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後記] 남도 식도락 여행 후기

[조충래]

어느덧 퇴직한지 1년이 되어 지금은 어딘가 나사 하나정도 빠진듯한 시간을 보내며 누군가 함께하는 시간보다  혼자있는 시간에 익숙해져 있다.

돌아보면 화려하지는 못했지만 숨 가쁘게 달려오면서 잃는 것도 있겠지만 얻은 것도 많은 나름 보람있는 삶을 

살아온게 다행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보낸다.

그러한 가운데 인생의 행복을 일깨워주는 96세의 老철학자 김형석교수의 행복론에 마르지 않은 인생을 즐기러

네번째 소중한 친구들과 평생 동반자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황산, 제주도, 울릉도에 이은 “남도 식도락 여행”이다.

이번에도 치밀한 전략가인 손위원장의 기획에 따라 왕진, 용은, 정동, 인모, 순영, 충래 부부들.....

이번 여행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해온 명일은 급성 요통으로 병원 입원하러 가면서도 출발지로 와서 함께하지

못하여 섭섭하다는 친구들 말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코 자신이 준비했던 여행계획을 꼼꼼하게 설명하고 문자까지 보낸다.

((첫째날 전주 한옥마을, 지리산 뱀사골, 백운산 황토길 산책, 구봉산 야경을 보는 일정.

점심식사는 전주 전통 궁중비빔밥, 저녁은 광양불고기이다.))

롯데관광 가이드의 빠른 설명이 지난번 우리 친구들끼리 자유롭고 여유있는 여행과 다른 분위기다.

이른 새벽에 나오느라 아침을 거른 친구들을 위해 명일이 준비한 이성당 단팥빵과 모찌가 넣어진 봉지의 예쁜

매듭을 보고 선득 풀지 못한다.

아마도 소피아 로렌의 정성이 담긴 매듭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차례의 함께한 여행으로 친구들 아내의 솜씨와 마음씨까지 알아보게 된 것 같다. 장가 잘 간 명일도 부럽지만 왠지 앞으로 있을 예비 사위가 장모님의 듬뿍 사랑을 가득 받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한옥마을에 앞서 식도락여행 첫 번째 음식은 전주궁중비빔밥, 식당입구에 무궁화가 보인다.

서울 육회와 다른 잘 비벼진 육회, 노오란 파전, 고명이 살짝 올려진 불고기가 입맛을 돋우고 적당한 량의 비빔밥이 조화있게 예쁘다. 바로 곤룡포 입은 제왕의 수랏상이다.

역사의 향기가 가득 묻어 있는 경기전을 관람하며 조선 역대 제왕의 영정, 태조의 근엄한 영정 외에 세종, 영조, 순조 임금님이 잘 생긴 미남 제왕의 모습이다.

이어진 한옥마을도 포근하게 잘 정리되어 유지되어 있었지만 상가로 변신한 곳이 많아 아쉽다.

그러나 정원이 예쁘게 가꿔진 한옥을 들어서며 팔십의 대가집 마나님께서 왕진부부를 반긴다.

오래전 왕진 아버님이 머무르셨던 가옥으로 왕진을 보고 부전자전 붕어빵이고 아직도 아버님을 잊지 못하고 계신다고 하는 모습이 아마도 잘생긴 아버님을 연모하셨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ㅎㅎ

산이 길게 뻗고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 있는 봉우리들이 어울어진 지리산, 그 한쪽 계곡 뱀사골,

이제 산은 고운 빛을 떨구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 하려 한다.

그러나 굽이쳐 흐르는 계곡 물길, 그 아래로 펼쳐진 흰 바위들이 신선(神仙)들의 놀이터로 짐작하게 한다.

작고 큰 바위들 속에서 우리들의 우상! 주선(酒仙,???)과 친구들이 선녀들과 흥겨운 사진을 박고 있다.

고요와 평화가 깃든 계곡, 신선과 주선이 마주한 이곳에서 흘러간 시간을 잡을 수는 없지만 지나가는 시간을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을 가득 담으려는 인모 작가의 샷타가 계곡물 소리보다 크다.

그리고 세찬 계곡 소리에 갑자기 힘찬 에너지가 온몸으로 퍼진다. 여행 첫날 밤의 향연이 기대되서 일까..... ㅎㅎ

쭉쭉 잘 뻗은 이기다 소나무가 늦가을의 향기를 뿜으며 잘 정리된 백운산 황토길 산책, 용은대장의 해박한 산림

이야기에 숲과 나무 그리고 사람의 관계에 잠시 한눈을 팔고 광양불고기로 향한다.

참숯향이 살짝 묻은 불고기가 주(酒)님의 사랑을 받고져 잘 구워진다.

광양 야경을 뒤로하고 수정방, JAMESON 양주, 여학생들을 위한 와인이 산낙지와 잘 어우러져 우리를 천상의

나라로 인도한다.

((둘째날 금산 보리암, 오동도, 여수 해양레일바이크, 해상 케이블카, 선상 쿠르즈 야경일정,

점심은 게장정식, 저녁은 회정식이라 한다.))

어제 저녁 멀리 박카스의 여신을 모시느라 피곤해선지 모두들 잠을 자고 가는데 가이드의 목소리가 깨운다.

3년전 동기 산악회에서 새해맞이 기원하려 다녀왔던 금산 보리암이다.

다시 찾은 보리암은 조각가가 쪼아 살짝 올려놓은 큰 바위들이 위태롭게 서있지만 장엄한 기암속에 불경을 읊는 스님의 목탁소리에 숙원해진다.

울나라 3대 기도처라고 들어서인지 이번 여행이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을 기대한다.

금년은 설악의 화려한 단풍도 즐기지 못하였는데 비단같다는 금산은 초록을 지우면 중후한 브라운 갈색의 가을이 고상하고 젊쟎타고 할까, 가을이 익어도 푹 익었고 우리의 인생도 비슷한 계절에 익어가고 있는 것을 알게 한다. 식도락여행이니까 갈색 브라운소스 올린 스테이크? 공부가주와 전과복 료리? 단호박 훈제오리와 머스타드소스? 그리고 잘 태운 누룽지처럼 ~ 푹 익었다. ㅎㅎ

꽃게 양념게장과 간장게장, 멍게젓갈과 게살젓갈이 밥도둑으로 만들고 굴찌게와 홍합국이 저녁을 위해 미리부터 시원하게 속을 풀어준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기점인 오동도, 섬은 온통 키근 동백나무가 울창해서 해를 가린다.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지나가면 빨간 동백으로 가득할 환상의 오동도를 미리 그려본다.

아래로 여수 바닷가를 끼고 달리는 레일바이크 페달을 밟는 우리는 신나고 흥분해서 어린아이와 같고,

이순신장군이 거북선을 만들고 왜적을 쫒기위해 노심초사하던 여수 앞바다 위로 케이블카는 높이 높이 괘도를 따라 가는데 간 큰 순영은 다이빙을 이야기한다.

지난 황산여행시 100명이 탔던 무시무시했던 콘테이너 케이블카도 생각나며 다한증 환자처럼 손에 땀이 난다.

드뎌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회정식이다. 죠니워커 골드, 발렌타인, 중전들을 위한 와인이 주인을 반긴다.

전복회, 전복구이, 왕새우, 장어, 꽃게장, 멍게.....해삼만 빠진 만찬이다.

많은 접시를 비워도 비워도 계속 가져와 늦둥이를 임신케 한다. 크~ 끄윽~~~

살짝 맛이 간체로 야경을 보는 선상 쿠르즈부터 "아름다운 밤"만 외치고 영상 필림이 끊어졌다.

((마지막날 순천만 습지숲과 정원, 낙안읍성. 갯장어구이로 피날레.))

물길속에 갇혀 여린 갈대는 마디를 세우고 있지만 고개 숙인 꽃술이 감성을 슬프게 하고 가녀린 몸을 간신히

의지하고 있는 갈대에 잔잔한 바람이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한다.

갈대 숲을 건너 철새들이 기러기 편대를 이루며 소란을 떤다.

그리고 순천을 상징하는 국가정원,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계절 탓인지 어딘가 허전하다.

그 속에서 6백년 팽나무와 1백년 먼나무가 순천만 정원을 누르며 주말을 맞은 많은 관광객을 압도한다.

그리고 꽃여인들은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연신 포즈를 잡고 인모 작가는 즐거이 렌즈 속으로 넣는다.

가을과 겨울사이, 떠나는 가을의 아쉬움이 가득인지라 갯장어가 몸을 꿈틀꿈틀 비틀대며구수한 냄새를 피우며

식도락의 여행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음식의 맛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그져 델리시어스, 맛있다면 되는것인가, 이번 여행은 고만 먹고 놀기가 힘들 정도다.

깊어가는 계절과 함께 추억을 담은 갈색 여행으로 인생의 더 많은 행복을 주어 넣고

작년 많은 동기들과 함께했던 완도여행을 회상하며 해단식을 기다리는 명일과 헌상을 만나기 위해

리무진은 달리고 달린다.

사랑을 위해서 행복을 위해서 무엇이든 마음으로 감싸 안고, 좋은 것 좋은 사람 일수록 아껴두고 간직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앞으로 올 삶을 즐겁게 하는 내년 봄여행을 기약하며 “사우나”로 시작하고 “사우나”로

이번 여행을 맺으며 바로 우정과 애정이 행복임을 알게 한다.   

[윤정동]

이건 뭐여 ㅋㅋ
충래가 여행도중 주신 땜에 계속 헬레레 한줄 알았는데 완존 여행길을 꿰뚫고 있었구만
정말 실감납네다

[강인모]

지난 여행 후기엔 시조를 읊더니...
역시 충래 최고....

[손명일]

충래야, 마치 여행을 함께한것처럼 멋진후기을 읽으니 너의 내면에 숨어있었던 문학적 재능에 놀랍구나.
아직도 우리는 일할수있는 정신적,육체적 건강한 나이인데 은퇴를 하고나서 뭔지 불만족스런 일상생활속에 친구들 부부들과 함께하는 여행이 남은인생에서 커다란 삶의 활력소을 얻을수있게끔 표현하는 너의 글솜씨를
계속 읽을수있도록 여행 자주합시다.

[청로김병모]

아침에 일어나 충래의 멋진 글을 읽다보니 찻째날 까지만 읽고 나머진 다음에 읽어야겠다.
그냥 대충 읽기에는 너무 잼있고 아까워서 맛있는 과자 아껴 먹듯 조금씩 천천히 읽어야겠다.
조작가님,
문단에 등단하셔도 되겠습니다.
멋져요!

충래야,
소피아로렌이 아니고 마릴린 몬로란다. ㅋ

[조충래]

병모,,우찌알았어~~와우~예리하네~~근데 얼마전 본인요청으로 소피아로렌으로 개명했어요!!!ㅎㅎ

[이신재]

안간놈이 더 실감나네~ 충래 수고했다^^

[이봉수]

담번엔 나도 가고싶다?근데 꼭 부부동반만 되니?

[조충래]

꼭 부부동반은 아니고 남자 혹은 여자 한분만 참석해도 됩니다. 전례를 보면 김찬, 한철호,정수인(시영댁)등등 각각 솔로로 참석하여 함께 여행을 즐겼었고, 언제 어느곳을 가던 넘넘 즐거운 것은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정신까지 혼미하답니다. 다음 여행엔 봉수!!! 꼭 같이 가자!!!

[전성표]

충래야, 눈이 마주쳤는대도 네 이름을 부르지 못했다.
이름을 기억해보려 한 이틀 애를 쓰다 결국 대연이의 힘을 빌렸다.
이 아둔한 머리를 용서해라.
다음에 만나면 반갑게 인사할게.
만나서 반가왔다.

[조충래]

방가 방가, 성표., 그날, 성표의 친근함에 옛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이 될 만큼 넘넘 기뻤어. 아마 동기들 모두가 유사할 것으로 생각된다. 담에 만나면 살짝 포옹해도 마나님이 이해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