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의 비은행 부문에서 보험업의 비중이 가장 커졌다. 업계 상위권인 KB손해보험의 호실적에 더해 2020년 인수한 푸르덴셜생명보험이 합세하면서다. 2019년까지 비은행 기여도 1위를 차지했던 KB국민카드로선 보험업과 실적차를 줄이지 못하면 내부경쟁에서 밀릴 수 있는 국면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KB금융 비은행 계열사의 2022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보험부문(KB생명+푸르덴셜생명+KB손해보험)이 6765억원을 내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이 KB국민카드(3523억원)였다. 증권업이 호황기를 구가했던 2021년에는 KB증권이 5943억원으로 기여도 1위를 차지했는데, 2022년에는 보험부문이 그 자리를 뺏은 셈이다.
KB손해보험이 자녀보험 등 장기보험 부문에서 상품경쟁력을 높인 것이 주효했다. KB손보가 거둔 장기보험 원수보험료는 2022년 3분기까지 5조9365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6.7%(3751억원) 증가했다. 이는 증가율로 계산했을 때 손보업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되면 장기보험 보유계약의 수익성은 더욱 증대되는 점도 기대 요인이다.
KB생명은 푸르덴셜생명과 통합해 자산규모 35조원 수준의 'KB라이프생명'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외형 확대를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용이하게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탑티어 생명보험사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2030년에는 업계 3위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KB국민카드로선 올해 실적을 개선해야 하는데 거시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 뼈아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2월 금리전망 BMSI(채권시장 체감지표)는 86.0(전월 88.0)으로 시장금리 관련 채권시장 심리가 전월 대비 소폭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요국 금리인상 사이클의 예상 종료시점이 늦춰지면서다.
시장금리가 높아질수록 카드사는 비용 부담이 더욱 크다. 수신 기능이 없어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를 발행해 자금 대부분을 조달하기 때문이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 3분기 KB금융그룹 순이자마진(NIM)은 1.98%로 전분기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는데 카드의 조달비용 상승으로 그룹 NIM 상승폭이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배경에서 KB국민카드가 2023년이 시작되자마자 5년 만에 새로운 프리미엄 카드 브랜드인 HERITAGE Smart(헤리티지 스마트)를 선보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MZ세대를 타깃으로 최대 6%까지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할인형카드'와 2000원당 최대 3마일리지까지 적립 가능한 '대한항공 마일리지형카드' 2종을 첫 상품으로 출시했다. 연회비는 20만원이다.
이는 연회비 30만원에 왕복항공권을 제공해 높은 인기를 끌다가 단종된 '로블' 카드만큼의 혜택은 아니지만, 범용카드보다는 높은 혜택에 매스티지(대중성을 강화한 명품)급 카드 수준의 연회비를 받는다는 점에서 수익성을 최대한 고려해 설계한 상품으로 분석된다.
KB국민카드의 신규 프리미엄 카드 론칭은 소비력 높은 고객층을 유입해 대출 등 영업기회를 더욱 확대하고, 높은 연회비를 기반으로 혜택 증가분을 상쇄한 수익을 거두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기존 프리미엄카드인 '베브5'는 이달 10일부터 4대 사회보험료 납부대행수수료를 월 최대 4만원 깎아주던 이벤트 혜택을 삭제했다. 이 역시 수익성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조정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블로터>에 "헤리티지 스마트는 베브에 비해서 할인율 등 혜택이 강화된 측면이 있다"며 "상품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신상품을 출시하고 있고 그런 일환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정의 정책으로 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가 지속적으로 인하돼왔지만, KB국민카드는 아직까지 견조한 수익을 올린다는 점도 새로운 프리미엄카드를 내놓을 수 있는 여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2년 1~9월 KB국민카드의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8819억원으로 카드사 중 가장 많았다.
또 KB국민카드의 프리미엄카드 론칭이 롯데카드 인수를 염두에 두고 상품군의 코드를 맞추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롯데카드는 명품 브랜드 몽블랑과 협업하고, 롯데백화점에서 명품 구매 시 혜택을 주는 카드 신상품을 내놓는 등 프리미엄 라인 강화와 대출영업 확대에 주력해왔다.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1등 카드사 도약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힌 점도 롯데카드 인수전과 맞물려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그러나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도 "2030년 생명보험업계 3위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이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셋 중 하나는 제치겠다는 뜻이다. 이 역시 KB금융이 생명보험사 추가 인수를 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KB금융은 2023년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인수자본을 신중하게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올해 확장할 영역 중 하나로 헬스케어를 언급했는데 이는 보험업과 직결된 분야다.
이런 상황에서 KB국민카드가 1등 카드사를 표방한 건 내실 강화에 총력을 쏟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BC카드의 전유물이었던 프로세스 대행(PA) 사업 확장과 그룹 대표 플랫폼인 KB페이 등 디지털 사업 확대로 반등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창권 사장은 "비즈니스 원천인 고객기반을 강화하면서 영업·마케팅을 정교화하고 금융 사업은 최고 수준의 심사 역량과 디지털 금융 경험을 제공해 '대출이동제' 등 다가오는 금융 대전(大戰)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열공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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