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十五 章
명왕수사(明王殊死)
- 무사는 죽음으로 말한다
복면인은 명령을 내리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경호무사들이 밀리고 있자, 눈빛이 약간 초조해졌다.
나타난 자들의 무공이 상상 이상으로 강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몇 명의 무공은 그로서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강했다.
특히
눈앞에 의연하게 서 있는 청년의 무공은 얼마나 강한지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복면인이 안심하고 있는 이유는 자신의 뒤쪽에 있는 세명의
노인들이었다. 그들이라면 절대로 이제 약관을 넘은 애송이에게 질 일이
없었다.
아운은 아운대로 금룡단에 실전 경험을 시키는 셈치고 잠시 지켜보는
중이었다. 상황이 불리해지자, 복면인은 화가 난 듯 아운을 노려보며
물었다.
"이런 썅, 네 놈은 누구냐?"
아운은 한숨을 쉬었다.
귀찮게 또 묻고 있었다.
그래도 이번엔 대답을 해주기로 했다.
아직은 금룡단의 결투를 막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권왕 아운이라고 한다."
"뭐...... 큭큭."
놀라던 복면인이 큭큭 거리며 웃은 다음 말했다.
"이 빌어먹을 새끼야! 네가 권왕이면 난 도왕이다.
요즘은 어떻게 된 것이 지니가는 개새끼도 권왕이라고 지랄을 하는가."
복면인의 말에 아운은 할 말이 없었다.
사실을 말해줘도 안 믿는데 뭐라고 하겠는가.
"뭐 믿으라고는 안하겠다. 그럼 넌 누구냐?"
"어린놈이 정말 말버릇이 없군. 내가 누군지는 말하기 싫다."
북면인은 한 번 놀렸다는 기분에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아운은 여전히 시큰둥했다.
"말하기 싫음 그만둬라!"
복면인은 다시 기분이 나빠졌다.
조금 약올리는 표정이라도 보여 줬다면 기분이 좋았을 텐데.
"네 놈, 정말 죽지 전에 자신의 이름이라도 말해라!"
복면인이 재차 물어오자, 아운은 대답 대신 주먹을 들어 보이고 앞으로 한
발 나섰다.
"개새끼."
복면인은 욕을 퍼부음과 동시에 자신의 성명절기인 추혼도법(追魂刀法)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절초인 추혼개천(追魂開川)을 펼쳐 아운의 가슴을
찍어 갔다.
"그게 정직하지."
아운은 그 말 한마디와 함게 주먹을 마주 질렀다.
연환금강룡의 가장 무서운 절초 중 하나인 금강붕(金剛鵬)이었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권경과 도가 충돌하였다.
복면인은 엄청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세 걸음이나 물러서고 말았다.
아운은 그 자리에 우뚝 서서 한 주먹을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단 한 번에 서로의 우열이 확실하게 갈라졌다.
"이익."
복면인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아운을 보다가 천천히 심호흡을
하였다.
결코 우습게 볼 상대가 아니란 사실을 깨우친 것이다.
"조금 전엔 방심했다. 애송이, 이번엔 정말 죽인다."
고함과 함께 복면인의 박도가 무서운 회전력을 보여주며 아운의 목을
노리고 공격해 왔다.
박도가 막 아운의 목을 치는 순간 아운의 주먹이 번쩍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복면인은 뒤로 삼 장이나 밀려가서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단 이권(二拳)만의 일이었다.
"컥!"
복면인은 피를 토해내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상이 심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때 세명의 노인이 연수합격으로 아운을 공격해왔다.
세 노인은 일제히 쌍수를 휘두르며 아운을 공격해 왔는데, 노인들의 손에서
뿜어진 기운이 해골 모양으로 뭉치면서 아운을 공격해 왔다.
그 모습도 섬뜩한데 사방에서 들리는 귀곡성으로 인해 경호무사들과
금룡단원들이 동작을 멈추고 노인들을 바라보았다.
백골 모양의 강기를 본 이심방과 몽진나한 등은 자신도 모르게 아연한
눈빛을 감추기 못했다.
누군가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배, 백골삼마(白骨三魔)라니, 어떻게?"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 자리에 있던 무사들이면 누구나 들을 수 있었다.
꼭 그의 말이 아나리도 백골모양의 강기를 본다면 노인들이 누구인지
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백골삼마는 벌써 나이가 백이십이 넘은 노마들이었다.
혈궁대전 이전의 노마(老魔)들로 그들의 악명은 이미 팔십 년 전의
전설이었다.
아운이나 금룡단원들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대체 어쩌자고 이런 마인들이 이곳에 나타났단 말인가?
모두 긴장한 표정으로 노마들의 공격을 본다.
"이제 죽어도 될 노마들이군."
아운이 중얼거리며 주먹을 휘둘렀다.
순간 초승달 모양의 강기가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백골의 강기들이 반으로 갈라지며 사라지는 것을 수많은 무사들이
보았다.
삼절파천황의 월광분검영(月光分劍影)이 펼쳐진 것이다.
백골삼마가 동작을 멈추었다.
아운은 탁탁 손을 털며 노인들을 보고 있었다.
복면인은 멍청한 시선으로 아운과 노마들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노마들의
몸이 둘로 갈라지며 상체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본 다음 넋이 나가버렸다.
비록 죽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모두 한꺼번에 두 다리가 잘린 것이다.
그것은 복면인뿐만 아니었다.
금룡단원들이나 경호 무사들, 그리고 점혈 당해 있는 지부대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 어떻게 단 일 권 만에, 그것도 주먹으로 검강을 펼치다니."
복면인이 혼이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릴 때, 아운의 신형이 바람처럼
질주하였다.
그의 두 주먹이 번갈아 휘둘러지며 노인들의 양 어깨를 부수어 놓았다.
그리고 연이어 단전을 파괴해 버렸다.
무공은 없어지고 양발과 양팔을 못 쓰게 되었으니 어거야 말로 완전 퇴물이
된 것이다.
그대로 놔둔다면 저절로 고통 속에서 죽어갈 것이다.
"백골공을 익히려면 백 명의 동남동녀의 피가 필요하지. 그렇지 않은가?
그런 악독한 무공을 익히고 편히 죽어간다면 세상은 너무 불공평해지겠지.
이렇게 죽어가면서 그 동안 지은 죄를 속죄해라. 늙은이들."
아운의 냉혹한 말에 백골삼마들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차라리 죽여라!"
"그런 말할 기운이 있으면 혀를 물고 자살을 하던지."
아운의 말에 백골삼마는 대꾸를 못했다.
그들 중 최고 연장자인 백골전마가 다시 말을 하려 하자 아운이 먼저
말했다.
"자꾸 귀찮게 굴면 갈비뼈를 하나씩 뽑아주마."
백골전마는 입을 다물었다.
하고도 남을 인간이었다.
백골삼마들은 그 늙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고통
속에서도 살아 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가상스럽기도 했지만, 살려 두기엔
너무 많은 죄를 지었다.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죽음에 대한 공포는 그들의 정신을 붕괴시키고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죽어가는 모습이 추하다면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복면인과 지부대인 그리고 경호무사들은 완전히 겁에 질린 시선으로 아운을
보고 있었다.
손속에 사정이 없고 망설임이 없다.
말이 통하지 않고 협상이 통하지 않는 인간이란 것을 그들도 느끼는
중이었다. 복면인은 너무 겁을 먹어서 상대가 누구란 것조차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운이 복면인에게 다가섰다.
복면인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감히 덤빌 생각은 하지도 못한다.
"나, 나를 살려주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주겠다."
"너 죽은 다음 내가 찾아 가질 테니 걱정마라!"
냉혹한 목소리와 함께 아운의 발이 복면인의 넓적다리를 사정없이 밟았다.
복면인이 견딜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다.
단순하지만 그 발엔 비응천각귀의 선풍팔비각의 힘이 들어가 있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으드득! 하는 소리가 연이어 들리면서 그의
넓적다리가 부서져 나갔다.
"거지가 그 돈 마련하느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눈물을 흘렸을지 알
것도 같군. 네 놈은 거지답게 죽을 것이다. 아주 비참하게."
극락원을 본 아운은 그 곳과 관련된 자들을 절대 살려 놓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단순하게 죽이는 것은 너무 자비로운 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아운은 복면인의 다리 몇 군데를 발로 밟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
복면인의 비명소리가 밤하늘을 흔들어 놓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감히
아운을 말리려 들지 않았다. 금룡단 역시 복면인이 그렇게 죽어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는 그렇게 죽을만한 짓을 했다.
아운은 복면인의 정강이벼를 발로 밟아 으스러트리면서 백골삼마를 보고
말했다.
"늙은 것들이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여자와 약에 빠져 있었으니 무공도
엉망이 되었지."
아운의 말은 사실이었다.
백골삼마는 팔십 년 전에 비해 오히려 무공이 낮아져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지금까지 극락원을 지키면서 함께 해온 쾌락의 결과였다.
아운은 복면인의 턱을 차서 눕혀 놓고 그의 발부터 시작해서 낭심 그리고
팔에 이르기까지 발로 하나씩 밟아서 부러트리거나 터트리며 말했다.
"네 놈이 누구인지 알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그 동안의 죗값은 받아야지.
안 그런가? 아픈 만큼 마음이 정화되는 것이라 여기 거라! 그리고 나에게
해줄 말이 있을 것이다. 천천히 생각해 두어라! 지금은 말해도 안 들을
생각이니까."
"끄아아!"
대답대신 비명이었다.
그 고통을 말로 해서 무엇하랴.
그리고 그것을 보고 있던 경호무사들 일부는 그 자리에 주자앉아 버렸다.
백골삼마를 일 권으로 제압한 아운에게 덤빌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하고
그저 겁에 질려 있을 뿐이었다.
금룡단원들은 지금만큼은 정말 통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이심방은 복면인이 개방의 인물일 것이란 생각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이미 아운이 복면인의 복면을 벗기지 않은 이유가 그 때문이란
사실도 눈치 채고 있었다.
작지만 자신에 대한 배려였던 것이다.
복면인을 잘근잘근 다져 놓은 아운은 그제야 그의 복면을 벗겼다.
"이심방, 아는 자인가?"
복면인의 얼굴을 본 이삼방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본 방의 팔대장로 중 한 분이신 선풍도(旋風刀) 계령입니다. 본파에서
유일하게 도법을 수련하신 분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분이?"
이심방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개방에서도 강직하기로 유명했던 사람이었고, 소걸개 이심방이 존경했던
몇 안 되는 사숙 중에 한 명이었다. 그래서 복면인이 도를 들고 있었지만,
설마 하고 있던 참이었다.
결국 그 동안 그의 가면에 속아 왔다는 말이었다.
참으로 허탈해지는 기분을 감추기 어려웠다.
이는 달리 말하면 개방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과 같았다.
아운은 씁쓸하게 웃으며 경호무사들을 노려보고 말했다.
"모두 생포하라! 도망가는 놈들은 죽여도 좋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권왕이
책임진다."
아운의 말을 들은 경호무사들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이제야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청년이 누구란 것을 눈치로 안 것이다.
사실 상대가 권왕이 아니라도 감히 덤빌 생각은 못하고 있었지만,
상대의 신분을 알고 나자 더욱 겁에 질리고 말았다.
권왕에 대한 전설.
그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
그가 적을 어떻게 상대하는지 무림에선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더 이상 덤빌 용기가 없었다.
그 중 몇몇이 도망가다가 야한과 흑칠랑에게 걸려 반병신이 되어 잡혀 왔다.
아운은 지부대인에게 다가가 그의 아혈과 마형을 풀어주었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선 지부대인은 아운을 노려보며 고함을 지렀다.
그는 아직 자신의 권세를 믿고 있었다.
"이놈, 너도 대명의 백성이거늘......"
"이 씨팔 자식아, 난 내일 다른 나라로 망명할 거다. 그러니 입좀 다물어라!"
지부대인은 기겁을 해서 입을 다물었다.
아운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네 놈의 죄에 대해서는 일일이 말하기도 귀찮다.
그리고 그냥 죽이기엔 죄가 너무 크다.
지금부터 고통을 잘 새겨 두었다가 죽으면서 백성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느끼기 바란다. 야한."
"충!"
야한이 바람처럼 날아왔다.
그의 두 손엔 타인의 피로 검게 번들거리는 도끼 자루가 들려 있었다.
금룡단원들의 시선이 지부대인을 향한다.
너무 불쌍하고 측은해 보였던 것이다.
"야한, 이 놈을 벌거벗겨서 거꾸로 매달아아!"
"추웅!"
야한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부대인의 옷을 벗겨 거꾸로 매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이 각에 걸쳐 지부대인의 엉덩이가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졌고,
단 한 방에 이빨이 전부 부러져 나갔다.
다음엔 몸의 뼈가 전부 분쇄되는 고통을 맛보아야 했다.
권왕에게 상대의 신분이란 허울일 뿐이었다.
힘이 있고 권세가 있는 자라면 힘없는 자가 지은 죄에 비해서 가중처벌을
받아야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운이었다.
아운은 그것을 행동으로 말해 주었다.
금룡단은 관인, 그것도 정사품이라는 지부대인을 서마 그러려니 했다가
할 말을 잃었다.
몽진나한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무림맹주라도 지부대인을 저렇게 할 수 있는 배짱이 있을까?"
옆에서 들은 종남의 정명호가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단주님이니까 가능한 일이요. 누가 감히 정사품 지부대인의 볼기를 친단
말이요. 아니 그것도 저렇게 무식하게 때린단 말이요. 그것도 음지의
인물이 아니라 양지의 인물이 말이요. 문제는 앞으오 어떻게 될지 참
난감할 뿐이요. 과연 저렇게 놓고 가면 관에서 가만히 있을지......"
북궁명이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보기에 매형, 아니 단주님은 지부대인을 살려 놓지 않을 것이요.
그리고 이 일로 어떤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멈출 것 같지 않습니다."
정명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단주님을 모시려면 간이 열 개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모두 같은 생각들이었다.
하지만 왕구는 달랐다.
자칭 고금천추제이충복인 왕구는 그저 아운이 자랑스럽기만 했다.
세상에 누가 저런 배짱을 가질 수 있겠는가? 남자라면 당연히 저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말한다면 산속에서만 산 왕구는 지부대인이 뭔지도 몰랐다. 아는 것은 하나.
맞는 놈이 맞아 죽을 짓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다음날 개봉은 발칵 뒤집어졌고, 그 충격은 빠르게 무림으로 번져 나갔다.
말로만 무성했던 극락원이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관련되었던 자들 중에 지부대인은 완전히 발가벗겨져서 극락원 문설주 위에
걸려 있었고, 온 몸의 뼈가 모조리 부러져서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혀가 뽑히고 손가락, 발가락은 물론이고 온 몸의 뼈가 부러진 지부대인의
모습은 처참했다. 그리고 죽은 시체 중에 백골삼마까지 발견되자 그 충격은
다시 더해졌다.
거기에 개방의 장로 중 한명인 선풍도와 개방 십걸의 한 명인 철타귀이
(鐵打鬼耳) 왕방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개방뿐만 아니라 장로원의
장로들에게까지 의심의 눈초리가 돌아가기에 충분했다.
그들도 나란히 개봉부 지부대인과 함께 개봉의 문설주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그 외에 소림의 몽추와 몇 개 문파의 제자들이 거의 반죽음 상태로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그들의 죄목이 적힌 벽보와 함께.
또한 지부대인이 역모를 하려 했다는 약간의 증거까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 일이 어찌 개방만의 일이겠는가?
개방은 서둘러 선풍도 계령과 왕방은 개인적인 욕심에서 그 일에 끼었을 뿐,
개방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발표 하였지만, 그것을 믿는 바보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고 개방에 시비를 걸 문파도 없었다.
문제는 극락원을 쑥밭으로 만들어 놓고 백골삼마 정도의 고수를 간단하게
죽인 고수가 누구냐 하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쉽게 결말이 났다.
권왕이 아니면 누가 그럴 수 있겠는가? 경호무사들까지도 처참하게 당해서
사실을 확인해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이미 극락원 지하에서
구출된 사람들의 말을 듣고 상대가 권왕과 금룡단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권왕의 이름이 다시 한 번 무림을 떨어 올리는 순간이었고, 무인이라고
자처하는 자들에게 있어서 이제 아운의 존재는 우상의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민간인들에게까지도 아운은 무신으로 추앙을 받고 있었으며, 관의
군사들에게 있어서도 광풍사를 단신으로 괴멸시킨 아운은 영웅이상이었다.
또한 아운이 하씨세가의 장자임이 밝혀짐으로 인해 문인들에게까지도
존경 받는 인물이 되었다.
일이 너무 크게 벌어져서 관에서조차 조사를 나왔고, 무림맹에서도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누구 하나 권왕의 이름을 함부로 조서에 올리지 못했다.
지부대인이 관인으로 대단한 벼슬이지만, 단신으로 광풍사를 괴멸시킨
아운보다 영웅일 순 없었다.
황궁에서조차 그를 국가를 구한 영웅으로서 대접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부대인은 지운 죄가 너무 명백하였다. 설사 황궁에 지부대인의
인척이 있어서 그를 두둔하고 싶은 자가 있어도 역모의 증거까지 있는
상황이라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자칫했다가는 두둔하는 사람까지도 역모자가 되어 구족이 몰살당할 수
있었던 것이다.
관에서 조사를 나온 사람들은 모든 사실을 아운이 유리하게 꾸며 놓았고,
무림맹에서 나온 조사관들은 일이 더 커질까봐 노심초사하면서 아운의
이름조차 거론하려 들지 않았다.
현장을 보고 난 조사관들은 혹시 아운에게 불리한 조서를 만들었다가
나중에라도 그를 만났을 때를 생각하고 몸을 떨었다.
세상이 다 아는 아운의 이름이 무림맹의 조서엔 아주 빠져 버렸다. 그의
이름이나 호를 부르는 것조차 서로 금기시 할 정도였다.
보고를 받은 황궁에서는 새로 조사를 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지만, 너도
역모에 가담했는가? 하는 눈초리에 쑥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아운이 관부에서 지부대인의 친인척이나 그에게서 뇌물을 받던
고급관리들에게 원한을 만든 것도 사실이었다. 그들은 은밀하게 아운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였다.
이는 아운에게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되었다.
극락원 안쪽에는 수백에 달하는 경호무사들이 팔다리가 부러져서 너저분하게
널려 있었는데, 그들은 전부 단전이 깨져 있었다.
무공을 잃은 것은 물론이고 다시는 무공을 배우지 못할 것이다.
얼굴은 엉망이고 얼마나 맞았는지, 보기조차 민망할 정도였다.
그나마 그들은 행복한 편이었다.
조금 책임이 있는 자들은 낭심마저 깨져서 평생 여자 근처에는 못 갈
상황이었다.
뼈는 마치 망치로 쳐서 전부 으깨 놓은 것처럼 깨져 있었는데, 살아도 평생
앉지 조차 못할 것이다.
차라리 죽은 자는 행복한 것이다.
조사관들은 처음으로 죽음이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고 있었다.
경호무사들 중엔 말을 할 수 있어도 권왕의 권자조차 말하려 들지 않았다.
문제는 죽은 시체들이 묘하게 늘어져 있었는데, 그것이 하나의 글씨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그 글씨는 다음과 같았다.
'기다려라!'
단 한 단어였다. 그러나 아는 사람들은 이것이 권왕의 경고임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누구를 향한 경고인지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 경고문은 아운의 이름과 함께 강호 무림을 떨어 올렸다. 중소문파나
현 무림맹의 체제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 수많은 무사들은 환호하였다.
세상 어디를 가도 권왕의 이름으로 가득했다.
일부 사람들은 권왕 아운과 북궁연, 그리고 우칠을 일컬어 일왕일후일광이라
하여 삼천좌(三天座)라 불렀다.
당시 어떤 조사관이 그래도 좀 성한 경호무사에게 물었었다.
"혹시 상대가 권왕이었습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경호무사는 몸을 바르르 떨다가 심장마비로 죽고 말았다.
무사는 죽었지만 그걸로 더욱 확실하게 이번일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그때부터 '무사는 죽음으로 말한다.'라는 유행어가 강호를 휩씁었다고 한다.
또는 권왕을 말하면 죽는다는 무시무시한 말이 떠돌기도 하였다.
멀리 개봉부가 보이는 곳에 아운과 금룡대원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들 개운한 표정들이 아니었다.
극락원의 무리들을 잔인하게 다루었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래도 될 만한 죄를 저질렀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알게 된 내용들이 그들로 하여금 마음을 무겁게 하였다.
극락원을 샅샅이 뒤져서 찾아낸 몇 가지의 단서와 왕방, 지부대인 등을
고문해서 알아낸 내용은 그만큼 충격적인 것이었다.
개봉의 극락원을 책임지고 있던 장년의 검사는 백골삼마의 제자였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개봉의 극락원을 다스리는 주인은 개방의 전대 방주이자,
천지인으로 이어지는 전 시대 개방의 최고 고수였던 천개 몽화였다.
몽화는 개방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현 개방의 최고 고수이자, 방주인 지개 운중화와 다음 대의 개방 최고
고수라는 인개 유당화의 사부이기도 했으며, 무림맹의 삼십삼 장로 중
한 명이기도 했다.
더욱 놀란 것은 극락원의 용도였다.
돈을 벌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자파와 타 문파의 인물들 중에 장로원을
반하는 자들을 골라 회유시키는 장소이기도 했다.
죽이기에 꺼려지는 자들을 약물에 중독 시키거나 쾌락으로 망가트려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게 하는 곳이 바로 극락원이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쾌락을 제공하고 약으로 중독 시켜 장로원의
명령을 안 들을 수 없게 만드는 비밀 공작실이 바로 극락원이었던 것이다.
수십 년이 지나면서도 장로원의 장로들이 실권을 그대로 지닐수 있었던
이유와, 그들이 마음대로 활개를 쳐도 건드리지 못한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장로원을 반대했던 무리들이 극락원에 와서 양귀비로 만든 미약에 중독되고,
쾌락을 안 다음엔 결국 장로원의 충실한 종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약을 구하기 위해서 또는 그 약을 사기 위해서 장로원의 말을 들어야만
하였다.
그러면서도 세상에 극락원이 필요 이상 알려지지 않은 것은 보안도
보안이었지만, 약을 주고 쾌락을 주는데 상대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적당하게 그들을 움직일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돈을 대신하였기 때문이었고,
약의 분량을 조절해서 그들을 다스려왔었다.
또한 극락원의 용도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가장 큰 구실은 바로 장로원의 장로들 중 동심맹의 인물들이 휴양하는
곳이란 사실이었다.
결국 무림맹의 장로들 자체가 쾌락과 약에 중독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뿐만 아니라 강호 무림 전체가 극락원이 십여 곳이나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장소가 어디인지 누가 운영하는 것이지 알 수 없지만, 원주들끼리는 서로
돕고 있었다.
아운은 동심맹이라고 알려진 장로들의 사조직이 배후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확실하지 않았다. 실제 왕방이나 계령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지 못했다.
지부대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장 충격을 받은 이심방과 몽진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문제는
개방의 장문인인 천개가 이 일에 관계가 있는지 하는 점이었다.
아쉽게도 그것은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계령이나 왕방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운은
당장이라도 개방으로 달려가 전부 뒤집어 놓고 싶었지만 지금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억눌러 참았다.
어차피 가서 따져 보았자 발뺌할게 뻔하였고, 장로원의 몽화 역시 전혀
모르는 일이라 우길 것이다.
동심맹의 장로들 역시 몽화 편을 들 것이고.
하지만 아운은 그런 것 따위는 어차피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는
권왕으로서 자신만의 방법이 있는 것이다.
옆에서 아운을 지켜보던 몽진은 속으로 염불을 외면서 제발 자신의 사문과
아운이 얽히는 일이 없기를 빌고 또 빌었다.
그에게서 뿜어지는 기세가 얼마나 무서운지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대가 누구라도 권왕은 용서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적당히 넘어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아운은 금룡단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모두 가자. 일단 패도문의 일을 처리해야겠다. 그러고 나서는 바빠지겠군."
중얼거리듯이 한 말이었지만 그 말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금룡단원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산동 패도문.
산동 동남부에 위치한 패도문은 강호사패의 하나였다.
물론 강호사패란 것은 정말 강호무림에서의 위치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단지 상징성을 지닌 것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위세는 산동성에서 북궁세가
다음이었다.
지금처럼 북궁세가가 웅크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능히 산동성의 패자라 할
만하였다.
특히 패도문의 전대 문주인 진천패도(震天覇刀) 노광은 무림맹의 장로 중
한명으로, 그의 도법은 강호상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유명했다.
산동성에서는 검왕을 빼곤 적수가 없다는 고수가 바로 노광이었다.
그의 아들 구주벽력도(九州霹靂刀) 노대철은 요보향의 남편으로서 아버지인
노광으로 인해 평생 동안 짐을 지고 살아야 하는 불행을 지닌 자였다.
그의 재질이 너무 모자라서 아버지의 진전을 육 할 정도 밖에 이어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무공은 그리 낮은 것이 아니었다.
구주벽력도라는 별호가 그냥 나온 말은 아니었다.
삼 개월간 소식이 없던 권왕이 나타났단 말을 들은 패도문의 경계는
삼엄했다. 그런 패도문으로 한 명의 중년 서생이 찾아왔다.
수문을 지키고 있는 무사가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중년서생, 명왕수사 고구가 웃으면서 말했다.
"가서 전하게. 혈궁의 명왕수사 고구가 권왕에 앞서서 패도문을 접수하러
왔다고."
수문을 지키던 선위무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갔다.
진천패도 노광과 구주벽력도 노대철은 후원으로부터 허겁지겁 달려 나오다가
그 자리에서 멈춰서고 말았다.
사방에 널려 있는 시체 속에 한 명의 서생이 우뚝 서 있었다. 정문을 지키던
패도문의 수하가 달려와서 보고를 받고 허겁지겁 달려 나온 시간은 아주
잠깐이었다.
그런데 그 잠깐 사이에 패도문의 수하 이백여 명이 사방에 널려 있었고,
삼백여 명이 서생을 포위한 채 공포에 질려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냐?"
무사들 대신 중년서생이 노광을 보고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네가 노광이란 아이냐?"
그 말을 들은 노대철이 발끈해서 고함을 질렀다.
"이런 찢어 죽일 놈! 네 놈은 나이가 얼마나 처먹었기에 감히 아버님께!"
서생이 웃으면서 말했다.
"나야 노광이란 아이놈보다 삼십은 더 먹었지."
"이, 이런 미친놈. 지금 아버님 연세가 몇인데."
"그만."
갑자기 노광이 나섰다.
노광은 서생에게 포권지례를 하면서 물었다.
"혹시 고 선배님이 아니십니까?"
"하하, 무슨 선배씩이나. 그냥 명왕이라고 부르게. 그게 더 좋아."
그 말을 들은 노대철은 다리가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이제야 상대가 누구란 것을 눈치 챈 것이다. 그리고 그때서야 정문을
지키던 무사가 전한 말이 떠올랐다.
상대가 너무 젊어 보여 생각지 못했던 결과였다.
노광은 이를 악물었다.
"선배님께서 여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말일세. 이제 혈궁이 다시 한 번 세상에 나올까
하는데, 그 첫 재물이 좀 필요해서 말이지. 우선 여기 패도문 정도면 아주
좋은 재물이 아니겠나. 더군다나 여기서 기다리면 권왕이란 아이도 곧
나타날 테고. 권왕과 패도문이면 혈궁의 재출도 기념으로 아주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자네가 협조를 좀 해 주었으면 하네."
노광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후배가 좀 늙었지만 선배님이 원하는 데야 어쩔수 없겠지요."
노광은 자신의 패도를 뽑아 들고 앞으로 나서며 노대철에게 전음을 보냈다.
- 내가 공격을 하면 무조건 도망가라! 너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이건 명령이다. 대꾸도 하지 말고 이 자리에 서 있다가 무조건 도망가라!
네가 살아야 노가의 대가 끊어지지 않는다.
노대철의 눈에 물기가 번지고 있었다.
대답을 할 수도 없었다.
상황을 알기에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이 덤비고 싶었지만 자신이라면 명왕수사의 일 초도 견디지 못할
것이다.
노대철은 이를 악물었다.
노광이 도를 들고 명왕수사를 노려보았다.
명왕수사가 감탄하며 말했다.
"과연 제법 기본이 되어 있는 후배로군. 그럼 어서 덤벼보게. 단 일 초라도
견딜 수 있었으면 하네."
"갑니다."
고함과 함께 노광이 진천도법의 초고 초식을 펼치며 명왕수사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노대철은 젖 먹던 힘까지 전부 모아서 신법을
전개하였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려는 것이었다.
명왕수사의 손에서 광채 하나가 뿜어져 나와 노광의 도와 충돌하였다.
꽝! 하는 소리가 들리며 노광의 몸이 뒤로 서너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나타난 결과는 보고 있던 사람들로 하여금 넋을 나가게 하였다.
노광의 도가 고열로 녹고 있었다. 그리고 노광의 몸이 불속에 타들어가고
있었다.
"끄으으."
고통으로 일그러진 노광의 시형이 머리부터 재로 흩어져 간다.
잠시 후엔 녹아서 눌어붙은 패도만이 덩그러니 남아 버렸다. 노광의 시신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다음이었다.
"오오. 과연 내 명왕염화신공(明王炎火神功)이 대성의 경지에 달했구나.
아하하, 이런 좋은 일이 있나. 그런데 이런 기분 좋은날 제물이 감히
도망을 가."
명왕수사의 신형이 꺼지듯이 사라졌다. 패도문의 수하돌은 모두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 신법이었다.
패도문에 도착한 아운과 금룡단원들은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문을 지키는 사람조차 없었던 것이다.
아운은 앞장서서 패도문의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간 아운과 금룡단은 그 자리에 멈추고 말았다.
패도문 안은 시체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체들 가운데 한 명의
중년서생이 서서 하늘을 보고 서 있었다.
마치 죽음의 제왕 같은 모습이었으며 너무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금룡단원들은 모두 놀라서 중년서생을 보고만 있었다.
연약해 보이는 서생이지만 감히 근접할 수 없는 위엄으로 인해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아운의 안색이 굳어졌다.
"모두 이 자리에서 더 이상 앞으로 다가서지 마라!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에도 끼어들지 마라! 만약 내가 위험하다 싶으면 모두 이 자리에서
도망가라! 사방으로 흩어져서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야 할 것이다."
금룡단원들은 물론이고 흑칠랑과 야한이 놀라서 아운을 보았다.
설마 권왕의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들은 감히 대답도 못하고 아운과 중년서생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운은 천천히 중년서생에게 다가서며 다시 한 번 명령을 내렸다.
"조금 전 내가 한 말을 반드시 명심해라!"
다짐을 한 아운은 천천히 서생에게 다가갔다.
다가설수록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무림에 나와서 만났던 그 어떤 고수보다도 강한 자가 지금 눈앞의
중년서생이라는 것을 아운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아니 지금까지 만났던 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함이 느껴졌다.
고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다가오는 아운을 보았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근 수 십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고구의 얼굴이 묘하게 뒤틀렸다.
설마 이제 약관을 조금 넘긴 청년이 자신의 투지를 끌어낼 줄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둘은 이 장의 거리를 두고 마주섰다.
강호무림에서 가장 강한 십오 대 고수라 추앙받는 두 사람은 이렇게 만났다.
8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