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전화망이 아닌 인터넷망을 이용해 값싸게 음성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인터넷전화(VoIP)는 KT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등 기존 대형 통신사업자들에게는 ‘계륵’과 비슷한 존재다.
사업에 뛰어들자니 일반전화 시장을 내부적으로 갉아먹는 캐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 신규 서비스가 기존 서비스를 잠식하는 제살깎기)이 생길 것 같고, 그렇다고 가만 놔두자니 소규모 별정통신사업자들이 시장을 다 뺏을 것 같고….
하지만 시외전화 시내전화 구분없이 모두 시내전화 요금으로 싸게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전화가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모든 사업자들이 인식하고 있다. 또 데이터나 동영상까지 인터넷망으로 싸게 이용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는 점도 인정한다.
결국 인터넷전화는 유선전화 시장에 가격파괴를 불붙이며 급속하게 확산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070 인터넷전화 내년 등장
기존 유선전화 통화품질이 80점 이상이면 인터넷전화는 65점 정도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값은 싸지만 품질은 조금 떨어진다. 그 동안 인터넷전화는 00700(SK텔링크), 00345(KTF), 00727(KT), 00766(하나로 텔레콤) 등 국제전화용으로 값싸게 서비스됐다.
정부는 그 동안 발신만 가능했던 인터넷전화에 착신번호(070)를 부여해 사업자들이 서비스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됐다.
인터넷전화는 070+ABCX+XXXX를 누르면 된다. 정부는 번호자원을 기간통신사업자에겐 100만개, 별정통신사업자에겐 10만개씩 부여할 계획이다.
070 식별번호를 부여받기 위한 인터넷전화 품질 평가에 모두 7개 업체가 신청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실시한 인터넷전화 품질인증을 통과한 업체는 애니유저넷과 삼성네트웍스이며 큰사람컴퓨터, 무한넷코리아, 이젠프리텔, 이엔텔, 한화에스엔씨가 시험을 진행중이거나 대기중이다.
이미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하고 있는 별정통신사업자 SK텔링크는 아직 품질인증 시험을 신청하지 않았다.
품질인증을 통과한 애니유저넷과 삼성네트웍스는 현재 통신위원회에 070번호를 신청해 놓은 상황이다. 통신위원회측은 연말까지 번호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 안에 070 번호를 부여받은 첫 별정사업자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기간통신사업자와 접속계약을 체결하고 내년중에 가입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가입자가 이 서비스를 받으려면 기존 전화기에 10만원짜리 모뎀을 달아야 한다. 아니면 10만원대 ‘IP(인터넷 프로토콜) 전화기’를 구입하거나 임차해 쓸 수 있다.
인터넷전화에 가입하면 시내·시외통화 모두 3분당 39원의 요금이 적용된다. 시내구간은 기존 요금과 똑같아지고 시외요금은 70~80% 싸지는 셈이다. 한국에선 발신자에게만 과금이 되기 때문에 인터넷전화로 전국 어느 곳에 있는 유선전화기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도 3분당 39원이 적용된다.
KT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우리도 참여”
KT는 일반전화(PSTN) 시장 잠식을 염려해 유보했던 인터넷전화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KT는 인터넷전화 기반의 영상전화인 ‘올업프라임’을 출시한 데 이어 내년 초에는 다자간 영상회의와 e러닝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VoIP 기반의 다양한 전화 서비스를 내놓기로 했다. 또 내년 초 인터넷전화 기간역무를 신청해 이르면 5월부터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070 공통식별번호를 부여한 인터넷전화 서비스도 실시한다.
KT의 이 같은 VoIP 시장 공략은 광대역통합망(BcN) 구축과 통신망의 올 IP화 등 기술환경 변화를 주도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에 비해 하나로텔레콤은 10월 현재 18만명의 인터넷전화 가입자를 확보하고 지난달 KT보다 한 발 빠르게 VoIP 기반의 ‘디지털영상전화’를 출시하는 등 시장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은 착신과 발신이 모두 가능한 02-6XXX-XXXX 인터넷전화를 서비스하고 있었는데 정통부가 이를 시내전화 역무로 허용해줄 경우 사업에 날개를 달게 된다. 초고속인터넷 기반의 인터넷전화를 일반주택으로 확대할 수 있다.
데이콤은 인터넷전화에 기업용전화, 보안, e-biz 상품 등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현재 데이콤은 동영상인터넷교환기를 활용해 발신자전화표시(CID), 부재중 안내, 단축 다이얼, 3인 통화, 영상전화, 다자간회의통화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인터넷전화는 초고속인터넷·방송과 결합된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 형태로 꽃피울 것으로 보인다. 데이콤은 시내·시외·국제·인터넷전화에다 초고속인터넷(광랜), 방송(위성·아날로그·디지털), 이동통신까지 결합한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하나로텔레콤은 내년 1월 서울 영등포 동대문 양천 강서 마포 등 5대 지역에서 TPS를 시작한다. 최근 중앙MSO(복수 유선방송사업자)와 사업제휴 본계약을 한 데 이어 현재 주요 MSO,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추가 협력을 통해 전국 SO권역의 50% 이상에서 융합 서비스를 할 방침이다.
정통부는 유선전화 시장이 2008년 5조 6000억원 규모로 지난해 5조 8000억원에 비해 2000억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인터넷전화 시장은 2010년에 5조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