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알상'으로 미방~ㅋ
그리스인 조르바 독서록.
1. 상해로 떠나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고~~ 그 과정에서 남편과의 불화가 가장 심했던 2013년....
마지막 육아휴직이 끝나갈즈음 같은 시기에 아이를 낳고 함께 봉인되어있던 나의 베프와 애엄마 이후 처음으로 가족으로부터 해방되어 상해 여행을 다녀왔었다.
서로 애엄마로서의 모습만 보다가 상해에서의 자유를 만끽하며 패키지여행에서 만난 멤버들과 어울리며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되었고 함께 각자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었다. 나는 본연의 나를 되찾는 자유부인으로 발걸음~ 베프는 더 나아가서 꼴보기싫은 남편과의 일상을 정리해버리기로.. 이혼결정..
2. 멤버
가장 저렴한 패키지를 선택해서 갔는데 거기서 만난 멤버들이 각양각색이었지만 서로 뜻밖에 뜻이 잘맞아서 여행이 더욱 재밌었다.
평생을 여기저기 떠돌며 도를 닦고있다는 40대 도인부부~~갓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하고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왔다는 꽃미남총각 모자~~~이태원 클럽을 좋아한다는 30대 초반 자매~~~ 애키우다 처음으로 고삐풀린 망아지가 되어 신나있는 친구와 나~~~ 그리고 말로 사람을 웃겨서 정신나가게 만드는 가이드총각.
같이 다니다보니 이상하게 짝짝꿍이 잘맞아서 새벽부터 밤 늦은 시각까지 관광일정을 마치고도 야심한 밤까지 같이 여기저기 싸돌아다녔다ㅋㅋ
특히~ 밤에 신천지를 가기위해 외진 숙소에서 나와 택시를 타려는데 택시가 없어 남자들은 뒤에 숨어있고 여자들이 다리 내노코 히치하이킹해서 마티즈같은 작은 차를 잡아~ 꽃미남총각 엄마가 문화센터에서 갈고닦은 중국어실력으로 가격흥정을 해서 신천지까지 8명이 낑겨타고가서 한꺼번에 내리는데.. 그 작은 차에서 사람 8명이 계속 내리니 주변 모든 사람들이 신기하다는듯 수근거리며 쳐다보던 일은 아직도 잊을수없다ㅋㅋ 그때 관람했던 중국식 서커스 항아리쇼(작은 항아리에서 계속계속 사람이 나오는)를 방불케하는ㅋㅋㅋ
마지막날~ 가이드가 이런 케미 처음이라고 자비로 우리에게 술을 사주고~ 뱅기시간이 다가와서 남은 술을 병째 들고 공항까지 챙겨와서 출국전에 서서 나눠마시며 깔깔거리던 추억까지~^^ 인생 최고의 여행~ㅋ
3. 조르바를 만나다.
그중 도인부부는 내가 살면서 만난 사람들중 가장 기이한 분들이었는데.. 다시 환생하지않기위해 지금 생을 살고있다며 온 세상을 떠돌아다니고 전생을 둘이 동시에 같이 보아서 부부가 되었다는.. 근데 실제로 그 부부의 영적 능력탓인지 진짜 신기한 경험을 몇번 하고 그게 진짜일수도 있겠다싶었던ㅋㅋ
그 시절 내가 남편때문에 힘들어하던걸 그분들이 한국에 돌아와서도 울동네 찾아와서 많이 들어주고 조언해줬다. 남편 욕을 들어주기보다는.. 구속받지않고 자유로운 각자의 삶을 살 권리에대해 내게 설명해주는 과정에서 오쇼라즈니쉬의 여러 저서들과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그리스인조르바'도 내게 읽으라고 권해줬었다.
결혼하면 엄마, 아내로서의 삶만을 충실히 살아야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있었고, 내가 원하는 남편 역할을 남편이 하지 않는 서운함에 꽂혀있던 시기에 이 책은 내게 깊은 영감을 줬다.
아재도 자유롭게 아재의 삶을 즐길 권리가 있고, 나도 내 삶을 즐길 권리가 있구나.....난 내 삶의 주인이니 내 스스로 즐거움을 찾아야지.... 산에서 자연과 교감하고~ 독서와 운동으로 스스로를 가꾸고~ 나자신과의 대화인 일기를 쓰고~ 카페에 가입해서 글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새로운 관계를 쌓아가고 외출을 슬금슬금 시작하고 지금의 벙순이까지...ㅋㅋㅋ 등등..
4. 내가 읽은 그리스인조르바
책중 화자는 크레타섬으로 떠나는길에 60대 할배 조르바를 만난다.
조르바는 할배나이에도 현재 지금 기분에 단순무식할정도로 집중하는 자유로운 인간형인데.. 책을 읽다보면 그 천진난만한 자유가 단순무식함에서 나온게 아니라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인간애 가득한 해석으로 소화시켜 얻게된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라는점이 이 할배의 진짜 매력포인트인것같다.
대책없는 여성편력자 바람둥이, 특히 과부(남자 맛을 알지만 현재 남자 결핍상태여서 아무남자인 조르바를 반겨줄것이란 기대감때문인가..ㅎ ) 성애자이며~ 어디를 가더라도 그동네 과부랑 같이 잘것이기에 숙소에 대한 걱정도 전혀 없고~ 여자랑 떡을칠수있는데 여자를 외롭게 내버려두는 일은 아주 비인도적이어서 신이 천벌을 내릴 일이라 믿으며~ 인간의 본성에 위배되는 금욕사상에 대해 아주 저주를 퍼붓는~~ 심지어 성모마리아님도 과부여서 하나님이 마리아를 찾아갔으며 예수님이 태어난것이라 떠들어대는 망난이ㅡ.ㅡㅋㅋㅋ 여자를 지갑에 환장하고 의존적인 존재여서 인간이면 누구나 원해야하는 자유를 갈망하지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호옹이님식 여성관ㅋㅋ) 본인은 여자에 대한 갈망이 끊임이없는.. (그래서 이 책을 여성들이 불편해하기도한다고 문학방장님께서 말씀하신듯~^^)
하지만 여자를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지않고 수컷으로서 여자에게 빠져드는 순간 정말 그 여자를 순수하게 원하는 모습... 예전에 친정오빠가 자긴 오직 이쁜 여자만 좋아하는게~ 자기처럼 오로지 이쁜것만 따지는 남자들이 오히려 진짜 순수한거라고 얘기하던 기억이 난다ㅋㅋㅋ
여튼.. 불교이념에 꽂혀있고 도덕적인 테두리를 벗어나기 낯설어하는 지식인인 화자가 처음에는 조르바식 자유를 신기해하고 낯설어하고 때로는 거부감을 느끼다가~ 나중에는 인간으로 느끼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근심걱정회한없이 매 현 순간에 집중하고 세상을 궁금해하고 사랑하는 조르바식 사상에 본인도 닮고싶을정도로 매료된것같다.
원하는 마음을 해결하기위해 무엇이든 감수해버리는 조르바식 독특한 자유의지와(도예를 잘하고싶은데 거추장스럽게 방해되는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미친 고통을 감내한 이야기~ 악기 하나를 잘 연주해보고싶어 갖고있는 돈을 탈탈 털어 원하는 악기 사는데 다 써버리고 공짜로 갈챠주는 스승을 찾아가 배운 이야기~ 버찌를 너무 먹고싶은걸 돈을 훔쳐 토할정도로 버찌를 사먹고 그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이야기 등등 원하는걸 무조건 해버리고 마음으로부터 자유를 얻어버리는 조르바식 홍수요법들)
국가나 종교 등 도덕적 당위성을 내세워 개인의 인간다움을 억압하는 이념의 폭력성(한 국가의 군인으로서 마땅히 적을 죽였는데 다음날 죽은 사람의 어린 새끼들이 아빠를 붙잡고 우는 모습을 보고 그 새끼들에게 돈을 탈탈 털어줘버리고 떠난 이야기, 젊은 과부가 잘못한거 없이 살해된 이야기, 수도원 살해이야기)을 거부하고 그에 맞서는 이야기~~
결국 같이 하던 광산산업도 허망하게 쫄딱 망하고 사랑스러운 과부들과도 다 사별하고 친구 조르바와도 각자 갈 길로 찢어져 서신으로 소식을 전하다 조르바의 임종소식까지.. 결국은 모든게 이별투성이지만 그 만남 경험을 통해 글속의 화자는 인생을 더 인생답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된것같다.
몬가..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들을 하게되며 독서록에 담아내고싶었던 내용이 더 많았지만.. 글이 과하게 길어질듯하여 요까지 씁니다ㅡ.ㅡㅋㅋ
첫댓글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사는게 다 같겠죠 ...
다 다름속에 비슷한 면들도 많겠죠~^^
@알로그 저는 이상하게 불교철학에 공감이 많이 가더라구요
오늘 낮에도 교회 다녀왔는디 ㅎㅎ
@바스카란 저는 범신론자입니다ㅋㅋㅋ
어쩜 이리 잘 요악해서 썼대요~~
두번째 읽은거라서 그런것같습니다ㅋㅋㅋ
사람의 생각 신념 행동에 영향을 주는
이념이나 사상을 이데올로기라고 합니다
세상에 완전한 이데올로기는 없겠습니다
완전한 사람도 완전한 이념도 완전한 종교도
완전한 제도도 완전한 관습도 없겠습니다
국가 종교 사상 가족 성 윤리..
모두가 완전한 것도 없고 정답도 없다고
조르바는 가르쳐 주고 있은 것 같습니다
조르바는 말하는 것 같습니다
누가 종교인이고 국가라는 것인가
누가 가족이라는 것인가
누가 순결하다는 것인가
누가 바람둥이라는 것인가
누가 전쟁을 성전이라고 하는가
누가 순수하다고 하는가
누가 도덕적이라고 하는가
누가 숭고하고 깨끗하다고 하는가
모든 것은 이데올로기에 빠진 허상일뿐이다~
글쵸~^^ 자유를 속박하는 아무것도 걸치지않고ㅋㅋ 근데 막판에 조르바는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생을 마감합니다^^ 할배 다되고 추워서 더이상 돌아다닐수가 없을때서야 가정을 꾸림ㅋㅋㅋ 진짜 그때그때 생각나는대로 지멋대로ㅋㅋㅋ 다만 좋은 마음을 많이 품고 남의 자유도 존중하는 마음으로.. 존재에 대해선 책임지되 부재에대해선 책임지지않는채로 자유롭게~~ㅋㅋ
@알로그 아.. 하나 빼먹었네요
누가 자유롭다고 하는가ㅋ
자유도 존중하는 마음으로..
정말 지대로 횡금율 같은 말씀이시네요
자유란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을 때 주어지는 것이고
존증할 때 얻을수 있는 것 같습니다
존중은 자유의 어머니 같다는 깨달음을 주시네요~^^
@하이든 ^^관점에 따라서는 다소 불편한 표현도 많지만 인간의 삶과 관계에 대해 깊이 성찰할거리를 던져주는 명작인것같아용ㅋㅋㅋㅋ
@알로그 작가도 이야기하는 화자도
조르바도 남자이고
시대배경도 남성증심 이라서
여성분들에게 불쾌한 부분이 있겠네요
남자인 저도 사실 불쾌합니다
작가가 과연 여성독자를 염두해
두었을까 의문이 생기더라구요
남성위주와 시대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작품이라고 저는 감히 생각합니다^^
@하이든 그르긴하죵^^ 옛날 유럽인들의경우엔 실제로 여성이 하등하다는 생각에 남성끼리의 동성애도 많았대요~ㅋ 여성 참정권도 19세기 이후나.. 19세기를 살았던 작가의 자유가 주제인 소설에서 여성에 대한 깍듯한 표현을 원하는것 자체가 억지긴해요ㅋㅋㅋㅋ
조르바~^^ 스토리보다 문장하나하나에 푹 빠져들고싶게 합니다. 특히 보스와 조르바가 크레타 섬의 해변이나 찬란한 지중해의 햇살, 그리고 날씨에 대한 표현에서 감탄이 절로 나올 지경이예요~ 그리고 조르바나 보스나 여자를 바라보는 각자의 시각들이 넘 경외심을 가지고 보니 어떨 땐 피식 웃음도 나네요~^^♡
전 사실 이책은 추천을 받아 읽었지만 평소 픽션을 거의 보지않는편이라 묘사가 많이 들어간 문장 표현에 대해선 좀.. 가지치기하며 거시적인 줄거리와 화자의 메세지를 잡고 보는게 힘든 부분으로 작용했던것같아요ㅋㅋ 그래서 줄거리를 이미 파악하고 보는 두번째가 훨씬 편했던듯... 토담 토론회에 참석해서 문장표현에 대해 다른분들이 느끼는 이 책의 매력도 공감해보고싶네요^^
읽다가 미시적인 관점으로 후기 써볼까하다 다읽고 정리해서 써야지~! 하며 넘겼던 부분 군데군데 있었는데 나중에 여유생기면 후기 좀더 부분부분 써볼까요?^^ 이야깃거리 참 많이 던져주는 책인것같아용ㅋㅋㅋㅋ
@알로그 그래요~~ 함 써보세요~^^♡
힘든와중에도
자유를 얻어 몇명분과 함께가신 상해
그리고 조르바를 읽고 느낀 점들을
읽어보았습니다
자유롭게 살지만 힘이 빠지고 나중에는
평범하게 살아가는거군요
그시대 남성 우월사상이라 글들이 좀
그런데~~그시대에 사상이니 그 감정으로
이해해야겠습니다~~
^^지금 여기와 많이 다른 부분이 있죠ㅋㅋ
@알로그
과거를 가봐야 알듯한 문장들이네요 ㅎ
@티밥아(77임시방장) 과거고~~유럽이고~~~^^ 그냥 사회적 통념을 좀 내려놓고 감상하면 크게 다르지않을거에요ㅋㅋㅋ
@알로그
그런거 같습니다
서쪽에서 귀인을 만나셨군요!
제 기억 신천지는 아름다운 거리였는데, 알로그님 기억에 신천지는 어떠셨나요?
글 잘읽었습니다~
흠.. 신천지에 이뿐 카페도 많고 술집도 부뉘기있고~~ 아기자기했던 기억이에요~^^ㅋㅋㅋㅋ 아.. 신천지가 이름이 하필..ㅋㅋㅋ
훌륭한 독서록이네요... ㅎ 다들 넘 생각들이 깊으셔서 전 반성해야 할것 같아요...ㅎ
남의 떡이 커보이듯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내 생각보자 신박해보이는법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인걸용ㅋㅋㅋ 이쁜꿈꾸세요~^^
@알로그 잘자요 자유를 꿈꾸는 알로그양~~
@주황나비 ^^♡
아~책을 아직 다 읽지않아서 댓글보다 후다닥 ㅋㅋ;
감상문 고맙습니다^^
ㅋㅋㅋㅋ굿모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