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西江에 있는 '작은 한반도' 알아? 영월군 선암마을
◆ 선돌의 갈라진 틈 사이로 서강이 보인다.
강원도 태기산(1261m)에서 흘러내린 주천강과 평창에서 달려온 평창강은 영월군 서면 신천리(新川里)에서 새로운 물 ‘서강’을 이룬다. 영월읍을 향해 흐르다 ‘동강’과 몸을 섞어 남한강이 되는 물줄기다. 여름철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이 동강을 많이 찾는 반면, 서강은 아직까지 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서강 인근의 그림 같은 풍광은 오히려 동강을 능가한다.
동고서저(東高西低)형 지형까지 똑같아
주천강과 평창강이 만나 서강을 이루는 지점, 굽이쳐 흐르는 물줄기가 한반도 지형을 이루는 선암마을이 있다. 마을 뒷산에 오르면 한반도를 그대로 축소한 지형이 눈앞에 펼쳐진다. 유명한 단종 유배지 청령포처럼 물줄기가 휘돌아 흐르며 만든 독특한 땅이다. 동쪽은 깎아지른 절벽, 서쪽과 남쪽은 흰 모래와 자갈로 이루어진 백사장. 신기하게도 동고서저(東高西低)형 지형까지 한반도와 닮았다. 한반도를 휘돌아 나가는 서강은 바다를 연상케 한다. 북쪽은 만주벌판에서 뻗어내린 듯한 산줄기가 이어진다. 마을엔 고추며 콩 등 밭작물을 키우는 농가 10여채가 있을 뿐이다. 곳곳에 폐가도 눈에 띈다.
선암마을은 두메산골 영월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였지만 지금은 찾아가기 어렵지 않다. 중앙고속도로 신림IC에서 88번 국도를 따라간다. 책박물관 표지판이 나오면 곧바로 우회전한다. 선암마을임을 알리는 대형 표지판이 서 있다. 조금 달리면 약 1.4㎞의 비포장 도로가 이어진다. 다시 오른쪽 길로 가면 선암마을이다. 표지판이 있어 찾기 쉽다. 마을 입구에서 1㎞ 정도 걸어 뒷산에 오른다. 10여분 산행길은 힘들지 않다. 마을 앞 그림표지판엔 전망대 가는 길을 표시했지만 막상 산길엔 표지가 없다. 그러나 먼저 간 사람들이 만든 길을 따라가면 어렵지 않게 한반도 지형을 조망할 수 있는 곳에 다다른다.
선암마을로 가기 전 서강 상류 주천강이 휘도는 요선암(邀仙巖)에 먼저 들른다. 주천강엔 옛날 어느 시절 술샘(酒泉)이 있어 맑은 술이 흘렀다 한다. 요선암엔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마애불상이 커다란 물방울 모양의 바위에 새겨져 있다. 강가 흰 바위들은 현대적인 조형미가 느껴질 정도로 멋있다.
아이와 '책박물관'들르고
◆ 선암마을 뒷산에 오르면 서강이 휘돌며 만든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다.동고서저형 지형까지 한반도를 그대로 닮았다.
선암마을 표지판 직전에 있는 영월책박물관(033-372-1713)은 아이들과 함께라면 들를 만하다. 서울 광화문에서 호산방이란 고서점을 운영하던 박대헌씨가 지난 99년 폐교(여촌분교)를 이용해 만들었다. 소박한 전시실엔 ‘불운의 만화가’ 송광용씨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송씨는 만화가를 꿈꾸며 영월중학교 1학년 때인 52년부터 4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만화일기를 써왔다. 직접 제본한 두꺼운 만화일기가 101권에 달한다. 송씨는 신산스러운 삶을 살며 끝내 만화가가 되지 못했고 지난해 5월 만화일기를 책으로 펴냈지만 꿈을 이루자마자 10월에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다. 입장료로 초등학생 1000원, 어른 2000원을 받는다. 유치원생 이하 무료.
단종의 능 장릉도 가볼 만
영월읍 방면 38번 국도 소나기재 정상에 있는 ‘선돌’도 반드시 들른다. 주차장이 있어 차를 세울 수 있다. 원래 하나였을 바위가 둘로 쩍 갈라져 우뚝 서 있다. 갈라진 틈으로 굽이쳐 흐르는 서강이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시간이 좀더 있다면 단종의 능인 장릉과 유배지 청령포도 들러 본다.
<영월=조선일보 이한수기자 hslee@chosun.com>
여행메모
가는 길 (서울 기준)
손수 운전 :영동고속도로 만종분기점 중앙고속도로 신림IC 88번 도로 영월 방면 책박물관 지나자마자 선암마을 표지판에서 우회전 1.4㎞ 비포장 도로 표지판에서 우회전하면 선암마을. 선돌은 영월읍 방면으로 소나기재 정상에 표지판.
대중교통 :청량리역에서 영월까지 오전 8시부터 2~3시간 간격 하루 6회. 3시간20분 소요. 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 29회 3시간 소요. 영월에선 군내버스 또는 택시 이용.
먹을 곳 :
장릉 옆 장릉손두부(033-374-6006)에서 내는 산초두부구이(8000원)가 독특하다. 추어탕에 넣는 산초에서 기름을 짜내 두부를 구웠다. 산초 특유의 싸한 맛이 맞지 않는 사람은 얼큰한 두부전골(1인 5000원)을 먹는다. 장릉보리밥집(033-374-3986)도 유명하다. 보리밥 5000원.
묵을 곳 :선암마을 서강민박(033-372-4340)과 영심이네(033-372-2469) 민박은 서강 가에 있어 풍경이 좋다. 책박물관에서 원동 방면에 있는 가람장(033-372-9696)도 강변에 있다. 요선암 근처 좋은생각민박(033-372-0019)과 콘도식 모텔 수주섬(033-372-0026). 영월읍내에선 황토장(033-373-0102), 낙원장(033-373-9191) 등. 영월군 문화관광과(033-370-2542)와 홈페이지(yw.go.kr)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