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 치료 '한방요법'으로 끝낸다
피부질환 치료에 도전하는 한의학
여드름 치료하러 한의원에 간다? 최근 피부미용을 전문으로 하는 한의원이 늘면서 피부질환 시장에 새로운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한약 재료를 이용한 팩과 화장품.필링은 물론 탕제와 침으로 무장한 한의원들이 양방 피부과에 도전장을 내고 있는 것이다. 한방의 강점은 '병이 아닌, 사람을 본다'는 것.
질병을인체 장기의 조화와 균형이 깨진 것으로 보고 각 장기의 기능 편차를 줄여나간다는 것이 한방치료의 개념이다. 여드름도 마찬가지다. 양방에서 여드름은 모낭에 생긴 염증이다. 고여 있는 피지에 세균이 번식해 곪는 것이 여드름이다. 그러나 한의학에서는 여드름을 피부 트러블이 아닌 오장육부의 불균형으로 해석한다. 특히 농포가 생기거나 재발이 잦은 난치성 여드름일수록 내부 장기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고 본다. 한방에서 설명하는 여드름의 원인과 치료.예방법을 알아본다.
◆ 피부는 건강의 창=여드름은 크게 4단계를 거친다. 1, 2단계는 얼굴에 좁쌀만한 면포가 생기는 시기. 면포란 피지와 각질세포.박테리아가 덩어리를 이루면서 모공을 막아 볼록하게 피부가 솟아오른 상태를 말한다. 이때 피지가 산소와 만나 산화되면 까만 피지가, 모공이 완전히 막혀 외부와 차단되면 하얀색 피지가 형성된다.
1, 2단계가 비염증성이라면 3단계부터는 세균이 번식해 고름이 잡히는 염증성이다. 농포가 생겨 벌겋게 솟아오르다 터지거나 농이 남아 있는 3단계를 거치면 흉터까지 가는 4단계로 이행된다.
한방전문가는 "여드름이 피부만의 문제에서 발생한다면 1, 2단계로 끝나지만 장기에 문제가 있을 경우엔 난치성인 3, 4단계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한방치료는 3단계 이후에 적극 개입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원인은 장부 따라 다양= 장부의 기능 부조화에 따라 여드름을 분류한다. 첫째는 비위습열형(脾胃濕熱型). 인스턴트 식품과 자극성 향신료의 섭취와 비례해 크게 늘고 있다. 달고 기름진 음식이 소화기계를 습열하게 만들어 여드름을 악화시킨다. 특징은 피부가 부풀어 오르면서 고름이 잡히며, 이마.뺨.가슴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둘째는 간기울결형(肝氣鬱結型). 스트레스를 받으면 간에 울혈이 생겨 기혈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고, 이런 기운이 위로 뻗어 피부 트러블을 일으킨다. 양쪽 뺨과 목 부위에 여드름이 생기며, 검붉은 피부 융기와 딱딱한 결절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여성은 생리 전에 더 심해진다.
셋째는 폐음부족형(肺陰不足型). 한방에선 폐가 피부를 다스린다고 설명한다. 폐의 기운이 떨어지면 피부에 영양과 수분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거칠어진다. 면역력이 떨어져 민감성 피부가 되고 이로 인해 얼굴 중앙.입.코 주위에 선홍색의 작은 피부 융기와 농포가 생긴다.
넷째는 여성에게 많은 충임부조형(衝任不調型)이다. 배란기의 호르몬 변화와 자궁벽에 쌓인 어혈성 독소가 배출되기 전(생리 전) 여드름이 심해진다. 눈썹 사이.입술 주위.턱 주변에 호발하고, 피부 융기와 결절, 낭종이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생리 전 심해지며 생리통과 생리불순을 동반한다.
체질별 분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양인은 상열(上熱)이 많고, 또 태음인은 간기(肝氣)에 어혈이 쌓인다는 점에서 간기울결형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소음인은 소화기에 울체된 기운이 많다는 점에서 비위습열형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특히 소음인은 피지가 생기지 않는 건조하고 자극에 약한 피부를 가졌기 때문에 치료 반응도 가장 늦다고 그는 덧붙였다.
◆ 난치 여드름은 내치가 중요=한방 여드름 치료는 외치(外治)와 내치(內治)로 나뉜다. 외치가 피부관리 개념의 한방 에스테틱이라면 내치는 장부의 불균형을 맞춰주는 것이다. 예컨대 소양인의 경우 열을 발산하는 형개.방풍 등과 열을 밑으로 내려주는 숙지황.독할을 주재료로 쓴다면 소음인엔 소화기능을 돋우는 인삼.황기 등을 처방하는 식이다.
피부 염증을 치료하는 데도 한방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민종 원장과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김성훈 교수팀이 지난 7월 국제면역화학요법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한방 재료인 백영과 비해가 항염증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 항생제로도 잘 듣지 않는 만성염증성 여드름 치료는 물론 항암효과의 가능성도 제시했다.
김 원장은 "염증 치료와 함께 장 독소를 배출하고, 피부의 각질세포와 콜라겐 재생을 촉진하는 방풍.황기.황정.상백피 등을 함께 처방하면 재발성.화농성 여드름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손쉬운 한방 피부관리
■ 여드름에 좋은 율무죽(매일 한차례), 과일 채소즙(당근.미나리.양파)을 먹는다
■ 적작약.고삼.황련.사상자 등의 약재로 한방 팩을 만들어 사용한다
■ 한방 팩은 입자가 크므로 되도록 문지르지 않는다
■ 녹차나 박하를 이용해 얼굴을 씻는다
■ 장미.감국.솔잎 목욕을 한다
■ 오미자 차.연근 차.은행잎 차를 마신다
■ 화장품은 원칙적으로 수용성을 사용한다
■ 피부에 영양을 공급하기보다 진정.예방이 필요하다
■ 사우나.찜질방은 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