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연락을 주셨어요. 서울대 동문 음악회가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니 따님과 꼬옥 참석하라구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저를 특별히 초대하고 싶으시다네요. 5월 10일이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딸아이들에게 시간이 되냐 알아 보니 둘째가 손을 들었습니다.
그 전날 동네 꽃가게에 들렀습니다. 마침 그 전날 어버이날이 지난지라 좋은 꽃을 적당한 가격으로 살 수 있었죠. 절대로 꽃..그런 것은 사절이라고 그저 와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 주면 좋겠다고 몇번이나 강조하시던지.. 전 알아요. 그 마음의 순백을~~ 그냥 내가 해야 할 입장을 마련하면 되죠. 우리네 사회에서 주고 받는 겸양의 대화가 얼마나 멋지고 근사한지..
오전부터 꽃다발을 잘 꾸미고 맛있는 초코렛과 향기좋은 비누를 넣고 차에 싣고 집을 나섭니다..오전 볼 일을 마치고 오후에 일찌감치 딸아이와 맞춘 약속 장소에 갑니다. 미리 가서 좌석권으로 바꾸고 딸을 기다렸다가 맛있는 짜장면과 딤섬을 먹고 음악회에 시간 맞춰 입장.
금난새씨가 서울음대 66학번이라고 하는군요. 벌써 머리가 은발입니다. 지휘하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날렵하고 싱그러운지 '물찬 제비'라는 우리 말 표현이 딱 맞아요. 비제의 아를의 여인 모음곡 중에서 '빠랑돌'.. 이 음악은 춤곡입니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c단조 작품18. 3악장: 이 곡의 테마선율은 워낙 유명하죠. 러시아 피아니스트의 제안으로 2악장과 3악장을 연결하여 연주를 해 주니 듣는 우리 입장은 특별 선물을 받은 셈이죠.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라고 노보시비르스크 국립음악원 출신이고 현재 성신여대 음대 초빙교수 이랍니다.)
마지막 헨델의 메시아 중에서 할렐루야 .. 웅장한 합창곡을 위해 연습하고 합창단석에서 기다려 준 단원들.. 그분들의 '할렐루야--' 휘나레는 멋진 화음이었답니다. 함께 작품의 해설과 위트넘치는 특유의 유머어로 금난새씨는 가까이 느껴지는 멋진 지휘자였지요.
2시간여의 연주가 끝나고 송선배를 만나 택시로 약수동 할리스 카페에 도착하여 김용정선배(52회)도 합석하여 시원한 과일 쥬스와 달달한 케잌으로 밤 11시가 넘도록 담소하고 헤어져 집으로 돌아 옵니다. 그 시간이 되어도 송선배는 카페에서 다만 몇 줄이라도 성경귀절을 쓰고 집으로 돌아 가신다고 하니 ' 오늘은 그만 집에 가서 쉬시라고.' 문자를 보내 드립니다.
우리 모녀는 약수동에서 전철로 두 정거장. 한강진역에서 내려 10분정도 걸어서 집으로 귀가. 가는 도중 딸과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죠. 왜냐구요? 버스타고 가자는 딸 아이 말 대신 엄마가 지하철로 왔기 때문이죠. '뭐든지 엄마 하고 싶은대로만 하고 엄마만 옳다고 딸의 말은 듣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고귀하신 따님의 불만이랍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그냥 딸의 항변에 묵묵 부답해야 모녀지간에 침묵의 평화를 유지한답니다. 오래만에 만난 김용정 선배님도 반가웠습니다. 함께 음악회에 초대받았는데 좌석이 달라서 음악회 끝나고 약수동 카페에서 합석했답니다. 김선배의 자택도 약수동이지요.
5월10일 아름다운 5월 저녁 동문의 데이트였습니다.
롯데콘서트홀이 있는 8층에서 건너다 보이는 석촌호수가 석양무렵이라 아름답습니다. 합창단석 제일 앞줄 가운데 왼쪽에서 아홉번째 송선배인줄 금방 알아 봅니다.
첫댓글 아름답고 감동적인 만남입니다....
와!
박점분 후배님!
그날의 기록을 이렇게
매끄럽게 써주셔서 저 혼자 읽기에 너무 아까워 제가 알리고싶은곳에 보내려고 합니다.
용서 하여 주세요!
너무 감사드립니다.
따님께 안부 부탁 드립니다. 그날 따님이 함께 해 주셔서 너무도 행복하였습니다.
근데요.저희가 연주한 곡은 헨델의 메시아중 할렐루야 였습니다.
아.. 베토벤 9번교향곡으로 착각했어요. 바로 잡아야 겠네요...
근데 어떻게 그렇게 그런재주 까지 있는지요? 놀랍습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