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지구의 정원, 순천만’이라는 주제로 지난 4월 20일 시작된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가 폐장까지 한 달여를 앞두고 있다. 한여름 폭염을 견뎌낸 나무들이 가지를 활짝 펴고, 세계 각국의 정원들과 참여 정원들도 잘 맞는 옷을 입은 듯하다. 가을로 접어든 박람회장은 볼거리, 즐길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는 지금이 절정이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풍경을 즐기는 곳
가을로 향해 가는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장의 풍경에는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유난스러웠던 여름날 폭염을 견뎌낸 나무들이 한숨을 돌리고 느긋하게 가지들을 펼치고 있다. 박람회장을 찾은 사람들의 걸음도 선선해진 바람만큼이나 가볍다. 빨리, 더 많이 보는 박람회가 아니라 천천히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이 정원박람회의 미덕. 박람회장의 꽃과 나무들이, 길 위로 불어가는 바람이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가르침이다. 한곳에 오래 머물며 풍경을 즐기고 곁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박람회장을 거닐어 보자.
순천호수정원 앞의 한가로운 풍경. 아름다운 자연 속에 느긋하게 머물며 곁에 있는 사람과 여유롭게 대화를 나눠보자.
국제습지센터는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의 서론과도 같은 곳으로 방문객들이 꼭 들러야 할 곳이다. 박람회장의 주제관이라 할 수 있는 국제습지센터에서는 순천만의 생태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주제영상관에서 상영되는 3D 영화 <달의 정원>은 순천만에서 살아가는 짱뚱어, 칠게, 방게 등 갯벌 생명들과 귀여운 소녀 꽃비가 나누는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순천만에 살았다는 용의 전설까지 더해져 흥미진진하다. 생태도시관, 생태체험관 등도 함께 둘러보자.
국제습지센터에서는 친환경 순천만의 생태를 엿볼 수 있다.
가을을 맞아 운치를 더하는 습지 구역 산책도 추천한다. 습지산책로를 따라 돌면 수목원 구역이다. 창덕궁 후원과 담양 소쇄원 광풍각, 경북 영양 서석지 등을 재현한 한국 정원을 지나 나지막한 경사로를 따라 전망대에 오르면 박람회장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두 번의 계절을 거치며 더욱 풍성해진 정원
설치미술가 강익중의 작품인 ‘꿈의 다리’를 건너면 세계 정원 구역으로 이어진다. ‘꿈의 다리’는 세계 14만여 어린이들의 그림과 작가가 평소 재미있다고 생각해 모아두었던 문구들로 이루어진 다리다. 일상적이면서 재치 있는 한글 문구를 읽으며 아이들의 꼼꼼한 그림도 만나는 공간이다.
세계 정원 구역에서는 봄과 여름, 두 번의 계절을 거치며 더욱 풍성해진 정원을 만날 수 있다. 이탈리아 정원, 독일 정원, 프랑스 정원 등 10개의 세계 정원을 비롯해 국내외 도시와 기업이 참여한 61개의 참여 정원이 이 구역에 모여 있다. 월 단위로 초화류를 교체, 식재하여 매달 다른 색채를 띠는 거리도 이국적이다.
박람회장에서 만나는 나무들은 일반 가로수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박람회장에 식재된 모든 나무들은 말뚝형 지주목이 땅속에서 받쳐주고 있어 버팀목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허까지 받은 말뚝형 지주목 덕분에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진 나무들을 감상할 수 있다.
선선한 바람과 눈부신 가을 햇살을 만끽하며 정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더없이 가볍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이끌려 걷다 보면 통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가수와 페루의 악사들을 만나게 된다. 순천만 갯벌을 형상화한 객석이 이색적인 동천갯벌공연장에서는 전남도립국악단과 초청 가수들의 공연 등이 펼쳐진다. 특히 주말 저녁에는 박람회의 주제 공연인 뮤지컬 <천년의 정원>이 공연된다. 옥황상제의 아들과 제사장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로, 하늘에서 못다 이룬 사랑을 순천만에 내려와 이루게 된다는 내용이다. 순천만에 살아가는 생명체를 모티브로 한 의상들도 볼거리다.
세계 정원 구역은 세계 각국의 정원을 돌아보는 재미와 함께 호젓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길들이 이어진 공간이다. 인파로부터 잠시 벗어나 사색을 즐길 수 있는 ‘도시숲’과 우리의 산야초들을 볼 수 있는 약용식물원 뒷길은 시원한 그늘이 있어 더욱 좋다.
고속도로를 만들며 베어질 위기에 처했던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은 박람회장으로 옮겨져 새 생명을 얻었고, 방문객들에게 훌륭한 산책로가 되어주고 있다. 늘씬하게 자라난 나무들은 지난봄 개장했을 때와 비교해 몸집이 제법 불었다.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며 걷기 좋은 길이다. 아기자기한 포토존과 소망 걸기 체험장이 있는 이 길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보자.
넓은 세계 정원 구역을 걷기 전 유료 셔틀버스를 타고 미리 한 바퀴 돌아보면 정원 여행을 좀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안내 도우미의 설명을 들으며 가보고 싶은 정원을 미리 점찍어두면 좋다. 몸이 불편하거나 나이 드신 분들과 함께 돌아보기에도 부담이 없다.
수경재배 화분 만들기 체험. 다양한 유ㆍ무료 체험 프로그램이 가족 단위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갈댓잎으로 만든 바람개비는 영화 속 주인공이 건네주던 바로 그 장난감이다.
아이들과 함께 찾은 가족 방문객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 바로 생태체험학습장이다. 9월부터 10월까지 전문 MC와 함께하는 정원 레크리에이션을 비롯해 통밀놀이터, 밀가루 체험, 활쏘기 체험 등이 무료로 진행된다. 부채 만들기, 유화 액자 만들기, 꽃반지 만들기 등 유료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무료로 진행되는 갈대공예 체험은 놓치지 말자. 갈댓잎을 접어 만드는 바람개비는 3D 영화 <달의 정원>에서 짱뚱어가 주인공 꽃비에게 만들어주었던 바로 그 장난감이다. 갈댓잎을 접는 과정이 꽤나 복잡하지만 체험 도우미의 설명을 들으며 하나하나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바람개비가 완성된다. 말을 타고 승마장을 한 바퀴 돌아보는 무료 승마 체험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인기다.
순천만 갯벌을 모티브로 한 정원 ‘갯지렁이 다니는 길’은 아이들과 함께하기 좋은 상상의 정원이다. 작은 도서관과 갤러리를 비롯해 동물 조형물들로 꾸민 아트주가 있어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기 좋다.
조명을 밝힌 순천호수정원. 해가 지고 나면 화려한 빛의 세계가 펼쳐진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박람회장은 멋진 빛의 공간으로 변신한다. 세계 정원 구역의 순천호수정원을 중심으로 화려한 빛의 세계가 펼쳐진다.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 찰스 쟁스가 디자인한 순천호수정원은 순천시를 형상화한 것으로 봉화 언덕, 난봉 언덕, 앵무 언덕 등 높은 언덕들이 장관을 이룬다. 나선형 산책로를 통해 이 언덕들을 직접 걸어서 오를 수 있다. 어두워지면 언덕들이 빛과 어우러져 환상의 공간으로 변신한다. 언덕을 오르내리며 세계 정원 구역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도 있다. 야간 개장은 9월 30일까지다.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는 팽창하는 도심으로부터 순천만을 보호하기 위해 열린 친환경 박람회다. 한번 개최되고 버려지는 공간이 아니라 앞으로 순천만을 보호하는 울타리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다. 박람회장이 그대로 정원으로 남아 순천 시민들에게는 휴식공간으로, 순천만을 찾은 여행자들에게는 의미 있는 탐방지가 되는 것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풍요로워질 박람회장의 모습을 상상하며 천천히 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