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루판(土魯番)은 위구르족의 본향과도 같은 곳이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소수민족 분산 정책으로 인해
비록 인구 구성비가 다소 낮아지기는 했으나
(현재 투루판의 한족 비율은 20 여년전의 2%미만에서 지금은 30%에 이른다)
여전히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9세기 중엽부터 북쪽 초원지대에서 남하하여 이 지역의 맹주로 군림하다가
13세기 초엽에는 몽골에 점령되어 몽골 4대 칸 국의 하나인 차가타이 칸국의 지배하에 있었으며
17세기에 이르러서는 청나라의 속령으로 있다가
1881년 비로소 신강성 위구르 자치구로 소속되었다.
고온 건조 그리고 강풍이 어울려 만든 오아시스 도시,
역사와 세월이 손을 맞잡고 굳어있는,
문화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도시,
그 속에서 우리는 가련한 한 마리 어린 양을 만난다.
그 양(羊)이 남긴 이야기를 듣기전에
일단 한번 꾸욱~!
투루판 시내에 들어왔다.
동서 길이 120km, 남북 길이 60km의 비교적 작은 분지도시 투루판!
도시 면적 5만 평방 킬로미터 중에서 80%가 해발고도 보다 낮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가장 낮은 아이딩호(艾丁湖-위구르어로 달빛이라는 뜻)의 해발고도는
-154m에 이른다.
우리나라 대구가 그렇듯 이 곳의 여름 기온은 가히 폭발적이다.
한여름의 기온이 무려 50℃, 지표면의 온도는 83℃ 까지 기록된 바 있다고.
그래서 이 곳의 또다른 별명은 화주(火州)이다.
거리엔 온통 양꼬치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카자흐스탄을 포함한 중아아시아의 서쪽에서는 이러한 꼬치구이를 "사슬릭"이라 하고
이 곳을 포함한 동쪽에서는 양러우찬(羊肉串)이라 부른다.
소고기나 닭고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양고기가 주를 이룬다.
우리 나라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것이라 그런지
별로 위생적으로 보이지 않는 양꼬치에 자꾸만 눈이 간다.
하지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게 있었으니
바로 "양고기 통바베큐"!!!
이 순간만은 양꼬치가 그저 피라미 정도로 느껴진다.
식당에 들어가니 40도를 상회하는 독한 술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름들은 모조리 토로번 (투루판)!
이 지역 술인듯!
위구르족 아가씨들이 양고기 바베큐를 가지고 들어왔다.
매콤한 양념을 한 듯 온몸이 붉은데,
카레의 원료이기도 한 "즈란<커민>"이라는 강력한 맛을 내는 향신료를 바른 까닭이다.
즈란이라는 향신료는 양고기의 누린내를 잡기도 하지만
소화 촉진의 약리 작용도 있어서 양고기를 먹고 소화불량에 걸릴 일은 없단다.
살아 생전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가장 낮은 자세로 엎드려 있는 양의 모습!
불과 얼마 전까지 초원을 누비고 다녔을 생각을 하니 괜한 측은지심 발동!
그렇다고 해서 오늘의 만찬을 외면할 나그네는 없다.
머리를 붉은 천으로 두른 양은 배추잎 대신 청경채 잎을 물고 있다.
위구르 족은 사람이 죽으면
서민의 경우는 양을 잡고,
조금 여유가 있으면 말을 잡고,
많이 잘 사는 사람은 낙타를 잡는다고 한다.
양은 망자의 영혼을 한 명 태울 수 있고,
말은 다섯명의 영혼을 태울 수 있으며,
낙타는 일곱명의 영혼을 태우고
저승길로 오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초원의 양을 앞에 두고 이제 나그네들은 의식을 치러야 한다.
일행중 가장 먼저 태어나신 분을 호출한다.
양고기를 오늘 모이신 각자의 입으로 분산 이동 시키기 위한 그들 식의 행사.
그런데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전부 뒤로 빼시고
나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셨던 젊디 젊은(?) 분께서 대표로 나섰다.
순식간에 위구르족 복장으로 변신~!!
여기서는 카자흐 족은 양을 키우고
위구르족은 양을 도살하며
한족(漢族)은 그 고기를 먹는다는 조소어린 말을 한다.
오늘 우리는 아주 멀리서 온 또 다른 한족(韓族)이다.
여인들은 그의 귀에, 머리에, 입에 자꾸 뭔가를 꽂는다.
우리나라에서 고사를 지낼 때, 돼지머리의 구석구석에 지금의 모습처럼 뭔가를 잔뜩 꼽는 모습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은... 이러면 결례인데...
위구르인들은 집에 귀한 손님이 오면 반드시 양고기를 대접한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 모든 의식은 귀한 분에 대한 예우인듯!
두 번만 귀한 분 됐다간...ㅋㅋ
하긴 제삿상의 희생양이 된 핑계삼아
위구르의 젊은 여성들과 스킨십은 원없이 하셨으니 그나마 본전은 뽑으셨을 듯. ^^
의례의 마지막 이벤트는 한 잔 술의 원샷!
워낙 한국 소주로 단련된 분이라 50도가 넘는 술도 가볍게 바닥을 보신다.
중국 56개 민족 중에서 3대 술고래 민족으로.
몽골족, 위구르족, 그리고 조선족을 꼽는다는데...
이슬람에서는 원천적으로 술을 마시지 못하도록 계율로 금하고 있는데...
이슬람교를 모태신앙으로 갖고 있는 위구르 족이
중국 3대 술고래 민족으로 등극했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술이 건네졌으면 안주가 뒤따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잘 짜여진 각본처럼 양고기 한점을 안주로!!
오늘 자진 납세하신 "미스터 양고기"님, 온전히 출세하셨다. 한 명도 아닌 세명이나 되는 위구르 미녀들의 술시중을 받으며 홀로 독야청청 중이시다. 멀리서는 옆지기 님의 송곳같은 시선이 온몸으로 날아들고...
양고기 바베큐를 처음 드셔보시는지 처음엔 조심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마주친 미인의 눈길과 손맛에 금세 입이 귓볼까지 올라가신다. 안방마님이 두 눈 부릅뜨고 있는 서슬 시퍼런 현장에서 이렇듯 내놓고 외간 여인들의 서빙을 받아 본 남정네들이 이 땅에 과연 몇이나 될까.... 님은 지금 아슬아슬한 외줄을 타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죠? ㅋㅋ 이러한 상황을 예측이나 하신듯 미리 선글라스를 착용한 그 현명함이 놀랍다.
양고기를 드시고는 이내 엄지손가락을 높이 치켜든다.
그래, 이 맛이고 이 분위기야~!
그 뒤론 양고기 먹는 것에 더욱 적극성을 보이시는데...ㅎㅎㅎ
아무리 봐도 양고기의 맛에 즐거운 것이 아니라
여인들의 분위기와 손 맛을 더 즐기시는 듯한....
아무튼 오늘 제대로 회춘 중이시다.
본격적인 바베큐 시식에 앞서 가이드가 준비된 술을 서비스한다.
센스 있는 가이드 같으니라고.
특별한 고기를 먹을 땐 당연히 술을 곁들여야함을 어찌 알고.
무려 50도짜리 술이다.
신강성이 자랑하는, 중국의 명주 반열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린 술....
천산 천지의 빙천설수로 빚었다는 "이리터<伊力特>",
이 술 먹고 객지에서 망신살 뻗친 나그네들 엄청나다는 이야기도 들리던데...
이윽고 한잔씩 술이 채워지고 불현듯 천산천지의 오묘한 향내가 실내를 온통 적신다. 바깥에는 아직도 여름 햇살이 잔뜩 남았는데, 이것은 낮술에 가까운데.... 까짓거 나그네가 언제 낮술 밤술 가렸더냐~ 결국 내 앞에도 한 잔이 배달 되었다.
우리는 원샷을 두고 개인들의 구미에 맞게 수많은 구호를 동원한다.
요즘 중국에서 유행하는 원샷 구호는,
"살인배(殺人盃)!"
한자에서 사람인(人)은 타인을 의미한다고 보면,
"먹고 죽자" 혹은 '죽이자!" 정도로 풀이가 되려나?
양고기는 먹기 좋게 찢어 식탁에 놔주는데...
양고기 때문에 평범한 다른 요리들은 모두 들러리 신세가 되었다.
역시 나그네들에게는 설렘이 우선이고 익숙함은 뒷전이다.
새로운 풍경, 새로운 맛을 지향하는 게 나그네의 속성이라는 것, 진리다.
비록 새로운 맛에 실망을 하더라도....
비록 새로운 풍경과 인연에 배반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양고기는 생각보다 좀 질겼다.
비계도 좀 많은 듯...
양고기 먹을래? 돼지고기 먹을래? 하고 물어온다면
난 주저 없이 "돼지고기!!!" 라고 말하게 될듯!
대표로 나가 양바베큐 의식을 해주신 분!
제일 잘 드신다.
기념으로 한컷 찍을게요...했더니
양 뼈다귀로 자체 모자이크를??
식사가 끝날 무렵 위구르 아가씨들이 다시 등장!
그들의 음악과 전통춤을 선보인다.
그리고는 모두 불러모아서 다함께 원형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며 춤을!!
위구르인들은 예외없이 모두가 이슬람인들이다.
이슬람에서는 돼지 고기를 엄격히 금한다.
많은 이슬람 교도들에게 질문을 던져 봤다.
왜 돼지고기는 안되느냐고....
돼지 고기를 안 먹는 이유는 그들의 성전인 코란에 이렇게 쓰여져 있기 때문이란다.
<죽은 짐승의 고기, 짐승의 피, "돼지고기",
알라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도축한 고기는 먹지 말라.[코란 2-172절]>
알라가 돼지고기를 금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그들도 잘 모른단다.
단지, 돼지와 노새, 나귀는 불결한 짐승으로 규정한 무슬림의 규정탓이 아니겠냐는 추정뿐.
이슬람의 발원지는 사막과 초원을 환경으로 하고 있다.
부득이 유목 생활을 해야하는 그들에게 어쩌면 돼지는 비현실적인 가축이었을 것이다.
일단 다리가 짧은데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커서 장거리 이동이 용이하지 않았을 것이고,
돼지의 생태학적 특성상 다량의 물을 필요로 하는데 초원에서는 한계가 있고,
결정적으로 돼지는 열사의 고온에서는 견디기 힘든 가축이기에!
아예 후손들이 돼지 고기의 맛을 들이지 않도록
계율에 못을 박아서 지혜롭게 원천 봉쇄 한 건 아니었을까?
원래 모든 종교의 계율이라는 것은
그 계율이 만들어질 당시에 가장 많이 저질러지는 오류와 잘못을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기 마련이다.
즉 돼지고기를 금했다는 사실은 당시에 돼지 고기를 많이 먹었다는 반증일지도.
그래서인가,
코란에는 다음과 같은 말도 뒤에다 슬며시 붙여놓고 있다.
"부득이한 사유로 먹었을 경우에는 죄가 되지 않는다"
음식 문화도 종교도 항상 그 시대의 환경을 바탕으로 꾸며진다.
모피와 고기를 동시에 제공해주는 양,
극히 소량의 물로도 탈없이 자라고 사람의 음식을 축내지 않고도 살을 찌우는 양,
돼지 보다는 훨씬 기특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기맛은 돼지가 한 수 위~!
나그네는 고래 심줄같은 양고기 통 바비큐 고기를 오랫동안 씹으면서
돼지와 양의 역학관계를 곰곰히 생각한다.
음식이라는 것은 입으로 들어가기 전에 하나의 "문화"이다.
비록 양바베큐가 환상적인 맛을 가진 건 아니었지만,
그 음식을 통해 이들의 삶과 문화를 살짝 들여다볼 수 있었으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첫댓글 맞아요 양고기 보다는 삼겹살이 한수 죠 ^---^
좀있음 비가 떨어 질것 같아요 여기는 ... 삼겹살에 소주 한잔 턱 ~!! 입에 털어 놓고 싶네요
저 삼겹살 사진이 움직여서 더욱 실감나네요 .... 아무래도 집에 가는길에 마트 들러야 겠어요
소주를 입에 털어넣는다는 표현을 쓰시는 것 보니 정다운영님도 주당이 분명!! ^^
비오는 날 삼겹살 구워 주님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셨는지?? ^^
여행객들이기에 레스토랑을 이용할 수밖에 없겠지만, 양고기 요리 먹는방법이 중동지역과는 완전히 다르네요.
양고기 통바베큐가 놓인 모습도 정반대이구요.
또한 개인별로 자기 접시에 담아서 양고기를 드신다.,,,
중동에서는 커다란 식탁 또는 맨바닥 방석위에 둘러앉아, 각자 자기앞에 물을 한 대접씩 놓고,
손을 연신 물속에 담가놓고 식혀가면서 한 복판에 놓인 통바베큐를, 맨손으로 손을 델 정도의 속살부터
직접 떼어내어 양고기를 먹지요. 이때 칼이나 수저등,,,도구는 구경도 못하구요.
어디 양고기 파는곳 없나? 어디에선가 보기는 본것 같은데,,,
통바베큐를 앞에 두고 손으로 뜯어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은데요?
나라마다 문화와 풍습이 조금씩 다르니 뭐가 정석이다...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요.
용화님은 양고기를 꽤 좋아하시는 듯 합니다.
확실히 용화님이 드셨던 양고기와 제가 먹었던 양고기는 퀄러티가 다른 것이었던듯!! ㅎㅎㅎ
오늘 밤에는 무조건 삼겹살에 중국산 빠이주~!
정신줄은 내일 모레 쯤 챙기기로 하고~!
만일 못 챙길 시, 그 책임은 독클의 아직도 저서 없는 어느 작가의 몫~!
삼겹살에 중국산 빠이주는 맛있게 드셨나요?
정신줄은 절대 놓지 않고 드셨으리라 믿습니다.
저서 없는 것도 서러운데, 그런 책임까지 전가시키진 말아주세요~~!! ㅜㅜ
양고기 왠지 이상해요.ㅎㅎㅎㅎ친구는 양고기 되게 맛있다고 일부러 양고기 식당 찾아다니던데...
첫경험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듯!
아마 그 친구분도 양고기를 처음 먹었얼 때 정말 맛있었나봅니다.
저는 좀 별로였거든요. 삼겹살이 간절해지는 맛이라고나 할까? ㅋㅋㅋ
양손으로 뜯어먹었던 양고기가 생각나요~같이 했던 여행자들은 양고기를 그닥 즐기지 않아서 제가 반마리는 먹지않았을까 싶네요~!! 집에 홀로 남기고 왔던 식도락가 아들을 생각하면서 정신없이 먹었던 기억이 나요.
얼마전에 방송을 보니 양고기가 장수음식이라던데~~
쬐끔은 효과가 있을려나요~~ㅎㅎ
와우~ 반마리씩이나??
기분 좋게, 맛있게 드셨다면 분명 장수하실 겁니다.
장수 음식인줄 알았으면 저도 좀 많이 먹고 올 걸 그랬네요. ㅎㅎㅎ
양고기 먹어봤어요
1등 부위가있어서 추천해서먹어봤는데
맛있었다는..육즙도 쫙 나와주시고
그나저나 가장 예전에 태어나신분
배아프셨은듯요 ㅎ
오잉? 쏭님도 양고기를 좋게 평가하는군요.
내가 먹은 부위가 질이 떨어지는 부위였나?
나도 1등부위 맛보고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