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26일 오후 2시, 유정독서모임 춘천 실레마을 김유정문학열차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오늘 독서모임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귀한 분들을 만났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 만나는 저의 동기 동창생, 그리고 고교 1년 선배님들이 김유정문학열차에 승차해 주셨습니다. 만나서 소개 받기 전까지는 전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이분이 누구이고 저분이 누구라는 정희선생의 소개를 들은 뒤에 다시 바라본 얼굴, 그 얼굴 뒤로 단정한 교복차림 여고생 춘애의 얼굴이 겹쳐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여중여고 6년 간의 기억도 퐁, 퐁, 퐁, 샘물처럼 솟구쳐 올랐습니다.
여고 선배님 가운데 한 분은 저의 대학시절 선배이며 동료였던 분의 부인이라고 하였습니다. 제 대학시절 선배의 고모는 내 오빠의 초교시절 담임이셨고 그 분의 시누이는 또..........이렇게 연줄연줄 인연이 얽혀있었습니다.
춘천이라는 작고도 조용한 도시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저렇게 기억의 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누군가 여기를 건드리면 이런 이야기가, 저기를 건드리면 저런 이야기가 풀려나오게 마련이지요. 같은 춘천에 살면서도 어느 골목에서 한 번은 만날 수도 있었으려만, 오늘 만나서 통성명하고서야 아하, 오랜 세월이 지났구나, 세상은 참으로 넓고도 좁구나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서로 마주 보아도 마음의 눈으로 보지 않으면 모두가 타인이고, 만나지 못해도 마음에 담고 있으면 늘 가까이 있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1차시에 이어령교수의 <물끄러미 바라본다는 것>을 함께 읽었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세상을 바라볼 때에 그 세상을 온전히 우리 안으로 들일 수가 있는 것, 윤선도 적인 시선과 테니슨 적인 시선, 한쪽이 종합적 포괄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다른 한 쪽은 분석적이고 해체적으로 바라본다는 것, 어느 것이 좀더 물아일체의 경우에 가까울 수 있는 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어서 <한라산을 등진 까마귀>를 읽으며 글 속에 나타난 까마귀의 시선으로 본 현대인에 대한 비판, 까마귀를 대하는 우리들 시선의 차이(고구려 고분벽화에 나타난 삼족오, 태양신의 전령으로서의 까마귀, 반포지은에 나타난 까마귀의 효사상 등), 작품속에서 까마귀 관련 의성어의 다양함 등을 찾아보았지요. 일반적으로 좋은 작품, 주목받는 작품은 소재, 주제, 서술기법 가운데 어느 하나가 새로와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수필 <한라산을 등진 까마귀>는 이 세가지가 모두 새롭기에 관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는 작품 이었습니다.
유월의 시로는 신경림 시인의 < 낙타>, 손택수 시인의 < 저녁 숲의 눈동자>를 읽으며 시작품 속에 나타난 의미들을 찾아보았습니다.
2차시에는 지난 모임에 뒤이어 반 다인 원작의 소설을 김유정이 번역한 <잃어진 보석>을 계속 읽었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살인사건의 발발, 오늘 시간에는 범인 찾기에 나선 사설탐정 방스, 검사인 조막함, 경감(경찰)인 히이스, 살해 당한 알벤송과 그의 지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 참고인으로 소환된 알벤송 집의 가정부 안네부인, 여배우 구레야, 알벤송의 친구인 바이부가 조사를 받았고, 평소 알벤송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리곡구 대위의 이름이 나오고, 오늘 독서의 뒷부분에 알벤송의 친형인 벤담소좌가 등장하였습니다.
알벤송을 죽인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요. ( 다음 만남에서는 제 11장 '살인권총의 주인'부터 읽게 됩니다.)
오늘 처음 참석해준 춘애선생과 두 분의 여고선배님, 고운 음성으로 작품들 읽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 달 7월의 모임부터는 다시 목요일에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2024년 7월 11일 목요일, 18:00시에 커먼즈 필드에서 만납니다.
마침내 본격적인 여름으로 들어섰습니다.
건강한 여름, 즐거운 여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7월에 뵙겠습니다.
2024.6.26 강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