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가는 날이 장날'이란 말이 있다. 옛날 시골 장은 보통 닷새마다 섰다.
농사일은 쉴틈이 없으므로 맨날 장이 선다해도 매일 갈 수도 없는 처지였다.
'가는 날이 장날'이란 의미는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데 뜻하지 않은 일을 공교롭게
당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아침에 집사람과 식사를 하면서 오늘 자기가 오프(duty off)니까 오후에 어디 산책이나
갔으면 좋겠다고 제의를 하는 것이었다. 날씨도 덥고 어디 갈만한 곳도 마땅치 않고 해서
"부산시립박물관에서 수집품 전시회를 한다고 하니 거기나 가봅시다"라고 하였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2시에 함께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대연역에서 하차하여 한참 걸었다.
박물관 주차장에 이르니 주차장이 훤히 비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주차장이 왜 비어 있는지
몰랐다. 주차장을 지나 출입문 입구에 도착하니 한쪽에는 '무료입장' 이란 글자가 보이고
다른 한쪽 입간판에는 '오늘은 휴관일입니다'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제서야 오늘이 월요일
이고 매주 월요일이 박물관 휴관일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쯧쯧쯧....'
우리 앞에 입장한 나이가 제법 지긋한 부부가 열린 출입문을 지나자마자 우측 숲길로 접어 드는
것을 보고 그들은 박물관에 구경을 나온 것이 아니라 산책을 나온 것으로 보여 뒤따라 가 보기로
하였다. 숲속 오솔길이 잘 가꾸어져 있어 산책하기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들어가니
'대연정(대연정)'이라 현판이 붙은 팔각정도 있었다. 나이 든 동네 사람이 올라가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팔각정 우측으로 난 계단을 오르니 바로 문화회관 뜰과 이어졌다. 넓은 잔디밭 주변에는 짙은
갈색의 나리꽃이 만발해 있었다. 잔디밭 끝까지 걸어갔더니 UN공원과 이어졌다. UN공원에는
1969년에 알바이트했던 딸애들과 놀러갔으니 벌써 반세기도 넘었다. 다시 한번 내려가볼까 했으나
집사람이 그만 가고 잔디밭을 돌아 나가자고 했다.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와 박물관 안으로 내려섰다.
괜히 허탕만 쳤다는 생각이 들어 박물관에 왔다는 기념으로 본관 앞에서 포즈를 취하라고 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셔터를 눌렀다. 돌아 나오는 길에 입구 양편에 늘어선 여래불 사진을 두어판 찍었다.
본관앞에 걸린 대형 플랭카드를 보니 수집가전시회는 4월부터 시작하여 7월7일에 끝나는 것으로 돼 있다.
채 일주일이 남지 않았다. 그 안에 다시 한번 와서 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