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그냥 드시지 말고 이렇게 별 모양을 만드세요.”(간호사 홍
종옥씨)
“눈이 어두워서 못해. 난 그냥 먹을래.”(정복순 할머니·84)
31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공덕1동 마포재가노인복지센터에서는 홍
씨 등 복지센터 직원 5명과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 25명이 설탕을
녹인 뒤 소다를 첨가해 별 등 각종 모양의 설탕과자를 만드는 ‘뽑
기’를 하고 있었다. 별과 물고기 등 각종 모양을 뽑는 데는 실패했지
만 할머니들은 뽑기 한번에 10원 하던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는 듯한
표정이었다.
복지센터 이은정 과장은 “매주 화, 목요일 오전 치매를 완화시키는
‘작업치료 프로그램’으로 뜨개질, 그림 맞추기, 블록 쌓기, 구슬 색
깔 맞추기 등을 하는데 오늘은 새롭게 ‘뽑기’를 시도해봤다”고 말
했다.
이곳은 치매노인 할머니 25명이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의 보살핌을 받
고 있는 치매노인 주간보호 및 단기보호시설. 98년 8월 문을 연 이후
주간보호 15명, 단기보호 10명 등 정원은 25명이지만 지원자가 몰려
적어도 3, 4개월을 기다려야 빈자리가 날 정도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65세 이상 노인 56만여명 가운데 치매노인은 2
만8000명으로 추산되고 24시간 보살핌이 필요한 중증치매노인은 3600
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 치매노인을 위한 사회복지시설은 주간보호시설 13곳, 단
기보호시설 9곳, 노인요양원 1곳 등 23곳으로 수용 인원은 600여명에
불과하다. 목사 수녀 신자 등이 자신의 집에서 치매노인을 돌보는 경
우도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에 따라 시는 광진구와 강동구에 각각 35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단기
보호시설을 짓고 있으며 2003년까지 송파구(80명)와 중랑구(165명)에
노인요양원을 건립할 계획이지만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
다.
▽주간 및 단기보호시설〓주간보호시설은 낮시간 동안 치매노인을 보
살펴 주는데 관내 주민을 우선적으로 받는다. 생활보호대상자 등 국민
기초생활보장법 수급권자는 무료이고 저소득층은 하루 5000∼6000원
의 실비만 받는다. 보장구를 이용하거나 부축을 받을 경우 거동이 가
능하고, 대소변 처리가 가능한 환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단기보호시설은 1회 15∼45일, 연중 최대 90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생활보호대상자 등은 무료이며 저소득층은 하루 1만2000∼1만3000원
을 내야 한다.
마포재가노인복지센터 조남범 소장은 “노인종합복지관이나 종합사회
복지관에 비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간병인을 정규직이 아닌 일용직
으로 고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부족한 인력과 예산을 자원봉사자
나 후원자의 도움으로 메우고 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고 말했
다.
▽노인요양원〓국민기초생활보장법 수급권자 중 65세 이상 치매노인
이 입원해 사망할 때까지 치료를 받는 곳이다. 저소득층도 정원의
20% 내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 산하 치매노인 전문요양원
은 모두 6곳. 순애전문요양원, 중계노인복지관, 정원치매노인요양원
이 현재 운영 중이며 청운, 동명, 광림 치매노인요양원은 3월 중 개원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