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조류독감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닭고기나 오리고기 전문점 예비 창업자들의 행보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조류독감 발병 초기, '설마 먹고 죽기야 하겠느냐'며 우스갯소리를 하던 손님들이 사망자 발생 이후 발길을 끊으면서 기존 점포들은 폐점이나업종전환하며 치킨 프랜차이즈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창업 전문가들은 조류독감 근절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이뤄지고 있고 국산 닭고기나 오리고기는 안전하다는 정부 발표를 근거로 창업시기만 조정한다면 '소자본 고수익'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조언했다.
조류독감 여파로 닭-오리고기 요리 전문점 창업을 해야 하는지, 한다면 시기는 언제가 좋을지에 대해 창업 희망자들이 갈피를 못잡고 있다. 창업 전문가들은 조류독감 여파가 잠잠해질 3~6개월 후에 창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2003년 치킨 프랜차이즈 전성시대=작년 한 해는 치킨 프랜차이즈가 최고의 전성시대를 구가한 시기였다. 다이어트 식품으로 닭고기가 관심을 받고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치킨 전문점은 프랜차이즈업계 신규 가맹점 개설 순위 최상위에 랭크됐다.
실제 인터넷 창업신문 창업투데이가 작년 한 해 300여개 프랜차이즈업체를 대상으로 신규 가맹점 개설 현황을 조사한 결과, 상위 10위 안에 치킨 프랜차이즈는 5개나 이름을 올렸다.
교촌치킨이 작년 한 해 504개 신규 가맹점을 내며 1위를 기록한 편의점훼미리마트(781개)의 뒤를 바짝 쫓았고, 그 뒤를 이어 BBQ(240개) 콤마치킨(162개) 피자나라치킨공주(120개) 코리안숯불닭바베큐(114개) 등으로 치킨 프랜차이즈가 초강력 파워를 자랑했다. 특히 20위권에 든 13개외식업체 중에서도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6개나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조류독감 강타, 자구책 강구=그러나 작년 말 조류독감이 발생한 이후분위기는 반전됐다. 가맹점 매출은 절반 이하로 줄었고 프랜차이즈 본사엔 신규 가맹 문의가 전무한 상황에 놓였다.
유황오리구이 전문점인 놀부는 최근 매출이 30% 이상 급감했다. 유황오리는 진흙구이가마에서 400℃가 넘는 고온으로 3시간 이상 굽기 때문에조류독감으로 안전하지만 선입관으로 고객들이 외면했다.
놀부는 이번 조류독감 여파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돼지고기를 이용한신메뉴를 투입하는 등 고객 유입을 위해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또 건강식품인 오리구이에 대한 안전성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홍보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교촌치킨은 이달 초부터 인기가수 비를 모델로 TV CF를 방영하고 1000호점 오픈 기념 이벤트를 진행하며 고객 유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콜팝치킨으로 유명한 BHC는 스파케티 등 면류 메뉴를 보강해 매출 정상화를꾀하고 있고 송추가마고을 고깃집도 육류 대체 메뉴를 강화하고 가격인하나 사은품 증정 행사를 통해 가맹점 보호에 나섰다.
BBQ 관계자는 "가맹건수가 제자리걸음을 지속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며 "당분간 광고, 홍보를 자제하고 서비스 강화를 비롯, 사태의 진정세를 살펴본 뒤 가맹점 안정 운영 등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긴급 진단=창업 전문가들은 이번 조류독감 사태의 여파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치킨 프랜차이즈 창업은 한 템포 쉬는인내가 필요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전문가들은 닭고기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했다. 작년 한 해 국민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10.3㎏으로 미국(41.2㎏) 일본(14.1㎏)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으로 갈수록 닭고기와 같은 '화이트 미트'에 대한 소비가 많아지는 사실을 미뤄볼 때 4조원 규모의 국내 닭고기시장은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창업e닷컴 이인호 소장은 "길어야 닭고기 기피 현상은 3월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며 "1억원 미만의 소자본 창업 비중이 전체 창업의 84%를넘는 가운데 소자본 고수익의 대명사인 치킨 프랜차이즈 창업을 포기하기보단 시장 상황을 주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창업개발연구원 유재수 원장도 "최악의 상황은 올 상반기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며 "기존의 일부 치킨 전문점을 중심으로 업종변환을시도하며 난국을 타개하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만만찮은 비용 부담이나 리스크를 고려한다면 메뉴 다양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창업은 소위 '오픈발'이라고 하는 초기 시장 진입 단계에 점포 이미지가 형성되는데 지금은 치킨 전문점을 하기에 부적절하다"며 "통상 외식업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비브리오균이나 광우병, 돼지콜레라 등이 3~6개월 점포 매출에 악영향을미친다는 점에서 치킨 전문점 창업은 하반기 이후로 미루는 게 현명하다 "고 말했다.
작년 비타민치킨으로 대박을 내며 총 120개 점포를 운영 중인 앤조이치킨 윤정헌 사장은 '치킨 사업을 시작하려면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강조했다. 윤 사장은 "조류독감은 매년 있었지만 치킨 전문점이 범람하는현 상황을 살펴보면 닭고기의 경제적 가치 전망은 밝다"며 "2월 이후조류독감이 진정되고 새학기가 시작되면 3월 이후엔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