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여행 둘째 날 (오후)

[이수옥]

우리 사대 여행을 안내하시는 길잡이 서미애씨 언니 서정애 따라만 다니면 좋은 볼거리를 척척 안내해 주신다.

  실내 관광 코끼리 쇼다, 공연장 밖에서 코끼리 먹이로 바나나를 판다. 왜 코끼리 먹이를 관광객에게 사서 주라는지 의아한 생각을 했는데, 의구심은 곧 풀리게 되었다. 바나나 낱개로 두 개에 천원, 조금 바싸다는 생각에 딱 천원어치만 샀다.

  코끼리가 바나나를 두개고 세개고 주는대로 흘리지 않고 잘 받아서 한꺼번에 입으로 들어간다. 저 큰 덩치에 바나나 한 두개가 그야말로 간에 기별이나 가겠나 싶기도 하고, 천원만 투자라면 코끼리 코의 촉감을 느낄 수도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으니 이 또한 특별한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동요 노래말처럼 코끼리아저씨는 코가 손이라더니 뼈가 없는 코로 정말 못하는 게 없다고 손뼉치기가 바쁘다.

  집채 만한 코끼리가 저런 동작을 하기까지는 조련사들과 얼마나 많은 눈맞춤의 교감을 통하여 습득한 기술일까? 관광객들에게 연신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코끼리 쇼다. 저런 묘기를 부리기까지 코끼리와 조련사의 피나는 연습을 생각하며 사람이 노력하면 못 할 것이 없다는 내 삶의 반성문을 순간 순간 쓰게 했다. 코끼리 앞에 많이 부끄럽고로.....

  지금도 여행중 가장 기억이 남는 장면이 코끼리 쇼다, 바나나를 주면 척척 받아서 먹고, 천원짜리 지페를 주면 주는대로 (대부분 사람들이 천원짜리만 준다) 저렇게 코를 뒤로 말아 올려서 제 둥에 타고 있는 조련사에게 바친다. 신통한 그 모습을 보려고 울 엄마도 3천이나 쓰셨다. 그 중 한 장은 증손녀 설아가 체험하도록 주셨다, 내 지갑엔 천원짜리가 달랑 두 장 밖에 없어서 손녀에게 내 주고 그 기쁨을 맛보게 했다. 엄마랑 손녀가 즐거워 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기쁜일인가?

  저 큰 등치로 저묘기, 외에도 절로 손뼉을 치게 하는 묘기가 수도 없이 많았다. 코로 훌라후프를 돌리기도 하고, 템버린도 애교스럽게 흔들고, 서로의 꼬리를 코로 감아서 잡고 원을 돌리며 걷고, 모델이 된 관광객에게 안마도 아주 시원하게 해 주어서 잠시 부럽게도 만들었다.

  코끼쇼는 태국 여행지에서도 보았다고 자랑하시는 울 엄마, 말년운이 좋다, 더도 말고 말년복이 울 엄마만큼만 하고 바라지만 그건 어림없는 일이다. 울엄마, 초년고생은 많이 하셨지만, 엄마 고생을 알아주는 효자 아들이 셋이나 되고, 곰살스럽진 않아도 엄마를 끔찍하게 생각하는 딸이 넷이나 되는 엄마의 말년운을 넘보는 건, 애시당초 금물이다. 달랑 둘 뿐인 자식에게도 못다 준 사랑이 앙금처럼 가슴 밑바닥에 깔렸는데, 염치기 있지, 그야말로 손도 안대고 코를 풀 생각을 하다니.....

  엄마는 제주에 여러번 오셨어도 말을 타 본적이 없다고 했다, 나도 한 번 타 본적이 있는데 겁이 나서 무섭다고 소리를 질렀더니, 말이 놀라서 겅중겅중 엉뚱한 곳으로 달려서 간이 콩알 만했진 기억이 있는지라 엄마와 나와 손녀가 타는 말은 살살 걷게만 하라고 특별히 부탁했다. 엄마도 나도 말을 타고 달리는 기분을 만끽할 체력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혹여라도 말에서 떨어지거나 구르는 불상사가 생기면 그 걱정은 온전히 내 몫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어서다. 제주 조랑말을 타 보았다는 추억만 있으면 되지 않느냐고 내 멋대로 엄마와 손녀에가 타협을 했다. 손녀는 따가닥 따가닥 달렸으면 싶은 마음을 살짝 내 보였는데, 당최 그런 맘은 먹지도 말라고 애원을 하다시피 했다.

  상술도 갖가지다, 얇게 저며 꼬치에 끼운 작은 당근 두개를 천원에 판다. 손녀에게 자기가 타고 온 말한테 상으로 당근을 주어보는 추억도 만들라고 부추긴다. 천원 투자해서 손녀 가슴에 돈으로 절대로 계산 할 수 없는 행복이 쌓인다는 계산으로 손녀에게 당근을 천원어리 사 주었다, 

  성읍 민속마을, 울 엄마가 밥값을 쏘신 만찬이다. 옥돔 구이와 돼지고기 두루치기로 입맛을 살린 손녀는 밥을 두 공기나 먹었다.  울 엄마는 새콤달콤하게 무친 겉절이에 입맛을 부쳐서, 평소에는 반 공기면 충분하신데  밥 한 공기를 다 드셨다. 미애씨 언니, 친절한 여행길잡이 서정애씨가 특별히 부탁한 막걸리 한 잔, 내 기분은 아주 잠깐 이었지만 세상 부러울 거 하나 없이 알싸했다, 세상 사는거 뭐 별거 있더냐? 호기도 생기더라만 취할 생각은 접어야 했다, 엄마와 손녀에게 취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생각은 꿈에도 없었으므로,

  나중에 남편과 다시 가면 흥건하게 취해 보리라, 그리고 앞 뒤가 맞지 않아 힘들었던 세상사는 이야기를 몽땅 털어내고 지금 울 엄마처럼 남들 눈에 많이도 행복해 보이게, 마냥 행복한 모습만 연출하자고 손가락도 걸어보고, 얼싸 안아도 보고, 찐한 사랑도 재현해 보리라는 작은 소망을 막걸리잔에 새겼다. 

  민속마을 성읍마을 입구다. 친절한 여행길잡이 서정애씨의 친절한 설명에 손녀가 책에서 혹은 영상매체를 통해서 아는 소견을 조잘거려서 조금은  민망했다. 책으로 영상매체로 아는 것과 다르게 실제 눈으로 보는 게 여행이라는 것을 손녀도 알아가는 것일 테니, 살짝 한마디 주의만 주었다. 생각이 저만치 앞서가는 영악한 요즘 아이들, 내 잣대로 일일이 따지고 잔소리를 하면 애써 축척해둔 할미 점수가 마이너스  된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하니까.....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이다, 그런데도 제주 여행을 하는 내내 한 번도 비를 맞지 않았다.

이게 다 서정애님이 요리조리 알색( 수시로 전화로 광광지 날씨를 물어보고 움직인 덕분인데)을 한 덕이라고 했더니, 우리가 여행복이 있다고 하신다. 편지가족 서미애와 친절한 사이라고 사전에 누출된 덕을 톡톡히 보았다.

   열번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 없는 제주 방언이다. 오젠 허난, 폭삭속아수다, 란? '찾아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라니 세계 공용어 영어도 제주 방엄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고 돌아설 일이다.

찾아와 주시어 고맙습니다. 라는 뜻이라는 이 말은 비교적 쉬운 편이다. 초자와 줘  고맙수다.

동물을 유난히 좋아하고 이뻐하는 손녀가 제주 조랑말 앞에서 떠날 줄 모른다. 조랑말이지만 저 큰 덩치를 애완견 만지듯 이리저리 쓰다듬으며 이뻐죽겠단다,

  저 이뻐 하는 줄 아는 조랑말의순진무한 눈빚을 보며 손녀는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도통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길 생각을 안한다, 하루 종일 말과 이야기를 하며 놀고 싶단다, 그 모습을 본 울 엄마, 네 할미에게 조랑말 한 마리 사달라고 해서 서울까지 타고 가라고 놀리신다.

  민속마을 해설사 아줌마의 입담이 얼마나 꼬습던지. 손녀 때문에 귀를 막아야 되는 상황은 놓쳐서 옮겨 적을 수 없지만 전체적 느낌은  귀가 간지러운 호사를 누렸다고, 외설스런 고백을 한다.

여기도 엄마도 나도 설아는 물론, 안 가본 곳이다, 새섬이란다.

  새섬으로 건너는 다리위에서 이쪽을 바라보며 증조할머니와 할미인 나를 번갈아 부르며 신나가 깡총가리는 모습을 보고 연세드신 관광객 몇분이 증손녀와 관광을 다니는 울 엄마가 참 보기 좋다고 부럽다고들 하신다. 울 엄마도 좋다고, 아주 좋다고 맞장구를 치신다. 행복에 겨워서 일까? 아예 눈까지 감은 울 엄마 진짜 말년복 있으신거 맞다.

  요즘, 노인 장수시대라지만, 젊은이들 결혼 적령기가 늦어질 뿐더러 결혼을 해도 자식 두기를 거부하는 젊은 부부가 많으니, 증손주를 보기가 생각만치 쉽지 않다. 증손주는 고사하고 손주보기도 어렵다는 세상인데 증손녀를 대동하고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울엄마, 복받은 노년이다. 그야말로 세상 뭐 있나?  내 나이도 세상 사는 재미가 시들해져서 손주 재롱이 세상 여느 재미를 훨씬 앞지르는데, 울 엄마야 더 말해 무엇하리.

여길 봐도 좋고,

저길 봐도 마냥 기분이 좋은 손녀, 이 추억이 손녀가 세상을 사는 동안 때때로 힘이 되어 주기를....

    제주도 날씨가 하루에도 시시각각 바뀌기도 하고, 네비게이션이 일러 준다고는 해도, 도로공사를 하는 곳이 곳곳에 있고 해서 운전을 하며 여행을 한다는 건, 엄청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여동생이 함께가서 운전을 해 주겠다고 했는데 제가 거절했습니다. 운전 베테랑 남편이 아니면 곤란하다고 했지요. ㅎㅎㅎ또 관광버스로 단체 관광을 하게 되면 가 본 곳을 또 가게되기도 하고요, 이번에 한대가 빠지긴 했으나 저희 사대가 마음에 드는 여행을 했습니다.

[서미애]

언니 명함 소개는 뺐으면 싶으네요. 만족한 여행에 언니를 적극 소개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상업적인 느낌이 들어 제가 부끄럽네요. 글에서 이미 제 언니 이야기 나왔으니 나중에 필요하신 분은 따로 연락 주시겠지요. 세번 째 일기도 잘 읽었습니다.

[이현용/자유인]

미애씨 언니가 제주도 여행 길라잡이셨군요. 위에 이렇게 자세히 소개를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다음에 우리도 제주엘 가면 꼭 참고 하겠습니다. 초년에 고생하신 엄니께서 효자 아들 형제와 곰살스럽진 않아도 엄마를 끔찍하게 생각하는 딸이 넷이나 되는 엄마의 말년운은 보나마나 일껍니다. 코끼리 쑈 귀여운 조랑말... 오젠 허난, 폭삭속아수다, 와 초자와 줘 고맙수다. 제주 방언이 참 어렵지만 나름대로 특이하네요. 시원한 바닷가... 등 수옥성님 고맙수다 덕분에 가만히 앉아서 제주 귀경 잘 했수다

[이수옥]

내사랑 디카군이 제게 요즘 엄청 효자노릇을 합니다. 현용씨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다시금 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