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폭탄, 수요공백에 가격 반토막 난 신도시, 믿을 건 김팔선?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입력 2022. 10. 23. 08:11수정 2022. 10. 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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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봉 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검단신도시, 1만1200가구 입주폭탄에 수요공백
국평 전세 1억대로 폭락, 4억원대 급매물 속출
주변 신도시 등 17만가구, 교통 보완대책 시급
윤 대통령 김팔선 공약, 5호선 연장 여부가 회복 결정할 듯
검단신도시의 30평대 새 아파트 매매가가 4억원대, 전세가가 1억원대까지 급락했다. 지난해 집값이 급등했던 검단신도시는 올해 한꺼번에 아파트가 완공되는 이른바 ‘입주 폭탄’이 터지면서 ‘수요 공백’이 발생,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시에 급락하고 있다. 검단 신도시는 올해만 12개 단지 1만1200가구가 입주한다. 검단신도시가 속해 있는 인천 서구의 올해 입주물량이 1만8500가구에 달한다.
◇입주폭탄이 초래한 수요공백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6월 준공된 검단신도시 신안인스빌 어반퍼스트 전용 84㎡는 한때 3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2억~2억5000만원에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2년 전 검단신도시 일대 전세가격은 3억5000만원~4억원 선이었다. 저층부는 1억8000만원에도 전세 매물이 나와있다. 작년 8억원까지 치솟았던 매매는 4억원 전후의 급매물도 나온다. 현지 중개업자는 “미분양 물건을 투자용으로 사들였던 다주택자들이 잔금 마련을 위해 한꺼번에 급매물로 내놓고 있다”면서 “매매는 물론 전세도 수요 공백이 발생, 가격이 계속 떨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달 입주를 시작한 ‘디에트르더힐’도 전용 84㎡ 가 1억8000만원에 전세매물이 나와 있다. 1400가구 대단지로 전용 84㎡의 매매가도 4억2000만원까지 하락했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입주아파트를 중심으로 과잉 매물에 의한 일시적 하락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작년에 입주한 호반써밋과 푸르지오더베뉴의 경우, 전용 84㎡ 의 매매 가격이 일부 하락하고 있지만, 집주인들은 8억원 전후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 입지와 아파트브랜드 파워도 뛰어나지만, 집주인들이 내놓는 매물 자체가 적어 급락현상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분석했다. 한 중개업자는 “입주 아파트의 급매물이 해소되는 내년에는 가격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감안하면 거의 원가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진 만큼 자금이 많지 않은 실수요자는 적극적으로 내집마련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 검단 신도시 일대 아파트 단지들.
◇신도시 난개발, 교통난 해결이 관건
현재 검단신도시는 입주 초기여서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교통도 열악한 상태이다. 7만5000가구의 대규모 신도시인 만큼 시간이 지나면 학교, 공원, 도서관, 쇼핑센터 등 편의시설이 완비될 전망이다. 신도시는 입주초기에 가격이 저렴하지만 편의시설과 교통여건 개선에 따라 매매가격이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천 1호선 연장선 공사가 2024년 하반기에 완공된다. 지하철 역사가 검단신도시에 3개 들어서고, 계양역을 통해 인천국제공항 철도를 이용하면 서울 출퇴근도 쉬워진다. 검단신도시내 아파트 가격도 역세권여부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고 있다. 인천 2호선 지하철 연장도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교통여건이 획기적으로 바뀌기는 어렵다. 검단 등 인천 서부와 김포는 대표적인 신도시 난개발지역으로, 근본적인 교통개선 대책이 필요하다. 검단신도시는 7만5000가구 규모로 향후 추가공급될 물량도 많다. 여기다가 주변에 인천 계양지구(1만7000가구)와 부천 대장지구(2만가구)도 개발중이다. 인근에는 한강신도시(5만6000가구)가 이미 입주해 있다.
2021년 5월 경기 김포와 인천 검단 지역 주민들이 서울 강남과 바로 연결되지 않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 노선 계획에 반발하며 촛불을 들고 집단 행동에 나섰다.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 제공
정부가 주택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임기응변식으로 신도시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집값이 하락하면 규모를 줄이고 집값이 폭등하면 규모를 늘리는 식이었다. 한강신도시는 당초 500만평에서 350만평으로, 검단신도시도 한때 규모가 축소됐다 다시 집값이 오르면서 입주가구수를 7만5000가구까지 늘렸다. 이러다보니 지하철 등 교통 여건이 다른 신도시에 비해 떨어진다.
◇김부선 vs 김팔선 논쟁, 5호선 연장 여부 관심
인천 검단신도시와 인접한 김포 한강신도시는 개발 구상이 나올 당시에는 서울 지하철 5호선을 연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기침체 여파로 신도시 규모가 축소되면서 경전철로 대체되면서 교통여건이 크게 악화됐다.
장기적으로는 GTX도 계획돼 있다. 정부는 2021년 김포 장기에서 출발, 검단신도시를 거쳐 부천까지 이어지는 서부권 광역급행철도 계획을 발표했다. 일부 전철은 GTX B 노선을 활용, 서울 여의도역을 거쳐 용산역까지 갈 수 있다. 주민들이 김부선(김포~부천)이라며 반발하자,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김포~인천(검단·계양)~부천(대장)~부천종합운동장~신림~사당~삼성~하남~남양주(팔당) 노선인 이른바 ‘김팔선’을 공약했다.
정부는 장기과제로 지하철 5호선의 연장선을 검토하고 있다. 검단신도시, 김포시 한강신도시와 개발중인 인천계양지구, 부천 대장지구을 포함하면 무려 17만 가구에 이른다. 주변 아파트 단지까지 포함하면 20만가구가 넘는다. 향후 지방선거는 물론 대선 결과도 좌우할 수 있는 규모이다. 현 정부는 물론 차기 정부도 교통계획을 무작정 미루기는 힘들 전망이다. 교통여건이 얼마나 신속하게 개선될 지가 검단신도시의 아파트 가격을 결정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