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휴일과 기자 정신
친목으로 모인 단톡방이나 카페에 정치적인 글을 올리지 말라는 글들이 많이 올라옵니다. 정치적이라는 개념부터 바로 잡아야 정치적인 글이냐 아니냐의 판단이 설 것입니다.
정치인 개개인들의 잘못 된 행태를 쓰는 것은 그들의 부패한 정신과 무례와 부도덕성을 힐책하는 글이지 정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치 이야기란 정책을 두고 찬반의 견해를 주고받는 그게 진짜 정치 이야기 입니다. 어떤 정치인 개인의 행위에 대한 비난은 그가 공인이기 때문에 감내해야 할 자기 십자가 같은 것인데, 정치인이 되어 그걸 못 참아서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거나, 모든 것을 법대로 하자고 나서면 정치인 그만둬야 합니다. 댓글부대까지 만들어서 정쟁에 이용하는 문제도 있지만 국민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면 나 남 할 것 없이 항문의 괄약근이 약해져서 방귀가 잘 나옵니다. 점잖은 자리에서 방귀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참으려 애를 쓰지만 실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요즘에 보면 대 놓고 방귀를 힘주어 “뻥!” “뻥!” 뀌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부끄러움과 뻔뻔함의 차이 입니다. ‘방귀 뀐 것도 죄냐?' 법에 없으면 죄가 아니라는 식의 대화는 정치가 아니라 무례 입니다. 또 실수로 흘린 방귀를 두고, 대중들 앞에서 보라는 듯이 큰 소리로 떠들며 망신을 주고, 사과하라고 몰아세우는 그런 세상이라면 어디 사람이 살수가 있겠는지요.
사람은 누구나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타인을 욕하고 불만을 토하며 삽니다. 혼자서 독백으로도 욕합니다. 이때 욕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신체의 자기 균형 조절 기능입니다. 술집이나 카페에서 떠드는 왁자지껄한 잡담과 수다가 대부분이 그런 것들입니다. 시어머니 욕도 하고 남편 욕도 합니다. 영국 황태자비 다이애나는 파파라치 때문에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황실의 사람도 사람입니다.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사적인 영역에서의 실수를 취재하려고 들면 버티어 낼 사람이 없습니다.
기왕에 말 꺼냈으니 한 말씀 더 하겠습니다. 영화 <로마의 휴일>은 지금도 재방송 되고 있는데, 저는 고교시절에 이 영화를 보고 오드리 햅번의 청순한 이미지와 그레고리 팩의 그 신사적인 매너에 크게 감동을 했습니다. 남자 신데렐라가 될 가능성이 조금도 없는 신문기자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 엄청난 떼돈을 벌 수 있는 특종을 잡았지만, 그는 그걸 기사화 하는데 반대하고 취재한 사진을 공주 기자회견 장에서 공주에게 전해 줍니다. 참석한 기자들과 마지막 악수를 하고 싶다고 단상에서 내려온 공주의 표정과 사진 봉투를 전해주는 기자와 보이지 않는 중에서 주고받는 눈빛이 정말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기자 여러분!
영화 <로마의 휴일>을 감상하세요.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의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배우세요!
나는 그 아름다운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로마의 트레비 분수를 보려고 20여 년 전에 로마 여행을 갔습니다. 오드리 햅번이 그레고리 팩이 준 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사 먹은 그 가계가 트레비 분수 옆에서 지금도 그대로 전 세계 관광객에게 아이스크림을 팔며 세계적인 명소가 되어 있었습니다. 영화 한편으로 영국 여황보다 더 위대한 지위에 올라서, 인류를 위해 많은 봉사를 한 "오드리 헵번"의 청순한 이미지를 떠올리면 저절로 마음이 행복해 집니다. 그레고리 팩이 특종에 눈이 멀어 이걸 언론에 대서특필했다면 로마는 공주약취유괴감금 및 성추행에다 온갖 더러운 추문에 휩싸였겠지요. 영국과 이태리가 전쟁이 일어났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 이야기도 한 가지.
경부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이던 때에 공사 진행 사항이 궁금했던 박정희 대통령이 정주영 현대건설사장을 불렀더랍니다. 공사현장에서 불철주야 일하던 정회장께서 황급히 청와대로 들어 갔는데 대통령 앞에서 깜박 졸았다고 합니다. 정신이 번쩍 든 정회장께서 크게 당황하여 사과(불경죄?)의 말씀을 하니 대통령 왈 “내가 좀 더 쉬도록 조심할 것을 깨워서 미안하다”고 했더랍니다. 불철주야 기름뭉치의 횃불을 쳐들고 공사를 하던 당시 건설노동자들도 밤에 많이 졸았다고 하는데, 그 이후 정 회장도 잠이 부족해서 조는 직원들을 너그럽게 대했다는 미담입니다.
어려운 여건에서 다들 잘해보자고 하는 일이라면 보다 더 너그러워야 한다는 말을 이리 빙 둘러서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