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는 패키지 상품으로 가기에는 아깝다. 벌집 같은 지하철 노선도만 들고 다니면 초행길이라도 막힐 게 없으니까. 더구나 아이와 함께 면 컨디션에 따라 일정을 조절해야 하니 자유 여행이 답. 1천300원을 넘나드는 엔화 환율을 보고 ‘일본’만은 피하고 싶었건만, ‘키티’ 캐릭터 소품만 보면 행복해지는 딸을 위해 4박 5일 ‘도쿄 강행군’에 나섰다.
| |
|
여행 준비 - 아홉 살 딸과 자유 여행, 한 발이라도 덜 걷기! |
|
호텔 위치가 걸음 수를 좌우 처음 잡은 곳은 오다이의 호텔. 하네다공항에서 직행하는 리무진이 있다는 점과 호텔 문 앞부터 하루 관광이 해결된다는 편리함을 노렸다. 그러나 리무진이 비행기 착륙 시간 전인 오후 3시경 끊긴다는 사실을 오랜 검색 후에야 알았다. 부랴부랴 알아본 호텔은 신주쿠 역 근처. 그러나 대부분 지하철에서 10분 이상 걸어야 해 밤늦게 지친 몸으로 걸어 들어갈 일이 걱정됐다. 두 차례 취소 끝에 확정한 곳이 시나가와 역 바로 앞 호텔이다. 하네다 공항에서 400엔으로 20분 만에 지하철 환승 없이 도착하고, 역에서 나와 횡단보도만 건너면 되니 시간도 돈도 걸음도 아낄 수 있는 위치. 무엇보다 도쿄 역, 신바시 역, 신주쿠 역을 이용해야 하는 우리는 시나가와 역이 중간 지점이라 딱 좋았다.
아이를 위한 일정 하루 한 곳만 ‘하라주쿠 → 디즈니랜드 → 산리오 퓨로랜드&신주쿠 → 오다이바 → 우에노&아사쿠사’가 처음 작심한 일정. 그러나 마지막 일정은 완수하지 못했으며, 산리오 퓨로랜드에서 에너지를 다 소비하고 지친 몸으로 신주쿠의 밤거리를 둘러보는 코스도 다소 무리였다.
예산 갉아먹는 입장료 비행기와 호텔은 170만 원 정도(5월 연휴 성수기 요금). 환전한 70만 원과 신용카드로 쇼핑과 식사, 교통비를 충당했다. 여기에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동산(디즈니랜드 외 세 곳)을 찾아다니다 보니 입장료로 35만 원 정도가 추가되었다. | |
|
|
|
첫날 오후 3시 호텔 도착, 하라주쿠에서 스타트 |
|
목요일, 그것도 비가 퍼붓는 저녁 하라주쿠는 썰렁했다. 화창한 주말에 왔다면 일본 젊은이들의 문화를 흠뻑 느낄 수 있었을 곳. ‘패션 스트리트’로 불리는 하라주쿠 역 주변은 청담동과 압구정동 패션 골목을 섞어놓은 듯한 분위기로 명품 숍과 구제품 가게, 저렴한 트렌드 숍이 모여 있다. 일단 돌진한 곳은 아이가 고대하던 캐릭터숍 ‘키디랜드’. 오모테산도 거리를 향해 걷다 보면 나오는데 ‘키티’ ‘미피’ ‘스누피’ 등 캐릭터 소품으로 5층 건물이 가득 찼다. 가격은 만만치 않다. 주먹만 한 키티 인형 하나가 1천 엔을 우습게 넘고, 500엔 이하라고는 볼펜, 메모지, 젓가락 정도밖에 찾아볼 수 없다. 여행 첫날부터 쇼핑 삼매경에 빠진 우리 가족이 한심해 보였지만 덕분에 딸한테 동기부여는 톡톡히 된 시간. “일본에 오니 예쁜 게 많네~” 흥분하며 “빨리 돌아다니고 싶다~” 호기심에 발동을 걸기 시작했다.
Live Infomation 투어 포인트 하라주쿠 역 주변에서 일본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은 메이지 신궁과 요요기 공원. 메이지 신궁은 1920년에 지은 신사로 울창한 숲이 인상적인 곳이다. 요요기 공원 정문으로 나와 보이는 메이지 신궁 앞 하얀색 다리(진구바시)에서는 일요일에 벼룩시장이 열린다. 코스프레, 야외 연주도 펼쳐지니 일요일로 일정을 잡는 게 좋다. 교통&경비 거리 구경만 할 거라면 지하철비 1인 왕복 320엔으로 한나절 보내기도 가능. 쇼핑과 식사 메뉴에 따라 경비가 좌우된다.
| |
|
둘째 날 ‘도쿄 디즈니랜드’ 개장에서 폐장까지 |
|
5천800엔(어른)이나 하는 입장료를 생각하면 반드시 오전 9시 개장부터 오후 10시 폐장까지 놀아야 하는 곳. ‘본전 뽑기’ 마인드로 온 사람들은 우리뿐만 아니었다. 개장 30분 전부터 입장 대기 행렬이 늘어서 있었으니까. 특이하게도 표를 구입하는 이는 거의 없는데, 시내에 있는 ‘로손’ 편의점에서 구입해 오기 때문이다. 때마침 로손에서 미리 구입하면 1천 엔을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해 더욱 그런 것 같다. 사실 디즈니랜드의 놀이기구는 아홉 살 딸 수준에서는 만만하다. 그래서 좀 큰 아이들은 강도 높은 기구가 많은 ‘디즈니시(sea)’에 데려가는 게 나을 거란 조언이 인터넷에 올라오나 보다. 우리나라 놀이공원에서도 타본 롤러코스터, 회전목마에 주인공만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일 뿐 퍼레이드 형식도 비슷해 어른들 눈엔 시시할 수도 있다. 게다가 패스트패스로 예약이 되지 않는 놀이기구도 많아 30분 이상 햇볕 아래서 기다리기를 수차례. ‘놀이공원은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갈 수 있는데…’ 아까워하는 엄마 아빠의 속마음이 무색하게도, 아이에게 또 가고 싶은 곳을 물을 때마다 나오는 대답이 바로 이곳 ‘디즈니랜드’다.
Live Infomation 투어 포인트 미키마우스 모양 아이스바(300엔), 미키마우스 모양 피자(400엔)는 디즈니랜드의 명물. 3천 엔 하는 콜라를 마시기 아깝다면 음료수는 미리 준비하는 것도 좋다. 돗자리를 챙기면 일찌감치 퍼레이드 자리를 선점하는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교통&경비 도쿄 역에서 게이오 선으로 갈아타고 마이하마 역에서 내리면 된다. 지하철비는 1인 왕복 760엔. 지하철 타는 시간은 30분 남짓이나 환승할 때 10분 이상 걸어야 한다. 디즈니랜드 1일 프리패스 요금은 어른 5천800엔, 어린이 3천900엔. 두 끼 식사와 간식 비용이 1만 엔 남짓 들었고, 기념품 쇼핑까지 이곳에서 쓴 비용이 35만 원 정도다.
| |
|
셋째 날 키티 천국 ‘산리오 퓨로랜드’ |
|
‘키티랜드’로 통하는 ‘산리오 퓨로랜드’는 아이가 가장 환상을 갖고 기다리던 곳. 도쿄 여행 중 뜻밖에 비가 온다면 실내놀이동산인 이곳으로 대체하는 것도 좋다. 오전 10시 개장에 하절기 주말이 아니고는 평일 오후 5시, 주말과 휴일 6시에 문을 닫는데, 그 시간도 충분할 만큼 아담한 규모다. 탈것, 볼 것도 많지 않아 아홉 살 딸이 ‘또 할래’ 한 것은 키티나라 ‘탐험보트’와 퀴즈를 맞춰가며 장식 아이템을 얻는 ‘키티랩’ ‘키티하우스’ 정도. 가장 흥겨워하는 연령층은 대여섯 살 유아들로, 특히 퍼레이드 전 율동을 배워보는 시간엔 하나 되어 참여한다. 폐장 시간까지 버티다 나와 지하철 환승을 위해 내려야 하는 신주쿠로 다음 코스를 정했다. 하지만 밤에는 역 주변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탓에 지친 아이와 오붓하게 걸을 수 없었다. 담배 연기와 술 냄새에 찌든 고기 구이 골목으로 차마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지 못했고, 결국 깔끔한 빌딩 식당가에서 5천 엔이 넘는 호사스런 저녁식사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Live Infomation 투어 포인트 4층에 있는 푸드 머신 레스토랑은 컵도 키티, 플라스틱 수저도 키티, 냅킨도 키티, 설탕 포장지도 키티라 이 물건만 챙겨도 키티 컬렉션으로 충분하다. 산리오 퓨로랜드 안 숍에서 비싼 가격에 놀라 충분히 쇼핑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하지 말 것.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100엔 숍’에도 중국산이지만 키티 생활 용품과 문구류가 많다. 교통&경비 시나가와에서 신주쿠 역, 다시 신주쿠에서 초후 역으로 가 한 번 더 환승해 게이오 타마센타 역에 내린다. 1인 왕복 교통비 1천40엔. 산리오 퓨로랜드 자유이용권은 당일 구매 시 어른 4천400엔, 어린이 3천300엔이다. 일본 내 로손 편의점에서 미리 구매할 경우 어른은 4천 엔, 어린이 3천 엔이고, 홈페이지(www.puroland.co.jp/korea)에서 할인권을 출력해 가져가면 어른 4천100엔, 어린이 3천100엔. 이곳은 평일에도 쉬는 날이 있으니 홈페이지에서 미리 확인해두는 게 좋다.
| |
|
넷째 날 역마다 내리는 재미, ‘오다이바’ |
|
오다이바는 드라마 촬영지로 자주 등장해 일본인에게도 인기있는 곳이다. 해상공원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고, 쇼핑센터와 놀이공간, 박물관까지 있는 말 그대로 관광지. 돈 들이지 않고도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역으로는 다이바가 최고다. 후지TV 무료 견학 코스가 있고,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해상공원은 유유자적 거닐기 좋다. 아오미 역도 꼭 내려볼 것. ‘파레트 쇼핑타운’으로 가는 길에 ‘메가웹’이라는 자동차 전시장이 있는데, 멋진 자동차를 무료로 시승할 수 있는 곳이다. 오다이바해상공원 역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월드 ‘조이폴리스’가 있다. 오후 11시까지 실내에서 놀이기구와 게임을 즐길 수 있는데, 최소한 입장료 500엔이 든다. 한 기구당 300~500엔이고, 자유이용권은 3천800엔. 무료 입장 애호가라면 차라리 그 위층에 있는 에도시대 시장을 재현해놓은 쇼핑가부터 가보자. 그 안에 운동하는 놀이 공간 ‘머슬캐슬’이 있는데, 무료 입장에 500엔으로 프로그램 하나를 즐길 수 있다.
Live Infomation 투어 포인트 텔레콤센터 역에 있는 ‘오에도온센 모노가타리’는 에도시대 분위기를 연출해놓은 내부 장식에 족탕, 모래탕, 노천탕을 갖춘 온천. 입장료는 어른 2천900엔(오후 6시 이후에는 2천 엔), 어린이 1천600엔. 다음날 오전 2시 이후에는 1천700엔이 추가된다. 호텔 대신 이곳에서 하루 묵어도 좋지만 3인 가족인 우리에겐 호텔비보다 비쌌다. 교통&경비 신바시 역에서 내려 유리카모메라는 모노레일로 갈아타야 한다. 두루 관광할 거라면 유리카모메는 1일권(800엔)을 끊는 게 낫다. 교통비는 1인 총 1천60엔. 조이폴리스와 수상버스, 온천 등을 추가하려면 예산은 20만 원 이상 여유 있게 책정할 것.
| |
|
|
|
다섯째 날 남은 5시간, 신주쿠 거리 거닐기 |
|
비행기를 타기까지 남은 5시간 동안 우에노와 신주쿠, 지브리 미술관 사이에서 마무리 일정을 고민했다. 우에노에 가면 공원이 있고 동물원이 있고, 부지런을 떨면 일본 전통이 밴 아사쿠사도 다녀올 수 있어 좋은 코스다. 하지만 굳이 입장료 200엔 을 내면서 우에노 공원에 들어가볼 필요가 있을까 싶어 포기. 지브리 미술관은 예약을 해야 하는데다 오전 10시부터 2시간마다 입장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데 시간 맞춰 갈 일도, 우리 세 가족 입장료 2천100엔을 쓸 일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정한 곳이 신주쿠 거리 거닐기. 도쿄 도청을 비롯해 세련된 빌딩이 즐비하고 백화점, 약국, 소품 숍이 많아 아기자기한 도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거리다. ‘서던 테라스’ ‘신주쿠 공원’처럼 한적한 공간들도 커피 한 잔 사들고 걸어다니면 기분 좋다.
Live Infomation 투어 포인트 신주쿠에는 맛있는 음식점이 많다. 깔끔한 건물에 있는 식당은 보통 1천~2천 엔이지만 아이와 가기에는 가장 쾌적한 곳. 회전초밥집도 여러 군데 있는데 100엔인 곳도, 130엔인 곳도 있으니 가격을 보고 들어가도록. 1천 엔에 인도 카레 네 종류와 난, 밥, 샐러드를 70분간 무제한 먹을 수 있는 인도 음식점도 점심시간이면 가득 찬다. 저렴한 메뉴를 원한다면 신주쿠 지하철 역에서 해결하는 게 낫다. 교통&경비 시나가와 역에서 환승 없이 15분 정도 소요되며, 1인 교통비 왕복 380엔. 식사 메뉴와 쇼핑 정도에 따라 경비는 달라진다. | |
| |
첫댓글 여행을 좋아하는데... 일본은 넘 비싸요... 다음 여행지는 일본이나 홍콩 디즈니랜드로 가려고 했는데...경제적인 면이 받쳐주질 않네요 ㅋㅋ
아이와 비행기 타고 어디든 여행가고 싶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