴 / 矧我大邦能字小
사자여 돌아가서 그대 임금께 복명하기를 / 寄聲使者報爾君
다시 용마를 바치려면 길들이는 것부터 배우라고 하오 / 更獻眞龍先學擾
[주C-001]월지국(月支國) : 월지(月氏)라고도 하는데, 옛날 서역(西域)에 있었던 나라. 본래 돈황(燉煌) 지방에 살았었는데, 흉노(匈奴)
에 쫓겨 현재의 인도(印度) 지역으로 이주한바, 명마(名馬)가 생산되었다.《正韻》에 “월지는 대완(大宛)의 서쪽에 있다.” 하였
다.
[주D-001]서극(西極)의 …… 내려다보이네 : 서극은 극서쪽으로 곤륜산(崑崙山) 부근의 서역(西域) 지방을 가리키며, 용매(龍媒)는 준마
(駿馬)의 별칭, 요뇨(騕褭)는 신마(神馬)의 이름.
[주D-002]추계(魋髻)의 조(趙) 나라 : 추계는 만이(蠻夷)의 수식(首飾)인 북상투, 조 나라는 미상.
[주D-003]다시 …… 응하여 : 사황(嗣皇)은 뒤를 이어 즉위(卽位)한 황제를 말하며, 보록(寶籙)은 도가(道家)의 부록(符籙)을 가리킨다.
[주D-004]월상(越裳)의 …… 통일하는데 : 월상은 현재의 월남(越南) 남부에 있었던 나라이며 황지(黃支)는 남해(南海)에 있었던 나라.
《後漢書》 南蠻傳에 “교지(交趾)의 남쪽에 월상국이 있었는데, 주공(周公)이 섭정(攝政)했을 때에 통역을 여러 번 거쳐 흰 꿩
을 바쳤다.” 하였으며,《漢書》 平帝紀에 “황지국에서 무소를 바쳤다.” 하였다. 현인(眩人)은 요술쟁이이며 순상(馴象)은 잘 길
든 코끼리이고 능언조(能言鳥)는 앵무새이다.
《漢書》 張騫傳에 “대완(大宛)의 여러 나라에서 사신을 보내어 현인을 바쳤다.” 하였으며,《漢書》 武帝紀에 “남월(南越)에서
순상과 능언조를 바쳤다.” 하였다. 문궤(文軌)는 《중용(中庸)》의 “수레는 굴대의 치수가 동일하고 책은 문자가 동일하다.[車同
軌 書同文]” 한 말을 줄여 도치(倒置)한 것으로 이는 천하가 통일되어 왕법(王法)이 동일함을 뜻한 것이다.
[주D-005]비부(祕府) : 금중(禁中)의 도서와 비기(祕記)를 보관해 두는 곳으로 후세에는 비서성(秘書省)을 가리켰다.
[주D-006]태복(太僕)에게 법가(法駕) : 태복은 임금의 여마(輿馬)와 목축을 맡은 관리이며, 법가는 임금의 수레를 말한다.
[주D-007]유림(柳林) : 하북성(河北省) 통현(通縣) 남쪽에 있었던 지명으로, 원 나라 때 이곳에서 사냥을 많이 하였다.《讀史方輿紀要 直
隸 順天府》
[주D-008]문제(文帝)의 …… 같네 : 한 문제(漢文帝)의 명마(名馬)나 진 양공(秦襄公)의 철기(鐵騎)도 월지국의 말에 비하면 보잘것없다
는 뜻. 구량(九良)은 아홉 필의 양마(良馬). 이름은 부운(浮雲)ㆍ적전(赤電)ㆍ절군(絶群)ㆍ일표(逸驃)ㆍ자연(紫燕)ㆍ녹리총
(綠離驄)ㆍ용정(龍丁)ㆍ인구(驎駒)ㆍ절진(節塵)으로 구일(九逸)이라고 불렀다.
《西京雜記》사철(駟鐵)은 검은 무쇠 빛깔의 사마(駟馬). 춘추 시대 진 나라의 선조 비자(非子)는 말을 잘 길러 이 공로로 진 나
라에 봉해졌으며 양공은 말을 잘 달려 서융(西戎)을 몰아내고 평황(平王)을 도왔는데, 이것을 읊은《시경(詩經)》 진풍(秦風) 사
철(駟鐵)에 “사철이 매우 크니 여섯 고삐가 손에 있다.” 하였다. 참조(驂蓧)는 조참(蓧驂)을 도치한 것으로 죽마(竹馬)를 가리
킨다.
[주D-009]한 무제(漢武帝)도 …… 알았었네 : 처음에 무제가 점을 치니 신마(神馬)가 서북쪽에서 온다 하였는데, 뒤에 대완국(大宛國)을
쳐서 천리마인 포초천마(蒲梢天馬)를 얻고는 노래를 지어 “서극에서 천마가 옴이여 만리 먼 길을 거쳐 덕이 있는 이에게 돌아왔
네. [天馬來兮從西極 經萬里兮歸有德]” 하였다.《史記 樂志ㆍ大宛列傳》
[주D-010]돈황(燉煌) 변방에서 …… 휘날렸다 : 돈황은 서역(西域)으로 현재의 감숙성(甘肅省) 서부에 있었던 지역이며 이사성(貳師城)
은 대완국(大宛國)에 있었던 성으로 한 무제는 돈황 사람 이광리(李廣利)를 장군으로 삼아 대완국을 공격해서 이사성에 이르러
좋은 말을 취해오도록 하였으므로 이광리를 이사장군(貳師將軍)이라 불렀다.《史記 大宛傳》
[주D-011]순(舜) 임금의 의수(衣垂) : 의수는 의상(衣裳)을 드리우는 것으로 덕치주의(德治主義)를 말한다.《周易》 繫辭下에 “황제(黃
帝)와 요순(堯舜)이 의상을 드리우매 천하가 다스려졌다.” 하였다.
[32]관룡방(關龍逄) 무덤에서
만고에 빛나는 이름 사람들의 마음 감동시키니 / 英名萬古感人心
태화산처럼 높고 하수처럼 깊구나 / 泰華山高河水深
입 다물고 목숨 도모한 자 한없겠지만 / 杜口圖生應不億
누가 지금까지 살아 있는가 / 誰將齒髮到如今
[주C-001]관룡방(關龍逄) : 고대 하걸(夏桀)의 충신. 하걸이 주색(酒色)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자 직간(直諫)하다가 끝내 피살되었다.
《十八史略 夏紀, 莊子 人間世》
[33]한 무제(漢武帝)의 망사대(望思臺)에서
한 무제가 기이한 선비 좋아하여 / 漢皇好奇士
강충이 견대궁으로 들어왔지 / 江充來犬臺
혀끝은 쏘는 벌보다 독하고 / 舌端寄毒螫
뱃속에는 갖은 음모 품었었네 / 肚裏藏禍胎
미친개처럼 옛주인 짖으니 / 狺狺吠舊主
온 조 나라 전부가 잿더미로 되었네 / 全趙飛飛灰
무릉은 본래 영특하고 용감했고 / 茂陵自英武
장상들도 현재가 많았는데 / 將相多賢才
왜 혈구로 다스리지 않고 / 胡爲不絜矩
이록으로 간사한 사람 높여 주었을까 / 利祿崇奸回
천륜이 시랑으로 화해서 / 天倫化豺虎
여원에는 쑥대만 무성하구려 / 戾園空草萊
[주C-001]망사대(望思臺) : 한 무제(漢武帝)가 강충(江充)의 무고(巫蠱) 사건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자살한 여태자(戾太子)를 불쌍히 여
겨 사자대(思子臺)와 함께 지은 누대를 가리킨다.《漢書 武五子傳》
[주D-001]한 무제(漢武帝)가 …… 들어왔지 : 강충(江充)은 본래 조(趙) 나라 사람으로 본명은 제(齊)였는데, 이름을 고치고 망명하여 한
나라로 오니 무제는 상림원(上林苑)에 있는 견대궁(犬臺宮)에서 만나보고는 그의 훌륭한 외모에 감탄하여 “연(燕) 나라와 조
(趙) 나라에는 참으로 기이한 선비가 많다.” 하고는 중용하였는데, 뒤에 무제가 병들자 여태자(戾太子)가 저주(咀呪)한 때문이
라고 속여 무고(巫蠱) 사건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을 죽게 했다. 이에 격분한 여태자는 그를 죽이고 자살했는데, 뒤에 무제는 여태
자의 억울함을 깨닫고는 강충의 삼족을 멸하였다.《漢書 江充傳》
[주D-002]미친개처럼 …… 되었네 : 강충은 가무(歌舞)를 잘하는 여동생을 조 태자 단(趙太子丹)에게 시집보내어 신임을 얻었으나 뒤에
사이가 나빠져 가족이 벰을 당하자, 보복하기 위하여 변성명하고 한 나라에 가, 태자 단이 그의 누님과 왕의 후궁들과 간통했다
고 터무니없는 무고(誣告)를 하니, 무제는 그 말을 믿고 태자 단을 죽였다.《漢書 江充傳》
[주D-003]무릉(茂陵)은 …… 주었을까 : 무릉은 무제(武帝)의 능으로 무제를 가리킨다. 혈구(絜矩)는 표준으로 잰다는 뜻으로 천하를 다
스리는 법.《大學》에 “윗사람에게 내가 싫었던 것이면 나의 마음을 미루어 아랫사람에게 베풀지 않으며, 아랫사람에게 싫었던
것이면 나의 마음을 미루어 윗사람에게 베풀지 않아야 하니 이것을 혈구의 도(道)라 한다.” 하였는데, 구(矩)란 네모꼴의 표준
인바 사람의 마음에 비유한 것이다.
[주D-004]여원(戾園) : 여태자의 손자인 선제(宣帝)가 즉위한 다음, 태자의 시호를 여(戾)라 하고, 원(園)을 두었으므로 여태자의 묘를 가
리킨다.
참고문헌 : 한국고전번역원 ┃ 김철희 (역) ┃ 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