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11.
1시에 터미널에서 예나 언니와 만나서 복지관에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시간 계산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 있다 보니 지각을 하고 말았습니다. 터미널에서 예나 언니와 만나 서로 마을 만들기 활동을 함께 하게 돼서 다행이라고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복지관으로 향했습니다.
복지관에 도착해서는 박상빈 선생님께 이 활동의 목적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들었습니다. 소규모로 함께 만들고 먹고 이야기하기 위해서 이 활동을 하시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내용은 ‘함께’라는 것이었습니다. 또 비슷한 활동을 했던 복지관의 사례집을 빌려주시면서 읽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서로 번갈아가면서 읽어보고 배울 내용은 배우고 또 나누자고 하셨습니다. 제가 받은 첫 번째 책은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의 재가복지사업 사례집인 ‘오.물.렛(오늘도 물어보자, 렛츠 고!)’였습니다. 박상빈 선생님께서 병원 차량 운행하실 시간이 되어서 선생님께서 자리를 비우신 동안, 올해 참고하면서 설명할 사업개요서를 저희가 직접 정리해보고 현수막에 쓰일 문구도 정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예나 언니와 함께 정한 문구와 개요서와 현수막 문구를 박상빈 선생님과 정수현 선생님께서 보완해주셔서 개요서와 현수막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지난주부터 사업계획서를 읽었고 오늘은 드디어 식사마실에 참여하실 어머님들을 찾아뵈러 가는 날이었습니다. 처음 한두 분은 박상빈 선생님과 함께 방문해 박상빈 선생님께서 어떻게 설명하시는 지를 보고 그 후에는 저희끼리 움직이라고 하셨습니다.
처음 박상빈 선생님과 방문한 집은 102동 진** 어머님 댁에 갔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저희를 반가워하시면서 맞아주셨고, 사과를 내어주셔서 함께 사과를 깎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작년에 활동을 하셨지만 올해는 힘들다고, 지난 활동에서 알게 된 어머님께서 기분을 상하게 하셔서 올해는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박상빈 선생님께서는 작년과는 다르게 올해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소규모로 모이는 것이기 때문에 사이가 좋지 않은 다른 동에 사시는 어머님과 마주칠 일이 없다고 설득하셨습니다. 혹시 주변에서 친하게 지내는 분이 계시느냐고 여쭈니, 마침 이웃에 딸처럼 지내는 분이 계시다고 하셨습니다. 박상빈 선생님께서 딸처럼 친하게 지내는 그 분과 학생 한 명으로 세 명만 해도 충분하다고 다시 한 번 설득하셨습니다. 하지만 어머님께서는 힘들다고 하시며 선뜻 대답해주지 않으셨습니다. 결국 아쉬운 마음을 안고 다음에 찾아뵙겠다고 하며 또 다른 어머님을 뵈러 나섰습니다.
다음에 방문했던 집은 101동 신** 어머님 댁이었습니다. 신** 어머님께서도 저희를 반겨주셨습니다. 박상빈 선생님께서 이번에 활동에 대한 설명은 예나 언니에게 맡기셨습니다. 올해 처음 저희의 설명을 들으신 어머님께서는 다리가 불편하셔서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박상빈 선생님께서는 103동의 김** 어머님과의 친분을 언급하시면서 ‘함께 활동을 하시면 어떠시냐.’라고 여쭈었지만, 어머님께서는 본인의 다리도 불편하시고 다른 사람들에게 괜히 부담을 줄까봐 참여하기가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님께서 다리가 아프셔서 잘 못 걸으시겠다고 하시는 데 더 권하기가 죄송해서 결국 다음에 또 찾아뵙기로 하고 다음 어머님을 뵈러 가기로 했습니다.
다음에 만나 뵌 102동 권** 어머님 댁에는 저와 예나언니 둘만 방문해서 이 활동에 대해서 설명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권** 어머님께서는 작년에도 활동하셨던 분이셔서 먼저 작년의 활동에 대해서 어떻게 활동하셨는지 여쭈면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작년에 재밌게 잘 활동하셨다고 하시면서 올해도 함께 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박상빈 선생님께서 짝지어주었던 작년과는 달리 이번에는 어머님 둘레 분들과 함께 소규모로 식사 마실을 하시면 어떠시냐고 여쭈었더니, 함께 성당에 다니시는 어머님들과 하고 싶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10층에 계시는 최**어머님, 2층에 계시는 어머님들을 말씀해주셔서 어머님께서 주말에 성당에 가실 때 한 번 말씀을 드려보는 것은 어떠시느냐고 여쭙자 어머님께서 흔쾌히 그러겠다고 하시면서 더 친해지고 싶으신 분들께도 함께 하자고 이야기 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권** 어머님께서 흔쾌히 함께 하자고 해주셔서 신이 난 채로 다음 어머님을 뵈러 갈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작년에 활동하셨던 103동 표** 어머님 댁에도 찾아갔는데, 어머님께서 전주에 계시는 아들 댁에 가셨다고 옆집에서 청소 중이신 어머님께서 알려주셨습니다. 이웃집 어머님께서도 이번 식사마실 활동에 참여하실 예정이라고 하셔서, 다음에 또 뵙자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어머님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와서 박상빈 선생님께서 이렇게 활동을 하면서 했던 활동을 돌이켜보면서 보완하고, 하고 싶은 일이나 물어본 것들에 대해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일지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마을 만들기’라는 활동 자체에 대한 고민도 병행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단순히 지역사회복지사업인지 지역사회 조직화인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지에 따라서 방법과 내용이 달라진다고 하셨습니다. 당사자의 의미거리를 찾고 세워드리는 지역사회 조직인지, 성과와 평가를 내릴 기준이 있어야 하고 그것들을 보여주기 위한 사업인지 그 첫 개념을 잘 잡아야 한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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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중요하다고 말씀을 해주셨지만 이렇게 기록이 밀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지, 어떻게 써야 할지 걱정도 되고, 게을러서 기록에 소홀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 적은 기록이라 놓친 부분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는 부지런히 기록하겠습니다.
20150215.
원래 점심 이후에 어머님들을 만나 뵈려 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시간을 오후에서 오전으로 옮겼습니다. 오늘은 지난주에 못 뵈었던 103동 표** 어머님과 대화 내내 참여를 고사하셨던 102동 진** 어머님을 뵙기로 했습니다. 어머님들께서 참여를 고사하시는 이유가 대부분 편찮으셔서 병원에 가시거나 종교 활동으로 인해서 불참해 정해진 날짜와 인원을 채우지 못할까 걱정하시는 것이어서 소그룹으로 진행하면 될 때 모여서 활동하면 된다고 말씀드리기로 했습니다.
방문에 앞서 연락을 드렸더니 진** 어머님께서 치과에 가셔서 언제 돌아오실지 몰라 먼저 댁에 계신 표** 어머님께 찾아갔습니다.
103동 표** 어머님 댁에 방문하자 어머님께서는 청소중이셨는데 청소가 끝나자 이웃에서 다른 어머님 한 분이 놀러오
습니다. 저는 복지관에서 봉사 활동하는 학생이라고 소개드리고, 표** 어머님께 작년의 활동에 대해서 궁금해서 찾아왔다고 하고 여쭤보자, 표**어머님 댁에 놀러 오셨던 어머님께서도 본인도 함께 하셨고 올해도 하실 예정이라고 하셨습니다. 놀러 오신 어머님께서는 4층에 계시는 김** 어머님이셨는데, 표** 어머님은 2월에만 참여하셨고 남에게 피해주기 싫어서 참여하는 것을 망설이셨습니다. 그렇게 작년에 어떻게 활동하셨는지에 대해서 듣다가 이웃집 어머님 한 분이 더 오셨습니다. 저번 주에 표** 어머님께서 전주 아들 댁에 갔다고 전해주셨던 이** 어머님이셨습니다. 이** 어머님께서는 요양병원에서 빨간 요일마다 간병인 일을 하시는데, 병원에서 남은 밥을 모아서 누룽지를 만드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함께 나눠먹자고 누룽지 튀김과 한과를 가져오셨습니다. 자신을 ‘깜밥 엄마’라고 부르라고 하시면서 순식간에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주셨습니다. 덕분에 이번에는 안 하시겠다던 표** 어머님께서 김** 어머님과 이** 어머님이 옆에서 부추기시자 결국 같이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어머님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서 어머님들께서 선생님들께 혼나면 안 되니 어서 복지관으로 다시 들어가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시면서 어머님들께서 여러 간식을 챙겨주시면서 다들 선생님들과 나눠먹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누룽지 튀김과 음료수를 받아서 가다가 4층에 사시는 김** 어머님께서 자신의 집도 들렸다 가라고 하셔서 김** 어머님의 댁까지 들리게 되었습니다. 김** 어머님의 댁에서 함께 사과를 깎아서 먹으면서 작년에 활동은 어떠셨는지, 불편한 점은 없으셨는지 여쭈었습니다. 김** 어머님께서는 불편한 것도 없고 함께 해서 즐겁게 잘 먹었다고 하셨습니다. 밥 먹는 것이 무엇이 어렵냐고 하시면서 수저 몇 벌만 더 놓으면 된다고 하시면서 식사 마실 활동에 참여하지 않으시더라도 주위 분들을 더 모아서 식사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사과 하나를 나눠먹으면서 어머님과 올해도 잘해보자는 다짐을 하면서 인사드렸습니다.
103동에서 돌아오자 박상빈 선생님께서 102동 최** 어머님도 뵙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102동 최**어머님을 뵈러 가는 길에 치과에 가셨다던 진** 어머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치과도 다녀오시고 시장도 다녀오셨다는 진** 어머님께 곧 가겠다고 말씀드리고 최** 어머님 댁에 갔습니다. 최** 어머님께서는 이사 오신 지 1년 밖에 안 되셔서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작년 김장 나눔 때 박상빈 선생님을 뵈었고 그때 아들같이 살갑게 잘 대해주어서 잊지 않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복지관에서 병원 통원 차량을 운행하는 것은 알지만 어디에서 어제 하는지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식사 마실 활동에 대해서 설명 드리자 흔쾌히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만 오신지 얼마 되지 않아 둘레 사람들이 적으셔서, 함께 하고 싶으신 사람이나 함께 할 만 한 사람에 대해서 여쭈니 같이 교회를 다니고 있는 12층 어머님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시며, ‘이왕이면 같은 종교를 가진 분들과 하시고 싶으시다.’고 하셨습니다. 12층 어머님께서는 최**어머님과 매주 새벽기도 가실 때 마주치셔서, 이번 새벽기도에 가실 때 한 번 식사 마실 활동에 대해서 함께 하실 의향이 있는지 여쭈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오후에 병원을 가신다는 어머님께 복지관에서 차량을 운행하니 함께 이용하자고 말씀드리고 복지관에 가자마자 정보를 알아서 바로 전화 드리기로 하였습니다.
최** 어머님 뵙고 복지관 가는 길에 진** 어머님 댁으로 갔는데, 손님과 식사 준비 중이셔서 점심 인사만 드리고 다시 복지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다들 긍정적으로 식사 마실에 활동해주시겠다고 해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신이 났습니다. 하지만 어르신들께서 복지관에 가지고 계시는 부정적인 인식도 알 수 있었습니다. 검산주공에서 살면서 복지관 이용을 안 하면 사람 취급도 안 한다면서 서운하다고 하셨습니다. 어떻게 그런 오해가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 활동을 통해서 어르신들이 가지고 계신 복지관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160224.
에버노트를 통해서 복지관에 가지 못한 기간 동안의 진행 상황과 제가 함께 해야 할 어머님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난주에 찾아뵈었던 102동 최금순 어머님(9층)과 같은 동의 12층의 최영자 어머님과 함께 ‘3조’로 편성되어 활동을 하기로 했는데, 12층의 최영자 어머님은 제가 아닌 다른 분이 만나서 새롭게 접촉하신 분이라 제가 미리 인사를 드리지 못해서 조금 걱정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전날 박상빈 선생님께서 어머님들께서 교회 일정이 있으셔서 식사마실 진행을 점심에 했으면 좋겠다고 전화를 주셨습니다. 오전에 선생님께서 안 계시는 관계로, 11시에 복지관에서 미리 장 봐둔 재료들을 가지고 9층 최금순 어머님 댁으로 가서 함께 식사준비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전주에서 출발하는 만큼, 아침에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 10시 5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려고 했으나 10시 15분 출발 버스를 타게 되어 김제공용버스터미널에 11시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복지관에서 재료를 찾아 최금순 어머님에 가자 어머님께서는 지난 만남과 같이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이번 달 저희 팀의 식사 메뉴는 ‘칼제비’였습니다. 미리 장을 봐둔 재료가 밀가루 한 봉지와 호박 하나, 감자 두 알, 방울토마토 한 팩이어서, ‘11시를 넘긴 시각에 반죽부터 시작하려면 촉박하지 않을까’라고 걱정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최금순 어머님께서 반죽을 하시고 썰어놓고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전날 함께 만나신 12층 최영자 어머님께서 칼제비로 메뉴를 정하고 ‘육수는 멸치 육수로 내면 되겠네.'라고 하셨다며 멸치 육수도 미리 준비해놓고 계셨습니다.
최금순 어머님께서는 원래 칼제비를 해서 드실 때, 면에 육수를 내지 않고 소금과 마늘로 간을 해서 드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함께 식사를 할 어머님께서 멸치 육수 이야기를 꺼내서 육수를 내셨고, 장을 봐 온 재료인 호박과 감자를 썰어서 끓일 준비를 하셨습니다.
“계란 넣을까? 계란 좋아해?”
어머님께서 제게 물으셨습니다. 장 봐온 호박과 감자에 이어서 어머님께서는 저에게도 칼제비에 들어갈 속재료에 대해서 물어봐주셨습니다. 오늘 받은 ‘간 좀 봐주세요.’의 박시현 선생님께서 느끼셨던, 한 아주머니께서 일상에서 묻고 의논하는 것을 보고 깨우치셨던 그 일을, 저희의 모임에서는 최금순 어머님께서 먼저 실천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칼제비에 들어갈 재료들 채썰기를 마치고 어머님께서 어제 저녁 묵가루가 조금 남아서 묵을 끓이셨다고 하셨습니다. 묽게 되어서 맛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시며 한 조각 입에 넣어주셨는데, 넙죽 넙죽 잘 먹으니 아예 통을 꺼내서 먹으라고 주셨습니다. 점심을 위해서 한두 조각만 더 집어 먹으며 어머님께 맛있다고 하자, 어머님께서는 제일 자신 있는 음식이 감주(식혜)와 묵이라고 하셨습니다. 다음에는 더 맛있게 끓여주시겠다고 하시면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셨습니다.
“아휴, 안 한다고 그랬는데... 어제도 그 박 뭐하는 선생님이 하자고 그래가지고 한다고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조금 서둘러서 잡은 모임 날짜가 하필이면 어머님께서 다니시는 교회에서 구역별 성도들을 찾아다니면서 예배를 드리는 ‘심방’날이었다고 합니다. 어머님께서 조급해하셨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이제 칼제비를 끓이기만 하면 되는 데, 함께 하기로 하셨던 12층 최영자 어머님께서 연락도, 방문도 없으셨습니다. 1시부터 101동부터 심방이 시작된다고 하셔서 어머님께서는 많이 조급해하셨습니다. 12층으로 집 전화를 두 번이나 드려 봐도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기도 때문에 12시 30분이나 1시쯤 방문하실 것 같다는 박상빈 선생님의 중간 연락에 어머님과 저는 1시간도 넘게 남은 시간을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어머님이 계시는 방 안 구석에는 꽃이 정말 예쁘게 핀 화분들이 있었습니다. 어머님께서 키우시는 식물의 대부분은 제라늄이었는데 제라늄은 4계절 내내 꽃이 펴서 지금도 예쁜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지난주에 방문했을 때보다 꽃이 더욱 풍성하게 피어있었습니다.
“어머님, 이 꽃이 참 예쁘게 폈어요! 지난주보다 더 많이 폈네요?”
그러자 어머님께서는 예전에 살던 집 마당에서 키우셨던 꽃 이야기부터 함평에서 열리는 국화축제에 다녀오신 이야기까지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이렇게 해야 꽃이 꼿꼿이 서 있어. 이렇게 막대를 안 꽂으면 꽃이 기울어서 안 예뻐.”
화분에 꽂힌 대가 왜 있는지,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에 대해서도 직접 꽃을 이리저리 움직이시며 보여주셨습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준비해서 김제에 왔더니 제가 하품이 잦으니 어머님께서 보시기에 많이 피곤해보였는지, 아직 12층 어머님께서 오시려면 멀었으니 잠시 누우라며 베개를 가져다 주셨습니다. 그렇다고 혼자 누울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눕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어머님과 같이 나란히 누웠습니다. 어머님과 나란히 누워서 교회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벽에 걸린 시계와 액자를 교회에서 받으셨는데, 십자가 모양 시계는 새벽 기도를 열심히 나가셔서 받으신 선물이고, 예수님 그림이 그려진 빨간 액자는 전도하셔서 받으신 선물이라고 하셨습니다. 교회에서 이런저런 선물을 받으신 이야기, ‘모세’에 속해서 봄가을로 나들이를 떠났던 이야기도 함께 들려주셨습니다.
똑똑-
“들어오세요~”
이렇게 누워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 두드리는 소리에 기다리던 최영자 어머님께서 오신 줄 알고 어머님과 저는 벌떡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오신 분은 최영자 어머님이 아닌 정수현 선생님이셨습니다. 늦게 오시는 박상빈 선생님을 대신해서 잘 하고 있는지 보러 오신 듯 했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식사 안 했으면 같이 칼제비를 먹자고 하셨는데 선생님께서는 병원 통원 차량 운행 때문에 미리 식사를 하셨다고 인사차 들리러 오셨다고 하셔서 어머님께서 많이 아쉬워 하셨습니다. 그렇게 정수현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드디어 12층의 최영자 어머님께서 오셨습니다. 오시자마자 기도로 시작하시는 최영자 어머님께서는 ‘사랑하는 청년을 보내주심’에 감사하다고 하셨습니다. ‘함께 점심 식사를 함’에 감사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최영자 어머님께서 오시고 감사 기도가 끝난 후에는 정수현 선생님께서는 일정이 있으셔서 먼저 일어나셨습니다.
최금순 어머님께서 멸치 육수를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미리 썰어놓은 반죽과 야채를 넣고 끓이며 어머님들께서 간을 보며 대화를 나누셨습니다.
“간 좀 봐줘요~”
“조금 싱겁네.”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간을 맞추면서 어머님들이 서로의 입맛을 챙기시는 동안, 저는 상을 펴고 반찬을 놓았습니다. 아까 최금순 어머님께서 맛보라 주셨던 묵도 꺼내고 파김치, 배추김치도 꺼냈습니다. 큰 냄비에 칼제비가 한가득 끓어 서로 한 그릇씩 앞에 두고 한 상에 둘러 앉아 최영자 어머님의 기도를 시작으로 칼제비를 먹었습니다.
“면발이 쫀득쫀득하니 맛있네~”, “밀가루가 안 들어가니까 국물이 깔끔하고 좋네.”
최영자 어머님께서는 연신 최금순 어머님의 요리 실력을 칭찬하셨습니다. 최금순 어머님께서 전날 밤에 만드셨다던 묵도 맛있게 드셨습니다.
이렇게 식사를 끝내고 최금순 어머님의 사랑처럼 칼제비가 너무 많이 남아, ‘칼제비를 이렇게 두면 퍼질텐데..’ 걱정하셨습니다. 최영자 어머님께서 본인도 한 그릇 싸달라고 하셨습니다. 한 그릇 가득 퍼서 가져가시고 내일 아침에 데워 드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배부르게 먹고나서는 커피를 마셨습니다. 커피를 마시면서도 서로 다 다른 입맛을 커피를 탔습니다. 스틱에 설탕과 프림, 커피가 들어있는 커피가 아니라 설탕 따로 커피가루 따로 있어 서로의 입맛에 맞게 최금순 어머님은 커피 1 숟갈에 설탕 3 숟갈, 최영자 어머님은 커피 1숟갈에 설탕 2숟갈, 저는 커피 1숟갈에 설탕 1숟갈을 넣고 커피를 탔습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최영자 어머님께서는 제게 ‘교회에 다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최금순 어머님과 최영자 어머님께서는 교회는 다르지만 두 분 다 ‘권사님’이셨습니다. 두 분께서는 서로의 교회 이야기로 정신없이 이야기를 이어가셨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근데 이렇게 하는 거면 그렇게 큰일도 아니고.. 좋네”
최영자 어머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다음 식사 마실에는 어떤 음식을 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요새 동태가 잘나오던데..”
“내가 동태는 잘 안 먹어서..”
“시래기는 잘 먹지요?”
“시래기는 잘 먹지만서도...”
“어머님들, 그럼 나물은 어떨까요? 3월 말이면 봄나물들도 나오지 않을까요?”
“나물? 어떤 나물?”
최금순 어머님께서 가리시는 음식이 많아 최영자 어머님께서 내시는 의견마다 수용이 안 되어 끝이 나지 않아 다음 식사마실 음식은 좀 더 천천히 결정하시는 게 어떨지 여쭈었습니다.
“그럼 학생은 다음 달에, 3주 뒤에 보는 건가?”
“아니요~ 저는 다음 주에도 뵈러 올 거예요!”
“그려 그럼. 근데 이렇게 오래 있어도 되나? 복지관에서 기다리시는 거 아냐? 먼저 가 봐도 좋아.”
마침 박상빈 선생님께서도 2시에 다른 봉사자들이 저녁에 있을 다른 조의 장을 보러 가실 예정이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그렇게 어머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나와 복지관에서 예나 언니와 다슬 언니를 만났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다슬 언니는 언제나 에너지가 넘쳐서 만날 때마다 저도 덩달아 힘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최금순 어머님께서 본인의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은 잘 드시지도 않고 가리는 것이 많다면서 걱정을 하셨는데, 최영자 어머님이나 저의 입맛도 고려하시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정말 감사했습니다. 급하게 시작했지만 그래도 2월의 식사 마실이 이렇게 무사히 끝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다음 모임을 벌써부터 기대하고 계획하시는 어머님들 덕분에, 저도 다음달 식사에서는 무엇을 할 지 무척이나 기대가 됩니다.
첫댓글 태희야, 잘했다. 내가 잠시 방문했을 때도 어르신이 꽃을 좋아하시는구나 생각했는데, 의도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꽃 이야기를 꺼낸 건 잘 한거야! 칼제비 나도 먹고 싶었는데..^^ 다음에 할 때는 나도 함께 하고 싶어지더라. 고맙다.
이렇게 기록을 잘해두고선 안올리고 있었네.
기록도 잘했고 식사마실 분위기도 알 수 있어서 좋다. 태희야.
태희가 살갑게 어르신들을 대해서 어르신들이 참 좋아하셨을꺼야.
금요일에 다시 만나서 한번 이야기해보렴.
기록해줘서 고마워~~
어머~이야기 재밌다~~
자취방에서 혼자 미친듯이 웃으며 읽었당^^
글이 어마어마 하구나..마을 만들기 활동 하길 잘했다. '오믈렛', '간 좀 봐주세요' 사례집 읽고 활동 임했으니 많은 도움 됬겠다~
3월도 기록 올라오면 잘 읽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