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세리였던 레위를 제자로 부르시는 대목에서 마르코 복음사가는 예수님 곁에 주로 머물던 사람, 예수님께서 함께 해주신 사람들에 관하여 이렇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많은 세리와 죄인도 예수님과 그분의 제자들과 자리를 함께하였다. 이런 이들이 예수님을 많이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마르 2,15)” 일반적으로 세상 속에서는 명성이 자자하고 위엄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그의 명성과 위엄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옷과 집을 취하고 그런 사람들만을 만납니다. 그래서 그렇지 못한 사람은 그 곁에는 아예 얼씬하지 못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부적합하다고 의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벽’이라고 표현합니다. 인간의 동등한 존엄함 앞에 인간이 스스로의 높은 벽을 쌓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을까? 최근 개신교든 천주교든 불교든 예배당과 성당과 법당을 곳곳에 짓고 있습니다. 종교생활이 사회정화 및 안정에 기여한다고는 하지만, 대형 건물에 화려한 내부 인테리어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멋있다, 아름답다.’라고 말하다가 이내 가난하고 어렵고 힘겨운 사람들에게는 황량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지게 됩니다. ‘효율성과 거룩함’을 위해서 그렇게 한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들이 중산층과 서민층에게 밀려 신앙에서마저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와 격(格)이 없는 사랑’보다는 하느님의 위엄과 거룩함만을 더 강조하여 표현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봅니다.
신앙 안에서 ‘거룩함’이란 그렇게 사람을 구별하고 구분 짓는 것일까? 2000년 전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도 하느님의 거룩함과 위엄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세리와 죄인들, 여인들과 병자들은 회당이나 성전에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으로 오신 예수님은 참된 성전으로서 그들 모두를 초대하셨습니다. 현 교황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성화(聖化-sanctification)는 한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온전한 요구, 곧 그분을 위한 구별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이 구별은 백성을 위한 파견이기도 하다. 예수님의 거룩함은 세상을 위해, 당신 자신의 사람들을 위해 존재함이다.”
하느님 앞에서 선 우리 모두는 그 거룩함에 부르심을 받았지만, 우리들이 간직한 거룩함은 형제들을 위한 희생과 봉사에서 그 가치와 목적을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거룩함과 의로움의 원천이신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마르 2,17)”
그분의 제자이자 벗인 우리들의 태도는 이제 분명해졌습니다. 우리 자신의 거룩함을 위한 수고는 하느님께 영광과 찬미가 되어야 하고, 형제들에게는 그리스도 예수님의 사랑을 본받은 희생과 봉사가 될 때 열매 맺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비록 지금 이 순간에는 죄 중에 있어 그 거룩함을 잠시 훼손하였다고 하더라도, 오늘 히브리서의 말씀에 주목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우리에게는 하늘 위로 올라가신 위대한 대사제가 계십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이십니다. 그러니 우리가 고백하는 신앙을 굳게 지켜 나아갑시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는 대사제가 아니라, 모든 면에서 우리와 똑같이 유혹을 받으신, 그러나 죄는 짓지 않으신 대사제가 계십니다. 그러므로 확신을 가지고 은총의 어좌로 나아갑시다. 그리하여 자비를 얻고 은총을 받아 필요할 때에 도움이 되게 합시다.(4,14-16)”
이처럼 예수님께서 하늘의 권능과 거룩하심을 가지고 사람이 되시어 우리에게 오신 이유는 바리사이들과 같이 성(聖)과 속(俗)을 구별하시기 위함이 아니라, 은총으로 우리의 훼손되고 상실한 하느님의 거룩한 모습을 치유하여 회복시켜 주시기 위해서, 그것을 위한 봉사와 희생을 하시려고 오신 것입니다.
그러니 그 누구도 예수님의 거룩함과 사랑에서 구별되어 멀어질 수 없으며, 오히려 용기를 내어 확신을 가지고 은총의 주님 어좌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를 연민의 마음으로 보시는 주님의 자비를 얻고 은총을 받아, 자신과 죄 중에 있는 형제들이 필요할 때에 도움이 되게 해야 하겠습니다.