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泥鴻爪(설니홍조) : 기러기가 눈이 녹은 진창 위에 남긴 발톱 자국이라는 뜻으로,
얼마 안 가서 그 자국이 지워지고, 또 기러기가 날아간 방향(方向)을
알 수 없다는 데서 흔적(痕跡)이 남지 않거나 간 곳을 모른다는 말.
특히 인생(人生)의 덧없음이나 희미(稀微)한 옛 추억(追憶) 등을 이르는 말
To. happy new year♥
태양은 이미 서산을 넘어가고 있었고, 내리던 하얀 눈은 이미 멈춘 지 오래 였다. 그와
함께, 이자요이 역시 여전히 사키토에게 안겨 있지도 않았고 또한 눈물을 보이는 것도 아니
었다. 그저 이누야샤를 품안에 꼭 끌어안고 잘려나간 나무 위에 앉아있을 뿐. 얼굴을 닦은
듯, 그녀의 얼굴엔 아주 조금의 눈물 자국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눈이 좀 충혈 되어 있고,
그 못 지 않게 인형 같은 코도 끝의 붉은 기가 가시지 않았다.
산 너머로 노을이 진다. 어찌 보면 그 날, 셋쇼마루와 보았던 그 노을과 같은 해인데, 어
째서인지 다르다. 뭔가가 아주 많이…… 하지만 이자요이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기분
탓일 뿐일까? 아니면 그가 없기 때문일까?
모르겠다. 그로 인해 이런 기분까지 느껴야 하는지,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건, 지금 이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 이유는…….
"셋쇼마루를 기다리고 있니?"
"그렇게…… 보여?"
이자요이는 어색한 웃음을 띄우며 검고 깊은 눈에 사키토를 담는다. 주홍빛 노을이 그의
얇은 금빛 머리카락에 비춰 아름답게 빛이 난다. 잘 어울리는 그 빛. 아름답다. 노을 빛이
스며드는 푸른 눈동자도, 새하얀 피부도, 뚜렷한 이목구비도, 자신을 향한 자상한 미소도 모
두…… 저 노을처럼 은은한 빛을 머금은 아름다움에, 눈을 뗄 수 없는 달콤함 역시 따스했
다. 예전에도, 지금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대답한 그의 미소가 전과 다르다. 여전히 부드럽고 아름다운 그인데
…… 어째서 다르지?
"이자요이, 너는 빛이다. 달의 요괴들이 영원히 동경할 태양이야. 하지만……."
사키토의 오른손이 이자요이의 왼쪽 볼을 감싼다. 검고 긴 머리카락과 함께 부드럽게 쓸
어 내린다. 그의 하얗고 따뜻한 손을 따라 얇은 그녀의 머리카락이 물 흐르듯 흘러내린다.
예전에도 사키토는 이와 비슷한 행동을 한 적이 있었다. 노을이 아닌 은빛 달빛이 그를
비추고 있었다. 그는 옅게 미소를 띄고 있었다. 그것은 머리카락을 쓸어주는 새하얀 손처럼
부드럽고 포근했다. 그리고…… 아주 쓸쓸했던 것 같다. 그날은 눈물이 날 정도로 쓸쓸했다.
그리고 그날은, 그와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그날 이후로 만날 수 없었다. 그래, 그 날은
집으로 돌아가게 된 날. 그렇게 루나님과 사키토 오빠와 헤어지게 된 그날.
하지만 지금은, 누구와 이별하는 거지?
"동경은 동경으로 끝날 뿐이야. 언젠가 셋쇼마루의 손에 죽게 될 거다, 이자요이.
너는 그를 기다리는 게 아니야. 나를 기다렸고, 나와 함께 가야 해. 나와 함께……."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옅은 푸른 눈동자 사이로 슬픔이 배어있다. 작게 살랑이는
바람에 금빛 머리카락이 노을에 젖어 흔들린다. 평소 그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이자요이
를 숨막히게 했다. 끝없이 고동치는 심장은 머리 속을 새하얗게 비워 놓는다. 너무나 크게
들리는 심장 소리가 시야마저 흐트려 놓은 것일까? 어째서, 그가 이렇게 까지 슬퍼보이는지,
이렇게 까지 애틋하게 느껴지는지…… 이자요이는 알지 못했다. 자신과 함께 가야 한다는
그의 말투에 비친 불안감은, 그녀로 인해 부정의 대답을 찾을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예전, 그에게 다시 만나자는 이별의 말을 들었을 때도, 그녀는 설레는 마음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것처럼…… 지금도 역시, 똑 같은 반응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인데…… 지금은 설레
는 것에 앞서 혼란스럽다. 대답은 정해져 있는데 갈등 된다. 아니, 이미 자신은 다른 답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유가 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럴 수…… 없어.”
─────────────────────────────────────── * 雪泥鴻爪 *
“동경은 동경으로 끝날 뿐이야. 언젠가 셋쇼마루의 손에 죽게 될 거다. 이자요이.
그러니까…… 너는 그를 기다리는 게 아니야. 나를 기다렸고, 나와 함께 가야 해.
나와 함께……."
그의 말은 호소하듯 끝을 흘리며 가늘게 떨렸다. 애틋했다. 타인인 자신이 듣기에도 그렇게
느꼈는데 바로 눈 앞에 있는 그녀가 그렇게 느끼지 않을 리가 없었다. 사키토가 이자요이를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가 저렇게 변할 정도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어쩌면 알
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장난스러운 웃음 사이에 흐르는 쓸쓸함이 신경 쓰였다. 자신의 어머
니가 아닌, 그녀를 향한 쓸쓸함이 신경 쓰였다. 어째서 인지 이자요이는 알아채지 못했지만
그는 알 수 있었다.
전에도…… 자신에게 저렇게 쓸쓸한 모습을 보인 자가 있었다. 믿을 수 없지만, 분명 사
키토와 같은 표정을 하고 있던, 자신의 어머니 '루나'. 그녀도 그 순간만은 무척, 쓸쓸해 보
였다. 그래서 지금, 그에게서 이자요이를 데려올 자신이 없다. 하지만 어째서 그녀를 데려와
야 하지?
사키토의 말은 분명 틀렸다. 그는 그가 그녀를 동쪽의 성으로 데려가는 이유를 모르는 모
양이었다.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이자요이가 자신을 두려워 하게 되어도, 자
신을 죽일지도 모른다 생각하게 되어도,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어도…… 그런 것 따위 아무
래도 상관 없다. 아니, 없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이 왜 신경 쓰였을까? 너무나 당연한 얘기
를 하는 그녀에게 화를 내었으며 그녀를 죽이지 않았고, 그렇기에 그녀와 함께 있을 수 없
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를 버려두고 왔다. 하지만 또 다시…… 이 자리를 지키며, 그녀를 쳐다보고
있다. 차라리 요괴가 나타나 그녀를 헤치려 했다면 당장이라도 다가가 그녀를 구해주리라,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다시 길을 떠나기를 바란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앞에 나
타난 건 흉악한 요괴가 아닌 사키토.
그는 몸을 돌린다. ‘사락-.’ 그의 긴 은발이 나뭇잎에 닿아 작은 소리를 남긴다. 그녀는 들
을 수 없는 작은 목소리. 몸을 띄우려 하는 그의 귀로, 그렇게 듣기를 꺼려했던 그녀의 목
소리가 들려온다.
“그럴 수…… 없어.”
그의 발걸음이 멈춘다.
─────────────────────────────────────── * 雪泥鴻爪 *
분명 그녀는 사키토가 아닌 그를 기다리고 있다.
자신 없는 그녀의 목소리가 뜸을 들이며 한 대답에, 사키토는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다.
대신, 전과 같은 애틋함은 보이지 않는 얼굴이다. 오히려 차갑게 식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따뜻한 그의 웃음이 보고 있기 조차 힘들 정도로 숨막히는 걸 보면……. 그녀는
사키토의 말보다 셋쇼마루 쪽을 신뢰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대답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대답을 찾지 않았다. 아니, 찾기를 거부한 채 할 수 없이 입을 연다.
“어째서?”
“셋쇼마루님이…… 돌아오실 테니까.”
물음의 답은 알고 있었다. 자신의 말에 동요가 없음을 알고 있었다. 언제가 어머님께서
하신 말씀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니,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아
니다. 그것 역시…… 아주 잘 알고 있는 일이지만…….
“내 말을 믿지 못하는 거니? 방금 전, 너는 셋쇼마루에게서 살기를 느낀 게 아니었어?”
“그건…….”
이자요이는 무언가 말을 꺼내려다 다시 입을 다물고 만다. 사키토의 말에 떠올려진 셋쇼
마루의 모습은…… 무서웠다.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싸늘한 금색의 눈동자가 자신을
향할 때 숨을 쉴 수 없음을 느꼈다. 도망치고 싶었다. 두려웠다. 그가 너무나 두려워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다. 그는 진심으로 자신을 죽이려고 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어쩌면 확신…… 하지만 그 이유를 찾기 전, 그녀는 도망치고 싶단 생각이 앞섰다. 두렵다
는 생각이 앞섰다. 그가 화내는 이유보다, 두려움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하찮은 인간 주제에…….’
적어도 그 말이 나올 때까지는……. 어쩌면 사키토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 상황
에서 그녀가 계속해서 셋쇼마루와 함께 갈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조금은 억지. 무엇보다도,
셋쇼마루가 다시 돌아와줄지도 확실하지 않다. 소름 끼칠 만큼 차가운 그 목소리가 아직도
귓속을 맴도는 것 같은데, 이곳에서 빨리 도망치고 싶은데, 사키토에게 도움을 받고 싶은데!
이율배반 적인 그녀의 몸은 아직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의 마음은 아직 이곳에 머물
고 있다. 셋쇼마루 너머의 눈의 절경에, 그리고 그의 모습에 정신을 빼앗긴 것일지도 모
른다. 하지만 정말 그렇다 해도…… 그녀의 몸은 움직여 주지 않는다.
“이자요이, 내가 너와 처음 만났을 때의 너처럼, 아주 어렸을 때…… 나의 유일한 혈육
인 아버지가 한 요괴에 의해 살해당했다.”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하는 목소리. 사키토는 이자요이의 앞에 앉아 키를 맞춘다. 시선을
밑으로 내리고 사키토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을 꺼냈다. 이자요이는 표정을 담지
않은 사키토의 얼굴을 주시한다. 알 수 없는 불안감. 그가 왜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내는지
이자요이는 알지 못했다. 아니…… 사실은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속으로
되뇌었다.
‘아니야, 아닐 거야, 그럴 리가 없어…….’
불안감에 휩싸인 그녀의 모습을 보지 않은 채 그는 계속해서 그녀를 보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그건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 내가 아버지를 발견했을 땐 이미 숨을 거두기 일보직전 이었
다. 눈으론 볼 수 없는 끔찍한 몰골이었지. 양쪽 눈에선 끝없이 피가 흐르고 있었고, 몸은
배에서 갈려 둘로 나뉘어져 있었다. 후각을 잃어버린 듯 내가 가까이 왔다는 것도 알지 못
했지. 내가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한 채 멍하니 서 있을 때, 아버지는 숨을 거두기 전, 중얼거
리듯 누군가를 불렀다.”
그는 조용히 고개를 들며 그녀의 바로 앞에 얼굴을 마주했다. 그녀의 검은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그의 입이 떨어지고, 사키토를 마주한 이자요이의 눈이 커진다. 그녀의 두 손이
입을 막은 채 미세하게 떨린다.
“‘셋쇼마루’.”
조용하지만 정확한 그의 목소리가 그녀를 조롱하듯,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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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 타임-
설니도 굉장히 오랜만이네요. 음, 재미없다.< 중요한 건 또다시 하나도 안하고 끝난 느낌.
중간고사가 끝나자 엄청난 수행평가의 압박이 찾아오고, 끝나면 바로 기말, 그 다음은 평준
하 되지 못한 이 지역의 최고지령, 연합고사 준비 인 겁니다. [..] 고등학교를 시험 쳐서 들
어가야 한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지요. 흑, 내신관리도 해야 하니…….
역시, 이젠 잡다한 것에 미련을 버리고 노력 하려 구요. 물론 그 안엔 소설 포함입니다.<
첫댓글 허헣, 설니홍조 오랜만에 봅니다! 셋쇼마루가 사키토의 아버지를 죽인 것일까요; 에고.. 요새는 이누야샤 버닝 모드가 아니라 까페에도 잘 안들어오게 된다는..; 이러면 안 되는데~_~;
아아, 섹시코만도님 오랜만이에요~^ ^)// 저도 요샌 이공에 들어오기가 힘들다는 ;ㅅ;흑흑,<[거의 매일같이 들어오려 하면서 뭘=ㅅ=]
와아아아아!!!!!!!!!!(<) 알고보니까 우리 지역(수원천천)도 연합고사 본다네요, 물론 나한텐 먼 얘기지만<그렇지않아) 잘보고가~
헐, 당신도 보는구나아~~ㅠㅠㅠ 하지만 뭐, 중 1 이니까.. 당신도 이제 곧..<[어이]
삭제된 댓글 입니다.
사야쨩, 나도 지금 그것들 때문에 걱정이라오 ㄲㄲㄲ 설니.. 정말 오랜만에 쓰지<<< 다음편도 열심히 쓸게ㅇㅂㅇ)/
너무재미있어요. 키라님의 소설은 언제바도 재미있어요. 다음편 기대할게요!
루나비나님, 리플 고맙습니다~> _<)// 재밌었다니 다행이요, 다음편도 열심히 쓸게요! ㅇㅂㅇ
어머~~~님....설니홍조...대땅 오랜만인 것 같아요~~~ 역시 언제봐도 이자&셋쇼~~꺄아...너무 조아>ㅁ<[얘!얘!] 사키토...저 못된 눔의 시키...이자요이님은 우리 셋쇼사마꼬양~~~![원래 투아왕꺼여~!] 이자요이~~셋쇼사마한테 가는거야~~~[뭐야...그 노홍철틱함은!] 어쨋든...담 편도 건필하세요~~~!!
연합고사라.. 윽. 힘드시겼다.. 키라님 힘내시고 이번 글도 재미 있었어요! 다음 13화도 언제라도 기다릴 테니, 공부 힘내세요~!! 잘읽었어요~~>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