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와 요한이 성전 미문에 있던 걷지 못하는 사람을 고쳐 준 사건이 등장합니다. 베드로와 요한은 기도하기 위해서 제 구 시 기도 시간에 성전으로 올라가던 중입니다(1절). 제 구 시는 요즘 시간으로 오후 세 시입니다. 유대인들은 하루에 세 번 기도 시간을 가졌는데, 제 삼 시(오전 9시), 제 육 시(낮 12시), 그리고 제 구 시(오후 3시)에 기도 시간을 가졌습니다. 베드로와 요한은 기도 시간에는 습관처럼 기도하였던 것입니다.
성전으로 드나드는 문은 여러 곳이었지만, 가장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문은 미문이었습니다. 미문(美門, Beautiful Gate)은 이방인의 뜰에서 여인들의 뜰로 들어가는 출입구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 수밖에 없는 문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성전에 오는 이유는 제사를 드리거나, 기도를 드리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한 성전의 가장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문에서 구걸을 하는 것은 사람들의 동정심을 사기에는 아마 가장 좋은 장소였을 것입니다. 아마 이 걷지 못하는 사람은 여러 협력자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2절을 보면 여러 사람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못 걷게 된 이 사람을 메고 왔다고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이 미문까지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구걸한 돈의 일부를 이 못 걷는 사람에게서 받고 있는지, 그저 도움을 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찌했건 이 구걸하는 자를 돕는 손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못 걷는 자는 성전 미문에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구걸을 하였고, 사람들이 던져주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했을 것입니다. 나면서부터 못 걷는 이 사람은 이렇게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자였습니다. 그리고 사도행전 4:22을 보면 이 사람의 나이가 40세 정도 되었다고 하였으니 40여 년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던 사람입니다.
이렇게 평생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삶의 변화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성전으로 가던 베드로와 요한을 만난 후, 그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 사람은 베드로와 요한에게도 구걸하였지만(3절), 돈을 받을 수는 없었습니다(6절). 베드로와 요한이 이 사람을 주목하여 보았습니다(4절). 그냥 지나칠 수 있었지만, 이 사람의 처지를 주목한 것입니다. 베드로와 요한이 “우리를 보라”고 했을 때도(4절), 이 사람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하여 바라보았지만(5절), 베드로와 요한은 돈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을 그에게 베풀었습니다(6절). 그리하여 이 사람은 장애가 있었던 신체가 힘을 얻어 벌떡 일어나서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였습니다(7절, 8절). 그리고 성전에 들어가면서 하나님을 찬양했습니다(8절). 그리고 사람들은 이 사람이 걷는 것과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을 보고 놀라워했습니다(9절, 10절).
우리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사람들에게 물질적 도움이나 사회적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의 영혼을 살리는 것이고, 그들이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물질적인 것을 얼마 정도 도와주는 것보다, 그들에게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주목하여 보고, 그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면서부터 못 걷던 이 사람이 치유되어 걷는 것을 목격한 수많은 사람들이 성전 안에 있는 솔로몬의 행각이라고 불리는 곳에 있는 베드로와 요한에게 몰려들었습니다(11절). 이러한 사람들에게 베드로는 복음 전파의 기회로 삼습니다. 베드로는 못 걷는 사람을 고친 권능이 자신들의 권능이나 경건함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합니다(12절). 그리고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영화롭게 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권능으로 이러한 역사(役事)가 나타난 것임을 분명하게 선포합니다(13절).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이 땅에 메시아로 보내셨는데, 이러한 예수님을 빌라도에게 고소하고, 빌라도가 죄가 없음을 인정하고 풀어주려고 했지만 그것을 거부하고 생명의 주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서 죽게 하였다는 것을 상기(想起)시킵니다(13절~15절). 그러나 하나님께서 이 예수 그리스도를 다시 살리셨고, 이 모든 일에 베드로와 요한을 비롯한 제자들의 바로 증인이라고 말합니다(15절).
나면서부터 못 걷는 이 사람을 온전하게 하여 걷게 한 것도 이 사람이 예수님의 이름을 믿음으로 완전히 나음을 입은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16절). 그러나 유대인들을 비롯한 이스라엘 백성이 제대로 알지 못해서 예수님을 거부하고 죽임당하도록 하였다는 것을 안다고 말하면서(17절), 이러한 모든 것들도 하나님께서 선지자를 통해서 예언했던 것이라고 말씀합니다(18절). 그렇기에 이제라도 회개하고 돌이켜 죄 없이 함을 받으라고 권면합니다(19절). 그리하면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셔서 맞이해 주실 것인데(20절), 지금 예수 그리스도는 마지막 때가 이르러 하나님께서 만물을 회복하게 하실 때까지 하나님 나라에 계실 것이라고 말씀합니다(21절). 예수님은 지금 승천하셔서 하나님과 함께 계시지만, 때가 되면 하나님께서 다시 이 땅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셔서 우리를 맞이하실 것이란 말씀입니다.
이어서 베드로는 신명기 18:15, 18, 19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모세가 말씀할 때 모세와 같은 선지자 하나를 세울 것이라고 예언했던 것이 바로 이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을 강조하였고(22절, 23절), 사무엘 때부터 이어지는 선지자들도 말씀했던 것이 모두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것이었고(24절), 아브라함에게 “땅 위의 모든 족속이 너의 씨로 말미암아 복을 받으리라”(25절; 창 12:3; 18:18)라고 말씀했던 그 씨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말씀합니다(25절). 그래서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셨고, 악한 데서 돌이켜 구원을 받는 복을 주시려고 하셨음을 선포하고 있습니다(26절).
성전 미문에 앉아서 구걸하던 못 걷는 사람을 고쳐 주는 것은 단지 그 사람을 고쳐 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베드로와 요한, 그리고 예수님의 제자들은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도 주변 사람들의 필요를 주목하여 살피고, 그들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찾아 돕는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자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인생의 진정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도와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살피고, 돕는 사역을 해나가는 우리 모두가 되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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