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세월호 참사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오늘은 내겐 10년 슬픔의 마지막 날이다.
10년 전 봄 유럽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그동안 애지중지 했던 분재들이 하나 둘씩
말라 죽어갔다.
얄팍한 과학 지식으로 삼투압 원리를 이용,
커다란 물동이에 물을 채우고 물에 담근
무명 천을 늘어뜨려 각각의 분재 밑둥에
감아두었지만 돌아와 보니 아무 효과 없이
소나무 분재는 그대로 말라 죽었고,
매화나무가 시들시들 앓더니 이듬해 죽고,
무화가 나무는 반쪽만 살아나 버티더니
지난해 가고,
마지막 남은 소사나무는 그 해 잎이 모두
떨어지더니 이듬해 잎이 절반가량 나서
가엾은 삶과 처절한 투쟁을 하다 오늘 아침
10년의 기나긴 투병 생활을 마치고 갔다.
앙상한 줄기의 마른 가지 끝에 메달린
마직막 시든 잎 하나가 고개를 푹 꺽고
내 눈에선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어릴 때 큰 아들 녀석이 키우던 병아리가
죽자 마당가 따뜻한 담 밑에 묻어주고는
그 앞에 앉아 서럽게 울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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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구름의 뿌리 끝에 여문 빗방울들을 보았을까, 빗물을 삼키고 후두둑 하늘에서 떨어진 새들의 뼈로 오늘, 하루의 운세를 아프게 읽고 그 의미는 지금 분명해졌다 비가 올 거라는 기상 예보 속에서 흰 코뿔소는 습관적으로 아름다웠었고 눈은 맑았다 사납게 차창을 때리기 시작하는 비바람 소리, 아직 더 뉘우치며 크게 울어야 할 울음이 부르고 있었다
아이들은 집 밖에서 유구한 세월을 견디며 비오는 날 전단지를 읽고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잊은 채 햇빛 속을 걷고 있었을 것이다 억지로 기억해 내려다 머리가 커져버린 아이는 조금 오래 고개를 갸우뚱 했을 뿐 사람들이 슬픔에 끌려 갈수록 장마전선은 메말랐다 이따금 폭우는 하늘을 향해 뿌려지고 태양은 아버지들의 가슴에서 빛났다 이제 저녁은 찬란할 것이다 밤사이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그리고 태양이 어둠에 조금씩 뜯기고 밤이 미완성일 때 흰 쥐들은 불행을 뒤져 남은 밤을 완성하고 죽은 아이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고 안녕할 것이다 그런데 비는 왜 또 내리는 것일까 순수하고 절망적인 눈물을 흘리기 위해 흰 코뿔소는 먼 조상의 슬픔을 옆구리에 가득 채우고 주유소를 나왔다
*흰 코뿔소=흰색 뉴 코란도
-배홍배 시집 <바람의 색깔> 죽은 아이를 그리노래 부분
https://youtu.be/w4-XtohhF0E
첫댓글 유익한 정보를 접할수 있게 해 주셔서 ,
감사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 일지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