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곡: Bungee - 오마이걸
이번 화 BGM: 마지막 첫사랑 - NCT DREAM
듣고 싶으신 노래를 재생해주세요~ ('y')
퐁당 IN LOVE !
W.Pin_Down
네 마음 위로 퐁당, 번지 점프!
"야 진짜 지랄이다."
인준이 거실과 화장실, 그리고 제 방을 이리저리 쏘다니며 정신 없이 굴고 있는 여주를 향해 하품과 함께 핀잔을 던졌다. 방에서 양말을 신으며 한 발로 콩, 콩. 콩콩이를 뛰며 나오던 여주가 뭐라고?! 하고 크게 물었다. 아니, 정신 없다고. 정신⸱⸱⸱. 지금 말해봤자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지도 못할 거고, 들을 마음도 없어 보이는 쌍둥이 동생을 보며 인준은 한번 더 하품을 했다. 나재민이라도 만나냐, 오늘따라 왜 이렇게 오바람. 혼자 중얼중얼 하는데, 방금 전까지 정신 없던 여주가 뚝. 움직임을 멈췄다.
"⸱⸱⸱어떻게 알았어?"
"⸱⸱⸱너 오늘 나재민 만나?"
"학교가면 당연히 만나는데, 말을 그렇게 하니까 되게 설렌다. 오빠⸱⸱⸱."
"아니, 미친! 그 뜻이 아니잖아. 너 오늘 학교에서 나재민이랑 만난다고?"
"흐흐."
"너네 둘이 반도 끝과 끝이면서 뭘 만나? 왜 만나? 아니, 걔 만나지 말라니까!"
인준이 꽥꽥 소리를 질러댔지만 여주는 귀를 닫아버렸다. 으응, 우리 오빠 오늘 아침부터 성질머리 왜 저러남~ 나 아무 것도 안 들려요~
중요한 건 인준의 고성이 아니었다. 오늘은 무려 재민과 함께 매점을 가기로 한 날이었다. 여주는 오늘 같이 매점 가기로 한 것 때문에 1년 째 들고 다녀서 때가 탄 카드 지갑도 바꾸고, 동전 지갑도 새 걸로 바꾸고, 지갑도, 지갑도⸱⸱⸱
"나 학교 째고 지갑 사러 가면 안되겠지."
"나재민이 지갑 삥 뜯는대?"
"아니, 내 지갑 너무⸱⸱⸱ 손 때 묻은 거 같아."
여주가 제 지갑을 떠올렸다. 베이지색의 심플한 가죽 지갑이었다. 열여섯, 겨울에 본인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샀었던. 벌써 이년째 쓰고 있는거니 꽤 때가 타고 헤진 곳도 많았다. 이 지갑 들고 매점 갈 수는 없잖아. 매점에 갈 때면 늘 동전지갑만 들고갔으면서, 여주는 쓰잘데기 없는 소비로 생각을 넘겨버렸다. 좀⸱⸱⸱ 화려하면서도 심플하고, 트렌디 하면서도 유행 타지 않는 디자인으로 사고싶은데. 학교 갈 준비를 하다가 말고 개소리를 장황하게도 늘어놓는 여주를 보며 인준이 쇼파에서 일어나 머리를 긁었다.
"동생."
"왜? 아, 인준아. 너도 같이 째고 지갑 사러 갈까?"
"응, 개소리 말고 교복 마저 입어."
아니, 나 개소리 아니고 진심인데. 투덜거리며 여주가 방으로 들어갔다. 인준은 부엌으로 들어가 인덕션을 켰다. 아침부터 세상 요란하게 학교 갈 준비를 하는 여주 덕에 원래 일어나야 할 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일어났으니, 밥이라도 든든하게 먹어야지.
아침 메뉴를 잠시 고민하던 인준이 계란국이나 끓여야겠다고 메뉴를 정한 뒤 냉장고를 여는데, 여주가 방에서 현관까지 쏜살같이 지나갔다. 야, 너 어디 가? 등교하기엔 일러도 한참 이른 시간이었다. 여주가 신발을 꺾어신으며 외쳤다. 지갑 사러!
그 소리에 부엌에서 급하게 뛰쳐나온 인준이 여주의 가방을 잡아당겼다.
"이 시간에 지갑 파는 데가 어디 있다고 호들갑이야. 얌전히 밥이나 먹고 학교나 가."
"아 맞네⸱⸱⸱. 너무 이르네, 지금은."
여주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 메뉴 뭐야? 계란국. 스팸이라도 꺼내서 구울랬는데 하나 있는 동생이라고 하는 꼴이 아침부터 복장을 터뜨리는 일이라, 그럴 마음이 싹 사라졌다.
거실로 들어선 여주가 가방을 쇼파 위에 던지며 부엌으로 들어섰다. 스팸도 먹자~ 아침 든든하게 먹어야지. 그래서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냥 먹자. 아무리 복장 터져도 밥은 먹여야지⸱⸱⸱.
"근데 있잖아, 인준아."
"밥 퍼 놔. 왜?"
"재민이는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
"그걸 네가 왜 궁금해 하냐."
"원래 사랑하는 사람에 관해서는 그 사람의 DNA 염기서열까지 다 알고 싶어지는 거⸱⸱⸱ 그게 사랑이잖아."
아직 인준이는 사랑을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사랑은 그런거야. 여주의 말에 인준이 꺼내던 스팸을 찬장에 도로 넣었다. 황여주 너한텐 스팸이 아깝다.
"진짜 아침부터 지랄 좀 하지마⸱⸱⸱"
"원래 사랑은 지랄이야⸱⸱⸱"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하는 짝사랑이면서 주워들은 건 많아가지고. 착잡한 마음에 인준이 국을 휘젓다가 한숨을 내뱉었다. 나재민 너가 싫어하는 거 다 좋아해. 너 고수 싫지? 걔 고수 존나 쳐돌이라서 마라탕 먹을 때 당면보다 고수를 더 많이 넣어.
"고수?"
"너 고수 먹는 사람 극혐이라며. 비누맛을 즐기는 이상한 사람들이라며. 걔가 비누맛을 즐기는 이상한 애야."
"역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달라도 뭔가 달라야지. 특이한 입맛⸱⸱⸱ 오케이."
야. 응, 왜? 내 밥은 담지마. 왜? 너 때문에 입맛 떨어져서 먹기 싫으니까⸱⸱⸱
퐁당 IN LOVE!
(여주에게만) 폭풍 같았던 아침이 지나갔다. 지갑이 너무 오래 됐고 때가 탔다며 징징 거리던 여주에게 인준이 결국 두 달 전에 샀던 새 지갑을 카드와 학생증만 빼서 그대로 건넸고, 그제야 여주는 징징거림을 멈췄다. 오빠, 안에 현금은 내 선물이야? 응~ 매점 갔다 와서 반납해. 헐, 그럼 나 너네 반 가도 돼? 그냥 너 다 가져, 우리 반 오지 말고. 내가 꼭 가져다줄게!
아침에 한 거라곤 밥 차리고 제 쌍둥이 동생이랑 대화를 나눈 게 전부인 인준은 격한 피로를 느꼈다. 평소에도 참새마냥 재잘거리던 동생이었는데, 짝사랑을 시작한 이후로는 카페인을 들이부은 참새 마냥 조잘거렸다.
너 어쩜 1초도 안 쉬고 계속 나재민 얘기만 해? 지친 인준의 목소리에 여주가 눈을 굴렸다. 내가 그랬어? 근데 있잖아, 걔는 이상형이 뭐래?
"황쭈."
"왜, 쭌."
"걔 연상이 취향이야."
"꼭 취향에 맞는 사람만 만나는 법은 없지."
"너 너보다 공부 잘하는 사람 만나고 싶다면서."
"나보다 공부 잘하는 애가 우리 학교에 누가 있어."
어쩜 이렇게 칼 같을까. 이럴 때만 보면 영락없이 저랑 성격을 똑 빼닮았다. 근데 이상하게 닮아서 문제인거지. 쓰잘데기 없는 곳에서 단호하단 말이야. 인준이 고개를 절레 젓고는 여주의 어깨를 살짝 밀었다. 반으로 가, 이제. 우리 반 앞에서 죽치고 있지말고.
"걔는⸱⸱⸱?"
"걔 지각⸱⸱⸱"
⸱⸱⸱할 걸. 턱. 인준의 어깨에 손이 얹혔다.
"안녕, 여주야."
"⸱⸱⸱너 웬일로 지각을 안 했냐?"
재민의 입가에 방긋, 미소가 피어올랐다. 내가 지각이라니. 나 지각 같은 거 안 하잖아. 제 시간에 온다고 뛰어오기라도 했는지 가쁜 숨을 여주 몰래 뱉어내며 답하는 재민을 보며, 인준이 고개를 기울였다. 나 지금 교무실 가서 출석부 가져와도 되냐? 으응, 인준이 그거 아니고.
"안,"
안, 안, 안⸱⸱⸱⸱⸱⸱. 황여주, 버퍼링 걸렸어? 인사를 하려던 여주가 입을 딱 다물어버렸다. 눈치를 보다가 손만 살짝 들어서 살랑살랑. 재민도 입을 딱 다물었다. 입 벌렸다간 귀엽다고 소리 지를 것 같았다.
도로록, 슬쩍. 도로록, 슬쩍. 부끄러워서 눈을 피했다가 얼굴이 보고 싶어서 살짝 보고, 그러다가 또 눈이 마주쳐 눈을 피하고. 둘 다 똑같은 짓을 하면서 귀만 불태웠다.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있는 황인준, 지친 표정으로 서있다가 교실 문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가게? 들어가게? 양 쪽에서 동시에 들려오는 물음에 인준이 고개를 기계적으로 끄덕였다. 응, 너네 그 지랄 하고 있을거면 나 그냥 들어가게. 안되냐? 되겠어? 될 것 같아? 이 번에도 동시에 양 쪽 귀를 괴롭혔다.
재민이 용기를 내 꼼지락 거리며 여주한테 말을 걸었다.
"그⸱⸱⸱ 여주야."
"으응,"
"이거 마실래?"
인준이 먼저 교실로 들어가지 못하게 한 손은 인준이의 손목을 간절하게 붙잡고 있던 재민이 주섬주섬 나머지 손으로 데미소다를 꺼냈다. 얼결에 음료수를 건네받은 여주가 표면에 물기가 송골송골 맺혀있는 음료수를 한 번 내려다봤다. 정수리 위로 재민이 있는 힘껏 다정하게 말했다.
"오늘 수업 잘 들어, 여주야."
"아, 어, 너두⸱⸱⸱."
이거 아까워서 어떻게 먹지. 그 순간 여주는 그런 생각을 했더랜다.
교실에 도착한 여주가 꽉 쥐고 있어 미지근해진 음료수를 조심조심 책상 위에 올려놨다. 슬기랑 수영이 눈을 빛내면서 달려들었다. 뭐야, 뭐야. 여주 이거 뭔데 그렇게 애지중지하게 놔?
여주가 볼을 발그레 물들이고는 입을 꾹꾹 눌렀다. 걔가 수업 잘 들으라고 이거 줬어. 헐, 대박.
"고백 아니야?"
"나 우리 할머니한테 그런 얘기 들었어. 데미소다 주면서 수업 잘 들으라는 건 사랑한다는 뜻이래."
"너네 할머니가?"
"엉, 울 할머니 노인복지회관에서 썸 타는 할아버지 있었거든. 그 할아버지도 데미소다 주면서 스포츠 댄스 수업 잘 들으라고 했었대."
그리고 일주일 뒤에 울 할머니 남친 생겼더라. 데미소다 주신 할아버지랑? 아니, 스포츠 댄스 파트너 할아버지랑.
애들이 무슨 말을 하든 말든, 여주는 자리에 앉아서 턱까지 야무지게 괴고는 재민이 준 데미소다를 바라봤다.
아침에 학교에 오면서 편의점에 들러, 저를 줄 음료수를 샀다는 뜻은 등교하는 길에 내 생각을 했다는거잖아? 내 생각이 나서 음료수를 사온건가? 아니면 음료수를 사는 김에 내 생각을 한걸까?
뭐가 됐든 일단 학교에 오기도 전에 제 생각을 했다는 뜻이니 기분이 좋았다. 여주가 기어코 한번 더 웃음을 터뜨렸다. 노인복지회관의 의자왕이신 슬기네 할머니의 연애사 이야기를 하던 슬기와 수영이 조잘거리던 걸 멈추고 여주를 바라봤다.
"좋아, 쭈?"
아침엔 늘 저기압이던 애가 드물게 아침부터 만면에 미소를 걸치니, 생소할 수 밖에 없었다. 수영의 물음에 여주가 데미소다에서 눈을 떼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좋아. 수영아.
"그냥 음료수 하나인데 이렇게 좋아도 될까?"
"뭐 어때, 그러면 안되는 것도 아니고."
여주가 입 속에서 혀를 천천히 굴려 슬기가 한 말을 따라했다. 그래, 이러면 안되는 것도 아니고, 뭐.
§
2교시 수업이 끝나고 여주는 담임 선생님의 부름에 교무실로 내려왔다. 부르셨어요?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선생님들의 시선이 모였다. 여주 왔니? 엉덩이가 무거운 학년부장 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여주를 반겼다. 부른 건 담임쌤인데 왜 저 선생님이 반가워하지. 일단 여주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쌤.
그러니까 교무실 테이블에 있던 미적지근해도 한참은 미적지근한 박카스를 여주에게 건넨다. 공부하느라 힘들지, 여주? 아뇨, 전혀요?
"근데 저 담임 선생님이 부르셨는데."
"어어, 여주야. 그냥 나랑 얘기하면 돼. 여기 앉을까?"
종종 사고를 친 애들이 반성문을 쓰는 테이블로 여주를 이끈 학년부장 선생님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테이블 위에 올려진 여주의 손을 쓰다듬었다. 여주, 선생님이 부탁할 게 하나 있는데.
"심화반 안 들어가요."
"심화반 얘기는 아니니까 걱정안해도 돼."
여름 방학에 학교에서 멘토링을 할거거든. 다른 학년들이랑. 우리 여주, 생기부 내용 채워야 하니까 멘토링을 했으면 좋겠는데, 선생님은. 여주가 심드렁하게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저 그런 거 귀찮아서 싫어요.
심화반으로 사람을 그렇게 귀찮게 했으면서, 이제는 또 멘토링이니 뭐니. 부루퉁한 여주의 얼굴에 학년부장 선생님이 더 진하게 웃으며 부탁했다.
"이거 하면 멘토 학생들은 봉사활동도 주고, 활동비라고 해서 문화상품권도 줄거고."
매일 만날 필요는 없고 일주일에 한번이나 두번만 만나면 되는거란다. 우수팀에 선정되면 상금도 있고. 어떠니? 선생님의 말을 한 귀로 흘려듣던 여주가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자세를 바로잡았다.
"⸱⸱⸱같은 학년끼리 하는거예요?"
"아니, 그건 안되고."
아, 뭐야. 여주가 다시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그럼 안 할래요."
"왜, 누구 같이 하고 싶은 애가 있니?"
인준이? 네 쌍둥이? 여주가 고개를 저었다. 걔랑 왜 해요. 집에서 같이 하면 되는데, 굳이. 좋다 말은 여주가 입을 쩝, 다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생님은 여주가 교무실을 나갈 때까지 따라가서 한 번 더 생각을 해보라고 말을 했다. 네에, 네에. 대충 대답을 한 여주가 교무실을 문을 닫고 나왔다.
"황쭈, 교무실 불려갔다 왔어?"
"인준이?"
그리고 그 앞에서 기가 막히게 제 쌍둥이를 만났다. 여주가 반사적으로 주변을 스캔했다. 딱, 딱. 인준이 핑거스냅으로 여주의 시선을 제게 집중시켰다. 야야, 눈 굴리지마.
"혼자야?"
"저기, 인준이 쌍둥아. 우리도 있는데."
"누구⸱⸱⸱"
"뭐지? 우리 구면인데."
"난 너 초면인데⸱⸱⸱"
인준아, 얘 뭐야. 모르는 애가 말 걸어. 여주가 슬쩍 반 걸음 뒤로 물러났다. 동혁이 어깨를 들었다. 우리 어제 봤는데? 진짜 기억 안나? 여주가 눈을 굴렸다. 어제? 아, 그. 이동혁이었나.
"체육복에서 쓰레기 냄새 난다던?"
"내가 진짜 나재민 죽인다."
"걜 왜 죽여⸱⸱⸱"
얘 좀 별로네⸱⸱⸱. 사람을 막 죽인다고 그러고.
"교무실엔 왜 갔었어?"
"멘토링 신청 하라던데."
"하게?"
"같은 학년은 멘토 멘티 못 한대서 안 하려고."
같은 학년끼리 매치가 되면 재민과 멘토링을 하려고 했는데, 시작부터 그르쳤다. 여주가 미적지근해진 박카스를 인준에게 내밀었다. 너 먹어. 인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
"멘토링 핑계로 수작부리려고 그러지, 너."
"수작이라니까 변태 같은데, 다른 말로 순화해줄 수 있어? 오빠?"
"걔 공부 잘해. 멘토링 할 생각하지마."
지금 나재민 얘기하는거냐? 응 그런 듯. 제노와 동혁이 속닥거렸다. 여주는 인준의 말에 악의 없이 받아쳤다. 나보다 잘해? 인준과 제노, 동혁이 합. 하고 입을 다물었다. 너보다 잘 하는 애가 우리 학교에 있을 리가 없잖아⸱⸱⸱. 응, 그러니까 내가 그래서 가르쳐 주겠단 거였는데.
"그냥 걔랑 공부만 하고싶은거야, 친구?"
"너랑 나랑 어제 봤는데 친구는 조금 아니지 않을까?"
"너 진짜 황인준 쌍둥이구나. 황인준도 나한테 그 말 했었는데, 4년 전에."
유전자의 신비라며 재잘거리던 동혁이 손뼉을 짝! 쳤다. 친구야, 나만 믿어. 내가 걔랑 같이 공부할 수 있게 해줄게! 여주가 동글동글한 웃음을 짓는 동혁을 물끄러미 올려다봤다. 근데, 있잖아.
"넌 걔가 누군지 알고서 하는 말하는거야?"
"친구, 왜 이래?"
나 이동혁이야~ 눈치 1억단 이동혁~
"야 이동혁."
"엉, 왜 인준아."
"너 눈치 마이너스 1억단 아니냐, 개새야."
인준의 알찬 주먹이 동혁의 등짝을 과감하게 내려찍었다. 네가 지금 사랑의 큐피드질을 하고 있는거야, 내 앞에서? 뒤질래? 네 체육복에서 쓰레기 냄새가 나는게 아니라 네 인성에서 쓰레기 냄새가 나는데, 지금?
퐁당 IN LOVE!
재민과 점심 시간에 만나기로 했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긴장이 되어서 밥이 입으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울상을 짓는 여주에게 억지로 밥을 떠먹인 슬기가 여주의 어깨를 단단히 쥐었다. 쭈, 긴장하지마. 손까지 바르르 떨던 여주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긴장 안 하는거? 그게 뭔데. 그거 어떻게 하는건데.
"맛있는 거 사먹고 올라와, 쭈."
"아냐, 맛있는 거 먹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사랑을 피우고 오렴."
"그래, 아주 그냥 네 매력에 홀랑 빠뜨려."
여주를 두고 교실로 올라가는 애들이 한마디씩 용기를 북돋았다. 여주가 주먹을 쥐었다. 그래, 뭐 고백도 아니고 매점 가는건데 이렇게 떨릴 일인가?! 용기 내, 황여주. 아자아자!
"여주야, 기다렸어?"
"어억,"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여주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가 급하게 입을 틀어막았다. 와, 방금 그 소리 뭐냐. 골룸이 마이 프레셔스 하는 목소리였는데 방금 그거. 고개를 돌리자 재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괜찮아⸱⸱⸱? 어벙한 목소리에 이번엔 재민이 입 안에서 혀를 깨물었다. 너무 멍청하게 말했어, 나재민.
"아, 나 괜찮아⸱⸱⸱. 좀 놀라서⸱⸱⸱"
"미안, 놀래키려고 그런 건 아니었는데."
"아냐, 아냐. 괜찮아."
그리고 급작스럽게 정적이 찾아왔다.
⸱⸱⸱.
⸱⸱⸱⸱⸱⸱.
마가 뜬 대화를 재민이 엉성한 움직임으로 깨뜨렸다. 매점⸱⸱⸱ 갈까? 삐걱, 여주도 같이 엉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자.
매점으로 가는 데에는 5분이 채 안 걸렸는데, 그동안 둘은 대화를 끊기게 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굴었다. 오늘 점심 어땠어? 오늘? 오늘 괜찮더라! (맛 없다고 다 버림) 너 고수 좋아해? 고수? 연예인? 연기도 잘하고 좋아하는 편이야. 으응? 아, 그래⸱⸱⸱맞아, 고수 연기 잘 하더라. (먹는 고수 얘기한건데.) 오늘 날씨 진짜 좋은 거 같아. 그렇지? (먹구름 꼈음) 응, 오늘 진짜 좋다⸱⸱⸱! (오늘 비온다던데.)
"매점 자주 가?"
"나? 응, 음료수 사러 자주 가. 넌? 인준이는 매점 가는 거 진짜 좋아하던데."
"아, 응. 나도 자주 가. 인준이랑 같이."
"매점 가면 뭐 먹어? 난 피크닉 아니면 잘 안 먹어서."
"나는⸱⸱⸱ 그냥,"
때에 맞춰 도착한 매점은 꽤 복작복작했다. 자연스럽게 여주와 재민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툭, 툭, 치고 가는 사람들 때문에 재민이 여주를 불렀다. 여주야, 여기로 와. 채 15cm도 안되게 가까워진 거리에 무의식에 여주를 부른 재민이나, 부른다고 간 여주나 눈에 띄게 굳어버렸다.
야야, 매점에 석상 두 개 있다며. 웬 석상? 아 그, 서로 짝사랑해가지고 실수로 붙었다가 굳어버린 둘 있잖아. 아~ 그, 둘 사이 통과하면 전교 1등 한다는 석상? 틈이 15cm도 안 된다며?
"⸱⸱⸱사람이 너무 많다."
"그러게⸱⸱⸱"
여주와 재민이 차례대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어떻게 음료수는 계산하고 나왔다. 문제는 각자 먹을 걸 각자가 산거지. 정신이 없어서 습관처럼 각자 계산을 해놓고, 둘 다 속으로 스스로를 욕했다. 네가 사줬어야지! 하고.
매점을 빠져나와서 자연스럽게 서로 산 음료수를 교환했다. 마치, 네가 이걸 먹을 것 같아서 이걸 샀어. 하고 건네주듯이. 그래서 여주는 땀 맛이 난다며 입에 대지도 않는 이온 음료를 손에 쥐었고, 재민은 먹지도 못 하는 우유, 거기에 냄새도 안 맡는 인공적인 딸기 향이 나는 딸기 우유를 손에 쥐었다.
물론 둘 다 고맙다고 받아놓고 뜯지도 않았다. 차가운 음료수가 빠르게 온도를 높였다. 미적지근해지는 음료수를 둘 다 꽉 잡고 바로 교실로 올라가기가 싫어서 머뭇머뭇 걸음을 옮겼다.
"여주야, 고양이 좋아해?"
"고양이?"
근데 뭐 둘이 할 게 있나. 빙빙 돌아서 결국 교실로 가기 위해 본관으로 돌아온 둘이었다. 그래도 최대한 오래 있어보겠다고 원래 걸음이 느린 척, 계단을 천천히 올랐다. 그 와중에도 아무말 대잔치는 끊이질 않았고, 그러던 중에 재민이 불쑥 물었다.
여주는 인준이랑 쌍둥이면서, 생김새가 많이 달랐다. 전체적으로 보면 닮았는데, 인준이는 여우나 고양이 느낌이 나고 여주는 새초롬한 강아지 느낌이 났다. 얼핏 보면 제노랑 닮은 것 같단 말이야. 여주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며 그런 생각을 하다가, 재민이 바로 눈을 돌렸다. 너무 빤히 쳐다본 것 같아.
아무튼, 갑작스러운 물음에 여주가 음, 하고 입을 삐죽 내밀었다. 고양이, 고양이라⸱⸱⸱. 그러고보니 재민이한테 한 눈에 홀딱 반했을 때, 길고양이 밥 주러 간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너는?"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 번 물어봤다. 재민이 바람 빠지듯 웃었다. 내가 먼저 물어봤는데? 장난스러운 말투에 여주도 같이 가볍게 웃었다. 그래도 먼저 알려주면 안돼?
안 될 게 뭐가 있나. 재민은 지금 여주가 계단에서 발 삐끗한 척 굴러 떨어지래도 떨어질 수 있었다.
"사실 고양이보단 강아지를 더 좋아하는데, 내가 요즘 밥 주는 길고양이 애들이 있거든."
"아, 그렇구나⸱⸱⸱"
"혹시 좋아하면 같이 가자고 하려고."
은근히 돌려 말했지만 학교 끝나고 같이 가자는 소리였고, 여주는 단번에 그 말을 알아챘다. 이게 무슨 횡재람. 그래서 여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 고양이 좋아해. 근데 무서워해⸱⸱⸱. 걔네 많이 사나워? 아냐, 걔네 밥 주면 애교도 부리고 그래.
"그럼 이따 수업 끝나고 내가 너네 반으로 갈게."
"응, 알았어."
굳~이 여주네 교실로 데려다주겠다며 제 교실을 지나쳐 온 재민이 미적거렸다. 할 말이 더 있는 것처럼 가질 않고 서있었고, 여주도 그 앞에서 자기 교실 아닌 척 계속 서있었다. 그러다가 여주의 눈에, 재민이 손에 쥐고 있는 음료수가 들어왔다.
"있잖아."
"응, 여주야."
"사실 나⸱⸱⸱ 이 음료수 안 좋아해."
"아, 미안. 내가 너무 내 취향으로만⸱⸱⸱"
"근데 너도 그거 안 좋아하지?"
정곡을 찔린 재민이 대답 대신 어색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서 대답을 얻어낸 여주가 우리 진짜. 하고 웃었다. 여주가 웃으니 재민도 따라 웃었다. 그러다 보니까 진짜 웃긴거다. 서로 취향대로 사놓고, 먹지도 못하는 거 들고 몇 십분을 걸어다녔던게.
여주가 손을 내밀었다.
"우리 그냥 자기가 산 거 먹자."
"그래."
다음엔 꼭 물어보자, 우리. 뭐 좋아하는지. 각자 손에 쥔 음료수가 뜨뜻했다. 더운 여름 날씨 때문에 차가움을 상실한 지 꽤 됐다. 따뜻한 딸기 우유라니, 평소라면 기겁을 했을텐데.
"잘 가, 재민아."
"안녕, 여주야."
뜨끈뜨끈한 딸기 우유가 좋았다. 저 애의 온도는 이 정도쯤 될까? 재민이 쥐고 있던 부분을 잡아본 여주의 볼이 또 발그스름해졌다. 따뜻한 딸기 우유의 온도와 동기화가 된 것처럼.
퐁당 IN LOVE!
"황여주는 공부 못하는 애 싫어해."
"나 못하는 편은 아닌데?"
"자기보다 잘 하는 사람이 이상형이야."
인준의 단호하고 칼 같은 발언에 동혁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에바. 제노가 따라서 손을 들었다. 에바. 그리고 제노가 반대쪽 손을 들고서 나재민 대신 에바. 동혁이 라스트 펀치를 날렸다. 삼진 에바로 기각되었습니다. 고백도 전에 차인 나재민군은 울음을 그쳐주세요.
"안 울어."
"그래그래, 여기 휴지 있어."
"다들 눈 감자. 재민이 맘껏 울게."
장난을 치는 동혁이와 제노를 한번씩 곱지 않은 시선으로 흘긴 재민이 인준의 책상 위로 쓰러졌다. 처남, 나 속상해. 처남이라는 소리에 인준이 몸을 파드득 떨며 재민의 멱살을 잡았다. 죽는다, 너 진짜? 처남 소리 하지마.
"황여주는 너랑 사귀어줄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 마시지 마."
"근데 네 쌍둥이도 재민이 좋,"
"다시 말해봐."
"좋⸱⸱⸱좋⸱⸱⸱"
"⸱⸱⸱"
"좆같다고 생각할거라고⸱⸱⸱"
미안한데 주먹 풀어줄래, 인준아. 인준이 사나운 눈초리로 제노를 노려봤다. 너 말 잘해. 목숨 하나다. 리필 안돼. 배그 아니야.
"인준아, 나 싫어?"
"어."
"여주 짝으로는 별로야?"
"어, 존나."
"나 정도면 괜찮지 않아?"
"자신감이 뒤지게 패고싶을 정도로 많네, 재민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 재민이 꽃받침을 하며 인준에게 윙크했다. 잘생김에서 나온 자신감? 인준이 주먹 쥐었다. 야, 야, 황인준 말려. 야, 황인준 빡돌면 아무도 못 말린다고! 야야, 인준아 네가 참아, 네가 참아. 아! 우리 반 아니면 다 나가라고!
"근데 인준아,"
"이름 부르지마."
"그럼 처남이라고 불러도 돼?"
"걍 씨바 이름 불러라."
"그래, 인준아."
"왜."
"근데 그거 진짜야?"
"뭐."
"여주 이상형 공부 잘 하는 사람인 거."
"어. 그러니까 넌 안 된다는 소리."
으음. 재민이 책상을 톡톡톡, 쳤다. 공부 잘 하는 사람이 이상형이라고.
제 성적이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다. 전교 300명 중에서 50등-80등을 오가는 정도면 중상위권 정도 아닌가? 근데 여주한텐 이 정도도 못 하는 축일테고⸱⸱⸱. 으음⸱⸱⸱⸱⸱⸱.
→여주야.
→있잖아.
응?←
→오늘 점심 시간에 밥 먹고 뭐 해?
아무것도 안 할걸..? 왜?←
→그러면 나랑 같이 도서관 갈래?
→공부 같이 하자
그동안 문자를 조금 주고받긴 했지만 보낼 때마다 손이 달달 떨릴 정도로 긴장이 되는 건 바뀌지가 않는다. 사귀고 나서도 이러려나. 홀연히 든 생각에 재민이 입술을 깨물었다. 사귀고 나서도라니⸱⸱⸱ 여주랑 사귄다니⸱⸱⸱ 얼마나 좋을까⸱⸱⸱.
혼자서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 재민을 보던 제노가, 해맑게 인준에게 제가 본 걸 일러바쳤다. 야 인준아, 재민이가 네 쌍둥이 꼬시고 있어. 인준이 눈에 불을 켰다. 나재민 뭐 했냐.
"나 아무것도 안 했어."
"문자 했잖아."
"무슨 문자."
"같이⸱⸱⸱읍읍,"
"제노 조용히 해. 배그 아이디 탈퇴시켜버리기 전에?"
입을 틀어막힌 채 버둥거리던 제노가 얌전해졌다. 미안. 인준이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뭔데, 무슨 얘기 했는데. 극성맞게 구는 인준을 보며 동혁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보통 남매들 사이 안 좋지 않냐. 이 쌍둥이는 왜 이럴까.
"쌍둥이잖아."
"영혼의 반쪽은 좀 다른건가."
"그런가봐."
"근데 제노."
"응, 동혁아."
"오늘 수업 끝나고 배그 고?"
"나한테 그런 거 물을 필요 없다니까. 내가 언제 안 가는 거 봤냐."
동혁과 제노가 만담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재민은 달려드는 인준을 열심히 상대해냈다. 인준아, 이러지 말자. 응? 아니, 뭐 할건데. 그것만 말해봐. 안 말해줄래.
그래!←
달려드는 인준을 피하며 계속 핸드폰을 확인하던 재민이 여주의 답장에 광대가 뽈록 튀어나오게 웃음 지었다. 느낌표 너무 귀엽다⸱⸱⸱
§
근데 간과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
"⸱⸱⸱"
재민은 점심 시간에 여주의 이상형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도 하고, 그 시간에 같이 여주랑 있으면서 좀 더 친해질 요량으로 도서관에 같이 오자고 한건데⸱⸱⸱
"⸱⸱⸱"
"⸱⸱⸱⸱⸱⸱"
시선이 문제집으로는 안 가고 자꾸만 앞으로 향했다. 벌써 34번째 맞는 눈에 재민이 몸을 푹 수그렸다. 20분 째 34번 마주친거면, 초당 몇 분인거야⸱⸱⸱. 문제집보다 여주를 본 횟수가 더 많았다. 문제집은 이제 겨우 2문제를 풀었다. 그것도 2점짜리 아주 쉬운 문제들.
너무 많이 쳐다보면 이상하게 생각할거야. 정신 차려, 나재민. 그리고 문제를 읽어내려갔다. 함수 f(x)는 x세제곱 마이너스 12x 플러스 1일 때 극댓값과 극솟값을 구하시오⸱⸱⸱.
풀이를 슥슥 공책에 써내려가던 재민이, 그래프를 그리다가 흠칫했다. 왜⸱⸱⸱
"⸱⸱⸱"
왜 하트가 나오지, 그래프가. 혹시 여주가 볼까봐 공책을 가리고, 지우개로 그래프를 빡빡 지웠다. 그리고 다시 한번 문제를 풀었다.
"⸱⸱⸱⸱⸱⸱"
⸱⸱⸱또 하트가 나오네. 하트가 나올 수가 없는데. 그냥 내가 하트가 그리고 싶은건가? 뒷목을 긁은 재민이 무심결에 고개를 들었다.
35번째 눈맞춤이었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긴장을 해서, 재민이 저도 모르게 마른 입술을 혀로 핥았다. 책을 세워서 읽고 있던 여주가 스르륵, 책을 올렸다. 손 끝이 염색물이라도 들었는지 붉은 빛을 띄고 있었다.
여주도 나 보고 있다가 눈 마주친건가⸱⸱⸱. 마음이 설레발을 쳤다. 나랑 눈 마주쳐서 부끄러웠나. 그러다가 이내 금방 팍 식었다. 그냥 우연히 마주쳤는데 민망해서 그런거겠지.
공책 위로 샤프가 이리저리, 줄만 그어댔다. 집중도 안되고, 심장만 부정맥 있는 것처럼 뛰어대고.
때마침 예비 종이 울렸다. 재민이 느릿느릿, 펜과 지우개를 필통에 넣고, 문제집을 덮었다. 여주가 스르륵, 다시 책을 내려놓고 덮어서 품에 안았다.
"공부는 잘 됐어?"
"어? 응⸱⸱⸱"
하나도 안 됐어⸱⸱⸱. 그래프에 하트나 그리고 앉아있었어, 나. 여주가 알면 이상하게 생각할 말들을 담아두고 재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랑 있으니까 집중이 잘 된다. 그 말에 여주가 재민이 몰래 입꼬리를 내렸다. 애들이 그랬는데⸱⸱⸱ 좋아하는 사람 옆에 두고 공부에 집중이 될 리가 없다고. 도서관에서 꽁냥질이나 하고 오라고. 근데 집중이 잘 된다니, 나한텐 관심 없다는 소리잖아?
"넌? 책 많이 읽었어?"
"응? 응⸱⸱⸱"
읽긴 개뿔. 20분 동안 3줄 읽었는데. 이번엔 재민의 입꼬리가 슬쩍 내려갔다. 내가 신경도 안 쓰였나보네⸱⸱⸱. 서로 20분 동안 35번이나 눈이 마주친 걸 홀랑 까먹고 먹먹해했다.
노력하자 재민아, 어떻게 첫 술에 배불러. 일단 친해지자. 아자아자.
노력하자 황여주, 날 좋아하게 만들면 되지! 아자아자.
재민이 먼저 용기를 냈다. 있잖아, 여주야.
"내일 점심시간에도 도서관 같이 올래?"
"내일도?"
"응, 우리 둘 다 집중 잘 되는 거 같으니까⸱⸱⸱ 근데 혹시 부담스러우면 편하게 말해도 돼."
"아냐, 아냐. 안 부담스러워."
나도 너랑 있으니까 집중도 잘 되고, 너도 집중 잘 된다고 그러고. 우리 그거 있지, 그거 같아. 스터디 메이트. 웃으면서 우린 스터디 메이트인 것 같다고 말을 꺼내는 여주의 속이 문드러졌다. 남자친구, 여자친구 하고싶은데⸱⸱⸱ 스터디 메이트가 뭐야. 볼품 없어도 너무 없어.
그래도 내일 점심시간에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았다. 나중엔 도서관에서 데이트 하면서 남들 몰래 꽁냥꽁냥해야지. 공공장소에서 애정행각하는 커플들을 볼 때마다 눈살을 팍팍 찌푸리던 여주는 이제는 제가 그런 짓을 하는 상상을 했다. 책상 밑으로 손 잡고, 꺅! 여주의 귀가 홍당무처럼 달아올랐다.
"더워, 여주야?"
여주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던 재민이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귀가 빨게진게 더워서 그런 줄 알고 열심히도 부채질을 했다. 그럴수록 여주는 점점 더 빨게졌다. 재민이 걸음을 멈춰서 책으로 부채질을 했다. 우리 학교 뭐 하는거야, 운동장에 에어컨도 안 틀고? 사학 비리 있는 거 아니야?
"얼른 들어가자, 더워보인다."
"으응⸱⸱⸱"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두고 엄한 상상을 했다는 데에서 기인한 죄책감과, 부끄러움, 그 외 자질구레한 민망한 기분에 여주가 고개를 자그맣게 끄덕였다. 진짜 황여주⸱⸱⸱ 창피해, 창피해.
본관으로 들어온 여주가 양 손으로 두어번 부채질을 했다. 수업 듣기 싫다. 그냥 재민이랑 계속 이렇게 있고 싶어서 조용히 중얼거린 말인데, 재민이 바로 캐치해냈다. 수업 듣기 싫어?
"응? 응⸱⸱⸱, 집 가고싶다."
재민이랑 같은 반이었으면 야자까지 아주 야무지게 해냈을텐데. 아주 학교에서 숙식 다 해결하려다가 인준에게 끌려가듯 집으로 갔겠지. 다시 둘의 발걸음이 미적미적, 느려졌다. 이제 곧 본종이 울리면 수업이 시작할텐데 신경도 안 쓰고.
재민이와 여주를 제외한 나머지만 분주하게 교실로 돌아가고 있었다.
"어디 살아, 여주야?"
"나?"
나 학교 앞에서 323버스 타고 5정거장만 가면 돼. 악동 아파트라구. 그렇게 말하다가 문득, 재민과 제 쌍둥이 오빠인 인준이 4년이나 친구를 했다는 사실을 떠올린 여주가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인준이랑 4년 동안 친구라고 하지 않았어? 우리 집 한 번도 안 와봤어?
"응, 가본 적 없었던 거 같은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인준이 집에 친구를 데리고 온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여주도 마찬가지였고. 인준이가 너네 집은 가본 적 있어? 재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리 집은 많이 와봤지. 그러면서 자연스레 재민이네 집으로 화제가 넘어갔다. 너희 집이랑 우리 집이랑 엄청 가까워.
"어디 사는데?"
"나 서울 아파트."
"우리 집이랑 엄청 가깝네?"
여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사 온지 얼마나 됐어? 나 거기서 유치원 때부터 살았어. 난 중학생 때 이사 왔는데⸱⸱⸱ 어떻게 동네에서 한번도 못 봤지? 옆 동네도 아니고 같은 동네였다. 아파트끼리는 걸어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근데 어쩜 한번도 본 적이 없지. 여주가 신기하다면서 방방 뛰자 재민도 신기하다면서 웃었다.
"거기 알아? 꿈희망 분식집?"
"나 거기 단골이야, 여주야."
"나돈데! 와, 근데 진짜 어떻게 한번도 못 봤지, 동네에서?"
너 버스 안 타? 아침에? 여주의 질문에 재민이 눈을 굴렸다. 버스? 아, 나 버스⸱⸱⸱
말문이 닫혔다.
재민은 사람들 복작거리는 등하교 시간의 버스를 기피했다. 찌부짜부 되면서 버스 타고 싶지 않아. 그래서 학교는 늘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버스 타고 다녔으면 버스에서 여주 봤었겠지⸱⸱⸱. 진작에 버스 타고 다닐걸. 아쉬움을 담아서 다시 입을 열었다.
"응, 나도 버스 타고 다녀."
"근데 왜 한번도 못봤지⸱⸱⸱."
너랑 시간대가 달랐나봐. 너는? 여주 너는 버스 타고 다녀? 몇 시쯤에? 여주가 순순히 대답했다. 응, 나는 인준이랑 같이 버스 타고 다니지. 몇 시에 집에 나와서 몇 시에 버스를 탄다는 말에 재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재민이 신나서 방방거리는 여주 몰래 눈을 굴렸다. 교통 카드 충전해놨었나, 내가.
"그, 너네 집 근처에 새로 생긴 마라탕집 알아?"
"천러네 마라탕?"
"응, 거기. 거기 가봤어?"
너 안 가봤으면, 나랑 갈래? 우리 이제 동네 친구잖아! 스터디 메이트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재민이 입꼬리를 있는 힘껏 말았다. 응, 나 아직 안 가봤어. 같이 가자, 그럼.
이미 오픈날 사촌 동생 데리고 가서 실컷 먹고 단골 예약까지 하고 온 곳이지만, 뭐 어때. 여주랑 학교 밖에서 만나는데. 마라탕 먹고 빙수 먹는 건 필수 코스라며 눈을 빛내며 최애 빙수 가게의 최애 메뉴를 읊는 여주를 보던 재민이 아, 하고 작게 탄성을 뱉었다.
근데 잠깐만, 이거 데이트인가?
그리고 빙수 얘기를 실컷 하던 여주도 그 순간 정신이 돌아왔다. 잠깐만, 나 지금 데이트 하자고 한건가, 지금? 같은 동네 산다고 들떠도 너무 들떴었나보다. 여주가 빙수 얘기를 하다 말고 어색하게 입을 다물었다.
소름 끼치는 정적이 둘을 휘감았다.
"⸱⸱⸱"
"⸱⸱⸱"
빙수고 나발이고⸱⸱⸱. 여주는 혀끝을 깨물었고, 재민은 마라탕 데이트룩을 생각하며 둘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상태로 교실 문 앞까지 도착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여주네 반 앞까지 데려다 준 재민이 손을 살살 흔들었다.
"수업 잘 들어, 여주야."
"으응, 너두⸱⸱⸱."
교실로 돌아온 재민이 급하게 친구들을 찾았다. 야, 마라탕 먹으러 갈 때 뭐 입어야 해? 정장? 화려하면서도 심플하고, 트렌디하면서도 유행에 타지 않고 깔끔한 그런 옷이 뭐가 있지?
재민의 호들갑을 한 귀로 흘리며 5교시에 수업할 책을 책상 서랍에서 꺼내던 인준이 잠깐 굳었다. 화려하면서도 심플하고, 트렌디하면서도 유행에 타지 않는⸱⸱⸱? 뭐지, 이 데자뷰. 황여주한테도 들었던 말 같은데.
"갑자기 웬 개소리야. 너 뭐 데이트 해?"
"어?"
동혁의 심드렁한 말투에 재민이 호들갑을 떨다말고 수줍게 눈을 내리깔며 베시시 웃었다. 흫흫. 답지않게 부끄럼 가득한 웃음소리에 소름이 돋은 친구들이 눈알만 굴렸다. 뭔데⸱⸱⸱ 설마 황⸱⸱⸱으븝읍. 제노의 입이 틀어막혔다. 제노야, 눈치 봐야지? 황인준 안 보여?
제노가 눈을 굴렸다. 인준의 눈이 사나워졌다.
"누구랑 하는데."
"있잖아, 여주는 어떤 색 좋아해, 처남?"
"야, 나 말려라, 야,"
"야야, 황인준 네가 참아!"
"아, 황인준 빡돌면 아무도 못 말린다고!"
아!! 우리 반 아니면 다 나가라고!!
+Bonus)
"이 조합 뭐냐."
"그러게."
텅 빈 교실에 빙 둘러앉은 5명의 아이들이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인준은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고, 제노는 눈만 굴리면서 인준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고. 재민이와 여주는 서로를 흘끔 대다가 눈이 마주치면 파드득, 놀라고 있었다.
그리고 동혁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재민과 여주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나 잘했지? 하고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 같아서 제노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을 뻔 했다.
"소개합니다, 오늘의 선생님 황여주~"
뿌이뿌이뿌~~ 동혁 혼자서만 책상을 치고, 효과음을 내느라 난리가 났다. 제노는 인준이 눈치보면서 살살 박수치고, 재민이는 손바닥이 얼얼해질 정도로 쫘악쫘악 박수를 쳤다. 여주가 수줍게 웃었다.
"선생님이고 나발이고, 뭐냐니까 이거."
인준의 불만스러운 목소리에도 동혁은 기 죽는 것 없이 당당하게 말했다. 너 과학 공부 해야한다며. 재민이는 수학. 제노랑 나는 국어. 다 같이 공부하려고 모인거지.
"근데 황여주는 왜 있어?"
"공부 잘 하니까?"
"얘가 공부 잘 하는거랑 우리랑 공부하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황여주가 우리한테 공부 가르쳐 주려고 공부 잘 하는거냐. 가시 돋친 말에 여주가 인준의 팔을 꾹 찔렀다. 쭌, 무슨 일이야. 왜 화가 났어, 오빠.
"아니 너는 기분이 좋냐."
"응⸱⸱⸱ 난 상관 없는데."
"왜 상관이 없는데?"
"왜⸱⸱⸱? 상관 있어야 해?"
다른 애들이 공부 가르쳐 달라고 할 땐 싫다고 앙칼지게 굴던 애가, 지금은 상관이 없다고? 인준이 입을 꾹 다물었다. 마음에 안 들어, 이 조합. 마음에 아주 안 들어.
그렇지만 불만인 건 인준 뿐이라서, 나머지 애들은 벌써 자연스럽게 책을 펼치고 공부할 준비를 끝내놓고 있었다.
"이 문제 어떻게 푸는지 알려줄 수 있어, 여주야?"
"응, 내가 알려줄게. 나재민아."
"오빠 너 수학 못 하잖아. 내가 알려줄게."
"⸱⸱⸱(쒸익)"
차마 할 말이 없었다. 여기서 제일 공부 잘 하는 애가 손수 가르쳐주겠다는데 거기다 대고 아냐! 내가 가르쳐 줄래! 하고 어떻게 그러겠는가. 더군다가 그 공부 제일 잘 하는 애가 제 쌍둥이였다. 인준이 씩씩 거리며 둘을 흘겼다.
그리고 인준이 그러거나 말거나 재민과 여주 사이의 거리가 확 좁혀졌다. 인준의 손에 들려있던 펜이 부들부들 떨렸다. 갈라버리고 싶다⸱⸱⸱. 저 사이 존나 갈라버리고 싶다.
"인준아."
"왜."
"너 펜 부러졌는데."
"⸱⸱⸱나재민 척추였어야 하는데, 이게."
인준의 중얼거림은 진작에 차단된지 오래였다. 여주와 재민이는 공부를 핑계로 자의로 달라붙어 놓고 몸을 파들파들 떨어댔다. 아니, 이거 너무 가까운데 우리 이렇게 있어도 되는건가.
고개를 들면 바로 눈 앞에 얼굴이 있어서 심장이 쿵떡쿵떡 널뛰기를 뛰었다. 근데 떨어지고 싶지 않아. 근데 떨려. 근데, 근데, 근데⸱⸱⸱ 얼굴이 점점 빨게지고, 얼굴을 힐끔거리는 텀이 점점 잦아졌다.
그리고, 그 때에 맞춰,
"야악!!!"
너네 떨어져어어억!!!! 결국 인준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
인준의 사자후 때문에 잠깐 끊겼던 스터디 모임은 점심 때 떡볶이랑 피자를 시켜먹고 분위기가 풀어졌다.
그리고 다시 재개된 스터디 시간에는 나름 분위기가 좋았다. 여주랑 재민이가 붙어있는 건 여전했어서 인준이 중간중간 이를 갈았지만, 나름 괜찮았다.
여주는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풀고, 풀고, 또 풀어서 해줬다. 물론 중간에⸱⸱⸱
"이상하네⸱⸱⸱"
"⸱⸱⸱"
"⸱⸱⸱이게 이해가 안된다고?"
"⸱⸱⸱"
"왜지⸱⸱⸱"
하면서 혼자 중얼거리는 걸 애들이 듣긴 했지만. 그럴 땐 인준이 여주를 툭 쳤다. 야, 너 같은 천재가 우리 같은 범재를 이해하려고 들지 말고 설명이나 해.
그리고 이제 슬슬 집에 가자며 아이들이 책을 정리할 때였다. 인준이가 화장실을 갔다오겠다며 교실을 나섰다.
인준이 화장실을 가기 위해 교실을 나서기가 무섭게 재민이와 여주가 나란히 일어났다. 너네 어디 가게? 제노가 눈을 끔뻑끔뻑.
"고양이 밥 주러."
"고양이?"
"어어, 그래그래. 둘이 고양이랑 오붓한 시간 보내고~"
내 안부도 전 해줘~ 동혁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얼른 가, 얼른. 혹시나 인준이한테 붙잡힐까 재민과 여주가 복도를 내달렸다. 인준이 봤다면 여름엔 덥다고 뛰지도 않는 앤데. 하고 어이 없어 할 장면이었다.
그렇지만 여주는 있는 힘껏 재민과 내달렸다. 창 밖을 스쳐가는 초록빛의 나뭇잎과, 흔들리는 재민의 머릿결과, 피부에 힘 있게 달라붙는 더위가, 둘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청춘 영화의 한 연출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 교문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뛸 때마다 인상을 찌푸리고 헉헉 거렸던 예전과는 다르게 높은 음의 웃음 소리가 퐁퐁 터졌다.
교문을 넘어서고 나서야 헉헉 거리며 무릎을 짚고 등허리를 굽혀 숨을 고르는 여주에게, 재민이 언제 챙겼는지 모를 시원한 물을 내밀었다.
"근데 우리 왜 뛴거야, 여주야?"
"아,"
쉼 없는 뜀박질에 잔뜩 상기된 볼을 손부채질로 가라앉히던 여주가 멈칫 굳었다. 그냥⸱⸱⸱ 재미있잖아. 이유라고 할 수도 없는 싱거운 말이었는데 재민은 세상에서 제일 웃긴 얘기를 들었다는 듯 킥킥 웃었다.
그리고 숨을 고르는 여주를 기다렸다. 가자, 여주야. 고양이 보러. 여주가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 가자!
+Bonus)
화장실에서 돌아온 인준이 휑한 교실을 보며 걸음을 멈췄다. 야, 황여주 어디 갔어. 동혁이 흠흠,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요, 동효기는 모르게쏘요. 사실대로 안 부냐? 근처에 있는 의자를 집어들은 인준이를 보고 제노가 기겁하며 대답했다.
"고양이 보러 갔대, 인준아!"
"⸱⸱⸱뭘 보러 가?"
"고양이⸱⸱⸱"
"누가?"
"네 쌍둥이랑 재민이가⸱⸱⸱"
"⸱⸱⸱"
야야, 인준아. 둘이 연애하게 냅둬라. 아주 보니까 둘이서 하이틴물 하나씩 찍고 있더만. 동생 아끼는 맘 이해하지만 고만 하고 둘이 잘 되게 빌어, 야. 동혁의 말을 끊고 인준이 제노를 불렀다.
"그러니까 지금, 황여주가 고양이를 보러 갔다고?"
"엉? 으응, 그럴거라던데."
"미친."
미친 황여주, 미쳤어. 미친거지. 미쳤어! 인준이 욕을 우르르 쏟아냈다. 동혁이와 제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재민이 욕이 아니야⸱⸱⸱? 왜 네 동생을⸱⸱⸱? 인준이 버럭 소리 지르며 가방을 집었다.
"황여주 고양이 털 알레르기 있어!!"
고양이를 보러 가긴 뭘 보러 가! 고양이 보러 갔다가 조상님 먼저 보러 가려고, 이 망할 동생이⸱⸱⸱!
그리고 인준이 급하게 여주와 재민을 찾으러 학교를 뛰쳐나온 사이, 재민이와 여주는 나란히 무릎을 모으고 앉아 챱챱, 야무지게 밥을 먹는 고양이들을 바라봤다.
"배 많이 고팠구나~"
"많이 먹어, 삼색아."
"이름이 삼색이야?"
"응, 털 색깔이 3개라서 그냥 삼색이라고 지었어."
"얘는 이름이 뭐야?"
"걘 백설이."
"귀여우⸱⸱⸱푸헹!"
차마 참을 수 없는 재채기가 터져나왔다. 여주가 입을 틀어막았다. 밥을 먹던 고양이들도, 옆에 있던 재민이도 놀라서 여주를 돌아봤다. 감기 걸렸어, 여주야? 여주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안, 아니, 그런 거 아니ㄱ⸱⸱⸱푸헹!"
TMI
황 쌍둥이네 아파트=악동 아파트
재민이네 아파트=서울 아파트
>> 악동 서울
오탈자 지적 환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업 완!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2.10.2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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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2.10.26 12:06
첫댓글 조상님 보러간다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주야 조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