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원주점, 연간 150억원 감소 예상
원주농협, 직원 구조조정·매장 축소 검토
슈퍼마켓·지역 도소매 대리점도 큰 피해
단계동 롯데마트 원주점이 개점한지 1개월이 지났다. 롯데마트는 예상했던대로 지역상권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롯데마트 입점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는 이마트. 대형마트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양분되는 양상을 띠면서 이마트는 연간 150억원의 매출감소가 예상된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타격은 인근에 있는 원주농협 하나로마트와 슈퍼마켓들이 입었다. 롯데마트 입점이 지역 유통업계에 미친 영향을 점검해 봤다. 각 유통업체들이 매출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다수의 유통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들어본 이야기들을 종합해 정리한 것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상황을 판단하는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지역농협, 엎친데 덮친 격
원주농협 하나로마트 단계점은 1천700㎡ 규모로 30여명의 직원이 근무했다. 롯데마트 입점 전까지는 단계동민을 중심으로 무실동, 중앙동 등의 고객이 이용했다. 당시 매출 규모는 하루 1천만원∼1천200만원 정도. 하지만 롯데마트가 개점한 뒤 하루 100명 정도 고객 수가 감소하더니 1일 매출액도 600만∼700만원을 맴돌고 있다. 원주농협 관계자는 "매출액이 30~40% 감소해 직원 구조조정과 매장면적 축소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트 매출액이 감소하자 마트에 납품하던 대리점들도 매장에서 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농협 하나로마트에 납품하는 업체 대부분이 지역 업체들이어서 롯데마트 입점으로 지역 도·소매 대리점들도 타격을 입게 됐다. 원주농협 관계자는 "최근 회원조합 마트 매출액을 알아본 결과 원예농협 25%, 판부농협 20~25% 정도 타격을 입었으며 문막농협 하나로마트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농협은 오는 3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구조조정을 맞게 된다. 그 동안 신용사업 수익으로 경제사업을 유지해오고 있었는데 분리되면 농협중앙회가 마트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나로마트를 중심으로 한 지역농협 경제사업은 더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농협 관계자는 "시중 은행과 달리 농협은 여러 가지 혜택을 조합원에게 주고, 경제사업도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라며 "신경분리가 되면 조합원 피해는 물론이고 여기저기서 퇴직자가 발생하게 될 것이며 종국에는 마트사업을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규모 슈퍼마켓 타격
롯데마트 입점에 따른 매출 감소는 330㎡ 이상의 중규모 슈퍼마켓 점주들에게도 타격이 컸다. 단계동 벽산아파트 인근 중규모 슈퍼마켓은 하루 500만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롯데마트 개점 후 300만∼350만원 정도로 급감했다. 이 슈퍼마켓 점장은 "당장 매출이 떨어지니까 수지를 맞추기 위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데 줄일 수 있는 것이 인건비 밖에 없다"며 "종업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적자를 보며 장사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비슷한 규모의 단구동 한 슈퍼마켓도 "소상공인지원센터로부터 나들가게에 선정돼 어떻게든 매출을 늘려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롯데마트가 들어오니 단골 고객 수가 20~30% 감소할 정도로 타격이 크다"며 "차라리 매장 면적을 축소해 패밀리마트 같은 편의점 사업 진출을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소규모 슈퍼마켓은 롯데마트 입점 후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다가 차츰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계동 A편의점은 "마트가 들어오니까 매출액이 30% 정도 줄더니 지금은 차츰차츰 나아지는 것 같다"며 "처음에는 사람들이 호기심에 많이 간 것 같은데 올 사람은 꾸준히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점주들은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슈퍼마켓을 찾는 사람이 점차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생즉사 사즉생'
이마트 원주점은 1999년 3월 개점했다. 이마트 입점 후 원주는 물론 충주, 여주 등 타지역에서 원정쇼핑을 올 정도로 이마트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롯데마트 입점 후 이마트도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동북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12월 동북지역 대형소매점 판매동향' 보고서에 의하면 작년 12월 도내 대형마트 매출 총액은 662억6천100만원이었다. 도내 대형마트 수가 15개이고 원주에 대형마트가 한 곳 뿐인 점을 감안하면 이마트 원주점의 월평균 매출액은 45억원 가량이다. 하루 평균 1억5천만원 정도 물건을 파는 셈이다. 이마트 원주점 관계자는 "롯데마트 입점 후 매출액이 25% 감소했다"며 "우리 지점과 비교해 롯데마트는 70%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원주점 입점 후 이마트 원주점은 사무실 벽면에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이라는 현수막을 걸고 수익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입점하는 것은 나눠먹기 경쟁으로 간다는 것"이라며 "단구동에 홈플러스가 들어오면 행구동, 단구동에 있는 고객을 잃을 공산이 커 우리로서도 답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