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장애인 눈 내리는 귀갓길 따라가보니 40분 가는 거리 내내 가슴 졸인 빙판 도로 곳곳 장애물 "행복콜 늘렸으면"
입력시간 : 2011. 01.25. 00:00
24일 오후 1급 지체장애인인 박모씨가 전동 휠체어를 타고 활동보조인과 함께 광주 남구 봉선동 눈 쌓인 인도를 어렵게 이동하고 있다.
눈이 내린 24일 오후 1시30분, 광주 남구 주월동 장애인재활센터. 지체장애 1급 박모(30)씨와 길을 나섰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한 광주시의 배려를 확인하고 싶어서였다.박씨의 집은 광주 남구 봉선동 M아파트. 전동 휠체어를 탄 박씨는 집까지 가는 40여 분 동안 수없이 많은 난관을 넘어야 했다.
●인도 진입로에 주차된 트럭 박씨는 전동휠체어가 유일한 이동수단이다. 박씨와 함께 동행한 활동보조인 송모(25)씨는 "박씨가 다니는 곳 모두를 동행하는 것은 아니고 재활센터에서 집으로 가는 길만 함께 한다"며 "거리가 멀고 가까운 것보다 그 길이 갖고 있는 위험도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천천히 휠체어를 조작한 박씨는 주월동 비탈길 양편에 주차된 차량을 피해 골목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비교적 평탄한 도로로 이동에 큰 어려움이 없을 줄 알았던 봉선동 라인아파트 버스정류장 인도 진입로에서 첫번째 난관을 만났다. 차도와 인도 사이에 트럭 한 대가 주차돼 있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인도 진입로에 차가 세워져 있으면 결국 도로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눈 쌓인 인도, 푹 파인 도로 활동보조인 송씨의 도움으로 박씨는 어렵사리 인도로 올라왔다. 그러나 눈이 내리면 제설작업이 최우선으로 이루어지는 도로와 달리 인도에는 아직도 눈이 쌓여 빙판길이 여전했다. 더욱이 전날 밤부터 내린 눈은 유안초교 인근 인도를 아예 덮어 휠체어는커녕 걷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박씨는 "도로와 인도 사이의 비탈길은 장애인의 이동 편의를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대부분 도로가 경사가 너무 심해 올라오거나 내려갈 때 정말 위험하고 눈이라도 쌓이면 혼자서는 지나갈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 했다. 갑자기 푹 꺼진 도로도 휠체어를 꼼짝할 수 없게 만든다.
박씨는 "도로가 파인 곳에 휠체어가 빠지기라도 하면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가 없다"면서 "그럴 땐 정말 절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도 봉선동 삼익아파트 인근 도로를 따라 움푹 파인 도로가 곳곳에서 눈에 들어왔다.
●행복콜 좀 늘었으면 전동 휠체어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인도를 지나 봉선동 M아파트에 다다랐다.
박씨는 "행복콜이 늘어나서 이렇게 눈 오는 날도 맘 편히 외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복콜은 광주시가 운영하는 장애인 대상 콜밴. 요금이 일반 택시의 30% 수준이라 인기가 많다.
그러나 행복콜을 이용할 수 있는 1급과 2급 장애인은 광주에만 모두 1만5770명으로 콜택시 한 대당 525명을 분담해야 한다. 여기에 시가 조례를 통해 행복콜이용 가능자로 정한 3급 지적ㆍ자폐성 장애인과 65세 이상의 휠체어를 이용하는 노약자까지 합하면 대당 이용자는 1000명에 육박한다.
박씨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해 광주시가 도로 등 기반시설을 해주면 좋겠지만 그것은 오래 전에 포기했다"면서 "외출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행복콜이라도 늘려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