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르코 성당과 두칼레 궁전, 그리고 대종루의 겉모습만 대충 훑어본 우리는(패키지 여행이란ㅠ)
아름다운 기둥 숲으로 둘러싸인 넓고 긴 직사각형의 산마르코 광장에서 기념 사진을 찍은 후
광장의 남쪽 건물에 자리잡은 카페 플로리안으로 핫쵸코를 마시러 갔어요.
카페 플로리안은 그야말로 베네치아의 상징과 같은 장소예요.
1720년에 개업해서 지금까지 영업 중이라고 하니 그 역사가 어언 300년에 이를 뿐 아니라
외세의 침락 때는 전략의 요충지였고 지식인의 담론의 장이었으며 무엇보다 베네치아를 방문하는 명사들이 가장 먼저 찿은 곳이라고 해요. 괴테, 스탕달, 바그너, 릴케, 마네, 모네, 하이네, 니체...
하지만 이곳을 더 유명하게 해준 이는 아마 이탈리아 출신 중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인물... 카사노바일 거예요.
베네치아에 머물던 카사노바는 작업을 걸기 위해 이 카페를 들락거렸다고 하는데
사실 이 카페는 한때 매춘의 소굴이기도 했기에 카사노바가 이 카페를 들락거린 이유가 작업을 위해서인지 매춘을 위해서인지는 알 수가 없어요. 아마 둘 다이겠죠.^^
베네치아의 재판소는 아름다운 두칼레 궁전 안에 있는데
베네치아의 죄수들을 수감한 피옴비 감옥은 바로 이 두칼레 궁전과 아주 좁은 운하를 사이에 두고 있어요.
그리고 두 건물은 아름다운 다리에 의해 연결되어 있어요.
재판소에서 판결을 받은 죄수는 이 다리를 건너 바로 감옥으로 수감되었기에
다리를 건너는 죄수는 다리에 난 창문을 통해 마지막으로 베네치아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절망적인 마음으로 탄식한 후 피옴비 감옥에 수감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다리는 '탄식의 다리'라고 불리워져요.
(뒤쪽으로 탄식의 다리가 보입니다.)
가이드님은 카사노바도 한때 이 감옥에 갇혔지만 간수의 딸을 유혹해 탈출했다고 설명했는데 잘못 알려진 사실입니다.
제가 한 4, 5년 전에 카사노바 자서전을 사서 읽은 적이 있는데
(다 못 읽음, 엄청 김, 묘사가 너무 치밀함, 어린 시절의 그 모든 세세한 이야기를 기억해서 그토록 장황하게 쓸 수 있다는 데 놀람)
카사노바가 감옥을 탈출한 일이 있기는 하지만 간수를 매수해서 탈출했다고 본인이 썼으며
탈출의 과정이나 주변에 대한 묘사를 읽어보면 절대 피옴비 감옥일 수가 없어요.
카사노바는 흔히 연애의 천재로 교양과 화술과 재능으로 여자들을 유혹해 사랑을 나누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카사노바의 자서전을 읽어 보면 가난한 민중 여인은 성폭행이나 매춘으로, 귀족 여인은 사기 연애로 자신의 변태적 욕망을 채운 범죄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아무튼 그는 자서전에서 자신이 안은 여인이 122명이었다고 고백하는데 그 꼼꼼한 기억력과 양아치짓까지 자세하게 묘사한 기록정신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말이 나온 김에 재미로 카사노바의 일생을 간단히 요약하면
1725년 베네치아에서 배우 아버지와 성악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카사노바는
청소년기에 성직에 입문하고 파도바 대학에 다니면서 여러 언어와 교양, 자연과학, 운동을 배웁니다.
재능이 뛰어나서 뭐든지 잘했나 봐요. 남동생도 유럽 회화사에 이름을 남길 정도로 뛰어난 화가였으니 집안의 유전자가 괜찮았나 봅니다.
하지만 성직자의 신분을 이용해 여신도들을 꼬시는 일탈행위를 일삼다 결국 교회에서 쫓겨나면서 본격적인 엽색행각을 시작합니다.
우연한 기회에 베네치아 귀족의 양자가 되면서 돈까지 가지게 된 카사노바는 수녀까지 끌어들인 난교 파티를 여는데 이 일로 기소되어 위에 쓴 것처럼 감옥에 갇히고 또 탈출합니다.
이후 유럽 여러 곳의 궁정을 돌며 여러가지 사업(프랑스에서는 루이 15세의 복권사업을 도와 줌)에 손을 대어 큰 돈을 벌기도 하지만 다 털리고... 사기를 치고 교묘한 방법으로 여자들을 강간하고 감옥에 들락거리고 빚쟁이가 되어 떠돕니다.
그리고 젊었을 때 문란한 생활을 한 탓인지 40대 중반에 성기능 장애가 와서 이때부터 여성 편력 없이 쓸쓸하게 지내다 73세에 체코의 시골에서 죽습니다.
카사노바의 여성편력을 보면 그가 인생을 엄청 자유롭게, 그리고 신나게 살았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는 훌륭한 재능에도 불구하고 그 편력과 그에 따른 빚과 사기행각 때문에 평생 추방과 감옥을 전전하며 불안하게 살다간 인생이예요.
플로리안 카페에서 핫쵸코를 마시고
카페에 소속된 악단의 연주를 잠시 들은 후
우리는 기념품도 살 겸 구경도 할 겸 광장 뒤편 골목을 돌아다니다
가이드님이 정해준 시간에 맞추어 원위치했습니다.
그리고 베네치아 섬을 관통하는 S자의 대운하를 수상택시로 구경한 후 섬을 떠나
오후 행선지인 베로나로 가는 전세 버스에 몸을 실었어요.
첫댓글 저는 베네치아가 그닥..
비둘기 때문에 피해다니기 바빴네요
어딜 가도 제일 공격적인 비둘기가 베니스비둘기였어요 ㅎㅎ사람한테 막~~~ 공격을.
그게 이십 년 전에도,십 년 전에도, 또 몇 년 전에도 갈 때마다 똑같은 거 보면 갸들은 유전자를 타고 나는 듯요.
베니스는 좋았어요^^
@intermission. 저도 베니스 두번 갔는데 또 가고 싶은곳이예요.
잘쓰셨네요 다시갔다온 느낌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초딩때 베니스의 개성상인인가 그 책 읽고 가보고 싶은 1순위 도시였는데 막상 가서는 찌는 듯한 더위와 습함 때문에 정신을 못 차렸다는..ㅎㅎ 저는 곤돌라 뱃사공(?)이 노래도 멋드러지게 불러주고 노도 저어보게 해줬는데..ㅎㅎ 친구랑 같이 가서 가면사고 유리공예품들 사고 애지중지 하며 왔던 기억도 나고.. 10여년 전 이야기네요.
그립당. ㅎㅎ
멋진 사진과 추억이네요. 곤돌라에 수상택시까지 성당도 멋지고요. 조선시대때 배우 아버지와 성악가 어머니면 그냥 미천한 사당패였겠죠.
음,,,2016년에 이탈리아 여행을 했기에,,,사진을 보니 지난추억에 대한 감회가 더욱 새롭네요,,,ㅎㅎ
카사노바에 대한 얘기는 너무 감사합니다,,넘 잼나게 잘 읽었네요
슈렉님 사진보면서 제 추억들이 소환 됐네요
사진 잘 보고 갑니다~*
아웅
좋으셨겠어요!^^
멋진 사진 진 보고 갑니다~^^
덕분에 잘 봤습니다.
카사노바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
자세한 후기 감사드려요.
몇년전에 다녀 왔어도 엊그제 다녀온거 처럼 기억에 남는 곳이에요.
가이드님이 맥심성당이라 설명해준 성당 사진도 보이네요.맥심커피 광고에 나온 곳이라고..카시노바 이야기하면서 탄식의 다리 설명할땐 가슴이 찡하기도 했는데..슈렉님 설명으로 접하니..윽...&&&&
저희 남편도 지금 이탈리아 갔는데..
넘 덥다고 하더라구요. 숙소는 좋냐 하니까 너처럼 깔끔떠는 애들은 질색할거라고 하던데..저는 그래도 이탈리아 넘 가보고 싶네요.. 사진 하나하나 넘 아름답습니다!!!
저희가족은 11월에 갔는데 딱좋더라구요ᆞ
3월달에 다녀왔는데~~사진을 보니 그리워 지네요 저 카페에서 서서 먹으면 1유로..ㅎㅎ너무 멋진곳....또 가고 싶어라~~잘 봤습니다.
오~ 카사노바.. 글 참 잼나게 읽었네요.
근디, 슈렉님 핀 꽂으니 왤케 귀여우세요.ㅎㅎ
그쵸 ㅎㅎ
제 눈엔 네명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만 눈에 보이네요
부러운 우정이죠~^^
@멋진 인생 ~! ㅇㅇ 친구들과 가는 여행 너무 좋은거 같아요
저는 종탑에도 올라가보고 배타고 건너편 에서도 봤는데 경치가 와우~~~
리알토 다리에서 곤돌라탔는데 그 골목골목이 넘 아름다웠어여.
먹물파스타도 넘 맛있었고 베네치아 인근의 부라노섬도 넘 예뻤어여.
아... 추억돋네여.
벌써 3년전이네여.
작년 12월1일에 출국 12일동안 로마( 바티칸시티),피렌체. 시에나,오르비에토? 베네치아만 자유여행했는데 정말 좋았네요. 남의편, 중3딸이랑. 마지막날밤에 남편하고 싸우는 바람에 다시는 같이 안다니는걸로....부라노.무라노섬도 좋았어요. 피렌체 푸드코트는 정말 강추
저는 유럽역사보면 늘 우리나라와 비교해보는데요...1700년대면 우리나라는 조선..숙종쯤 될라나요? 조선시대 연대표 기억도 안남ㅠ 여하튼.. 그시대의 카페가 있었던것도 신기하고 대학,신학,교회..전부 참 놀라워요.
우리도 성균관이란 학교가 일찍부터 있긴 있었지만..유교만 주구장창 가르친거 아닐까?학문의 다양성이 있었을까..하는 궁금증과..
여하튼 뭔가...우리보다 앞섰다는 생각에서..그들이 대단해 보여요..
저 나라는 화장실 갈때마다 1유로
베네치아는 더 비쌈~~
저 동유럽 여행 귀국 날 이탈리아 공항에서 탔는데 잠시 바닷가 근처 관광을 했어요.
그때 급 화장실이...ㅜ
아침 이른 시각이라 아직 문도 안 열은 가게들이 대부분이라 참 나감했던 기억이나요.
다행스럽게도 문을 연 카페를 발견해서 잘 마시지도 않는 커피를 ..
제일 저렴한거 사느라 아주 작은 컵에 나오는 커피를 사놓고 이걸 어찌먹나 했죠. ~~
근데 볼일 보고 나왔더니 딸램이 이래저래 조합해서 타놓은걸 아까워서 먹었더니
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한 너무 맛있는 커피였어요.~~ 완전 대박이었어요.
커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진짜 맛있었거든요. ^^
지나고 나니 여행은 정말 추억인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