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대》, 《아동문학세상》으로 등단
•수필집 『맨발로』
•E-book 『다시 사는 인생』 1권~6권
•공저 『기억 저편』
•대구문인협회, 영남수필, 대구수필가협회, 청마수필,
에세이아카데미, 혜암아동문학회, 경북아동문학회 회원
인생은 셀프다. 시간이 갈수록 스스로 할 수 있어야겠다. 그동안은 여행사를 통해서 가니 시간에 쫓기는 것이 아쉽게 생각했던 참이다. 항공권 구매도 자유로 하니 편하고 조용하다. 시간 맞춰 차량 대여도 해놓았다. 처음 하는 것이라 신중해야 한다. 비용과 또 늘 사용하던 차와 같은 차종으로 해본다. 아직은 익숙함이 편할 것 같다. 머무르는 곳은 마음에 딱 맞아야 한다. 바다가 보이고 조용하고 분위기가 있고 경치가 아름다운 곳을 찾는다.
며칠 동안 찾은 끝에 동네도 조용하고 뷰가 아름다운 곳으로 예약을 해뒀다. 따로 또 같이하는 여행이라 기쁨이 더 크다. 몇 달을 보내고 갈 날이 되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회사별로 차량이 준비되어 있었다. 차량기지에서 계약증만 내니 바로 차를 인도 받았다. 네이버 지도를 따라 우리가 계약한 펜션 ‘해일월’로 향한다. 처음으로 타지에서 남편과 둘이서 아름다운 제주도를 가로지르며 달리니 새로운 기분이다. 젊은 시절에 하지 못했던 일을 지금 시작해 본다. 일주일 전에 와있던 딸 가족이 오늘부터는 우리와 합류하고 다니는 것은 각자 한다.
도착해서 골목을 들어서니 같은 이름이 두 채가 있는데 우리는 바다 쪽으로 농가 주택을 고쳐서 제주 바다를 앞마당으로 쓰고 있는 독채를 빌렸다. 골목부터 돌담으로 꾸며져 있고 집 뒷면이 보이고 바다는 보이지 않았다. 길섶에 분홍무늬 패랭이, 톱풀, 붉은토끼풀도 옹기종기 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더 정겹다. 집안으로 들어서니 앞마당이 나타나면서 탁 트인 바다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
딸과 둘이서 장을 봐서 들어갔다. 바비큐 할 재료와 맥주와 과일, 야채들을 샀다. 남편과 사위가 숯불을 피워놓고 있어서 바로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석양을 바라보면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두 손자의 재롱도 보고 개와 고양이도 함께 낯설어하지 않는다. 마치 가족인 양 아이들과 잘 놀기까지 한다. 멀리 지평선 쪽으로 석양이 붉게 타오르고 가끔 배들이 오간다. 오징어잡이 배는 배 전체가 조명이다.
저녁을 먹고 돌담 사이로 난 길을 걸으니 바다로 바로 연결되어 있다. 다슬기와 해초가 그대로 물속에서 파도 따라 넘실거린다. 밤에는 딸 내외와 넷이서 카드 게임을 하기로 했다. 사위는 분위기를 맞춘다고 칵테일 한 잔을 만들어 준다. 맥주를 마시면서 편을 갈라서 한다.
두 번 내리 져서 팀을 바꿨다. 부녀가 한 팀 나와 사위가 팀이 되었다. 그랬더니 그것도 게임이라 승부가 치열했다. 밤늦도록 하다
수필 299
보니 잠시간을 놓쳐도 그냥 했다. 게임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다. 내일 점심 내기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이들이 우리를 맞추어 준 것 같다. 다음 날 아침은 사위가 오므라이스를 해줬다. 그 재미도 쏠쏠하다. 아이들이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어 사니 이젠 우리가 배려 받는 때가 되었다.
다음날은 아이들과 함덕 해수욕장에서 수영하고 딸과 카페에서 여유를 부려 본다. 점심은 같이 하고 우리는 성산 일출봉으로 향했다. 길이 험해서 아이들은 놀이공원으로 가고 따로 가기로 한다. 성산포로 가는 길은 바다를 끼고 돌아서 성산포 일출봉 매표소 앞까지 차가 올라올 수 있다. 나는 신을 벗었다. 이 좋은 공기와 아름다운 산길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싶다. 오르면서 힘은 들었지만 뒤돌아보면 환상적인 바다와 마을의 조화는 그대로 그림이 된다. 정상에 올라오니 날씨가 맑아서 아기자기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하늘과 바다와 마을의 조화가 멋진 풍경이다. 길이 험해 고생은 했지만 아직은 충분한 체력이 된다. 분화구는 환경 보호를 위해 안에는 들어갈 수 없다.
내려오는 길에 산기슭 사이로 바라보이는 노을이 너무 아름다워서 앉아서 한참을 바라다본다. 우리가 벌써 저 노을이네 하고 남편이 내 손을 잡는다. 가파른 길을 따라 내려오니 빨간 지붕 집이 보인다. ‘해녀의 집’인데 해녀들이 각종 해산물을 파는 곳이다. 싱싱한 해산물을 사서 야식으로 하고 싶어서 샀다. 저녁은 아이들과 만나기로 한 장소로 간다. 타지에서 따로 또 같이 해보니 재미가 있다. 성산포 통갈치 요리를 먹기 위해 이번엔 아이들이 우리를 찾아와야 한다. 제주도는 어디를 가나 탁 트인 바다를 즐길 수 있다.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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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고 멋도 있는 곳을 정하고 아이들을 불렀다. 손자들은 오후 시간에 놀았던 시간을 우리에게 알리느라 바쁘다. 재미나게 바다 수영을 한 얘기를 어쩜 이리도 신나게 하는지 나도 덩달아 신이 난다. 머나먼 곳에 아이들은 살고 있지만 한 번씩 시간을 조율하면 더 진한 재미를 준다.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삶이 어디 계획대로만 되는 일이던가. 제주도의 붉은 노을이 떠오른다. 다시 여행은 갈 수 있을까. 답답한 코로나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지만 견뎌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 달빛 품은 블루 위스키 한 잔이 생각난다. 아침 이슬 맺힌 나팔꽃처럼 생기 도는 날이 좋다. 사는 맛도 바로 숨 고르기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