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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었다 방안은어두웠고 유리창을통해 뻗쳐진 희미한 빗살만이 바닥에 덮여 있었다.
김한의 가슴에 안겨 있던 유영화가 방안의 정적을 깨뜨렸다.
「당신은 한번도 신상 이야기를 하지 않는군요.」
그녀의 숨결이 김한의 가슴을 간지럽혔다.
「내가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번번이 차단당했어요.」
「생각해 보았는데 두 가지 이유더군요. 스쳐 지나갈 사이로 여기고 있거나 아니면‥‥1
잠시 말을 멈찐던 그녀가 볼을 그의 가슴에 붙였다.
「아니면 다시 상처받기 싫어 서거나.」
김한이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쓸었다.
그러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방안이 다시 정적에 덮였고 그들은 서로 상대방의 숨소리만 들었다.
유영화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난 사랑했던 남자가 있었어요. 줄리앙이라는 프랑스 남자였죠.
그런데 지금은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아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그래서 그 사람한테 더 미안해요. 나 때문에 그렇게 되었는데 .」
김한이 두 팔로 그녀의 상반신을 안았다.
샤르베도 자신의 눈앞에서 죽었다.
그는 유영화의 입술을 부드럽게 빨았다.
샤르베는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 들여준 유일한 여자였다.
일을 마치면 마르세유에서 그녀와 함께 가게를 차릴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가 입을 열었다
「언젠가 외인부대 대장이 그랬어요. 인생은 산 사람의 몫이라고. 죽은 자는 패자라고.
그리고 죽은 자에게 주는 훈장만끔 가치 없는 것도 없다고 하더군.」
「난 프랑스에 충성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살기 위해서 외인부 대로 도망쳤던 것이고,
그래서 그 대장의 말이 머리에 박혀 있는것 같습니다. 」
이제는 유영화가 가만 있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또한 한국에 충성할 이유도 없지요. 나는 내 가치를 팔면서 살아갈 것이고 가치가 떨어졌을 때는
사라지게 될 겁니다. 」
몸을 돌려누운 그가 유영화를 가슴에 안았다.
유영화는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았다.
그가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듯 격렬하게 부딪쳐 왔으므로 그녀는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다.
「이름이 이반이고 성이 강씨로군요.」
천광호가 여권을 김한에게 돌려주었다.
「어제 로스토프한테서 연락을 받긴 했습니다 」
그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김한을 바라보았다
「매사에 조심해야 되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물론이지요.」
김한이 턱으로 테이블에 놓인 비닐봉지들을 가리켰다
「어떻습니까? 로스토프는 지난번 보다 낫다고 하던데.」
「지난번 물건은 순도가 많이 떨어져 있었어요, 이번 것은 괜찮습니다. 」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10개의 비닐봉지를 쓸어 주머니에 넣었다.
이태원 중심부에 있는 나이트 클럽 오팔의 룸 안이었다.
오전 11시여서 영업을 시작하기 전인 클럽은 조용했다.
그가 문득 머리를 들었다.
「로스토프가 아프다니 안됐수다. 그 친구한테 안부나 전해주시오.」
「모스크바에 가서 두 달쯤 후에나 돌아을 거요.그때 볼 수 있겠지요.」
김한이 테이블 위에 놓인 돈뭉치를 헝겊 가방에 담았다 1그램 한 봉지에 십만원으로 』백만원이었다.
「하지만 요즘 부산 세관의 감시가 강화되어서 로스토프가 낫더라도 자주 띌 수는 없을 거요.」
김한의 말에 천광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허긴 그려 오늘 신문에서 터뜨린 걸 보면 단속이 심해진 모양이여 .
병신같은 놈들, 엉뚱한 사람들을 잡아놓고 마피아라니 .」
그는 장용호가 운영하는 신호무역의 부장이다. 사업관계로 러시아·를 자주 왕래했던 그가 마피아의
중간보스인 로스토프를 만난 것은 작년이었다
물론 장용호 모르게 만난 것이다.
그는 작년부터 로스토프로부터 마약을 받아 팔면서 이익금을 챙겨왔다. 천광호가 목소리를 낮췄다.
「요즘 상황이 안 좋아. 그래서 대장도 마약거래는 일절 금지시킨 형편이오.
그러니 당신도 조심해야 돼 .」
「알고 있습니다. 이 일만 끝나면 난 곧장 러시아로 돌아갈 거요.」
가방을 쥔 김한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오늘 밤에 봅시다. 」
클럽을 나온 김한은 곧장 택시 정류장으로 다가갔다. 바람이 센 날씨여서 그는 파카의 깃을 올렸다.
2월 하순 이었지만 아직 영하의 기온이었다.
메이슨은 용의주도하게 러시아 여권도 만들어 왔던 것이다.
UA와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다는 마피아 요원 로스토프와의 관계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들이 로스토프의 행적을 샅샅이 꿰뚫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빈 택시가 왔으므로 그는 차에 올랐다.
그러나 상황은 짐작할 수 있었다.
한국 시장을 놓고 두거인들이 싸우는 전쟁에 끼여든 것이다.
러시아가 마피아를 내세 웠다면 미국이 내세운 용병은 자신이다.
김한은 창밖의 거리를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마악 차에 오르려던 이정일 사장은 서둘러 다가온 박태신을 바라보았다. 점심시간이었다.
「사장넘 , 문제가 생겼습니다. 」
회사의 현관 앞 이었으므로 그들은 차안에 들어가 앉았다. 박태신의 얼굴은 찌푸려져 있었다.
「동두천에서 일이 터졌습니다. 」
「동두천이 라니?.
「미군 부대 근처에서 말입니다. 」
「어젯밤에 미군 병사 두 명이 여자 집에 놀러 들어갔는데 한 명을 죽이고
다른 한 명을 중상을 입히고 도망쳤습니다. 」
입을 다물고 있는 이정일을 향해 그가 서두르듯 말을 이었다.
「집안에 있는 현금과 패물도 몽땅 털어갔습니다. 지금 동두천 에서는 데모를 하고 있어요.」
「빌어먹을.」
이정일이 앓는 소리를 냈다. 곧 언론에서 떠들어댈 것이다. 범인이 잡혀도 이 일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하필 이런 때에 그놈들이 왜 ·?.
「게다가 칼로 잔인하게 살해했기 때문에 여론이 악화될 것 같습니다. 」
「어느 부대 놈들이야?.
「근처 부대 놈들 이겠지요.」
한동안 앞쪽을 바라보던 이정일이 길게 숨을 뱉었다.
「이제는 러시아놈들이 한숨 돌리게 되었군 그래 .」
「이봐, 넌 당분간 가게에 나가지 말어 .」
최기수가 말하자 배경미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럼 뭐 해요?.
「뭐 하긴, 어디 여행이나 갔다와.」
개포동 배경미의 아파트 안이었다. 가운차림의 그녀가 다가와 최기수 옆에 앉았다.
마악 목욕을 끝낸 그녀의 피부는 윤기가 났고 몸매의 선이 그림으로 그린 것처림 부드러웠다
최기수가 그녀의 몸에서 시선을 두었다.
「미국도 좋고 유럽 쪽도 상관없어 한 보름 놀다와. 돈은 충분히 줄 테니까.」
「정말요?.
와락 달려든 배경미가 입술을 그의 볼에 댔다.
「이태리에 가겠어요. 로마하고 밀라노에 .」
그녀는 최기수가 운영하는 클럽의 전속가수였다. 노래실력은 평범했지만 빼어난 미모와 몸매로
손님들의 인기를 한몸으로 받고 있었는데 최기수가VIP를 접대할 때 꼭 필요한 여자이기도 했다.
그녀가 최기수의 바지 지퍼를 내리더니 안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당신하고 같이 가면 좋을 텐데 .」
「마음에도 없는 소릴랑 말어 .」
「그럼 언제 떠나요?.
「며칠 안에 .」
그는 배경미가 바지를 내리도록 엉덩이를 들었다. 배경미가 가운을 제치자 알몸이 드러났다.
「나, 벌써 젖었어 .」
그의 무릎 위에 앉은 그녀는 익숙하게 한몸을 만들었다.
최기수는 그녀의 허리를 안았다.
배경미는 뜨거운 여자였다 게다가 민감했고 사내를 만족시키는 방법을 아는 여자이기도 했다.
어느덧 그녀의 분위기에 끌려든 자신을 발견한 최기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스위치를 꺼놓았으므로 지금 장면은 녹화되지 않을 것이었다.
최기수가 잠실에 있는 일식당 미각에 들어섰을 때는 오후 3시 5분이었다.
그는 곧 안쪽의 방으로 안내되었다.
방안에 앉아 있던 두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서양인들이다.
그들은 이미 음식을 시켜 먹고 있는 중이었다.
자리에 앉은 그가 사내들을 둘러 보았다.
「수고들 했어 , 그럼 곧장 출발하도록.」 유창한 러시아어였다.
그가 주머니에저 두툼한 봉투 두 개를 꺼 내더니 그들의 앞에 내놓았다
「이건 내가 주는 사례비야. 쇼핑을 하려면 부산에서 하고 내일 배는 꼭 타도록.」
「염려하지 마십시오.」
사내 하나가 봉투를 집어들면서 얼굴에 운음을 띠었다
「지금 곧장 부산으로 내려가겠습니다. 그리고 배표는 내일 배로 미리 끊어 놓았으니까요.」
그들이 어젯밤에 동두천 살인사건의 범인들인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온 그들은 마피아의 행동대원이었다.
미군복을 입고 여자를 살해하는 일쯤은 그들에겐 쉬운 일이다.
머리를 끄덕인 최기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방에 들어와 물 한토금 마시지 않았다.
「최기수는 나이에 비해 발이 넓습니다.
그리고 부하 관리가 잘 되어서 아무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합니다. 」
오석홍이 테이블 위에 서류를 펼쳤다
「부하들 인적사항과 파라디 클럽의 매출액까지를 조사해 왔습니다. 」
머리를 끄덕인 김한이 오석흥을 바라보았다.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그는 용역회사의 사장이다.
체격이 크고 둥근 얼굴에 코와 입도 큼지막 했지만 치솟아 오른 가는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일주일 동안에 신호무역의 장용호 사장과 세 번 만났습니다.상당히 미행을 경계하더군요.」
그가 가는 눈을 더욱 붙이면서 웃었다
「하지만 어림없지요. 이 오석홍이의 추적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
김한이 그에게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약속한 대금이오.」
봉투를 받아쥔 오석홍이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다른 일을 시키실 것 있습니까?.
「곧 일이 생길 겁니다. 」
물잔을 든 김한이 한 모금을 삼켰다
소공동의 조그만 한정식집 방안이었다 늦은 점심시간이어서 식당 안의 손님은 그들뿐이었다.
오석흥은 광고지를 보고 알게 된 용역업자였다.
이정일이나 메이슨에게 소개를 부탁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여러 명을 만나본 다음 오석홍을 선택했던 것이다.
오석홍과 헤어진 김한이 타워호텔의 객실로 돌아왔을 때는 오후 네시 반이었다.
저고리를 벗어던진 그는 옷장문을 열고 대형 트렁크를 꺼냈다 침대 위에 트렁크를 내려놓은 그는 창가로 다가가 커튼 사이로 밖을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차체가 한쪽으로 기울었으므로 오석홍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흘낏 위쪽을 바라본 그는 차에서 내렸다.
「이 런 제길 .」
저도 모르게 투덜거린 그는 발길로 타이어를 찼다. 타이어가 펑크나 있었던 것이다
「똥차는 할 수 없어 .」
다시 호텔 쪽으로 시선을 던진 그는 차의 트렁크를 열었다 스페어 타이어를 끼우려는 것이다.
바퀴를 빼고 새 타이어를 끼우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펑크가 난 모양이군.」
머리를 돌린 오석홍이 벌떡 일어섰다.
「아이구, 한사장넘 .」
「내가 한씨가 아니라는 것도 알아냈을 텐데 .」
김한이었다 한 걸음 다가선 김한이 정색을 했다.
「타이어 끼우고 방으로 올라갑시다. 」
「사장님 , 저는‥‥)
「날 뒤따라온 것을 알고 있어 .」
김한이 희미하게 웃었다
「이야기는 방에 들어가 합시다. 」
10분쯤 후에 그들은 방에서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앉았다.
오석홍은 이제 어깨를 딱 괴고는 시치미를 멘 얼굴이었다.
턱을 든 그가 입을 열었다.
「제가 따라왔다니 , 무슨 말입니까? 그 말씀 들으니까 기분이 쌕 좋지 않아요.」
자리에서 일어난 김한이 침대로 다가갔다
「이 호텔에 일이 있어서 온겁니다. 그리고사장님이 한씨가 아니 라면‥‥」
순간 말을 그친 오석홍이 숨을 멈췄다 침대 밑에서 김한이 총을 꺼내들었던 것이다.
망원렌즈가 달린 소총이었다. 더구나 앞쪽에 소음기까지 붙여져 있어서 위압적이었다.
「저격용 소총이야. 러시아제 SVD 드라구노프로 유효사정거리는 8백 미터 정도지 .」
총을 세워 든 김한이 다시 앞자리에 앉았다.
「발사음은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는 소리보다 작고 적외선 스코프로 야간 사격도 가능한 놈이야.」
「사장님 , 도대체‥‥」
이제 오석홍은 가는눈을 치켜뜨고 목을 움츠렸다.
단번에 기세를 제압당한 표정이 역력했다.
「저는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
「조금 전에는 네 이마를 겨냥했었다. 180미터였으니 그 거리에
서는 계란도 맞출 수가 있었지 . 그러다가 타이어를 쏜 거야.」
김한이 총구를 오석홍의 가슴에 겨뒀다. 총신이 길어서 총구가 그의 가슴에 닿았다
「날 미행한 이유를 대라.」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
오석홍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저 조금 이상해서 .」
「나에 대한 정보를 그쪽에다 넘기려는 계획 아니었나?.
「그, 그럴 리가요. 말도 안 됩니다. 」
「널 믿을 수가 없다. 」
총을 내린 김한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래서 오늘 밤까지는 너를 잡아둬야겠다. 」
오석홍의 시선이 탁자 옆에 세워놓은 소총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니 , 제가 왜‥‥」
그 순간자리를 차고 일어난 오석홍이 탁자를 엎으면서 달려들 었다
김한이 주춤 물러났지만 오석흥의 발길과 함께 주먹이 날아 왔다.
김한은 몸을 틀어 그의 발길을 막고서는 와락 그에게로 부딪쳐 갔다
다음순간 수도로 목이 찔린 오석흥이 입을쩍 벌리면서 허물어지듯 주저앉았다.
하얗게 변해졌던 얼굴이 금방 벌겋게 충혈되면서 벌린 입에서 침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두 손으로 목을 움켜 쥐고는 두 눈을 부릅뜬 채 그는 온몸을 비틀었다.
「죽지는 않아 하지만 30분쯤이 지나야 숨쉬기가 편해질 것이다. 」
다시 의자에 앉은 김한이 그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다음번에는 죽인다. 기억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
밤 11시 50분이 되었을 때 논현동의 대평빌딩 지하 5층 주차장에 숭용차 한 대가 들어섰다.
넓은 주차장에는 서너 대의 차량이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
승용차는 주차장을 한 바퀴 돌더니 출구를 향하고 멈춰섰다
「넌 여기서 기다려 .」
비상구의 문을 닫은 김한이 옆에 선 오석홍에게 말했다.
그들은 주차장의 비상구 안쪽에 서 있는 것이다.
가방을 든 그가 오석홍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10분이면 돌아온다. 돌아오면 널 보내줄 것이고. 10분을 못 참고 목숨을 내놓지는 않겠지?.
「도망치지 않습니다. 믿기지 않는다면 아예 묶어놓으시던가.」
머리를 끄덕인 김한이 비상문을 열었다.
그가 승용차로 다가가자 옆쪽의 창문이 조금 내려졌다.
열려진 창문으로 얼굴의 한쪽을 보인 것은 천광호였다.
그는 흔자였다. 김한이 운전석의 옆문을 열고 들어서자 천광호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차를 가지고 오시지 않았소?.
「택시로 왔습니다. 」
「하긴 그것이 안전할 때도 있지 . 혼자서 다닐 때는.」
김한이 들고 온 가죽가방을 그에게로 내밀었다.
「2백 봉지가 들었습니다. 」
「세어보지 않아도 되겠지요?.
가방의 지퍼를 열면서 그가 웃음 띤 얼굴로 물었다.
대충 안에든 물건을 뒤적거려 본 그가 뒷좌석으로 손을 뻗치더니 검정색 알루미늄 가방을 들었다.
「1억2천이오, 확인해 보겠소?.
「나도 믿기로 하지요.」
김한은 그렇게 말 하면서도 가방의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7,8개의 수표뭉치가 들어 있었다. 머리를 끄덕인 김한이 가방을 닫았다.
그 사이에 천광호는 비닐봉지 하나를 열고 헤로인 분말을 꺼내 맛을 보는 중이었다.
「그럼 , 다음에 .」
김한이 문을 열자 천광호가 한 손을 들어보였다.
「로스토프한테 안부 전해주시오, 이반.」
차의 문을 닫자마자 승용차는 요란한 마찰음을 내며 출구로 달려나갔다.
김한이 비상문을 열고 들어서자 오석홍은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일 끝났습니까?.
머리를 든 그는 천연스런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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