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어린이 진리의 골든벨’ 행사가 진행된다. 예전엔 매년 했는데 교회마다 어린이들이 줄어들고 교회학교 운영이 원활하지 않아 지금은 2년에 한 번 하게 되었다.
또 교회학교를 운영하고 있어도 불신 가정의 아이들이 예상 문제를 공부하고 참석하긴 쉽지 않다.
우리 교회에서도 어린이들에게 광고했는데, 참석 인원이 4-5명 정도이다. 다른 아이들은 아예 관심이 없다. 또 아이들이 가겠다고 해도 불신 가정 부모님들이 허락하실지 의문이다.
이번 진리의 골든벨 과목은 ‘죄론’이다. 겨울 어린이사경회 공과를 중심으로 예상 문제를 출제하였다. 겨울성경학교에 참석한 아이들은 복습하는 좋은 기회이다.
그리고 ‘진리의 골든벨’에 가든 못 가든 어린이들이 어릴 때부터 부지런히 빛 된 진리를 공부하면 대단히 유익하다. 아이들에게 회개하자고 하면 무엇을 회개해야 하는지 전혀 모른다. 그러나 죄론을 공부하고 나면 무엇을 회개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게 된다.
교회를 오래 다녀도 마음과 행실과 생활 가운데 큰 변화가 없는데 어린이성경학교를 다녀오고, 퀴즈대회를 통해 성경 공부를 하게 되면 아이들이 많이 달라지는 것을 본다.
교회에서 핸드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니까 집에서 핸드폰을 가지고 오지 않는다. 언어생활과 행동도 달라진다. 적어도 교회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한 사람이 매우 중요하다. 한 어린이가 변화되니 다른 어린이도 바뀌어 간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새 친구들이 들어오니 상황이 좀 달라졌다.
부모님의 전화를 받아야 한다는 명분 때문에 핸드폰을 사용하게 했는데, 그러다 보니 예배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먼저 본다.
어떤 사역자는 아이들이 교회에 오는 게 먼저라고 말한다. 믿음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변화된다고 한다. 맞는 말이지만, 순간순간 고민이 된다.
어떤 것이 하나님 방법일까. 그러나 아이들이 교회에 많이 오면 좋겠지만 그것 때문에 우선순위를 바꾸고 싶지 않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영혼 한 영혼을 바르게 세워가는 교회가 되길 소망하며 아이들이 교회 오면, 핸드폰 말고 다른 놀이를 하도록 이것저것을 준비해 주었다. 색칠하기, 종이접기, 공기, 젠가, 윷놀이, 구슬, 딱지, 독서 등.
하지만 준비해 놓아도 자기들끼리 노는 방법을 잘 모른다. 결국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놀아주어야 한다. 어린이들은 다른 교육 파트보다 활동과 시간이 많이 할애된다.
그러다 보니 사실 예배 때 아니면, 아이들이 교회에 오는 게 점점 부담스러워졌다. 꾀가 났다.
그러다가도 아이들이 교회에 자주 오지 않으면 걱정이 된다. 세상의 유혹 거리도 많고 그래도 교회에 와서 노는 게 맞는 건데 싶어 마음으로 귀찮게 여겼던 것을 회개한다.
교회는 작지만 작은 도서관을 운영한다. 책을 비치해 놓고 책을 읽으면 스티커를 준다. 처음엔 스티커를 받기 위해 책을 읽더니 시간이 흐르니까 책 읽은 것도 주춤해졌다.
지난주는 안 되겠다 싶어 책을 읽어 주었다. 그리고 퀴즈를 내서 맞추면 스티커를 주었다. 각자 읽으라고 할 땐 안 읽더니 읽어 주고, 배역을 아이들에게 하나씩 정해 주고 읽도록 했더니 재밌게 책 한 권을 읽었다. 뭐든 그냥 되는 것은 없는 거 같다. 누군가는 작은 헌신이 필요한 거 같다.
요즘은 날씨가 좋아서 물과 음료와 과자를 가지고 놀이터에 나간다. 놀이터에 가면 아이들이 있다. 그곳에서는 자기들끼리 잘 논다. 남자 어린이들은 공 하나만 있으면 되고, 여자 어린이들은 줄넘기하거나 놀이기구를 타고 뛰어다니며 논다. 이렇게 아이들이 핸드폰에서 벗어나서 활동 놀이나 책 읽기를 하면 좋겠다.
얼마 전 마음이 불편한 사건이 하나 있었다. 저학년은 괜찮은데, 고학년은 입에 거친 말과 욕을 달고 다니는 아이가 종종 있다. 말이 거칠다고 이야기하면, 지적한다고 불쾌해하며 짜증을 낸다. 나쁜 행동과 말은 가르치지 않아도 쉽게 배운다.
그로 인해 고학년과 저학년이 함께 있으면 신경이 많이 쓰인다. 거칠게 행동하는 아이들이 교회에 오면 초긴장이 된다. 어떤 때는 안 왔으면 하는 마음이 쓱 올라왔다. 명분은 어린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이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성가시고 귀찮기 때문이다. 사랑과 인내가 부족한 탓이다.
그러다 어린이 설교를 준비하면서 헬렌 켈러를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되었다. 이번엔 헬렌 켈러가 되도록 도와준 앤 설리번 선생님과 로라 선생님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앤 설리번도 불우한 환경 가운데 거친 아이로 성장했다.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기에 앤은 어린이 보호소에서 자라게 되었다.
동생마저 하늘나라로 떠나자, 앤은 마음의 병이 커져 공격적인 성향이 되었고, 감염병으로 실명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앤은 병원에 입원했지만, 심신 상태가 심각해 아무도 앤을 치료하려고 하지 않았다. 모두가 앤을 포기했을 때 ‘로라’라는 간호사가 앤을 돕겠다고 나섰는데 로라는 앤을 치료하기보다 그저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고 그녀의 기도와 사랑으로 앤은 점차 변화되었다.
2년 후 시각 장애인 학교에 입학하고 밝은 웃음도 되찾았고, 한 신문사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아 시력까지 회복되었다. 앤은 훗날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한 장애 어린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는데, 그 어린이의 이름은 헬렌 켈러였다.
그저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던 로라의 희생정신으로 세상이 감당키 어려운 앤이 변화되었고, 로라의 사랑을 받은 앤은 또 다른 누군가를 사랑으로 돌봄으로 아무도 근접할 수 없었던 헬렌 켈러에게 빛을 보게 했다.
처음엔 아이들이 교회에 오는 것 자체를 기뻐하였다. 그러나 아이들의 거친 행동과 성실하지 못한 모습 그리고 성경 공부나 예배는 소홀히 하면서 간식과 선물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
고 2때부터 .. 지금까지 중간에 쉰적도 있었지만, 30여 년 이상을 교회학교 교사로 활동했기에 어린이들의 행동 패턴을 잘 알면서도 불만을 하는 건 그만큼 내 마음이 높아진 탓이다.
로라와 앤의 사랑과 헌신을 보면서 나 자신을 다시 성찰하게 되었다.
로라나 앤처럼 영혼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아이들을 옳은 데로 인도하고자 했는지, 그들의 생각과 마음을 얼마나 이해하려 했는지, 너무 조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않는가 등 스스로 점검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아이들이 스스로 교회에 찾아온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고 축복인데, 어느새 마음이 높아진 것이다. 골든벨 준비로 죄론을 다시 보지 않았다면, 빨리 돌이키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한 영혼 한 영혼을 귀하게 여기고, 선한 명분으로 아이들을 몰아세우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오래 참아주셨던 예수님을 순간순간 기억하며 아이들이 스스로 찬양과 예배를 좋아하는 아이들로 변해가도록 인내하며 사랑으로 섬겨야겠다.
김지희 목사
http://www.cgnews.kr/tong/s_board/read.asp?board_seq=26&board_sub_seq=&view_sub_seq=0&seq=2497&lef=06&sublef=&page=1&search_select=&search_t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