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성당]
이상민 신부 강론
나해 연중 제27주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미사(2021. 10. 3)
[창세 2, 18-24]- 에덴 동산
[히브 2, 9-11]- 구원의 영도자
[마르 10, 2-16]- 혼인과 이혼; 어린이들을 사랑하시다
요즘 날씨가 참 좋죠? 봄도 나름대로 괜찮지만 미세먼지나 황사가 있기 때문에, 온도나 습도 날씨 전체적으로 보면 가을, 10월이 최고의 계절이 아닐까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마침 오늘이 지구의 자연과 하느님의 피조물들을 위해 기도하는 날입니다. 전에는 없던 날이 생겼으니까 그 생긴 취지와 목적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지구의 생태위기에 크나큰 소명의식을 갖고 계신다는 것은 아시죠?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타교파 교회나, UN 또는 각국 정부와 협력하여 이 위기를 풀어나가려고 하십니다. 그런 사례 중의 하나가 2015년에 생태환경에 관한 최초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반포하신 것입니다. 또, 9월 1일을 ‘피조물을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하고 10월 4일까지를 ‘창조시기’로 정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본당은 대표적인 자연친화적인 프란치스코 성인 축일을 앞두고 오늘 이 피조물 보호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미사의 취지는 아시겠지요?
그렇다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가톨릭교회가 생태위기에 얼만큼의 소명의식을 갖고 계신지 볼까요? 교황님이 9월 1일을 피조물을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하신 뒤 두 추기경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에 잘 나타납니다. 좀 길지만, 중요한 내용이니 잘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인류가 겪고 있는 생태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제일 먼저 우리의 풍부한 영적 유산에서 피조물의 보호에 대하여 열정을 불어넣어 주는 이유에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를 위하여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에게, ‘영성은 인간의 몸이나 자연, 또는 세상 현실에서 분리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과 일치를 이루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찬미받으소서’, 216항)이라는 것을 우리는 언제나 기억하고 있습니다.”
“생태계의 위기는 우리의 깊은 내적 회개를 요청합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생태적 회개입니다. 이는 예수님과의 만남의 결실이 그들을 둘러싼 세상과의 관계에서 온전히 드러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찬미받으소서’, 217항).”
“이처럼, ‘하느님 작품을 지키는 이들로서 우리의 소명을 실천하는 것이 성덕의 삶에 핵심이 됩니다. 이는 그리스도인 체험에서 선택적이거나 부차적인 측면이 아닙니다.’(‘찬미받으소서’, 217항). 해마다 거행될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은 신자 개인과 공동체에 피조물 보호자로 부름 받은 이 소명에 직접 새롭게 참여하는 소중한 기회를 줍니다.”
자, 어떠십니까? 기본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왜 피조물을 위한 기도의 날을 제정하셨는지 이해가 가세요? 게다가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생태환경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적 단계도 제안하셨습니다. 들어보십시오.
“환경에 대한 책임 교육은 환경 보호에 직접적이고 중요한 영향을 주는 다양한 행동을 고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이나 종이의 사용을 삼가고, 물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적당히 먹을 만큼만 요리하고, 생명체를 사랑으로 돌보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승용차 함께 타기를 실천하고, 나무를 심고, 불필요한 전등을 끄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인간 최상의 면모를 보여 주는 관대하고 품위 있는 창의력에 속하는 것입니다. 뜻깊은 동기에서, 물건을 쉽게 내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존엄을 표현하는 사랑의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찬미받으소서’, 211항).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특별히 관심을 갖는 자연자원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교황님의 말씀을 다시 잘 들어보십시오.
“특별히 심각한 문제는 가난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물의 질입니다.......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물에 대한 접근권은 기본적이며 보편적인 인권입니다. 물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것이며, 그래서 다른 인권들을 행사하는 데에 전제 조건이 됩니다. 물을 마실 수 없는 가난한 이들에게 이 세상은 커다란 사회적 부채를 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침해할 수 없는 존엄에 맞갖은 생명권이 부인되기 때문입니다.”(‘찬미받으소서’, 29-30항)
그리고 교황님은 지구 온난화를 경고하십니다. “인류는 이러한 온난화에 맞서 싸우거나, 최소한 인간이 이러한 온난화를 일으키거나 악화시키는 근원들에 맞서 싸우려는 생활 양식과 생산과 소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찬미받으소서’, 23항)
형제자매 여러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말씀이 다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이미 우리의 양심과 상식도 이 지구가 얼마나 파괴되고 훼손되었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결국 인간의 욕심 때문이 아닐까요? 교황님의 말씀처럼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생태적 회개와 실천을 통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