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인의 맛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
1. 포도
와인은 효모를 제외한다면 오직 포도만을 사용하여 만들어진다. 당연히 원료인 포도가 조금 다르더라도 최종 제품인 와인의 품질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와인 메이커도 해로운 곰팡이가 피었거나, 덜 익은 포도로는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까베르네 쇼비뇽을 사용하여 피노 누아 맛이 나는 와인을 만들지도 못한다. 모든 발효 식품이 그러하듯 좋은 재료(포도)는 좋은 제품(와인)을 만드는 가장 기초적인 요소이다.
1.1. 포도 품종
우리는 마트에서 포도를 고를 때 거봉인지 캠벨인지 혹은 칠레 포도인지 확인한다. 이는 포도 품종에 따라 포도의 맛이 다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포도 품종은 와인을 이해하는 가장 일차적이면서 중요한 요소이다. 많은 와인의 라벨에 포도 품종이 표시되는 이유는 포도 품종은 와인의 성격을 예상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단서이기 때문이다.
- 많은 포도 품종 중에서 양조용으로 적합한 일부가 선택되었다.
식용으로 먹는 포도는 신맛이 적으며, 적당한 향과 얇은 껍질을 가진 것이 좋다. 특히 포도의 당도가 높지 않은 한국에서는 알이 크고 당도가 높을수록 식용으로 가치를 인정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식용 포도의 특징은 양조용 포도의 성격과는 맞지 않는다. 양조용 포도는 강한 향을 가질수록 유리하며, 와인 만들기 과정에서 결국 포도 껍질과 씨는 제거되기 때문에 두꺼운 껍질과 씨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유럽에서 유래된 Vitis vinifera라고 불리는 포도 종이 양조용으로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다. Vinifera는 하나의 종(species)이지만, 모양, 크기, 색깔, 향기가 다른 많은 품종으로 나누어진다. 세상에는 수백 종의 포도 품종이 있으며, 각각의 품종에 따라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따라서 포도 품종은 와인을 스타일과 향미에 따라 그룹화하는 과정에서 단골로 사용된다. 많은 포도 품종 중에서 높은 품질의 와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몇몇 포도 품종이 전 세계에서 선택적으로 재배된다.
- 각각의 포도 품종은 고유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감귤류(Citrus fruits)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르다. 레몬은 매우 시고 별로 달지 않다. 오렌지는 훨씬 달고 덜 시지만 아직 자극적인 향을 가지고 있다. 귤은 또 오렌지와는 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감귤류들도 모두 제각각의 모양과 성격을 가지고 있듯이, 포도도 품종에 따라 독특한 고유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한 번 관심 있게 본다면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거봉 포도와 머루 포도, 그리고 캠벨 포도가 알의 크기와 껍질의 색, 향이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리슬링(Riesling)은 청색이지만,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는 붉게 보이며, 까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은 멜롯(Merlot)보다 껍질이 두껍고 강한 향을 가지고 있다. 각 포도 품종의 독특한 성격은 왜 와인 맛이 다른지에 대한 큰 힌트를 준다.
- 포도의 품종이 다르면 와인이 다르다.
물론 포도의 성격이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다른 와인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와인 메이커가 자신만의 특이한 방식을 이용하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포도 품종이 다르다면 기본적으로 다른 종류의 와인이 만들어진다. 아무리 똑같은 떼루아에서 같은 사람이 같은 방법으로 와인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까베르네 쇼비뇽 와인과 진판델 와인의 맛이 같을 수는 없다. 우리는 보통 와인의 산도나 바디감, 향처럼 직접적으로 입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바탕으로 포도 품종을 유추하는 것이 가능하다. 리슬링(Riesling)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은 샤도네이(Chardonnay)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보다 가벼운 입 안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산지오베재(Sangiovese)로 만든 와인은 진판델(Zinfandel) 와인보다 더 자극적인 신맛이 느껴질 것이다.
- 특정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무조건 고급 와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포도 품종으로 인해 독특한 와인의 성격을 가지지만, 무엇이 좋고 나쁘고의 기준은 없다. 멜롯(Merlot)은 까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보다 저급의 포도가 아니다. 사람들은 다르다는 것과 틀리다는 것을 종종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캠벨로 만든 와인은 까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으로 만든 와인과 맛이 다른 것이지 못한 것이 아니다. 각각의 포도 품종은 나름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특정 포도 품종이 “좋다”의 기준은 없다. 포도 품종은 품질의 기준이 아닌 기호도의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여러 포도 품종에 대한 성격을 알고 있는 것은 소비자의 와인 선택에 대한 시야를 넓혀 준다.
- 왜 우리는 포도 품종을 알아야 하는가?
똑같은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진 와인도 다를 수 있다. 포도가 재배된 환경이 다르다거나, 수확시기, 혹은 와인 메이커의 제조 방법도 최종 와인의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큰 그림을 놓고 보았을 때는 와인의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요소들 중에서 포도 품종이 미치는 영향이 가장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우리는 라벨이 가려진 와인을 마시고 이 와인이 어느 지역에서 생산되었는지, 포도는 언제 수확하였는지, 어떤 효모를 사용하였는지 알 수 없지만, 예민한 와인 애호가라면 적어도 어떠한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거봉 와인이 천안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영동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구별하기는 어렵지만, 거봉으로 만든 와인과 캠벨로 만든 와인을 구별하는 것은 가능하다. 따라서 포도 품종은 와인의 성격을 예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우리는 포도 품종에 따른 와인의 성격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와인 라벨에는 포도 품종이 명시되어 있다. 와인 라벨에 포도 품종을 표시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기본적인 와인에 대한 정보를 주기 위함이다. 유럽 와인들은 아직도 지역명을 표시하는 전통 방식을 유지하고 있지만, 점차 라벨에 포도 품종을 표시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유럽에서 지역명을 라벨에 표시한다면 그 지역에서 많이 재배하는 포도 품종을 알고 있어야 와인의 성격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부르고뉴 지역의 레드 와인은 보통 피노 누아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유럽에서는 주로 여러 포도 품종을 섞어 만들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있다면 와인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다음은 포도 품종을 와인의 바디감에 따라 구별해 놓은 표이다.
와인의 바디감에 포도 품종의 분류
바디감 |
화이트 와인 |
레드 와인 |
한국 레드 와인 |
Light |
Riesling
Chenin Blanc |
Pinot Noir
Gamay |
거봉
캠벨 |
Medium |
Sauvignon Blanc
Pinot Grigio |
Merlot
Sangiovese |
머루 포도(MBA) |
Full |
Chardonnay
Viognier |
Cabernet Sauvignon
Syrah/Shiraz |
복분자
머루 |
첫댓글 레스베라토롤이 많이 함유된 레드와인 한잔하시고 주무시지요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춥습니다.
결국 와인의 맛은 질좋은 포도에 달렸네요!!
잘 지내시고 계시는지요? 언제 직접 제조하신 좋은 와인 한잔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