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습작) 값을 치른 사람이 임자

[황주영]

(에세이 습작)

              값을 치른 사람이 임자

  강원도 강촌의 산기슭 어느 마을에는 김첨지 댁과 대여섯 가구가 모여 살고 있었다. 예전에 농사일만 할 때에는 아이들도 부모와 함께 들로 산으로 나가 일을 배웠으나 이웃 마을에 큰 공장이 들어서고부터 아이들만 집에 남겨졌다. 김첨지는 부모들이 일하러 나간 후 놀기만 하는 마을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쳐 주기 위해 동네사람들과 함께 돈을 모아 훈장선생을 모셨다. 훈장선생의 내력은 자세히는 모르나 천자문을 알고 일제시대 소학교를 졸업했다는 말만 들었다. 동네사람들이 함께 땅을 파서 만든 우물도 있었다. 지하수가 마침 김첨지 댁 바깥마당으로 흘러서 그곳에다 동네우물을 만든 것이었다. 바람소리 새소리, 개구리 우는 소리와 아이들이 함께 글 읽는 소리뿐이던 이 조용하던 동네가 얼마 전부터 시끄러워지기 시작하였다.

  한 두어 달 전이었다. 김첨지는 이웃 동네에 도둑들이 설친다는 소문을 듣고 머슴 ‘몽실이’를 시켜 읍내에서 삽살강아지 한 마리를 사 왔다. 그 ‘삽살이’의 밥은 언제나 ‘몽실이’가 갖다 주었고, 들에 일하러 나갈 때도 ‘몽실이’가 데리고 다녔다. ‘삽살이’는 김첨지 내외는 물론 도련님과 아씨가 제 주인보다 서열이 높은 것도 아는 영리한 녀석이었다. ‘몽실이’와 ‘삽살이’는 닮은 데가 많다. 투정도 부리고 떼를 쓰기도 한다. 집에 아무도 없거나 주인이 한눈 팔 때는 주인행세도 곧잘 한다. ‘삽살이’가 영리한 것은 딱 거기까지였다. ‘몽실이’가 주는 밥이 김첨지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거나 동네사람들이 함께 돈을 모아 훈장선생을 모셨고, 함께 우물을 팠는지 ‘삽살이’가 어찌 알까. 동네사람들은 물을 길러 갈 때마다 ‘삽살이’의 눈치를 살피고 짖어대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주인의식은 갖되 주인행세는 하지마라”

세계일등하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기업의 창업주가 생전에 직원들에게 자주 한 말이라고 한다. 임자는 돈을 낸 사람이다. 공장을 만드는데 돈을 낸 사람이 임자이고, 값을 치른 사람이 물건의 임자이다. 기업은 임자 것이고, 그 관리는 주인의식을 가진 전문경영인이 하는 것이며, 주인행세는 머슴이 하는 짓이라는 가르침을 준다.

“야! 너 강아지가 왜 사람보다 좋은지 알어? 말을 못하기 때문이야. 말을!”

어느 연속극에서 자꾸 말대꾸하는 동생을 형이 나무라고 있었다.

원관념: 주인, 주인의식, 주인행세

보조관념: 김첨지댁 머슴이야기

[오덕렬]

방금 <이것저것놀이>에서 '떙삐'를 몰라 국어사전 찾아봤어요. 땅벌의 방언으로 '강원, 경상, 충청'이 방언지역인 것도 새롭게 알았습니다. '에세이 습작'이라 했는데 '창작에세이' 냄새가 폴폴 납니다

[황주영]

졸문을 늘 읽어주시는 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이관희]

ok+
이 같은 형식과 작법을 에세이의 기본 작법과 형식으로 살려나가면서 차츰 새로운 형식과 작법을 개척해 가도록 하세요.

[황주영]

네, 잘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