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산 가을 단풍 산행,

[광수짱]

조계산은 그러했다.

딸 시집 보내는 친구의 색동 저고리 같았다.

길이 편안하였다.

들숨 날숨에 목 안은 찢어질 것 같았지만 늘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걷기도 벅찬데 생탁 두통을 지고와 정자에서 술판을 벌린다.

입가에 묻은 막걸리를 쓰-윽 딱고나니 호도를 꺼내 안주로 입에 물려준다.

오르는 돌박길이 정겹고 무료하지 않다.

어쩌다 유난히 붉은 단풍을 보노라면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그 참 예쁘기도 하지,,,

사시사철 푸른 편백이 국군의 날 도열병 처럼 오와 열을 맞춰 가지런히 서 있다.

입은 옷은 대수롭지 않은데 쭉 뻗은 가지는 하늘의 높이를 거부한 듯 치닫는 기세가 힘차다.

트레킹 코스라 둘레길 정도로 여겼는데 예사 오름이 아니다.

한숨을 들이키고 욕심과 들뜸을 거두고 차분히 발길을 내딪는다.

몸이 달아오르고 땀이 흐르드니 숨결이 한층 안정을 되 찾았다. 주위를 둘러 볼 여유가 생겼다.

하늘에 구름이 드리워져 있지만, 가을 산은 붉은 물감을 뿌려 놓은 듯, 더러는 짙게, 더러는 옅게, 노랗게, 푸르게, 희게,

형형색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짙은 색깔은 여름에 진한 사랑을 나눈 처녀 입술 같이 매혹적이다.

옅은 색깔은 여름에 한눈 팔고 빚덤이에 오른 빚쟁이 해진 삼베적삼 같이 허름하다.

노란색은 낮에 불장난하다 밤에 이부자리에 오줌을 싸 누렇게 지도를 그린듯 하다.

푸른 색은 청포에 머리감고 님을 기다리는 여인 같다.

흰색을 보니 손자에게 먹이려고 할머니 손에 든 숱가락의 쌀 미음같이 평온하다.

가을 산 색깔 하나 하나는 우리 일상의 색깔들이다.

회색 도시에서는 쉽게 만나기 힘든 조계산 만의 고운 색깔들이다.

큰 굴목재는 표고가 740여 미터다.

부산 근교 여느 산보다 높다. 오랜만에 참석하여 힘든 기색을 보이는 친구도 있었지만,

큰 굴목재에 먼저 와  웃음을 지며 앉아있는 모습이 고맙다.

점심시간이다.

베낭에서 꺼낸 밥과 찬이 풍성하다. 밤 잠 설쳐가며 정성 담아 내 놓은 먹거리가 진수성찬이다.

말벌주 한잔과 갖가지 반찬에 그간의 피로가 한방에 사라진다.

마눌이 챙겨준 반찬에 친구들의 젓가락이 자주오니 고맙다.

한 자리에서 식사를  나눈다는 것은 허물을 덮고 앙금을 풀어내고 결속을 다지고 마음을 연결하는 매개체다.

부른 배에 술 기운까지 가세하니 산빛 또한 정답다.

앞선 여친의 뒷태가 그리 이쁘 보일수가 없고 송광굴목재를 넘어니 조릿대가 양쪽으로 끝없이 이어져 죽청엽과 단풍이

멋진 하모니를 연출한다.

마주오는 다른 일행들도 하나같이 얼굴이 환하다.

산행이나 여행은 삶에 경도되어가는 자신을 부더럽게 유연하게 흙을 갈아 엎어 흙에도 숨을 쉬게하는 쟁기질과도  같다.

땅이 굳어지면 그 만큼 쟁기질이 힘들다. 묵은 밭에 심은 작물들은 소출이 적을뿐 아니라 상품가치도 떨어진다.

삶에 매달려 한쪽만 바라보고 추구하면 여타의 숨구멍을 차단되어 질식하거나 효율이 떨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끈끈한 유대로 동앗줄 같은 끈을 만들고 이어가고 있다.

두리 산악회는 이익에 부합하고 이익을 쫒아가는 사회 일반적인 산악회와는 차원이 다르지만

여기서도 하나의 기본은 있다. 총 동기회나 지역 동기회의 고유의 영역이나 본질의 가치가 있을수 있지만

그간의 두리 산악회가 이뤄낸 성과와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아니할수 없다.

송광사는 승보종찰답게 사찰의 규모가 웅장하다.

돌담에 기어올라 말라 비뜰어진 담쟁이와 말라있는 이끼가 송광사의 역사를 대변해 준다.

관음전에서 계수관음대비주하고 불일암에 올라본다.

법정 스님이 70년대 송광사 둿편에 불일암을 지어 홀로 20년을 사셨다고 하니 스님의 손길과 숨결이 베여 있을 것 같아

오늘은 스님이 아니라 산문 작가로써 그분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고싶다.

송광사에서 불일암을 가는 길은 한적하다. 다니는 사람의 수도 적지만 지금까지의 길과 달리 이길은 시적인 운율이 있는것 같다.

화려한 단풍은 없지만 고즈넉한 분위기는 나만 아닌 다른 친구들도 느꼈다고 한다.

서릿대와 장대숲을 들어서니 관세음 보살의 찬탄가인 신묘장구대다라니가 저절로 입밖으로 터져 나온다.

주위 풍광이 주는 묘한 압도감과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사상에  나는 감응되고 전도 말았다.

송광사가 주는 의미보다는 불일암으로 가는 오솔길에서 나는 더 큰 감명을 받았다.

그분은 하나의 사건을 실천하고 보여주었다.

글이나 말로써가 아니라 우리들이 부처님의 불법인 무소유를 대원각이란 큰 요정을 길상사란 큰 가람으로 발바꿈 시킨 실천자다.

글이나 말로써는 무엇을 못하랴마는 행동하고 실천하기란 말처럼 쉬운것이 아니다.

불법의 실천적 삶을 산다는 것은 생사를 뛰어 넘어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다. 

본인 아닌 다른 사람이 무소유를 깨닫고 실천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것은 더 더욱이나 어려운 것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결과물이나 확정물을 도출 해내야 하는  과제가 있기 때문에 그 결과를 보여주지 않고서는

무소유를 운위한다는 것은 한낱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않기 때문에 실천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다른 스님들과는 차별이 있고 설득력이 있다.

그래서 불자가 아닌 사람들도 그 분을 이 시대의 큰 어른이라 추앙하고 있다고 본다.

불일암은 하나를 보고도 열을 다 본것과 같은 깊은 감명을 받고 내려와 마음 내기를 잘 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저녁 식사를 맛있게 먹고 달리는 나이토에 몸도 흔들며 친구들과 유익한 하루를 보내며 무사히 집으로 돌아 왔다.

우리들은 차려준 밥상을 받아 먹고 떠들고 즐겁게 하루를 보내기만 하면 되지만

집행부는 산행지 현지답사부터 일정짜기 우리들의 먹거리까지 하나 빠뜨림 없이 챙겨주는 헌신적 동기회 사랑에

우린 감사하지 않으면 안된다.

집행부가 바라는것이 있다면 산행하는 달에 다른 행사나 모임이 있어면 사전에 조율하고 협의해서 한사람이라도

더 동참할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데 서로 관심과 협조 말고는 다른 바람은 없을듯 하다.

회원이 관심과 협조를 하지 않는 산악회,  리더의 지시에 중구난방하여 리더의 지위를 약화시켜 자중지란하는 산악회,

이런 두리 산악회가 되지 않기 위해서 2011년에는 우리 두리 산악회가 분발하여 한단계 더 도약하는 두리 산악회가 되길

바라면서 어제 함께한 동기들과 깅정대 회장님, 공상규 대장님, 권미선 총무님, 손영희 부회장님의 노고에 심심한 감사를 드리며

동기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공상규]

휴가를 얻어 산행에 참석한 광수짱 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법정 스님을 친견하였으니 머지 않아 성불하시리라 믿으며....

[광수짱]

산 위에서나, 아래서나 항상 고맙게 여깁니다. 올 한해도 수고 많았습니다. 덕분에 많은 친구들이 건강하고 행복했습니다. 내년에도 변함없는 사랑을 바랍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조현제]

조씨 문중의 산을 주인 허락도 없이 올라간넘들 과징금을 준비 해야 될걸 ..글 색깔도 좋고 글 내음도 구수 하구나. 잘 보고 갑니다.

[배삿갓]

댓글도 구수합니다 그려!

[바람꽃]

ㅋㅋ 조계산이 조씨 문중 산인줄 예전에 미쳐 몰랐네요~~~

[광수짱]

ㅋㅋ, 봉이 김선달은 들어도 탱이 조선달은 들어보지 못했는데, 조씨 가문에 왠 허풍,ㅋㅋ 친구들 일이 훨 훨 잘 풀려서면 한다. 항상 옆에 있어 마음 든든하다. 마무리 잘하고 내년에도 아낌없는 사랑 바란다. 고맙다.

[숲용성]

친구들과 꼭 같이 한번 가보고 싶은 산이 었는데 한께 하지 못해 미안하네요. 광수짱님의 글체속에 다시한번 가을의 풍치를 만끽하고 갑니다

[광수짱]

따로 시간을 내서 한번 다녀 오십시오, 선암사- 송광사- 불일암 코스가 다른 여느 산과는 달리 운치가 묻어나는 산행이 되리라 믿습니다. 늘 건강 행복하길,,,

[키티]

가을 단풍을 가지고 은유법으로 여러가지 표현해 놓은 글 재주가 참 재미있고... 법정 스님께 합장하고 갑니다...

[광수짱]

이쁘게 봐주어 고맙습니다. 그 분은 가고 아니 게시지만, 그 분의 무소유 법향은 은은하게 우리들 가슴을 적시고 있죠, 참 멋있는 분 이었죠, 행복하십시오,,,

[바람꽃]

산행을 함께 하지 못했지만 광수짱님의 글로써 만홍산천 조계산 등반을 함께 한 듯 하였습니다~~감사합니다~~~

[광수짱]

바쁜일이 있었나보죠? 함께하지 못해 서운 하드이다. 내년 첫 산행을 봄 매화 축제 산행을 간다 하드이다. 그 때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로즈마리]

광수님의 협조가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답니다.다 내려와서 짱님 드릴거라고 힘든줄도 모르고 단숨에 뛰어가서 책 사온 제를 아시는지요~~~ㅎㅎ

[광수짱]

아다 마다요, 그 고마움 깊히 간직하겠습니다. 내년에도 친구 여러분과 명산 준령들을 하나 하나 즐감하기를 바라 봅니다. 집행부 여러분 올 한해 수고 많았습니다.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