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땅거미가 짙어가는 주말 저녁, 도시의 하이에나는 먹이를 찾아 오늘도 가로등불 황량한 거리를
방황한다. 도심의 거리는 주말이 가져다준 여유와 편안함 때문인지 옷차림과 걸음걸이가 한층 가볍고
활기차다. 오늘 찾아간 도시의 술한잔터는 영등포에 있는 장어구이집 ; 장어생각이다.
영등포 시장 버스정류장 근처에 대로변에 있어 찾아가기는 어렵지 않다. 몇주전에 영등포에서 술한잔
할일이 있어 우연히 이곳을 찾았다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때문에 놀랐던 기억이 있었는데,
대기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쪽에선 알아주는 장어구이집이란다.
그래.. 다행히 오늘은 그때보다 사람이 많지는 않아서 조금 대기하다 안으로 들어가 바다장어와 함께
거하게 술한잔했다. 동네에서 아나고구이를 파는 식당이 있는데, 200g 소자 2만5천원, 350g 중자가
3만 5천원 이란다. 얼핏 먹는사람들 테이블을 스캔하니 양도 얼마 안되고 고기도 좀 작은걸 사용하길래
별로란 생각에 마침 바다장어 무한리필이란 말에 솔깃해서 기억해놓았던 곳인 영등포 장어생각으로 결정.
장어를 근래에 제일 맛있게 먹은 기억은 5월 궁평항에서 커다란 아나고 구이를 먹을때였다.
1kg이 넘는 아나고가 4만원이였는데, 싱싱하고 부드러운 통아나고를 잘 손질해 숯불위에 굵은 소금을
뿌리고 지글지글 구워 먹는 맛이란.. 궁평항의 붉은 낙조만큼이나 진한 여운과 쾌감을 주었다.
어띠 이리 붕장어 살이 연하고 토실토실할까. 하지만 멀기도 하거니와 시간도 없기에 도심에서 먹을 수 있어
편한 영등포로 숨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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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왔을때엔 6팀 정도가 기다린다길래 발걸음을 돌린적이 있는데, 오늘은 사람이 많지 않다.
물론 식당 내부에는 만석이고. 영등포시장 버스정류장 근처 2층에 있는 장어생각은 60여명 정도가
함께 식사할 수 있을정도의 규모. 넓지도 그리 작지도 않은 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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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가자 조금 기다렸다가 빠지는 손님이 있길래 바로 그 자리로 잠입한다.
테이블은 자리가 없어 조용한 방으로 간다.
입구에서는 장어를 굽는 주방장의 손길이 흐르는 땀을 씻을새도 없이 바삐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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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장이 숯불위에서 초벌구이로 살짝 구운 장어들을 손님상에 내기 위해 큰 접시에 가지런히 담는다.
얼마나 맛이 좋을지 상상을 하며 잠시 구경을 해본다. 군침 한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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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생각의 메뉴. 무한리필 바다장어로 주문한다.
자연산 바다장어와 민물장어도 있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은 무한리필로 주문하는것 같다.
장어를 좋아하거나 두마리 이상은 먹을 자신이 있다면 그리고 소주나 음료수를 5병 이상 마실 수 있으면
무한리필을 주문해도 된다. 하지만 요 장어란 놈이 먹다보면 조금 느끼하다. 기름기로 뭉친 놈들이기에.
여자친구와는 2마리를 주문하면 충분하겠다. 바다장어 2마리 주문하거나 민물장어와 바다장어
1마리씩 시켜도 둘이서 즐기기엔 적당하다. 단, 삼합셋트는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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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장어 무한리필을 주문하고 기다리니 재빠르신 아주머니가 얼마 있지않아 장어와 삼합세트를
불판위에 올려준다. 무한리필 장어라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는 크고 살도 통통하게
오른 놈들이 나온다. 겉보기에도 실해보이는 포스가 괜찮다.
떡갈비나 훈제오리 대신에 대합이나 키조개 같은걸 올려주면 더 푸짐해보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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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와 절인 깻잎, 양파와 마늘 등이 함께 나온다. 기본적으로 있어야 될것들.
깻잎위에 생강과 고추를 넣고 된장을 올려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고 직원분이 친절하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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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판보다는 숯불위 석쇠에서 먹는 바다장어구이가 더 맛이 좋은데.
아무래도 숯불로 하려면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로우니 이런 가스불판을 사용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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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입구에 셀프코너가 있어 생강이나 동치미 등 필요한걸 가져다 먹으면 된다.
소주와 음료수는 전용 무한리필 냉장고에서 꺼내 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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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판위에서는 장어와 친구들이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를 내고 고소한 냄새가 코를 간질이면서
배고픈 속을 애태우게 만든다. 간단히 데운 훈제오리를 먼저 먹어주고 가을의 전령 대하도
껍질을 까고 맛이 제법 들은 통통한 속살을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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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를 적당히 종지에 덜고 얇게 썬 생강을 그 위에 담가 버무린다.
어느 정도 익어가면서 알맞게 구워진 장어를 먹는다.
장어 한점에 소주 한잔씩. 모두 4마리를 먹었으니 꽤나 마셨군.
그렇게 술을 마셨는데도 취기가 그리 돌지 않았다. 장어 덕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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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허하다거나 기력이 딸릴때, 장어를 먹어주면 스테미너도 보충하고 몸의 기운도 업시키고
없던 정력도 마구 샘솟는다. 명의서인 동의보감이나 동의수세보원 등의 도움을 구하지 않아도
장어의 효과는 만인에게 고래부터 입증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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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장어가 그리 작지도 않은 중간 크기이다.
생장어와 양념장어를 한마리씩 올려주는데, 양념장어는 좀 매콤한 편이다. 돼지고기 먹을때 생고기 맛을
양념고기가 못미치는 것처럼 생장어가 양념보다 훨씬 부드럽고 장어 본연의 고소함이 배가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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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장어 한점을 소스를 살짝 찍어 입속으로 넣는다.
장어가 잔가시가 많아 먹기 불편하지만 그 가시마저 입속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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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만큼이나 가시가 많지만 잔가시마저 불판위에서 살과 함께 녹아버렸다.
삼겹살처럼 구워진 양념장어를 상추에 싸서 한입 베어문다. 눈을 감고 잠시 맛을 음미한다.
가슴이 뛴다. 어디선가 몸 저편 구석에서 뜨거운 열기가 뻗어온다. 소주 한잔을 입속에 털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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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마리를 먹어치우고 다시 한판 주문한다. 주문하고 불판에 올려놓고 나서야 생장어로 할껄하고 생각했지만
이미 장어들은 뜨거운 불판위에서 몸을 비비꼬면서 트위스트를 추고 있다. 꼬리는 잘 익혀서 두개다 먹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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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어가는 장어의 몸을 두동강 내버린다.
두마리를 먹었는데도 허리의 벨트는 조금 여유가 있다. 바다장어를 워낙 좋아하기에 이 정도야.
몇년전에 차가운 겨울 눈발을 보면서 안면도 백사장항의 횟집에서 먹은 아나고구이가 생각난다.
추운 날씨에 출출한 뱃속을 채우려 들어간 횟집의 소금구이는 그야말로 눈물나게 맛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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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릇하게 익은 장어들을 뒤집고 가위로 먹기 좋게 분해한다.
어릴적 안면도에 잠깐 살때는 이런 붕장어를 푸대자루로 잡아와 배를 갈라 손질해서 빨래줄에 널어
바람이 잘드는 곳에서 말렸다. 그 당시엔 먹는방법이래야 짚풀에 굽거나 말려서 조려먹는것이었으니.
맑은 햇살에 반쯤 마른 쫀득거리는 통통한 붕장어를 양념과 함께 조려내온 엄마표 붕장어는 꿀맛 밥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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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손님을 밤 10시까지 받고 12시에 영업을 끝낸다. 손님의 식사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한다지만
2시간을 넘긴다해서 쫓아내진 않는다. 알아서 먹으면 되지. 11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홀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장어와 함께 주말의 시간을 즐긴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먹는이들이 대부분이나
의외로 연인이나 여자끼리 온 사람들도 꽤 된다. 여자들도 참 잘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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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좀 많이 익은 장어들을 상추에 싸서 먹어치운다.
이제 뱃속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개구리배가 올챙이배처럼 볼록해져 엎어놓은 바가지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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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딱딱하다가 구워놓으니 말랑말랑해진 가래떡을 마지막으로 자리를 뜬다.
이제 먹자신공으로도 감당할 수 없다. 음식을 다 비우면 음식값의 5%를 D.C 해준단다.
할인해서 55,000원. 자주는 못먹겠지만 가끔 장어가 생각날때 막히는 길을 헤치며 바닷가로
가는것 보다는 이렇게 도심에서 먹는건 어떨까.
그래도 난 궁평항의 두껍고 부드러운 아나고에 굵은 소금 뿌려 석쇠위에 구운 놈들이 더 맛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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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 두판을 거의 먹어치우려 할 무렵 직원이 식사를 어떻게 할거냐 물어본다.
밥은 배불러 그렇고 비빔국수와 잔치국수를 주문한다.
비빔국수는 겉보기와 달리 맛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비빔국수의 매콤하고 싸함보다는 김치의 신맛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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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한 국물의 잔치국수가 기름진 장어를 먹은 사람들에게는 괜찮을듯하다.
물냉면이 있음 그걸 시켰을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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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고 맛도 좋은 바다장어를 배터지도록 즐긴 주말.
어느새 시나브로 와버린 선선한 밤공기를 타고온 가을내음이 도시를 감싼다.
간만에 바다장어와 이슬로 기분좋은 저녁을 했더니 밤하늘이 아름답다.
이곳 장어생각은 장어를 잘 먹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음식점이다. 대부분
손님들은 일단 무한리필로 주문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니 두마리 정도 먹고 더이상 먹지 못하고 나간다.
차라리 그냥 장어 두마리를 시켜먹는것이 더 낫겠다. 점심특선으로 12시부터 4시까지 파는것도 있으니
이것을 이용하면 저렴하면서도 장어를 즐길 수 있는 포인트!
첫댓글 잘보고 감니당~~~~^^*
네,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좋은정보 감사해요 함 가보려구요
입맛에 맞을지 모르지만 장어좋아하시구 술잘 드신다면 함 가볼만해요..역시 장어먹으니 힘은 나던걸요!
좋은정보 감사해요
네~좋은 주말 보내세요..날씨가 덥네요.
고맙습니다 영등포에 좋은 곳 소개해 주셔서요 ^^
감사합니다...
요번주 토요일 가볼려고 해요..정보 감사합니다.^^
네..부디 맛나게 드셨음 하네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가을 되시길...
조만간 가볼렵니다..![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6.gif)
정보 감사합니다..
ㅎㅎ 시간되면 한번 들러보세요~~ 넘 큰 기대는 하지마시구요.. 배는 최대한 가볍게 손에는 힘을 가득 넣으셔서요!!
정보 감사~~~~~~~~~~ㅎㅎ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