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의 만남
-울진 파크골프 기행
이른 새벽에 파크골프 클럽 ‘해와 달’은 여행을 떠났다. 그곳은 울진 ‘왕피천’ 냇가 넓은 가녘에 36홀 파크골프장이 마련된 곳이다. 시골에는 농번기라서 그런지 구장이 텅 빈 상태였다. 냇물이 흐르고 일대가 공원화되어 있으며 구장 너머에는 송림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오늘 해와 달은 30명이 참가하여 대형 관광버스를 이용했다. 가는 길에는 우리의 산천이 아름답게 펼쳐졌다. 예나 지금이나 산천은 의구한데 나에게 다가오는 모습은 달랐다. 그 모습은 관찰자인 내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보이며 생각의 늪에 빠지게 했다.
예전에는 자연의 모습을 무덤덤하게 보았는데 지금은 다르게 보인다. 이는 마음이 익어간다는 의미가 아닐까. 새로운 마음가짐이 성숙을 의미한다. 노년의 삶이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고 하는 것은 마음이 깊어지고 넓어진다는 것이다. 새 마음(마음의 성숙)으로 새 시대, 포스트모더니즘에 대응하며 살아야 함을 느꼈다.
과학 만능으로 쾌락과 자기중심적 이기주의에 빠져 윤리와 도덕이 몰락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모든 것이 변해야 한다. 정치와 사회도 변해야 하며, 학교 교육과 종교의 가르침도 시대에 맞게 변화와 쇄신을 해야 한다. 그런 정신이 그리스도교에서는 ‘새 복음화’라고 한다. 구태의연의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에 맞게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울진에 도착했다.
조 편성하여 경기에 들어갔다. 낯선 구장이라 구장의 까다로움은 없는데 성적은 좋지 않았다. 한 홀의 길이가 긴 홀은 120-130m, 짧은 홀은 50-60m로 기본타를 하기도 쉽지 않았다. 36홀을 마치는 데 3시간이 걸렸다. 늘 경기하던 곳과는 딴 판의 성적을 거두었다. 그러니까 모든 일은 연습과 수련이 필요하다. 우리의 마음도 갈고 닦는 수련 과정으로 마음 밭이 기름지게 되리라.
경기 일정을 끝내고 월송정 숲길을 걸었다. 소나무 숲 너머로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정자였다. 그 정자에서 묵객들이 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를 소재로 시를 읊었으리라. 일행들은 바닷가에 바투 다가가 기념사진을 담았다. 나도 끝없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넓은 바다처럼 담을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이 되기를 바랐다.
어느덧 석양은 서쪽 하늘에 걸려 일행들의 갈 길을 재촉했다. 모두 차에 올라 마지막 화합의 노래로 융화하면서 친교를 이루었다. 우주의 해와 달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움직이듯 파크골프 ‘해와 달’ 클럽도 클럽의 성숙이 더욱 무르익는 계기가 되기를 다짐하면서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