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린] 체리 / [4]
다섯번째 Part. 실연
그리고 시간은 넘고 넘어..내 핸드폰게임 사건은 내 필사적인 노력으로 LV 50의 최고기록을 기록하게 되었다는 기쁨만이 지금 내게 있어 가장 큰 기쁨이라 할 수 있겠지.
지금은 기쁨보다 섭섭함과 질투가 더 크게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다.
셋쇼마루..그 犬자식이..
'감히 양다리를 걸쳐────────────!!!!!!!!!!!!!!!!!'
언제나 자기 동생을 말할때는 '그 양다리 犬자식' 이라는 수식어가, 어떻게 된게 단 한번도 안빼먹고(아마 말버릇이겠지) 항상 그의 동생 이름앞에 붙더만.
본인도 절대 남말할 처지는 아니었다.
'일찍 눈치채지 못한 내가 바보였어..그 인간의 포커 페이스에 넘어간 내가 바보, 멍청이였다구!!!!!!!!!'
스스로 자책하면서, 한때 내 연인이라 믿었던 그 인간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정식으로 터 놓고 대화를 하자는 의견을 냈더니 흔쾌히 OK를 내린 그를 만나기 위해 역전 과일 디저트로 유명한 한 카페에 발을 들여놓기에 이르렀다.
짤랑-하고 가벼운 종소리를 내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창가쪽에 앉아 밖을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는 것을 눈치채게 하기 위해 단호한 걸음걸이로 그가 앉아있는 테이블까지 걸어갔다.
내가 바로 그의 앞에 앉았는데도 내쪽으론 시선도 주지 않고 그저 제 갈길 가는 사람들을 노려보는 매정한 사람..아니, 재수없는 인간말종.
"...이봐요."
"아.., 왔으면 말을 해야지."
왔으면 말을 해야지? 그게 지금 당신이 내게 내뱉은 말입니까? 하..이 인간이 이제 두려울게 없다, 이건가요..? 아니면 단순히 지금껏 날 갖고 논것에 대해 죄책감을 못느끼는건가요..조상님, 제발 대답을 해달란 말입니다!(물론..조상님이 나같은 후손에게 뭐라 어드바이스 한마디 해 주지 않을거란건 잘 알고 있지만) 솔직히 그의 태도에 실망+섭섭했다.
"주문하시겠습니까?"
"냉커피."
"아! 레드 오렌지 주스요~♡"
..앗! 어느샌가 기분이 풀어져버리다니!! 이런..이러면 안돼, 라고 스스로에게 나무랬다.
웨이터는 알겠습니다, 신사적인 목소리로 유유히 사라졌다.
나는 또 다른데로 시선을 주는 셋쇼마루의 그 은발머리를 잡아 당겨 내쪽을 똑.바.로. 응시하게 했다.
내가 그의 은발머리를 마구잡이로 잡아당기자 기분이 나빠졌는지 날 보는 시선이 그리 곱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자, 그러면..내가 질문하는 물음에 정확하고, 솔직한 대답을 해 주길 바래."
"뭔가?"
나는 숨을 고르게 내쉰 후 마음을 다잡았다.
또 언제 그의 페이스에 휩쓸려 여기 온 목적을 잃어버릴 수 있을지 모르니까 항상 주의해야 한다.
"우선..나말고 사귀는 사람 있어?"
"그렇다고..해야겠지."
1st Round부터 한방 먹었다.
제발..거짓말이라도 상관없으니까, 부정하는게 정상 아닌가?! 너무 솔직하게 대답하는거 아냐구 셋쇼마루!!!! 단칼에 심장을 찔린듯 했다.
그래도...굳세어라, 린!! 이딴 인간말종한테 지면..넌 인간말종보다 못한 아메바다, 아메바!!(아니면 짚신벌레..정도..)
"설마..그때 만났던 그 카구라라는 여자..맞지? 언제부터 사귀었는데?"
"저번달 부터."
저번달..나랑 사귄지 좀 되서 다른사람을 사귀기 시작했단 말인가.
"그럼..진도는..어디까지 나갔는데? 아니아니..나보다 그쪽이랑 더 일찍 키스했어?"
-끄덕끄덕
조상님..부티 그 황천강 너머로 날 데리고 가 주십시오.
나 도저히 이렇게는 못살것 같아요..실로 간절한 내 마음이었다.
벌써 세자루의 나이프가 내 심장을 관통했는데도 이 심장은 멀쩡하게 뛰고있다.
난 벌써 죽은듯한 마음인데..참 주인말 안듣는 심장이다.
마침, 나이스 타이밍으로 주문했던 냉커피와 레드 오렌지 주스가 나왔다.
나는 갈린 얼음이 붉은빛 오렌지주스와 뒤섞여 동동 떠 투명한 빛을 발하는 주스를 멍-하게 내려보았다.
투명한 얼음때문에 주스위에 비춰진 내 모습은 불투명했다.
"묻고싶은건 그것뿐인가?"
셋쇼마루는 아까부터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면서 내 눈치를 보는 듯 했다.
어쩐지 기운이 전부 빠져버려 내 몸뚱아리가 바람빠진 풍선같았다..아니면 터져버린 풍선조각.
"마지막으로..지금, 카구라를 만나러 가는거야?"
"..네게 상처될 말이겠지만."
"부정하진 않네..?"
"....."
그는 내 마지막 말의 의도를 알았는지 아무런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냉커피값과 레드 오렌지 주스 값을 계산하고 카페를 나갔다.
아마..그것이 그가 내게 준 이별선물이겠지.
짤랑-하고 가벼운 종소리가 한번 더 울린다..내 마음속에서도 한번 더 울린다.
내 마음속에서 울리는 종소리는 계속 메아리쳐 간다..죽어가는 심장을 지나 텅 비어버린 내 머릿속에도 울려간다.
"..조상님, 시련이란건..이런건가요?"
내 옆에 놓인 작은 핸드백 안의 핸드폰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날 동정어린 눈초리로 바라본다.
그냥 자리를 뜰까, 했지만..테이블에 그대로 남아있는 레드 오렌지 주스는 왠지 좀 아까운 기분이 들게 했다.
...성격상 먹는건 못남기는 족속에 속하는지라(족속?) 그냥 하얀 빨대에 입을 대고 쪼-옥, 원샷해 버렸다.
그런 날 보고 핸드폰도 조금은 안심이 되는지 다시 꼬물꼬물 핸드백 안으로 들어갔다.
여섯번째 Part. 핸드폰과 함께 이별의 아픔을
얼마 안가 난 스스로에게 못이겨 핸드폰 문자로 헤어지자는 문자를 보냈다.
그쪽에서는 아무런 답장도 오지 않았지만 분명 받아들였을것이라 생각했다.
그날 이후 나는 온종일 핸드폰과 함께 하루를 보냈다.
시간만 나면 게임을 하고..음악을 듣기도 하면서..쓸데없는 사진도 찍어보고.
어쩐지 그를 만나지 않게 됨으로써 나는 점점 속이 비어진 인형이 되어가는것 같았지만 전혀 슬프진 않았다.
하루는 친구가 '야, 그 사람하고는 어떻게 됬어?' 라고 묻길래
"아..나 요즘 핸드폰이랑 사귀어."
정신나간 답변이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내 친구들은 하나 둘씩 내 곁에서 멀어져 갔다..아마 내 상태가 좋지 않다는걸 알고 날 피하려는 것 같았다.
그래..피하려면 맘껏 피하려무나.
세상이 뭐니..다 시간에 맡기면 될거라고 생각한다.
남친같은건 필요 없었다.
내 곁에는 날 위로해주는 훌륭한 핸드폰이 있으니까.
나..미쳐버린걸까.
일곱번째 Part. 데이트 신청+재회
우리 대학에서 일명 '산송장' 이라 불린지 약 3주가 지났고, 그와 헤어진지 3주가 되었다.
심장은 전혀 뛰는것 같지 않은데 나는 숨도 쉬고, 살고있다..물론 이 몸뚱아리도 멀쩡하다.
심장과 뇌가 죽어버린것이다.(그때문에 나는 산송장이라 불리고 있다-_-)
그런 내게 어떤 시력 안좋은 선배가 데이트 신청을 해왔다.
우리 대학교 일본문화과의 '테이빈' 이라는 선배였다.
만남은..그래, 학교 3층 건물 복도에 자리 잡은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마시는데 옆에 쭈삣쭈삣 다가와서 '네가 린이니?' 라고 묻길래 '네. 그런데요?' 라고 얼굴도 보지 않고 대답했는데
"이번주 일요일에 시간있니?"
생뚱맞은 질문이었다.
나야 뭐..남아도는게 시간인데, 싶어 이유를 물었더니
"전부터 좋아했는데..데이트..신..청..하려고.."
무척이나 소심한 선배다.
그리고 취향도 특이하다는 듯이 주위에서 이상한 눈초리로 본다.
하긴..이 학교에서 '산송장' 이라 불리는 내게 전부터 좋아해왔다, 데이트 신청을 한다..뭐 이런 개가 풀뜯어 먹는 소리나 해대고 있으니.
데이트라니까..안좋은 기억이 생각났다.
셋쇼마루와 데이트를 했었던 기억..다섯번째 나이프가 심장을 찔렀다.
그래도 그나마 가장 약한 나이프였다..단순히 추억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녹이 슬어버린 나이프니까.
그렇지만..더 아프게 느껴진다.
'거절할까?'
이런생각이 불현듯 머릿속에서 스쳐갔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벌써 난 좋아요, 라고 승낙해버린 후였으니까.
선배는 무척이나 기쁜듯한 표정으로 내게 연신 고맙다, 라고 말하며 일요일에 보자며 날아가듯이(아니, 날고 있었다) 5층으로 올라가는걸 난 그저 아무런 감정없는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아..음료수 뽑아 놨었는데."
내 정신좀 봐, 하면서 자판기 밑에 손을 넣어 음료수를 꺼냈다.
일요일..약속한 시간이 되자(약속시간이나 정했냐만) 나는 청바지에 위에는 붉은색 옷을 입고 머리를 묶었다.
그저 단순한 데이트라면..화장할 필요도, 꾸미고 나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며 외출준비를 간단히 끝내고 주머니에 내 영원한 프렌드, 핸드폰을 넣고 집을 나섰다.
약속장소(가 어디냐)로 향했더니 벌써 한시간전에는 와 있던것 같은 선배가 반갑게 손을 흔들어 아는체를 했다.
어디갈까, 하는 선배를 이끌고 셋쇼마루와 마지막 데이트를 했던 카페로 갔다.
또한번 짤랑-하고 종이 울린다.
창가쪽에 자리를 잡았는데, 옆에서 '어머. 린 양 아냐?' 라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그쪽으로 돌렸다.
순간, 내 핸드폰은 비명을 질러댔다.(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셋쇼마루와 카구라.
카구라는 의외라는 듯한 포커페이스로 가장하고(그 속은 일이 재밌어졌다는 듯이 비웃으며) 놀란듯 고상하게 한손으로 입을 가렸고 셋쇼마루는 무덤덤하게 나와 선배를 번갈아보았다.
머릿속이 다시 하얗게 지워져 가려는것을 핸드폰과 선배가 필사적으로 말렸다.
덕분에 난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만약 핸드폰과 선배가 날 말리지 않았다면 난 바로 창밖으로 뛰어내려 투신자살 했겠지.
"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
"린, 뭐먹을래?"
선배가 자상하게 미소를 띄우며 내게 물었다.
나는 고민할것도 없이 바로 레드 오렌지 주스를 주문했고 선배는 녹차 밀크를 주문했다.
주문을 하고 나서도 자꾸 옆자리가 신경쓰였다.
그 카구라라는 여자가 날 비웃으며 곁눈질로 바라보는것 같은 기분..난 바로 핸드폰을 호출했다.
내게 경례하는 핸드폰 뚜껑(?)을 열고 선배에게 '잠깐 전화좀 할게요' 라고 눈치를 보내곤 내 인생의 선배, 카고메 언니에게 바로 전화를 했다.
하지만 몇번의 신호음이 가다가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않아..' 라는 친절한 음성이 들려왔고 나는 핸드폰을 신경질적으로 닫으며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누구한테 전화했어?"
"아는 언니요. 핸드폰 놔두고 어디 나갔나봐요. 전화를 안받네요."
상대방에게는 상당히 신경질적으로 들렸을 말투였을것이다.
그만큼 내 신경이 온통 옆 테이블로 쏠려있다는 것이었다.
옆 테이블에선 참 다정한 대화가 오가는데 우리 테이블에선 싸-늘한 기운만 감돌아서 에어컨도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고양이가 한을 품으면 7대를 망하게 한다고 하던가..여자가 한을 품으면 아예 가문을 뿌리째 뽑아주겠다고 다짐하고 있을때 주문했던 음료가 나왔다.
"선배, 녹차 좋아하나봐요? 그거 맛있어요?"
"응. 깔끔해서 좋아해. 한모금 마실래?"
"그래도 되요?"
나는 내 컵에 꽂혀있던 빨대를 빼고 선배와 컵을 바꿔 한모금씩 마셨다.
음..이거 꽤 깔끔하고 괜찮은데? 녹차밀크덕에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어머, 옆 테이블 커플은 참 사이가 좋은것 같지, 셋쇼마루?"
...엑.
그게 뭔 소리래-_-?
카구라의 가시꽂힌 말이었다.
선배는 괜히 양 볼이 붉어져선 나랑 시선도 못마추고 괜히 창가쪽을 보고 나는 겨우 가라앉았던 화가 다시 속에서부터 끓어올랐다.
내가 뭘 하던 뭔 상관이야..당신은 당신 애인이나 잘 챙기면 될거 아냐.
화가 여기까지 치밀자 더이상 이성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뚝 끊어져 버리고 나는 아직 마시지도 않은 레드 오렌지 주스를 들고 일어나 옆 테이블에 앉은 카구라에게 그대로 부어버렸다.(내가 미쳤지, 미쳤어)
그리고 그대로 대고 있는말 없는말 다 내뱉었다.
"남이 뭘하던 무슨 상관이에요!! 그런말은 안들리게 하던가 하란말예요!! 그리고 이 사람이랑 나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구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지껄이지 말란 말예요!!!"
그리고 그대로 내 테이블에 놓인 핸드폰을 집어들고 검은 오오라를 내뿜으며 카페를 빠져나왔다.
이성이고 본성이고 뭐고 다 내 집어던져서 제대로 들리진 않았지만 아마 카페안에서 난리가 났던것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우리집으로 돌아왔다.
[셋/린] 체리 / [4]
*작가 주저리 : 어째 분위기가 점점 험악하게 나가네요..;
이 소설 원래 이런 소설 아닌데..린 원래 이런애 아닌데..[중얼]
셋쇼님은 이누야샤 못지 않은 양다리로 만들어버리고..[덜덜덜]
첫댓글 린 나이스!! 잘했어! 확확! 더 부어버려! 카구라의 얼굴에!<야..야..;;진정해. 하하하! 너무 재밌습니다! 늦으셨다구요. 흑흑...얼마나 기다렸는데요. 그런데 셋쇼마루님! 질투 한번 안 하시는 겁니까? 너무한다~ <아니야, 속으로 했을거야.
헉; 셋쇼마루는 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린~♡[< -_-;;;] 나이쑤 샷~!! 근데..셋쇼님이 양다리를-..=ㅁ=^^
녹차도 같이 부어버리지요-_-*ㅎㅎㅎㅎ저라면 바로 빨대로 눈을 찌르는 겁니다..ㅋㅋㅋ
그자리에서 테이블을 던져버리는것도..[<야야!!]
정말 뜨거운 녹차라면 더 좋았을 텐데 ^-^ [<<썩소일세-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