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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은 1945년 충남 서천에서 출생했고, 1963년 공주사범학교 졸업했다. 1964년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을 했고, 2007년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으로 43년간의 교직생활을 마감했고,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였고, 1973년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출간한 이래 『막동리 소묘』,『산촌엽서』,『눈부신 속살』,『시인들 나라』,『황홀극치』,『세상을 껴안다』『자전거를 타고 가다가』등 34권의 개인 시집을 출간했다. 산문집으로는 『시골사람 시골선생님』,『풀꽃과 놀다』,『시를 찾아 떠나다』,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 『날마다 이 세상 첫날처럼』 등 10여 권을 출간했고, 동화집 『외톨이』(윤문영 그림) , 시화집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너도 그렇다』,『너를 보았다』등을 출간했다. 이밖에도 사진시집 『비단강을 건너다』(김혜식 사진),『풀꽃 향기 한줌』(김혜식 사진) 등을 출간했고, 선시집 『추억의 묶음』,『멀리서 빈다』,『사랑, 거짓말』,『울지 마라 아내여』등을 출간했으며, 시화집 『선물』(윤문영 그림)을 출간했다.
나태주 시인은 흙의 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현대불교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시와시학상, 편운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고운문화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충남문인협회 회장, 공주문인협회 회장, 공주녹색연합 초대대표, 충남시인협회 회장, 한국시인협회 부회장(심의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공주문화원장과 충남문화원연합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부터 공주시의 지원으로 공주시 봉황동의 봉황산 아래 ‘나태주 풀꽃 문학관’이 설립되고 ‘나태주 문학상’이 제정이 되고 제1회 나태주문학상을 시상할 예정이다.
나태주 시선집 {풀꽃}은 1971년 첫 시집 [대숲 아래서]로 등단한 이후 2014년까지 43년간의 시작 활동의 산물이며, 34권의 시집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뛰어난 작품들만을 엄선하여 최고급의 양장으로 출간한 시선집이라고 할 수가 있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만인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서정시의 진수이며, 이숭원 교수의 말대로, ‘하나님 다음가는 창조자’의 산물이라고 할 수가 있다.
풀꽃 ·1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촉
나태주
무심히 지나치는
골목길
두껍고 단단한
아스팔트 각질을 비집고
솟아오르는
새싹의 촉을 본다
얼랄라
저 여리고
부드러운 것이!
한 개의 촉 끝에
지구를 들어올리는
힘이 숨어 있다.
시인학교
나태주
남의 외로움 사 줄 생각은 하지 않고
제 외로움만 사 달라 조른다
모두가 외로움의 보따리장수.
서정시인
나태주
다른 아이들 모두 서커스 구경 갈 때
혼자 남아 집을 보는 아이처럼
모로 돌아서서 까치집을 바라보는
늙은 화가처럼
신도들한테 따돌림 당한
시골 목사처럼.
아주 오래 전 술자리에서 그의 아내가 자궁을 잃었다고 내게 말한 적이 있다. 아내를 어떻게 대하느냐고 물었다. 학교 일이 끝나면 교장 관사 둘레의 꽃길을 손을 꼭 잡고 걷고, 많은 대화를 나누며, 밤에는 반드시 꼭 끌어안고 잠에 든다고 했다. 성적 관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의 뜻밖의 말에 나는 당황했다. 정말 그러느냐고 하자 자궁을 잃은 아내가 안쓰러워서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했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그이니 사실 그대로일 것이다.
그런 아내를 두고 그가 저승 가까이 갔다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관조하는 시를 썼다. 죽을 고비를 넘겼으니 인생의 도사가 된 것이다. 「울던 자리」는 자신이 중환자실에 있을 때 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던 자리를 연상하고 쓴 시다. 그들의 막막함을 떠올리며 “여러 날 그들은/비를 맞아 날 수 없는/세 마리의 산비둘기였을 것이다.”라고 했다. “산비둘기”라는 구절이 가슴을 친다. 자신의 죽음보다 가족들이 겪을 아픔과 슬픔을 걱정하는 시인의 자애로움에 가슴이 뭉클하다. 「좋은 약」은 어떠한가? 중환자실에 널브러져 있을 때 시인의 부친께서 절룩거리는 다리로 지팡이를 짚고 면회를 왔다. 부친의 문병 말씀 중 “세상은 아직도 징글징글하도록 좋은 곳이란다”라는 말이 좋은 약이 되어 살아났다고 한다. 여기서도 세상의 모든 것을 긍정하는 그의 맑은 시선과 마음의 힘을 엿볼 수 있다. 세상이 징그럽도록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면 저승 문턱에서도 살아 나오리라.
그날 이후 그의 시는 일상의 행복을 더 많이 노래하고 이 징글징글하도록 좋은 세상에 존재하는 기쁨을 더 진하게 노래한다. 그 시들은 참으로 아름답고 때로 숭엄하며 대부분 고귀하다. 그리고 모두 재미있다. 징글징글하도록 좋은 세상에 사는 즐거움을 흠씬 맛보게 해 준다. 「그날 이후」는 병원에서 퇴원하고 직장에서도 퇴직한 후 몸과 마음이 작아진 시인이 아내를 어린애처럼 따라 다니며 아내와 동행하는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2천5백 원짜리 잔치국수만 먹어도 배가 부르는 행복감을 어디서 얻을 수 있으랴. 몽당연필은 정겹고 귀엽다. 근검절약이 생활화되어 있는 육이오 세대에게 볼펜 깍지에 끼워 쓰는 몽당연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초등학교에 재직할 때 필통 가득 몽당연필을 모았다고 했다. 아내에게 내가 그런 몽당연필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시인은 말한다. 나보다 십 년 연상인 나태주 시인. 나도 십 년 후에는 몽당연필로 보일 수 있을까? 풀꽃 하나를 가만히 들여다보지 못하는 나이니 그건 어려울 것 같다. 심지어 그는 아내에게 “개처럼” 보이고 싶다고 「개처럼」에서 말했다. 맛있는 것은 구석진 곳에 가서 먹는 습관 때문이다. 십 년 후에는 나도 개처럼 먹게 될까? 그렇지 못할 것 같다. 「완성」에서는 아내와 시인이 각각 반편으로 살다 보니 하나로 합쳐야 완전한 존재가 된다고 했다. 스스로 반편이 될 때 부부는 비로소 온전한 몸으로 완성된다니, 대단한 발견이다. 그 단정하고 고요한 시 「완성」을 표구에 새겨 삶의 귀감으로 삼고, 행복의 시금석으로 삼으려 한다.
집에 밥이 있어도 나는
아내 없으면 밥을 먹지 않는 사람
내가 데려다 주지 않으면 아내는
서울 딸네 집에도 가지 못하는 사람
우리는 이렇게 함께 살면서
반편이 인간으로 완성되고 말았다.---「완성」 전문
타인에 대한 배려가 깊은 나태주 시인은 시인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다. 그 두 편의 작품이 「시인학교」와 「서정시인」이다. 시인을 대상으로 한 시를 무수히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간명하게 시인을 표현한 작품은 보지 못했다. 시인은 꿈이 많고 욕심이 많고 그래서 자기밖에 모르고 그래서 어린애처럼 순수할 수 있다. 그렇게 순수한 어린애의 시각을 지녔기에 시인은 자연의 비밀스러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들은 시인의 어느 일면만을 보는데 그는 시인의 전모를 파악했고 시인의 일상적 한계까지도 슬기롭게 이해하여 그것을 짧은 시로 압축해 표현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가졌는데도 늘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연의 천진한 눈을 가진 시인은 아주 소박하고 편안하게 진정한 행복이 어떠한 것인가를 노래한다. 그의 시는 자세히 읽어야 예쁘고, 오래 읽어야 사랑스럽다. 인생의 진실, 우주의 진리는 거창한 이론이나 기묘한 논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단정하고 고요하게 세상을 바라볼 때 저절로 솟아나는 것임을 그의 시가 깨닫게 한다. 이러한 발견과 터득의 기법은 지구 역사상 어느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다. 나태주 시인만이 이렇게 했다. 이로써 그는 하나님 다음 자리의 창조자가 되었다(이숭원 서울여대 교수, 문학평론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69)의 시 ‘풀꽃’은 교보문고 광화문점 건물 외벽에 내걸려 팍팍한 도시인들을 다독였고, 드라마 ‘학교 2013’의 가혹한 교실에서 낭송되며 희망을 불러왔다. 가진 것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시로 따스하게 보듬어온 시인이 올가을 ‘도발’을 감행한다. 10월 충남 공주의 나태주 풀꽃문학관 개관에 맞춰 자신의 이름을 딴 ‘나태주 문학상’을 제정, 시상하기로 한 것이다. 공주시가 문학상 상금 1000만 원과 운영비를 지원한다. 시인은 공주문화원장을 5년째 맡고 있다.
----동아일보, 2014년 7월 10일
‘학교 2013’ 이종석이 읊은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진한 감동을 전했다.
4일 방송된 KBS2 새 월화드라마 ‘학교 2013’(극본 이현주 고정원, 연출 이민홍 이응복) 2회에서는 의자로 유리창을 깬 이가 한영우(김창환 분)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티브이데일리, 2012년 12월 5일
삼성전자 갤럭시S5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은 '풀꽃'을 이렇게 노래했다. 삼성전자가 이달 출시하는 스마트폰 '갤럭시S5'도 그런 느낌이다. 다섯 번째 갤럭시S에 이르러, 삼성전자는 '절제(節制)'를 주제로 한 스마트폰을 내어놓았다.
----조선일보, 2014년 3월 28일
----나태주 시선집 {풀꽃}, 고급양장, 도서출판 지혜,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