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잊어먹고 후속편을 안올리다니, 제가 어떻게 됐었나 봅니다--;;
이제라도 끝까지 다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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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행성동맹의 수도, 행성 하이네센.
라인하르트는 브륜힐트의 출입구를 나서 하이네센의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앞에는 경호를 위해 동원된 20만의 제국군 병사들이 양 옆으로 도열하여 그들의 존경하는 지배자를 위한 길을 만들어놓고 있었다. 브륜힐트의 출입문이 열리는 순간 20만의 입에서 한꺼번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여기에 외출허가를 받은 장병들의 목소리가 더해졌다.
“라인하르트 황제 만세!”
“만세!”
라인하르트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바로 뒤에 서있는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때, 키르히아이스? 정말 멋지지 않아? 이게 다 네 덕이야.”
“과찬이십니다, 라인하르트님.”
라인하르트가 키르히아이스를 칭찬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키르히아이스 휘하의 이젤론 방면군이 동맹의 후방을 위협한 덕분에 얀의 함대가 라인하르트의 본대를 저지하기 위해 출격하지 못했던 것이다. 3만 척의 키르히아이스 함대가 바라트 성계를 비롯해서 동맹령 각지를 들쑤시고 다니자 얀으로서는 하이네센을 떠날 수가 없었다.
키르히아이스 함대의 활약은 실로 눈부셨다. 3주간의 작전기간 동안 그들이 격침하거나 나포한 동맹의 민간선박은 8천여 척에 달했으며, 60개소에 달하는 우주항과 100여개소의 통신센터가 파괴되었다. 동맹군이 포기하지 않고 있던 군사기지도 10여 곳 이상이 파괴 또는 점거되었으며, 토벌대로 차출되어 나섰던 2,500척의 동맨군 분견함대는 성급하게 분산하여 눈앞의 소함대를 추격하다가 재집결한 제국군에게 포위당해 깨끗하게 섬멸당하는 대패를 당했다. 키르히아이스 함대의 전투력은 역시 뛰어났던 것이다.
소병력으로 토벌이 불가능하다면 대함대를 투입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경우, 제국군 일부를 포착 격멸한다고 쳐도 나머지를 다 놓치게 될 확률이 더 크다. 즉 얀이 미끼가 된 제국군 분함대 1개를 잡는 사이 나머지 99개 함대가 재집결하여 하이네센을 강습할 수도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라인하르트를 저지하기 위한 얀의 출격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이대로 가만있으면 라인하르트가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하이네센까지 올 수 있다고 얀이 항변해도 소용없었다. 아이랜즈 국방위원장까지도 그를 편들었지만 소용없었다. 정부 관계자들로서는 아직 오지 않은 라인하르트보다 이미 바라트 성계 외곽까지 휩쓸고 있는 키르히아이스가 더 두려웠던 것이다.
이렇게 키르히아이스 함대의 활약은 동맹의 경제 및 사회를 완전히 패닉 상태로 떨어트려버리고 말았다. 제국군의 위협으로 항로상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되자 성계간 물자유통은 완전히 차단되었으며, 성계 내에서 이루어지던 행성간 유통도 거의 정지되어버렸다. 통신센터가 파괴되면서 각 성계간의 연락도 차단되자 공포에 사로잡힌 지방정부들이 연이어 제국에 백기를 드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얻었다. 이들은 즉시 동맹정부의 통치권을 거부하고 자치정부 수립을 선언하였으며 제국과의 독자적인 강화조약 체결에 나섰다. 키르히아이스는 이에 대해서, 일단 자기 이름으로 임시협정을 체결한 후 라인하르트에게 보고하여 사후승인을 받는 조치를 취했다. 이는 지휘관으로서 시급하고 적절한 조치였다고 판단했으므로 라인하르트 역시 그의 행동을 흔쾌히 승인해 주었다.
동맹 정부는 강화조약이 체결될 때가 되어서야 이런 사정을 알았지만 그들로서는 이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제국군은 이미 해당 성계에 대한 완벽한 통제권을 쥐고 있었고, 동맹으로서는 무력으로 이를 회복할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동맹 정부는 결국 현상을 받아들여 그들 지방정부들의 이탈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15만 척의 제국군 함선들이 위성궤도에 전개한 가운데 두 나라 사이의 전쟁 상태를 종결할 것을 규정한 <바라트 평화조약>이 정식으로 체결되었다.
“아아, 정말 수고했다. 키르히아이스.”
숙소로 선정된 호텔 샹그릴라의 스위트룸에 들어온 라인하르트는 기지개를 켰다. 그는 원래 전함 브륜힐트에서 묵을 생각이었지만, 정복지의 땅을 밟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상륙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리고 굳이 이곳을 고른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었다. 랜드카로 지나가다 보니 건물 외관이 마음에 들었다는 것, 그것 하나뿐이었다.
“할 도리를 했을 뿐입니다, 라인하르트님.”
“너무 겸손해하지 마, 여긴 우리 두 사람 뿐이라구. 하하하…누님께 축하해 달라는 보고를 드렸으니 곧 말씀이 있으시겠지?”
키르히아이스는 아무 대답 없이 미소를 지었다. 안네로제의 이야기는 언제나 그들 둘에게 미소를 짓게 하는, 그런 이야기였으니까. 그때 갑자기 라인하르트가 정색을 했다.
“그건 그렇고, 키르히아이스.”
“네, 라인하르트님.”
“이번에 네 작전…확실히 효과적이기는 했어.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어차피 우리가 이겼을 텐데.”
“라인하르트님.”
키르히아이스의 목소리도 어느새 조용해져 있었다.
“암리츠어…에서도 굳이 주민들을 굶길 필요는 없었죠. 베스타란트에서 핵공격을 방관할 필요도 없었고요.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무제한 봉쇄작전을 펼친 건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격침한 민간선박은 300척도 안 됩니다. 사망자의 숫자는 1만 명도 안 되고요. 그리고 고작 3주간의 봉쇄 때문에 아사자가 발생할 정도로 각 성계의 식량사정이 나쁘지도 않았습니다. 봉쇄당했다는 충격 때문에 저들이 저절로 무너진 것뿐입니다.
하지만 그런 작전을 쓰지 않고 얀 웬리와 우리 제국군이 정면으로 격돌했다면, 양군을 합쳐 적어도 백만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겁니다. 그런 희생을 줄였으니,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네가 그런 이야기를 하니까….”
라인하르트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꼭 네가 오벨슈타인이 된 것 같구나.”
“전 라인하르트님의 그림자니까요.”
키르히아이스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오벨슈타인이 옳았습니다. 어떤 일에든 빛과 그림자가 있는 법이지요. 라인하르트님께서 비난받게 되실만한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라인하르트님께서는 만인의 추앙을 받으시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라인하르트는 감동에 싸여서 키르히아이스를 바라보았다. 늘 자기의 형제이자 방패였던 붉은 털의 친구는 스스로 어둠을 자처하고 자신의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까지 자기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것이다. 문득 키르히아이스의 왼편 뺨에 선명하게 그어진 자줏빛 흉터가 라인하라트의 눈에 들어왔다.
“참 키르히아이스, 안면성형으로 그만 그 흉터를 제거하는 게 어때? 네 얼굴에 있는 흉터를 보니 오프레서가 자꾸 생각나는구나. 위치도 오프레서와 거의 같은 걸.”
“제거하려고 했는데….”
“했는데?”
“안네로제 누님이 없애지 말고 그대로 두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그냥 놓아두고 있습니다.”
“그래?”
라인하르트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안네로제가 키르히아이스의 흉터를 지우지 못하게 한 까닭을 알 수는 없었다.
“그건 이해할 수가 없군. 넌 그 이유를 아나?”
“저도 모릅니다.”
설레설레 고개를 내젓는 키르히아이스를 보자 라인하르트는 그로부터 답을 듣기를 포기했다. 오딘으로 돌아가서 누님에게 직접 들으면 되겠거니 하면서.
“알았어. 나중에 누님을 뵙고 수술하게 해달라는 허락을 받도록 하지. 참, 너 겨우 그만한 병력으로 충분하겠어?”
“충분합니다.”
키르히아이스는 고등판무관의 직책을 받은 상태였다. 동맹 정부에 대한 감독권을 부여받은 고등판무관은 하이네센에 주재하게 되어 있었고, 그 예하에는 6개 연대의 장갑척탄병과 16개 연대의 경무장 해병대가 배속되어 있었다.
“그만한 병력이면 제 호위를 위한 것으로는 과분할 정돕니다. 제국의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서 그 정도는 필요하긴 하겠지만.”
키르히아이스의 자신만만한 대답을 들은 라인하르트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상체를 뒤로 젖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널 믿지.”
첫댓글 전 라인하르트가 이기는게 좋고, 동맹군이 얀 웬리가 깨지는게 좋습니다. 슈타인호프님 끝까지 연재해주세요 ♡
넵^^
연재를 재개 해주셨군요.. 감사드리구요. 재미있게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
설마 이글루스에 계시는 슈타인호프님은 아니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