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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편에서 계속>
시민들 도움이 큰 힘수억원 드는 항해 비용당진市 등 많은 곳서 후원“세계 일주 꿈 이뤄준 왜목항 주민들에게 감사”―요트는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2001년 다큐멘터리 PD로 일하던 시절에 갔던 뉴질랜드에서 요트의 매력을 처음 접했다. 바다 어디든 내 마음대로 탐험할 수 있는 보물선이었다.”
―세계 일주는 단순히 요트를 즐기는 것과는 다른 큰 모험 아닌가.
“요트를 배우면서 일본의 시라이시 코지로라는 사람이 항구에 정박하지 않고 아무 지원도 없이 세계 일주를 한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을 읽고 눈이 확 뜨였다. 보통 사람이 생각지도 못하는, 무모해 보이는 모험을 하며 신천지를 파헤쳐보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혀 세계 일주 요트 항해를 꿈꿨다.”
그는 뉴질랜드에서 다큐멘터리 제작 프로덕션을 운영하다 2008년 귀국했다. 2010년 집을 팔아 크로아티아에서 중고 요트를 구입했다. 해양모험가이자 해양탐험가로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2010~2011년 크로아티아에서 한국까지 2만㎞를, 2013년에는 카리브해에서 한국까지 2만6000㎞를 요트로 항해하는 등 경험을 쌓았다. 이 과정을 통해 단독 세계 일주 결심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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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진 선장은 "당진시민을 비롯한 주위의 도움으로 이번 도전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코스라 비용이 많이 필요했겠다.
“예비용 돛과 위성통신 장비 등 각종 장비를 갖추고 수리하는 데 3억원 정도가 필요했다. 무동력(無動力)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요트 내 전기기기를 작동하기 위해 풍력발전기와 태양광 전지 3개를 달았다.”
―그 돈은 어떻게 조달했나.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나의 꿈을 이야기해주면서 후원을 요청했다. 단독·무기항·무원조 세계 일주는 우리나라 요트계의 오랜 염원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충남 당진 왜목항에 사는 요트 애호가 김종득씨의 소개로 당진시와 주민들의 후원을 받을 수 있었다. 충남도와 해양수산부, 그리고 700여명의 요트동호회원과 시민들도 도움을 주었다. 왜목항은 서해안에서도 일출을 볼 수 있는 관광지로만 알려진 작은 바닷가 마을인데 주민들은 해양레저의 중심지로 만들고 싶어했다. 왜목항이 세계 일주 프로젝트의 베이스캠프가 됐다.”
―이번 항해를 ‘희망항해’라고 이름 붙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도전하고, 희망을 포기하지 말자는 의미다. 2013년 희망항해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요트 아라파니(ARAPANI)호의 오른편에는 ‘Sailing with Hope’(희망 항해)라는 글귀를 붙였다.”
‘아라파니’호는 바다의 순우리말 ‘아라’와 달팽이의 순우리말 ‘파니’를 합쳐 지었다. ‘바다달팽이’라는 뜻이다.
“달팽이는 느리지만 멀리 여행을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요트는 다른 배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누구보다 멀리 갈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아라파니호는 길이 13.1m, 폭 3.9m, 무게 9t으로, 원래 엔진이 달려 있으나 이번에는 바람만 이용하는 항해이니만큼 엔진을 봉인했다.
―국내에서 이번 항해를 지원해주는 사람들도 있었나.
“항해 기간 내내 요트가 운행하는 지역의 기상정보를 제공할 육상지원팀이 만들어졌다. 박주용 한국크루저요트협회 부회장 등 육상지원팀 10여명은 24시간 교대로 근무하며 미국·영국·일본 등의 5개 기상사이트 정보를 종합·분석해 매일 위성통화로 알려주었다.” <
④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