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리더의 조건, 남보다 한 발 앞서는 발 빠른 감각, 좋은 것을 알아채는 세련된 감식력을 가질 것. 영화, 음악, 라이프스타일, 디지털, 아트, 푸드…. 각 방면의 트렌드 리더가 2006년 트렌드를 예측했다. 2006년을 움직일 키워드 70 |
【이야기 혹은 이미지】
1 이야기와 이미지 앞으로 한국 영화는 두 가지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이명세 감독의 <형사>나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같은 작품에서 엿보이는 영상 미학에 대한 집착이 한국 영화의 한 축을 이룰 것이다. 동시에 한국 영화의 강점인 신선한 소재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둥으로 한 상업 영화가 또 다른 전개 방향이 될 것이다. 이미지에 대한 천착은 한국 영화의 제작 환경이 개선되면서 촬영 수준이 올라간 덕도 있고, 영화 감독이 소재주의를 피해 영화의 본질로 빠져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중을 움직이기 쉬운 소재주의는 여전히 한국 영화를 지배할 수밖에 없고, 결국 이야기와 이미지라는 두 가지 큰 흐름이 본격화될 것이다.
2 황정민, 정재영, 조승우 송강호, 최민식, 설경구라고 했는가? 이젠 황정민, 정재영, 조승우다. 황정민은 대기만성형 배우였다. <너는 내 운명>으로 흥행성과 연기력, 문무를 겸비한 명명백백한 톱배우로 인정받을 때까지 늘 주변을 맴돌았다. <천군>과 <달콤한 인생>의 조연이 그가 상업 영화에서 얻을 수 있는 배역이었다. 그래서 황정민은 2005년 MBC 대한민국 영화 대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후보로 동시에 올랐다. 그의 연기력만 놓고 보자면 두 상 모두를 가져가도 될 법하다. 정재영도 마찬가지다. <웰컴 투 동막골>은 벌써 8백만 명을 모았다. <아는 여자> 때부터, 알아봤다. 조승우는 잘생기기까지 했다. 게다가 젊다. <말아톤>에서 이미 스스로를 증명했다. 한동안 한국 영화는 송강호, 최민식, 설경구가 선택하는 영화들로 한 해를 준비했다. 하지만 2006년에는 황정민, 정재영, 조승우의 영화로도 한 해가 짧을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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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봉준호 = 괴물? <괴물>은 괴물이 될 것이다. 2006년 7월 개봉할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제작비 1백10억원을 들인 블록버스터지만, 전혀 블록버스터답지 않은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한강변에서 구멍가게를 하는 일가족이 등장하고 그들의 어린 딸이 괴물에게 납치된다. 아무도 괴물의 존재를 믿어주지 않는다. 별 볼일 없던 일가족은 ‘반지원정대’처럼 활과 창을 들고 괴물을 잡으러 나선다. 변희봉과 송강호, 박해일과 배두나가 바로 ‘괴물원정대’다.
4 한반도가 들썩인다 1999년 <쉬리> 이후 지난 7년 동안 한반도는 한국 영화 흥행의 원천이었다. 2005년도 다르지 않았다. <웰컴 투 동막골>은 한국전쟁을 판타지에 녹여냈다. <간 큰 가족>은 이산가족 문제를 코미디에 버무렸다. 곽경택 감독의 <태풍>은 핵무기를 놓고 한국과 러시아, 일본과 중국을 종횡무진한다. 딱 요즘 한반도 얘기다. 2006년에도 그 흐름은 이어진다. 강우석 감독이 준비하는 영화 <한반도>는 아예 대한민국 대통령과 주변국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요즘 한창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북핵 6자 회담이 영화의 소재가 된다. 6자 회담, 정말 영화 찍고 있는 거 맞았다.
5 반복과 변주도 여전히! 그동안은 늘 모든 게 새로웠지만 이젠 늘 익숙한 것투성이일 것이다. 겨울엔 한국 블록버스터가 판을 치고, 봄엔 수준작이 몰려나오고, 여름에 할리우드가 블록버스터로 난리를 치면 한국 영화는 공포 영화로 맞불을 놓는다. 가을은 멜로의 계절이고, 그러면 다시 겨울이다. 이런 흥행 패턴뿐만이 아니다. 1천만 관객도 모았다. 더 이상 이룰 것도 없다. 흥행할 소재도 대충 다 안다. 결국 한국영화도 이제 반복과 변주의 시기에 들어섰다는 얘기다. 매너리즘의 조짐도 보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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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음악 전성시대】
1 밴드의 전쟁 2006년에는 참으로 오랜만에 밴드들의 전쟁이 벌어질 예정이다. 우선 포문을 여는 팀은 델리 스파이스가 될 전망이다. 내년 초 예정으로 6집을 작업하고 있는 그들은 “이제 ‘달려라 자전거’같은 노래는 못 쓰겠어. 민망해”라는 윤준호의 고백에서 알 수 있듯 아마 ‘어른의 음악’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델리 스파이스의 최대 라이벌인 언니네 이발관도 내년 초 5집을 낸다. 1994년 전 세계 음악계를 후끈 달군 오아시스와 블러의 ‘남북전쟁’ 한국판을 기대해봐도 좋겠다. 올해 초 열린 제2회 한국 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모던 록'과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마이 앤트 매리도 내년 중 4집을 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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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80년대여 다시 오라 90년대 들어 일렉트로니카 뮤지션으로 변신한 마돈나는 그녀의 새 앨범을 80년대 스타일의 댄스 뮤직으로 채웠다. 이제 80년대 차례다. 록계에서는 이미 80년대 뉴웨이브를 도입한 밴드가 활개치고 있다. 어릴 때 좋아했지만 지금은 못 사는 음반, 초호화 패키지로 내년에 만날 수 있겠다.
3 어반 뮤직의 지속적 강세 레게가 하나의 가능성이라면 힙합과 R&B 등 어번 뮤직의 한판 굳히기는 확신에 가깝다. 지난달 싱글 《무투》를 발매한 가리온의 2집이 벌써부터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언더그라운드 힙합 팬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애호가 사이에서 소문난 재야의 고수가 2006년 대거 정식 데뷔할 전망이다. 지금까지의 어번 뮤직이 ‘비트에의 탐구’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곡 전체를 생각하는 분위기가 심심치 않게 감지된다.
4 라운지는 가고 레게가 온다 최근 트렌드세터 사이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라운지는 다소 주춤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불어닥친 라운지 열풍에서 정상을 차지한 클래지콰이의 뒤를 이을 만한 인재가 없기 때문이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두 번째 앨범이 아마 마지막 버스가 될 전망이다. 라운지의 뒤를 이어 트렌드를 주도할 음악으로는 레게가 아닐까 한다. 만약 이번에 레게가 다시 밀려온다면 90년대 중반의 레게 붐과는 좀 다른 형태가 될 듯하다. 흑인 음악이 주도권을 꽉 틀어쥔 현재의 판세에서보다 ‘흑인다운’ 정통 레게가 각광받을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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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가 일상으로 침투한다】
1 사진 예술이 뜬다 지난해에는 앙리 카르티에나 마이클 케나 등 거장의 사진전이 많이 열렸다. 디카의 보급으로, 사진은 미술이 아닌 자신과 조금 더 친숙한 장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팝아트 작가도, 설치 작가도 사진 찍는 것은 기본. 일러스트와 사진을 조합한다든지, 설치 작가도 사진을 이용해서 전시하는 추세고, 사진에 페인팅을 하거나. 자신의 포토북을 상품화하거나, 작가 스스로 자신의 배경과 상관 없이 사진을 자기 식대로 이용하고 해석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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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커머셜과 아티스트의 만남 에르메스가 전위적인 아티스트 그룹 ‘플라잉 시티’로 하여금 통해 디스플레이를 하게 하고, 쌈지가 낸시 랭 라인을 론칭한 것처럼, 커머셜 브랜드와 아티스트의 만남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러한 경향은 대중의 취향은 점점 고급스러워지지만, 럭셔리 취향에 한계가 생기면서 브랜드 자체가 가지고 있는 디자인 코드가 아닌, 전혀 다른 방식의 디자인 코드를 이야기해줄 수 있는 창구를 아티스트의 캐릭터를 이용하여 활용하는 것이다. 일러스트나 페인팅을 티셔츠에 프린트하는 형태가 아니라, 조르디 라반디처럼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가 하나의 상품이 될 것이다.
3 아트 & 라이프 신세계백화점 공사장의 외벽에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걸린다든지, 다카후미 하라가 현대백화점 디스플레이를 한다든지, 이렇게 아트와 건축의 만남은 계속될 전망. 백화점 디스플레이, 모델하우스 디스플레이, 건물 안팎에 미술품이 전시되는 등 미술 작품을 이젠 갤러리가 아닌, 거리 곳곳에서 보는 일이 많아졌다. 청계천 시대가 열리면서 도심 미술이 더욱 활성화되어 생활 속에 미술이 자연스럽게 침투할 전망이다.
4 아티스트의 다각적 채널화 일반인이 온라인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한 그림이나 사진 등을 미니홈피를 통해 공유하면서 아트에 대한 벽이 낮아졌다. 에곤 슐레나 크림트 같은 작가의 그림을 올려놓는 것이 자신의 쿨함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 일반인뿐 아니라, 아티스트도 과거에 갤러리를 통해 대중과 만났다면 점차 자신의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페인팅과 미디어의 만남, 일러스트와 사진의 만남 등 한 가지 장르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장르의 크로스 오버는 물론,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통로가 다각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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