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8, 평지칼럼 강춘근 관장(한국민들레도서관) <‘제 3의 공간’으로서의 작은도서관>
작은도서관을 운영한지 25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다. 처음 작은도서관을 시작했을 때와 다르게 많은 것들이 변화하였다. 특히 코로나19를 전후한 최근 몇 년 동안 도서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도서관의 봉쇄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의무 착용,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하는 도서관 인력으로 불편한 변화를 겪었다. 또 세상이 점점 더 온라인과 같은 가상환경으로 진입하면서 도서관이 앞으로 필요할 것인가?의 질문과 함께 요즘같은 시대에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도서관을 이용할까?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본다. 그 동안 도서관은 산업사회 이후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여 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용자들의 환경에 맞추어 변화해 나갈 것이다. 모든 사회적인 제도와 기관이 끊임없이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대응하며 생존해 왔던 것처럼 도서관 또한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적 기구이기에 사회의 환경 변화에 따라 도서관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 또한 변화를 거듭해 갈 것이다.
도서관은 과거의 정보 보관과 같은 주요 기능들을 넘어 정보 공유와 소통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용자의 교류와 소통을 통해 도서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공동체 형성과 이용자의 발전을 도모하는 새로운 시도가 우리 주변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도서관이 평생학습으로 중요시되는 지식기반 사회로 지역 주민들의 정보원이며, 문화활동 공간이요, 자기교육과 여가 선용의 장으로 활용되는 종합적인 커뮤니티 센터로 변화되어 가는 것을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또 도서관은 교육과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줄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비한 정보 활용 능력을 키우고 자기학습을 강화하는 마스터키이다. 그리고 이전의 어린이와 청소년 중심의 학습과 교육 공간에서 누구나 편견없이 편안하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누구라도 환영받으며 평등한 위치에서 참여하며 모든 세대와 계층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평생학습의 공간이기도 하다.
‘제 3의 공간’으로서 도서관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등장시킨 사회학자 레이 올덴버그(Ray Oldenburg)는 그의 저서『The Great Good Place』에서 가족이 거주하는 공간을 제1의 공간, 직장을 제2의 공간, 도시의 술집, 카페, 공원 등의 공공 공간을 제3의 공간으로 지칭하며, ‘제3의 공간’은 집과 직장과는 전혀 다른 비공식적인 공공 생활에 대한 요구가 존재하며, 모든 사람이 정서적으로 건강하기 위해 필수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곳이라고 하였다. 올덴버그가 구체적으로 도서관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도서관은 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탐색하고 쉴 수 있다는 점에서 ‘제 3의 공간’을 대표한다.
‘제 3의 공간’으로서 도서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도서관은 물리적인 공간만이 아니라 도서관이 제공하는 포용적이고 환대하는 분위기의 사회정서적 공간까지 포함한다. 또 많은 사람들에게 만남과 교육, 여가활동, 정체성 탐색을 위한 공간으로 기능한다. 그리고 모두를 포용하고 환대하며 누구나 이용가능한 ‘안전한’ 공간을 표방하며 누구나 따뜻하게 환영하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노력한다. 도서관은 세대를 거쳐 새롭게 나타나는 지역사회의 요구와 라이프 스타일을 충족하고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업무 방식과 서비스 프로토콜을 지속해서 개발해 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제3의 공간’으로서 지역사회를 위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도서관은 지금도 계속해서 진화해 가고 있다.
한편 공공도서관의 보완재로서 작은도서관은 서비스를 이용하여 운영하고 지키는 주체와 이용자가 일상적으로 만나고 싶을 때 삶을 나누는 편의성과 접근성으로 ‘생활밀착형’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 서비스의 접근성에 기반한 거리상의 이점을 이용하여 작은도서관은 주민의 자발적 참여적 공간, 마을 단위의 지역공동체 문화형성의 장으로서 사랑방 역할을 수행해 왔다. 무엇보다 접근이 용이한 생활친화적인 소규모 독서문화예술 공간으로 독서와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역 주민들의 평생학습과 마을공동체 형성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독서의 즐거움과 책과 친해지는 계기를 마련하여 풍요로운 인성 형성을 도모할 수 있는 커뮤니티 센터로 마을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강화하는 중요한 기반시설이다. 작은도서관은 모두를 위한 도서관(library for all)의 중요한 거점장소로 특정 이용자층을 고려한 공간이라기보다는 누구나 편견 없이 편안하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다. 접근성과 유연성, 친밀성과 유용성의 성격에 기반하며 마을공동체의 커뮤니티 형성에 입각한 주민들의 공통의 가치와 사상에 의한 상호작용체로서 작은도서관은 올덴버그가 언급한 ‘제 3의 공간’이 가지는 본질적 속성 역할을 수행하기에 매우 유용하다.
도서관이 세대를 거쳐 새롭게 나타나는 지역사회의 요구와 라이프 스타일을 충족하고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업무 방식과 서비스 프로토콜을 지속해서 개발해 온 것처럼 작은도서관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제3의 공간’으로 지역사회를 위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지금도 계속해서 적응하며 진화하고 있다. 조금만 지나면 가는 겨울을 아쉬워하며 오는 봄을 반길 입춘이다. 살며시 다가오는 봄기운 그리고 봄바람. 봄향기와 함께 전국의 7,500여개의 작은도서관들도 ‘제 3의 공간’으로서 다양한 독서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안식장소로 피난처로 행복한 마을공동체 형성을 위한 공간으로 힘찬 기지개를 켜 나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