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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공께서는 안심하고 객원에서 쉬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부친께서 언급이 계셨습니다."
유비는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는 바람에 말 등 위에서 혼절해버리고 말았다. 원담은 크게 놀라 명을 내렸다.
"어서 안으로 모셔라!"
원담은 사람을 부친에게 보내 소식을 전하는 한편 수백 명의 무사들로 하여금 유비를 하북으로 호송하도록 조치했다.
유비가 평원(平原)에 이르렀을 때, 일단의 무리들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뜻밖에도 원소가 친히 가신들과 휘하무사들을 이끌고 마중 나온 것이다. 유비는 말에서 내려 절을 했다.
"보잘 것 없는 패장을 이토록 환대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원소는 황망히 그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별 말씀을 다 하시오. 일전에 아이의 병으로 인해 공을 구원해드리지 못해 마음이 편치 못했소이다. 하지만 이렇게나마 만나게 됐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소."
유비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진작 원대공의 문하에 들고자 했으나 이런저런 일로 인해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조조에게 패해 형제들과 처자들을 모두 잃고 강호에 고개를 들지 못하게 됐습니다. 몇 번이나 자진할까도 생각했지만 대공께서 허물을 탓하지 않고 인사를 거둬주신다는 말을 듣고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찾아뵈었습니다. 받아주신다면 맹세코 보답하겠습니다."
원소는 기쁨을 금치 못했다. 그는 유비의 명성을 익히 들어왔을 뿐더러 특히 무황의 숙부라는 점을 중시하고 있었다. 따라서 유비를 거두게 되면 자신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게 되는 셈이었다.
원소는 유비를 후하게 대접한 후 자신의 관할인 기주(冀州)에 머물게 하였다. 기주는 그가 무림패권에 대한 야망을 품은 후 첫걸음을 내딛은 곳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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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부터 조조에게 다리를 걸치고 있던 진등은 남은 무사들과 함께 성문을 활짝 열고 조조를 맞아들였다. 조조는 그의 공을 치하한 후 당당히 입성했다.
조조는 서주의 무사들과 양민들을 두루 위무하여 안정시킨 후, 모사들을 소집하여 이번에는 하비를 공격할 것을 의논했다. 그가 여세를 몰아 곧장 하비를 치지 않고 굳이 모사들의 의견을 구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운장은 유비의 가족을 보호하고 있어 목숨을 바쳐서라도 하비를 사수하려 들 것입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속히 하비를 치지 않으면 화근이 될 것입니다."
순욱은 조조가 관우에 대해 남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속히 하비를 칠 것을 주장했다. 조조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 오래전부터 운장의 무예와 인품을 아껴왔소. 이번 기회에 그를 내 편으로 만들고 싶소. 물론 하비를 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나 그렇게 되면 운장의 마음을 얻을 수 없을 것 같아 망설이고 있는 것이오. 그러니 사람을 보내 항복하도록 설득해 보는 것이 어떻소?"
곽가가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운장은 의를 중시하는 자니 죽으면 죽었지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억지로 설복하려 들다가는 도리어 반발을 살 것입니다."
이때 누군가 앞으로 나섰다.
"제가 관공과 일면지교가 있으니 설득해 보겠습니다."
그는 본래 여포의 수하였으나 얼마 전 조조의 수하가 된 장요였다. 조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오. 장공이라면 운장도 귀를 기울일 것이오."
이때 정욱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장공이 비록 운장과 교분이 있다하나 운장은 말로해서 들을 자가 아닙니다. 제게 한 가지 계책이 있습니다."
조조는 희색을 띠며 물었다.
"오, 무슨 계책이오?"
"우선 그를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지게 해야 합니다. 그런 연후 장공을 보내 설득하면 승낙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정욱은 잠시 숨을 돌린 후 구체적인 계책을 설명했다.
"운장은 용력(勇力이 뛰어난 자라 힘으로는 굴복시킬 수 없습니다. 유비의 수하들 중에 항복한 자들을 하비로 보내 싸움에 패해 도망쳐왔다고 하면 운장이 받아들일 것입니다. 연후에 그를 성밖으로 유인해 싸우는 척하다 달아나면 추격하느라 하비성에서 멀어지게 될 것입니다."
조조의 눈이 반짝 빛을 발했다.
"옳지! 그런 다음 돌아갈 길을 끊어놓자는 거로군."
정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일단 고립시킨 후 설득해야 합니다."
"좋소, 그 계책을 씁시다."
다음날 수십 명의 무사들이 하비성으로 가서 외쳤다.
"우리는 소패에서 온 무사들이오! 조조와 싸우다 간신히 목숨을 건져 예까지 왔소이다. 문을 열어주시오!"
관우가 문루 위에서 내려다보니 과연 소패를 지키는 무사들의 복장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유비의 소식이 궁금했던 그는 문을 열어주었다.
조조의 사주를 받은 무사들은 성 안으로 들어가 관우에게 그간의 일들을 보고했다. 그들은 유비와 장비가 조조에게 패해 달아났으며, 생사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관우는 가슴이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었다. 특히 유비와 장비의 생사가 불명하다는 말에 근심이 태산이었다.
'아아! 우리 형제가 또 다시 생사를 알 수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구나!'
하지만 그는 두 사람이 반드시 살아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형님은 단명할 분이 아니니 조만간에 재회할 날이 있을 것이다. 그동안 형수님과 가족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일 것이다.'
관우는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비록 조조의 대군에 비한다면 보잘것없는 성세였으나 문을 굳게 잠근 채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다면 하비를 지킬 자신이 있었다.
첫댓글 친구들이 많아 오지 않아도 늘~~좋은 자료 올려 줘서 고마워~ 주말 잘 보내~
나는 읽어줘서 고마워~ㅎㅎㅎ 열무도 즐거운 주일 잘 보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