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동의 카타르에서는 아시안컵이 열리고 있습니다. 한국팀이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유럽 프로축구팀에서 활약하는 몇몇 선수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아시안컵은 유럽국가 대항전인 유로대회와 남미 국가 대항전인 코파 아메리카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아시안권 국가들에게는 대단히 관심이 쏠리는 대회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일본 이란 그리고 사우디 아라비아는 이번에 필히 우승을 하겠다는 의지에 불타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오늘 (2024.1.31) 새벽에 강호 사우디 아라비아와 16강전을 펼쳤습니다. 결과는 연장전까지 가는 무승부끝에 벌어진 승부차기에서 4대 2로 한국팀이 승리했습니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결코 나약하지도 않고 나름 강호라는 네임밸류가 있어 한국이 매우 까다로운 상대를 16강에서 만났으며 사우디를 겨우 겨우 이긴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나는 축구 전문가가 아니여서 경기 자체에 대한 언급은 삼가겠습니다. 단지 경기를 보면서 느낀 점을 서술하고자 합니다.
지금 전세계의 축구계는 이른바 오일 머니라는 중동의 석유의 힘이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세계 프로축구 리그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영국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에도 중동의 오일머니가 깊숙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프로축구의 그랜드 슬램을 이루었다는 맨시티의 소유주는 바로 아랍에미리트입니다. 중상위권팀을 인수해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 유명선수를 영입한 뒤 승승가도를 달렸습니다. 다크호스인 뉴캐슬은 바로 사우디 아라비아의 소유입니다. 프랑스 리그앙도 오일머니가 주름잡습니다. 리그앙의 대표주자인 파리 생제르맹 PSG를 바로 카타르 자본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중동 오일머니국들은 자국의 축구 수준을 높히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우디 아라비아는 왕세자 빈살만을 주축으로 실로 가공할만한 자금을 투하해 사우디 축구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그런 과정에 사우디 아라비아의 축구 리그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사우디 리그에는 호날두와 네이마르를 비롯해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빈살만은 진정으로 축구로 세계를 제패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런 과정속에 치뤄진 오늘 한국과 사우디 아라비아전을 바라보면서 아직도 사우디 아라비아가 넘어야 할 산이 높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우디 팀 선수들은 선제골을 넣자 노골적으로 그 중동의 악명높은 침대축구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노골적인 시간끌기 말입니다. 물론 축구경기에서 어느정도 시간 끌기는 작전상 필요악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지연작전도 작전이다라는 말도 있지요. 하지만 그것이 누가봐도 노골적인 시간 끌기일 경우에는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입니다. 사우디 선수들이 그랬습니다. 사우디 선수들은 한국 선수와 고의적으로 부딪힌 뒤 경기장에 드러눕기 시작합니다.
침대축구는 골키퍼까지 동참합니다. 이런 저런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골키퍼는 드러눕습니다. 물론 다쳤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는 행동을 보면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금방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정말 아파서 그러는 것인지 고의로 그러는 것인지 말입니다. 경기를 객관적으로 봐야할 주심도 석연치 않은 행동을 보입니다. 경기가 열리는 곳이 중동지역인데다 워낙 오일머니의 영향력이 강해 그다지 좋지 못한 시선으로 주심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 보입니다.
물론 이기고 싶은 사우디 아라비아 선수들을 아주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사우디의 실제적인 장악자인 왕세자 빈살만의 축구 사랑은 정평이 나있습니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직접 찾아 기필코 사우디 리그로 데려가려는 움직임도 보이는 사람 아닙니까. 어떻게 해서든지 사우디를 축구의 메카로 만들고 싶은 것이 지금 빈살만의 바람일 것입니다. 그런 빈살만이 지켜보는데 사우디 선수들이 이기고 싶은 것 충분히 이해도 갑니다. 하지만 이기는 것에도 당연히 그 과정이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일명 스포츠맨십이라고 부르지요. 요즘 프로축구에 스포츠맨십이 어디 있냐고 말할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래도 그 근본은 스포츠맨십이 존재해야 발전합니다.
월드컵이나 세계적인 프로축구 경기를 보면 이런 침대축구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심판들도 날카롭게 경기지연을 막습니다. 금방 엘로카드 날아갑니다. 또한 세계적인 선수들은 그냥 시간을 끌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그런 시간에 공격을 해서 골을 더 넣겠다는 각오이지요. 중동국가들의 축구에서 특히 침대축구가 많은 것은 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힘이라면 중동국가 선수들을 어떻게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등치면에서 중동국가 선수들은 대단합니다. 게다가 오일머니로 장착한 국가들은 선수들에게 막강한 지원을 다합니다. 굳이 침대축구를 할 이유가 없는데 하여튼 중동국가 가운데 예외없이 대부분 침대축구를 구사합니다. 침대축구하면 중동축구를 연상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돈과 의욕만 가지고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없습니다. 기본기가 중요하지요. 세상 모든 것이 그렇지 않습니까. 중국도 시진핑의 진두지휘로 축구로 세계를 정복하겠다고 엄청난 돈을 투하해 유명 선수들을 영입했습니다. 중국 선수들은 기본기를 배울 생각은 하지않고 유명선수들의 기술만 따라하다 보니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그야말로 죽도 밥도 아닌 상황인 것이죠. 지금 사우디 아라비아 축구가 가는 길이 그런 방향인 것 같아 보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기본이 안된 상태에서 돈으로 모든 것을 가지려는 판단으로 세계 제패의 꿈은 이뤄질 리가 없습니다. 사우디 왕세자 빈살만도 자국의 축구 선수들에게 기본기와 기본 정신부터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더 빠른 길로 판단됩니다.
2024년 1월 3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